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 그렇게 하루 종일 신나게 웃을 수도 있는 날이었다.

그런데 왜 그런 좋은 기분을 다른 누군가가 선사해주기만을 기다린 걸까.

내가 언제 진짜로 웃을 수 있는지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나인데.

내가 어떤 선물을 가장 좋아하고, 어떤 하루를 보내야 가장 기쁜지 제일 속속들이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나인데.

내 생일을 진심으로 정성껏 축하했어야 하는 사람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는데.

생각해보면 생일은 정말 대단한 날이다.

한 해를 무사히 버텨내고 또다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한다는 건, 엄청난 노력과 굉장한 행운이 모두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일대 사건이다.

그러니 어떻든 이렇게 살아남아 또다시 생일을 맞이한다는 건 실로 놀라운 축복이고 기적이 아닐 수 없다.

혹 다른 이들이 그 경이와 아름다움을 몰라준대도, 내가 내 시간들을 잘 버티고 살아내 새로운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진실만큼은 절대 훼손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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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새 화병 안의 물을 모두 삼키고 활짝 피어올라 있었다. 시들기는커녕 전보다 더 풍성해지고 해사해져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뭉클했다. 역시 꽃들은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만 살아내고 있었다. 그래, 그럼 그렇지. 누가 누굴 걱정하고 앉았니. 나나 잘하자. 제발 나도 꽃처럼 잘 좀 살아보자.

늘 꽃을 좋아했던 건 아니다. 그렇다고 딱히 싫어했다든가 하는 건 아니고, 그냥 별 관심이 없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생의 대부분 동안 나는 꽃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 채 그냥 살아왔다. 내가 자라나느라 바쁘고 정신없어서. 나를 피워 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숨차고 버거워서.

물론 내 삶을 살아내느라 보지 못한 것이 어디 꽃 하나뿐일까 싶긴 하지만.

꽃잎 물들어가듯 절로 좋은 마음이 우러나는 순간들이 내게도 가끔 한 번씩은 찾아와주었다

가만. 그런데 지금 보니 꽃 때문이 아니었네. 꽃과 함께 다가온 사람들이 내게 좋은 마음을 전해주었네. 꽃 속에 사람이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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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사람들은 각자의 호불호好不好라는 게 있잖아? 그런데 너는 호호호好好好가 있는 것 같아." 이미 술도 잔뜩 취했고, 그래서 더 무슨 말인지 모르겠던 나는 그저 호호호 웃기만 했다

"너는 웬만하면 다 진심으로 좋아하잖아.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고. 어떤 건 그냥 좋아하고, 다른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고……."

나의 수많은 사랑들을 다시 돌아보고 되찾고 싶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정말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엇을 진짜 좋아했고 어떤 삶을 진심으로 원했는지 다시 제대로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하는 마음들을 찾아 나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요즘은 핸드폰 메모장에 기록하는데, 그 역시 유머 기록장으로 변질되는 중이다.

최근 들었던 가장 재밌는 이야기는, 누나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남동생에게 엄마가 "요즘 너희 누나 엄청 바빠. 회사 일도 많고, 판교까지 텔레파시도 배우러 다니잖아" 했다는 일화다(어머님, 필라테스요).

저 이야기를 들은 날 종일 배가 찢어지게 웃으며 99퍼센트의 확률로 ‘키친타월’을 ‘치킨타월’이라 부르는 우리 엄마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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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열심히 살아보고 누군가의 손을 잡아 끌어주는 일.

온몸으로 부딪쳐서 수없이 깨져보고 그렇게 얻은 삶의 지혜와 열정을 사람들과 나누는 일이야말로 ‘강사의 일’이라 나는 생각한다

코로나로 10년 이상 앞당겨진 세상, ‘온라인 신도시’에서 살아가기 위한 필수 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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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사연’ 소개하는 일을 오래도록 해왔으나 이제 ‘나의 사연’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더 늦기 전에 이쯤에서,
나를 들여다본 일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그맨이 썼다고 해서 웃길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그 기대를 내려놓으시길.

16세짜리 아들과 아내와 살고 있는 쉰 살의 대한민국 가장, 직업이 개그맨인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내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른 사람과 얘기를 나눠본 적은 종종 있었다.

내 인생 어느 시기에, 당시의 삶에 대해 칭찬이든 지적이든 위로든 다른 사람과 서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상대방에게 ‘나’를 털어놓게 된다

스무 살 이후부터 20년 넘게, 나 자신을 포장이라도 해서 남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마음이 진짜 나를 드러내고자 했던 마음을 늘 막아서고 있었다

몇 해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내게 주고 간 큰 선물이 있다

"태균아, 인생은 허무하도록 짧단다. 나중은 없으니까 지금이라도 네가 좋아하는 거, 네가 뭘 하면 행복한지를 찾아서 즐기면서 살아."

엄마의 귀한 선물을 받은 후 나는 남이 바라보는 나보다는 ‘내가 보는 나’에 집중했다.

나를 알고 싶었다. 그러려면 대화가 필요했다. 나 자신과의 발가벗겨진 솔직한 대화 말이다.

지금의 내가 그 시절의 나를 위로하는 거였다.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구나. 태균아, 지금 잘하고 있어.’

글을 쓰면서 어설프고 서툴고 나약한 나를 발견했고, 그런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50년을 살았지만 많이 늦은 것 같지는 않다.

더 늦기 전에 이쯤에서, 나를 들여다본 일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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