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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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지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먹먹한 느낌을 주는 책을 가제본 서평단 활동을 통해 오랜만에 만났다. 단정할 수 없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과 함께 기나긴 여정을 떠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어 더욱 흥미로웠다. 한 사람의 생애에는 요동치는 역사 또한 흐르고 있었다. 린샹푸라는 남자는 샤오메이라는 여자를 만나 평생을 살아가고 싶은 사랑을 느끼지만, 그의 마음과는 다른 듯 샤오메이는 홀연히 그를 떠난다. 치가 떨리는 배신감을 느꼈지만, 자신의 핏줄을 데려온 샤오메이를 다시 받아들일 새도 없이 다시 떠났다. 그 뒤를 따라 어린 딸과 함께 그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원청으로 떠나게 된다. 들어본 적도 없고 어딘지도 모를 원청으로 향할수록 낯선 것들과 마주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것을 아는 사람도 없었으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던 린샹추는 모든 것이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쳤지만, 그녀를 향한 여정을 멈출 수 없었다. 그녀가 말한 원청과는 다르지만 비슷한 시진이라는 곳에 머물게 된 린샹푸는 온갖 고생을 다 하고도 찾지 못한 탓에 서글프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으나 딸아이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견딜 수 있었다. 자신이 살던 곳과 전혀 다른 곳이지만 살기 위해 적응하고 두 다리를 땅에 지탱해야만 했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혼란의 시대를 눈앞에서 바라본 린샹푸는 샤오메이를 찾을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어디 있는지 모를 원청으로 향하는 린샹푸의 시선을 통해 혼란의 시대를 날 것 그대로 표현한다. 혼란의 시대를 온몸으로 맞이한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깝게 여겨졌다. 그때 그 시절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지만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가혹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들은 거대한 힘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비참함을 느끼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감을 반복한다.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던 이가 영원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가혹한 현실이 주었던 절망감과 달리 희망을 상징하는 원청이라는 존재가 린샹푸 뿐만 아니라 샤오메이 에게도 머물 수 있는 공간처럼 다가왔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그 세상에서는 어떠한 혼란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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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저녁 -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 수상작
권정민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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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무엇이든 가져다주는 편리함에 취한 사람들은 눈앞에 펼쳐진 상황보다 편안함을 뒤쫓는다. 비상식적인 상황의 연속에도 사람들은 누구하나 의문제기를 하지 않는다. 금방 그 현실을 잊고 눈 앞의 흥미를 쫓기 바쁜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극적인 것을 찾는 비대면 시대의 그늘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사람과의 단절은 불편함을 가져줄텐데도 우리는 그 사실 앞에 놓이기 전까지는 깨닫지 못한다.


사람과의 관계는 다루지 않았지만 단절된 사람들의 모습의 모습에서 우리가 보였다. 우리가 편안한만큼 희생 되는 것들을 생각하지 못하고 지금 살아가는 것과 흥미로운 것 그리고 자극적인 것을 쫓기만 한다. 단절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도를 넘는 욕망을 당장의 편리를 위해 희생되었던 것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그림책이라 단숨에 읽었지만 쉽게 쓰여지지 않는 생각에 난감했지만 명확하고 굵은 목소리에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보지 않으려는 걸까 보이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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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을유세계문학전집 123
막심 고리키 지음, 정보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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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익숙한 이야기는 흥밋거리가 되지 못하지만 새로움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요소 중 하나이다. 일반적인 삶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마음은 변화가 곧 억압의 길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 믿었고 그 믿음이 불러일으키는 불안감은 비슷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경계심으로 번진다. 그 안에 생겨난 경계심은 그릇된 생각이 자리 잡기에 충분했고 곳곳에서 피어나는 맹목적인 울화, 흐릿한 전율, 희망의 엷은 그림자와 충돌하기 시작한다. 사람의 무리에서 동떨어진 삶은 낙오의 길이었으며 그것은 반복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변화를 일으킬 무언가를 예고라도 하듯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펼쳐진다.

 

폭력으로 그릇된 삶을 살아간 한 사람의 일생이 지나고 또 다른 사람의 생애를 비추며 이야기가 전환된다. 폭력에 물들어 고통을 품고 있던 이에게 찾아온 새로운 슬픔은 남겨진 것에서 살아있는 것을 찾게 했다. 살아남기 위해 폭력으로 물든 어떤 사람이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변을 어둠으로 물들게끔 만들며 죽어갔고 대를 이은 아들은 그와 다른 삶을 살아가며 자기 생과 운명을 자기 손으로 조금은 위험하게 결정하고 있었다. 모두가 이해하지 않으려 했던 삶에 대해 이해를 하기 위해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어머니에게 설명한다.

 

아들과 함께한 곳에 낯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금지된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의 모습을 보게 된 어머니는 좁은 공간에서 이들이 하나의 정신으로 단결되는 과정을 바라보게 된다. 그들은 자신에 취하지 않았고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모임을 바라보던 어머니에게도 따뜻한 손길을 뻗는다.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던 문제의 본질에 직면하며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하나라는 믿음이 굳건하고 강력한 힘으로 조금씩 크기를 키워가는 모습이 희망으로 가득 찬 무언가를 바라보게 했다. 살아왔던 삶에 순응하고 있던 어머니가 점차 자신을 위해, 동지들을 위해 목소리를 낸다. 몸을 짓이기는 것보다 영혼을 짓이기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기에 어머니는 목이 쉴 때까지 계속해서 외친다.

 

기존의 것을 변화시키는 말들이 모여 자기 내면에 스며든 또 다른 변화를 마주하며 다음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어머니라는 존재를 표현하는 방식이 새롭게 느껴졌고 소극적인 어머니가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고 의식하여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책의 두께 자체는 두꺼운 편이라서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 사람은 익숙한 걸 앎에 머무르려는 습성이 있어 자신이 아는 공간 내에서 행동하려 한다. 내가 도전하지 않았던 고전 소설을 접하며 소설을 읽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그때의 시대, 언어,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내가 알지 못했던 것을 아는 것에서 오는 새로움은 항상 경탄스럽다. 이 책은 기존의 것을 변화시키는 말들이 모여 자기 내면에 스며든 또 다른 변화를 마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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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그린
마리 베네딕트.빅토리아 크리스토퍼 머레이 지음, 김지원 옮김 / 이덴슬리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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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베스트 셀러 1, 뉴욕 타임즈 베스트 셀러, 워싱턴 포스트 2021 올해의 소설, 굿모닝 아메리카 북클럽 선정도서인 벨 그린J.P. 모건의 개인사서 벨 다 코스타 그린의 실화 소설이다. 자신의 모습을 감추어야 비로소 완전할 수 있었던 벨 그린의 삶을 조명하며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을 연다. 모두가 함께할 수 있었던 시대를 지나 흑과 백으로 나뉘는 시대를 직면하며 벨 마리온 그리너가 아닌 벨 다 코스타 그린으로 흑인이 아닌 백인으로 살게 된다. 벨 그린뿐만 아니라 집안 전체가 시대에 휘말리며 커다란 변화가 찾아온다.

 

자신의 모습을 감추어야 완전할 수 있는 순간을 반복하며 불안한 감정으로 내면을 채운다. 또한, 백인과 남성 중심의 업계에서 두드러지는 능력을 발휘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비밀을 안고 사는 대가는 컸지만, 백인으로서 누릴 수 있었던 삶은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다. 가족을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반드시 지금의 순간을 유지해야만 했다. 벨 그린이 백인으로 사는 것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가 자세히 기록되지 않아 작가들의 상상력으로 가득 채웠으나 사회의 보편적인 기준과 다르게 살아가기 위해 다분히 노력했던 모습은 상상력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피부색과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능력 자체로 인정받을 그 날이 찾아오길 바라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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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총을 쏴라 - 제8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김경순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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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고시에 낙방하던 한옥인은 총기 전문잡지 []에 지원하게 되었는데, 석 달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살인자가 되었을까? 어디에선가 시작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사건이 터진다. 대의를 위해 쓰일 장미총은 허울뿐인 성취로 바뀌었고 핏빛으로 가득한 바닥만이 그를 비출뿐이었다. 조그마한 바람은 잇따른 총구로 그 의미를 잃은 채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을 건너고 말았다. 죽은 사람과 죽인 사람만이 남아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는 듯했다. “총을 든 선인만이 총을 든 악인을 막을 수 있다.”라는 말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모르겠으나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서는 방법은 그들이 두려워할 만한 힘을 손에 쥐는 것뿐이다. 그런 과정을 겪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진정한 장미총을 발사하는 순간을 마주한다.

 

총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자체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살상의 위엄 때문이다.”라는 말이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다. 이 말이 주는 서늘함은 많은 이들을 앗아갔던 전쟁처럼 다수의 사람을 위험에 처하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온다. 그런 두려움은 다시 경계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자신의 두려움을 날카로운 공격성으로 드러내기 시작한다. 은연중에 펼쳐지는 일들은 과거와 달리 누군가의 온전한 책임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교묘하게 가려진 개인의 폭력성은 대의 폭력으로 위장되어 펼쳐지곤 하는데, 현대 사회의 폭력성을 잘 풀어낸 책이 바로 장미 총을 쏴라.’이다. 역사의 흐름은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사람으로 이루어진 집합체와 다름없다. 하지만 사람은 알면 알수록 더 알아야 할 것들로 가득하여 남겨진 기록으론 사람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다. 직접 책을 만나보면 알겠지만,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흐름으로 묵직함을 유지한다. 한 문장으로 이 책을 관통하듯 이 책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를 관통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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