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만들기 - 전2권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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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자랐지만 엄격한 토종 한국인 아버지로부터 교육받아서 뼛속까지 한국인인 아름답고 똑똑한 <진짜 날라리 여우>와 비정한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어머니의 영향으로 사랑을 비웃고 믿지않는 <칼날같은 바람둥이 호랑이>의 자석같은 사랑이야기.

 

 

언니 상은이 아버지의 계획대로 한국에 가서 한국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뒤 이제는 자신을 보내려 한다는 걸 이미 뻔히 알고 있던 효은. 그녀는 경제학과 마케팅분야를 전공했으며 영어,불어등 4개국어에 능통할 정도로 똑똑한데다가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번씩은 뒤돌아볼만큼 늘씬하고 아름다웠다. 언니인 상은이 평범한 얼굴에 지적이고 선한 맑음이 매력이었다면, 효은은 반짝거리는 영리함과 한마디의 말과 미소만으로도 상대를 끌어들일 수 있는 화려함이 매력이었다. 게다가 그런 자신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있고 그것을 적절하게 이용할 줄 알기때문에 그녀는 <진짜 날라리>가 될수 있었다.

 

아버지는 연극을 해서 보냈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효은이 한국에 온것은 순전히 자신의 '귀소본능'에 의한 것이었고 지금이 제자리로 돌아올 적당한 때란 판단때문이었다. 그리고 만나게 된다. 칼날같이 날카롭고 인정사정 없는 사업수완에 여자를 만날때조차도 앞과 뒤를 계산하며 만나는 바람둥이 사장, 김대운.

 

첫만남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대운과 효은. 효은이 형부와 통화하면서 장난 친 말들을 우연히 듣게된 대운은 그녀가 유부남을 꼬시는 행실이 나쁜 여자라 판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시선이 가고 자석처럼 끌리는 신경을 막을수가 없었다. 결국 멀리 두느니 자신과 가까이 두기로 결심한 대운은 그녀의 경력으론 어림도 없는 사장 비서실에 그녀를 배치하게된다. 하지만, 그것이 더 그를 괴롭히게 되는 결과가 될 줄이야.

 

영리한 여우인 효은은 대운과 자신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전류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고, 대운이 자신을 일부러 멀리하고 냉정하게 대할때도 자신한테 몸이 달아 있다는 걸 알고있었다. 그녀 자신 만큼이나 그 역시도 자신을 피할 수 없음을. 하지만 곧 넘어 올 듯 하면서도 한 고집하는 대운은 일부러 효은을 화나게 하려는 듯 정상적인 남녀사이의 절차를 무시하고 '거래'하듯이 그녀를 설득한다.

"얼마가 필요한 거야. 금액을 말하라고." 그 말에 효은은 운명이라 점찍었던 그를 포기해야 하나 얼마간 망설이지만, 곧 악당 하나 인간 만들어 같이 잘 살아보자는 좀 전의 계획을 고수하기로 한다. 그러고는 자신을 모욕한 그에게 형부와 사둔총각과 형부의 친구-'인연찾기'에서 여준의 잘생기고 매너있는 바람둥이 친구로 나오는 신후였다-까지 동원해가며 그의 속을 태움으로써 확실하게 복수를 해준다.

 

이제 인내력의 끝을 달리던 대운은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하면서도 효은에게 "같이 살자"고 말한다. 곧 자신의 철저한 독립생활을 포기한다는 뜻이었지만, 더이상 이 여자를 혼자 둘 수 없다는 생각에 던진 카드였다. 하지만, 이 여자. 감사히 받지는 못할망정 결혼신청을 하란다. 대운은 기가막혔다.

 

아버지란 인간에게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먼 이국땅에서 버려져 끝내 쓸쓸히 돌아가신 어머니...그 어머니의 유언같은 말은 "사랑은 불같은 감정"이라 영원토록 지속될수 없고, 오히려 "그 감정을 악용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또 "사랑이란 이름으로 다가오는 여자를 믿지 말라"는 것도. 당연히 그는 어머니의 말을 믿는다. 혼자 남겨진 그에게 세상은 너무나 외롭고 힘든곳이었고, 단 한번 어머니의 말씀을 어겼을때 어김없이 배신이라는 부메랑이 돌아왔기때문에.

 

하지만, 고민하는 대운을 대신해 이번엔 효은이 대운의 손을 들어주어 그의 곁으로 다가간다. '손 끝 하나 안 건드리는' 동거에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곧 자신의 비서로 곁에 두었을때처럼 이번에도 대운은 또 자신의 결정에 발등을 찍어야했다. 곁에 데려다놓으면 감시하기가 훨씬 쉬울줄 알았던 자신의 생각이 철저하게 오판이었기에. 그녀는 너무나도 자신의 사생활을 잘 즐겼고, 너무나 쉽게 자신을 무시했으며, 편안해 보이는데 비해 자신은 하루종일 그녀에게서 헤어나질 못했으므로. 

 

그렇게 서로에 대해 신경만 곤두세우다가 기회처럼 찾아온 대운의 생일을 기점으로 둘은 감추고 있던 서로의 감정에 대해서 알게되었고, 그로 인해 대운이 십여일만의 출장에서 돌아왔을때 마침내 둘은 사랑을 나누게 된다. 사랑의 감정이 충만해 진 두 연인....이때쯤 태어난 언니 상은의 아기를 안고있는 효은을 본 순간 대운은 자신의 아이를 안고 있는 그녀를 상상하게 되고, 마침내 결혼을 결심하게된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하고 여전히 '사랑'이라는 감정을 거부하고 비웃으며 무작정 결혼을 졸라대는 대운에게 효은은 딱 잘라 거절한다. 이런 상황에서 만삭의 몸을 한 여인이 효은을 찾아와 대운의 아이라며 물러나 줄것을 애원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모든일에 대범하고 이미 그에대해서는 모든것을 포용할수 있다 생각했던 효은은 충격에 빠진다.....

 

 

 

.....비정한 아버지에게 멋지게 복수를 하는 동시에 원수처럼 대하던 이복형제와는 감추었던 동질의 아픔을 느낌으로써 '가족'을 찾게되는 대운과 그의 곁에서 유일하게 가족이라 인정하는 '사랑하는 아내'가 된 효은.

 

이제 두 사람은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며 '사랑해'란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다...

 

 

 

뭐.....그렇게 나쁘진 않다.

끝으로 갈수록 괜찮아 지기는 하지만, 앞선 시리즈인 <인연찾기-인연만들기1>의 기대치를 갖고 보면 이 작품의 주인공들의 매력이 좀 떨어진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건 내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지만 너무 강한 악당 이미지의 남주도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아름답고 화려하고 멋지기만 하다는 여주도 어쩐지 거부감이 든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끌어들이기 위해 너무 육체적 끌림을 강조한 것도 내심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또, 시리즈물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는 앞선 시리즈의 인물 얘기가 '간간히'가 아니라 너무 '자주' 나오는것도 두명의 주인공이 아니라 네명의 -물론, 앞선 시리즈를 읽은 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감정이겠지만- 주인공이 나오는 듯한 기분이 들어 산만했던것도 사실이다. 

 

하하하하....이건 뭐....^^;; 성토하는 분위기가 되버렸지만, 그래도 현고운님의 작품이니 일단 용서가 되고, 뭐니뭐니 해도 시리즈에 약한 나로서는 안 읽었어도 궁금해서 발뻗고 못 잤을테니 작품을 써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히 읽어야지...^^;;

 

다만 마지막으로, 제발 '멋지고 잘생기고 잰틀하기까지 하다'고 구구절절히 두권의 책 모두에 소개해주시고 그를 주인공으로 삼지 않으시는 이유를 알고 싶을 뿐이고! 어서 이번 드라마를 기회로 잊어버리셨던 여준의 친구 <민신후>도 짝을 찾아주십사 소망하는 것 뿐이고! ~~~~~~ ^^


 

 

 

"처형도 효은이 같은가요?"

 

내키지도 않는 녹차를 입에 가져가며 대운이 물었다.

 

"물론 아니지. 내 와이프가 훨씬 매력적이네."

 

긍정 비슷한 그 말은 효은이보다 고집도 덜 부리고 심술도 없으며 덜 뻔뻔하다는 이야기일까.

 

"처제보다 조금은 순종적이라는 얘기지."

 

이번에도 그의 눈빛을 읽어내며 여준이라는 남자가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기가 막힌다는 듯 한 마디를 더 붙였다.

 

"순종이라니. 정말 어울리지 않는 말이군. 그나마 말이네. 무튼 대충 그렇네."

 

"좋으시겠습니다."

 

대운이 부러운 눈빛으로 여준을 바라봤다. ...아주 조금만 더 순종적이 돼준다면 매일 업고 다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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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하듯 중얼거리던 그는 마지막 말은 아주 작게 속삭였다.

 

"아무한테도 보여주기 싫어. 혹시라도 당신이 항상 원하는 남자가 나타날까봐. 그러면 어떡해?"

 

"어떤 남자요?"

 

"좋은 남자. 제대로 된 가정에서 바르게 자란 건전한 상식을 가진, 내가 결

코 될 수 없는 남자."

 

그는 그녀가 한 말을 가슴에 담고 있었나 보다. 흔들림 없이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아픈 눈빛에 효은의 가슴속에는 멍울이 지는 듯하다.

 

"난 처음부터 좋은 남자가 아니야. 하지만 내게 여자는 언제나 너뿐이야. 난 변하지 않아. 그것밖에는 해줄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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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찾기 - 단편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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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능력있고 준수하고 게다가 부유하기까지 한 신체건강한 남자와 캐나다에서 자라고 변호사까지 된 유능하고 사랑스러운 여자가 부모님들의 계략으로 만나 사랑을 하고 인연을 맺게되는 이야기.

 여준은 갑작스런 아버지-대한그룹 회장-의 이야기에 황당함을 넘어서 분노를 느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웬 갑자기 나타난 약혼녀라니… 한번도 본적없는 여자와 결혼을 하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이 어렵게 지켜내고 본 궤도에 올려놓은 회사를 자신이 극도로 싫어하는 매형에게 넘긴다는 협박까지 하는 아버지. 마지못해 마중나간 공항엔 그다지 예쁘지도 않고 매력적이지 않은 '날라리'에 '볼것 없는'여자가 와있었다. 얼마나 매력이 없으면, 캐나다에 살면서 여기까지 남자를 찾아서 올까 싶었다.  

  그 날라리라고 소개 받았던 여자는 변호사 과정을 1년 남겨둔 수재였으며 고집과 당돌함과 다정함과 사랑스러움을 동시에 갖춘 여자, 한상은이었다. 그녀 역시 미국으로 유학가서 공부 잘 하다가 -완벽한 왕자님 알렉스라는 변호사 남자친구에게 청혼까지 받았다 - 아버지로부터 뚱딴지같이 약혼자가 있다며 자신이 죽기전에-물론, 연극이었다- 1년만 한국에 가서 머물러 있다 오라는 부탁같은 협박을 받고 귀국한 상태였다. 그 약혼자라는 남자가 바람둥이에 여자 보는 눈은 없다는 평과 함께.   

  그렇게 처음 만난 둘은 개와 고양이 처럼 으르렁 거리지만, 둘다 결혼에 부정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고는 작전을 짠다. 두 아버지의 말대로 '생날라리'에 '바람둥이'가 되어서 양가부모님들을 실망시켜서 파혼을 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말그대로 둘은 "오월동주"였기에.그날부터 상은은 야한 옷차림과 양아치같은 머리스타일로 변신을 했고, 여준은 완벽한 바람둥이처럼 여자들을 몰고다녔다.

  하지만 첫날 작전을 위해 변신한 상은을 보고 여준은 그 여자가 공항에서 만난 심심한 여자와 동일인인지 뜨끔한다. 그리고 그녀가 보이는 눈웃음과 당당함과 명석함에 매료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그녀와의 결혼을 생각하게되고 상은 역시 처음에 툴툴대고 고압적으로만 보이던 여준의 다정함과 속깊은 마음씀을 알게되자 그를 향해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여준 가족들의 열화와 같은 하지만 결코 들켜서는 안되는 피나는 노력들이 있었다. 질투작전부터, 데이트 작전 , 반협박까지...^^

  이때 즈음, 늘 그렇듯이 방해하는 경쟁자들이 나타난다. 상은이 오기전 여준이 만나던 혜림이라는 여자가 둘 사이에서 방해를 하지만, 현명하고 당당한 상은은 지혜롭게 그 여자를 물리치고 동시에 자신을 찾아 한국에 온 알렉스와도 정리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알렉스와 마지막 작별인사로 포옹하는 장면을 보게된 여준은 상은을 오해하고 불같은 성질에 떠나버리라고 말한다.  

  상은 역시 해명의 기회도 주지 않는 여준에게 화를 내고 다시 자기를 찾아올땐 싹싹 빌어야 할거라고 예언같은 말을 하고 진짜로 떠나버린다. 사랑하지만, 너무 불같은 그의 성질을 한번은 눌러주리라 결심하며. 그리고 진짜로 여준은 일주일만에 그녀를 찾아 지구를 반 바퀴 돌아 미국을 거쳐 캐나다로 간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와 만나 사랑을 이룬다. 결혼 후에도 상은의 남은 공부때문에 떨어져 있어야 했지만, 여준은 그녀를 넓은 마음으로 사랑한다는 맹세를 지키며 미국과 한국을 오간다. 2세를 꿈꾸며… 
 

ㅋㅋㅋ… 이것도  재밌었다.  현고운님은 정말 사람을 한번도 실망을 시키지 않는다. 

내용이 간결하고 뻔하면서도 같이 흥분되어지고 웃음짓게된다.  얼핏 느낌은 내가 현고운님의 작품중 제일 좋아하는 <1%의 어떤것>과 비슷하다. 여주와 남주의 대화도 스토리 전개도.  

다만, 이 작품은 제목이 너무 밋밋하다고 생각했다.  내용에 미치지 못 할 정도로.  그래서 히트를 못친것이 아닐까라고.  그런데, 요새 이 작품이 시리즈물인 <운명사랑하기>와 세트로 같이 묶여 드라마화 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인연만들기1,2> 제목은 별반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드라마는 안봐서 모르겠지만 아마도 재밌으리라.  

어쨌든, 이 책속에 나오는 여러 조연들 중에 시리즈물인 <운명 사랑하기=인연만들기 2>의 등장인물들도 나오는데, 여주의 여동생 효은은 주인공으로, 남주의 친구 신후는 여전히 조연으로 나온다. 음...개인적으로 난 이 둘이 엮였다면 더 재밌는 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하나 더 동생 효은의 운명적 사랑 얘기 보다 상은의 인연을 찾는 얘기가 더 깔끔하고 재밌었다. <운명사랑하기>의 주인공이 갖은 부와 아름다움과 화려함등이 이글 속 주인공인 여준의 다정다감함과 상은의 똘똘한 사랑스러움을 넘어서질 못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눈이 가만히 마주치고 상은이 여준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자, 그는 그동안 자신이 이 여자의 얼굴을 보고 싶어 했다는 걸 깨달았다.  둘의 눈빛을 가만히 바라보던 김 회장과 박여사도 슬쩍 미소를 지었다. 이래서 어른이 필요한 법이다.  

"흠." 

김회장의 낮은 기침 소리에 여준과 상은은 얼른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버지의 얼굴이 못마땅하게 그들을 향하고 있다. 

"죄송합니다. 뭐라고 그러셨어요?" 

여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직 뭐라고 안 그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가야지요?" 

벌써11시가 넘고있다.  현관으로 향하던 여준이 갑자기 뒤돌아 그녀에게 다가왔다. 

"뭐 하는 거예요?" 

그가 멀뚱히 서 있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아왔다. 

"인사." 

여준은 빙긋 웃으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거실 벽에 몸을 밀어붙였다. 

"이봐, 눈 감아야지." 

..............시간이 멈추어진 듯하다. 

"상은아, 난 캐나다식 인사가 마음에 들어." 

"이게 인사라고?" 

사람 정신을 홀딱 빼놓고 정작 본인은 저렇게 만족한 눈빛으로 환하게 웃으며 집을 나서고 있다. 어쩌면 아버지 말씀이 옳을지도 몰랐다. 대책 없는 바람둥이가 아니라면 이렇게 키스를 할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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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월 1
최은경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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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사람의 마음속을 읽을수 있는 능력을 가진 천방지축 소녀와, 어려서 아비를 잃고 왕에게 돌아간 어미 덕분에 태자와는 동복형제가 되어 세상에 자신을 내보이지 못하고 평생을 엎드려 지내야만 했던 비운의 남자가 만나 어렵게 만들어낸 사랑이야기.

  달은 갓난쟁이때 버려져서 팔로와 소선에 의해 키워졌다. 한때 기행가무단을 쫒아다녔던 경험으로 팔로는 변장에 가까운 화장술을 알고 있었고, 소선은 잠시나마 신내림을 받았던 무당으로서 흉내는 낼줄알아서 그런것을 조합해서 셋은 사람들을 상대로 점을 쳐주고 굿을 해주면서 근근히 먹고 살았다. 이제 15살이 된 달은 길거리에서 커온 아이답게 거칠고 당당했으며 겁이 없었다. 그리고 가끔은 진짜로 신이 내렸는지 다른사람의 생각이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물론 가짜로 사기를 치면서 살았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언젠가 한번 사기를 치다가 달이를 눈여겨본 양반놈 하나가 달이를 보쌈해 갔다가 달이한테 귀를 물리고, 팔로가 지른 불에 세간살이 태워먹은 놈한테 쫒기는 상황이 된다. 그때 우연히 타고 넘어간 집에서 처음으로 수륜을 만난다.

  은 침상에 누워 뭉친 근육을 풀어줄 안마사를 기다리다가 얼떨결에 들어선 달에의해 칼로 위협을 받았다. 물론, 사의부 태령으로 있는 그의 실력이면 눈깜짝할새 그녀를 제압할수 있었지만, 계집처럼 생긴 사내가 자신을 내리 누르자 호기심이 생겼다. 달은 자신의 엉터리 혈 짚기가 제대로 먹혔는줄 알고 쫒는 자들이 방문을 열기 직전 머리를 풀어헤치고 알몸이 되어서 그의 몸위에 올라타고 마치 교합을 하는것처럼 꾸며 위기를 모면한다. 하지만, 그 순간 륜이 그녀를 올라타고 달은 그가 보통사내가 아니라는걸 알게된다. 감정없이 무표정한 잘생긴 얼굴에 재밌어하는 기색이 잠시 스쳤지만, 륜 역시 달이 보통의 여인네가 아니라는걸 짐작했기에 복잡해지기 싫어 고히 그녀를 보내주려한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륜의 몸에 손을 댄 순간 그의 생각이 읽혀졌고, 그가 나긋나긋한 여자 안마사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되자 저도 모르게 빈정거리게된다. 이것이 륜과 달을 얽히게 해줄 인연의 시작이었다.  

  륜은 현왕이 총애하는 송귀비의 아들이었고 동시에 태자의 동복형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송귀비가 사별한 전남편의 아들을 두고 왕에게 재가를 한셈이었다. 원래 왕과 송귀비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정략적인 이유로 륜의 아버지와 혼인을 하게 된 것이었고, 여전히 왕을 그리워한다는걸 알면서도 륜의 아버지는 그녀를 사랑했고 아꼈다. 그러다 먼저 죽게되어 혼자가 되자 왕은 이번에는 신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그녀를 자신의 총비로 만들었다. 대신에 륜은 어미를 잃고 혼자가 됬다. 어미는 내내 가슴아파하며 그를 봤지만, 태자의 동복형이라는 존재는 태자에게조차도 흠이됬기에 사이가 좋지 않았고, 현왕 마저도 미안한 마음이 있으면서도 그를 능력만큼 중요직에 배치하지 못했다. 그러다 마침내 그의 나이 23이 되었을때 왕이 그를 불렀다. 그리고 사의서-죽은 사람의 원인을 밝혀내 범인을 색출하는 부서- 태령자리를 맡긴다. 처음에 륜은 태자의 위치를 생각해 거절했지만, 마침내 이것이 그가 세상에 나갈 마지막 기회라는점에 받아들인다.  

  그렇게 맡게된 사의서 태령. 원래, 겉으로 드러나는 그의 이미지는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세상을 유람이나 하며 가끔씩 사의서에 들러 비문이나 베껴두는 일이었으나 사실 그는 어려서부터 속으로 쌓인 울분을 법의 통제하에 이루어지지 못하는 처벌을 밤을 이용해 대신 처리해주는 살인귀였다. 그 사실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심복인 무소만이 아는 사실이었다. 이제 그 살수가 다른이들의 손에 억울하게 죽은자들의 원한을 풀어주는 일을 맡게 된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숨겨진 능력은 곧 만천하에 널리 알려져 모든 이들이 경계의 눈초리로 그를 지켜보기에 이른다. 그를 경계할수도 확실히 살갑게 대하고 싶지도 않은 복잡한 심정을 갖고 있는 태자마저도. 하지만, 어찌됬든 그들은 피를 나눈형제. 태자는 은밀히 륜을 불러 사의서의 세를 불려서 자신의 힘이 되줄것을 청한다. 륜은 당연히 그것을 받아들였고, 뛰어난 두뇌와 리더십으로 태만과 뇌물이 오가던 사의서는 이제는 노력하고 공부하는자, 청렴한자만이 살아남게 되었다.  

  그런곳에 륜은 달을 불러들인다. 처음엔 그녀의 능력을 의심해 여러가지 시험을 하지만, 결국 그녀가 확실히 사람의 마음을 읽을수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풀기 어려운 여러가지 사건들에 그녀를 투입한다. 그러는 와중에도 첫눈에 륜에게 반했던 달은 끊임없이 륜을 유혹하지만, 륜은 끝내 위험할정도로 달콤한 그녀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달은 점점 더 애가 탄다. 그런 와중에 남장을 하고 사의서에 있던 달을 겁탈하려던 소장이 자다가 갑자기 죽는 일이 발생한다. 워낙 흔적없는 죽음이라 아무런 의심없이 그 사건은 덮어지고만다.  

한편 송귀비는 이제 륜을 혼인시켜 정착시키려 양갓집 규수들의 초상화를 들이밀고 있었고, 우연히 그초상화들을 보게된 달은 붓으로 마구 장난질을 친다. 자신이 좋아하는 륜에게 어울릴만한 규수들이란 생각에 화가나고 질투가 나서였지만, 이 일을 기회로 륜은 그녀를 확실히 다잡기 위해 또 혼란스런 자신의 마음도 쳐내기 위해 차갑게 내치고 만다. 이만한 일에 자신을 내치는 륜에게 야속하고 화가나서 달도 박차고 나가버린다. 그리고 몇날며칠을 앓아눕는다. 

 그렇게 열병을 앓고난 후 팔로와 소선이 열어놓은 화장품가게에서 장사를 도우며 살던 어느날 저녁 우울한 마음에 술을 잔뜩마시고 길거리를 걸으며 빙글빙글 춤을 추기도 하였는데, 그때 붉은 종이비가 뿌려졌다. 불손하게도 '새로운 큰 왕이 나타났다'라는 글귀였다. 다분히 역도의 냄새가 나는 내용이었지만, 서민들은 그저 그러려니 했고, 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며칠후 무소가 찾아와 요새 륜이 골치를 썩고 있는 사건을 달이 도와주면 해결이 빠를것같다고 귀띰을 해준다. 그 자리에선 거절했지만, 륜을 위해서라면 발벗고 나서는 달이었다.  

그런데, 그 사건이라는 것이 치정에 얽힌 사건이고 게다가 달이 확인해주었으면 하는것이 용의자인 남성의 성기부분에 음모가 있느냐 없느냐 였다. 그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단하나. 그 용의자인 대갓집 아들을 만나 자연스럽게 유혹해서 아랫도리를 벗겨보는 수밖에. 천신만고끝에 그를 찾아내서 작정하고 달이 유혹해 드디어 그의 바지속에 손을 넣으려는 찰나에 팔로에게서 소식을 들은 륜이 도착한다. 그리고 무작정 그녀를 들쳐메고는 산을 내려오다 눈밭에 그녀를 팽개친다. 그제서야 자신을 빼온것이 륜이라는걸 알아본 그녀는 거의 알몸인 자신의 상태에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막상 륜이 수치를 모른다며 화를 내자 오히려 차갑게 그를 일별하며 하던일을 마저 끝내고 대갓집 아들의 첩으로 들어가련다 말한다. 륜은 자신이 아까 보았던 광경에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바로 질투라는 걸 인정해야했다.  

  마침내 자신이 이 천방지축에 품위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지만, 오로지 자신만을 해바라기하며 맹목적인 사랑을 해주는 영악하고도 보드라운 달을 사랑하게 됬다는 걸. 그래서 눈밭에서 그녀를 안는다. 그녀가 까무라칠 정도로 절정으로 치닫게 하지만, 결코 완전하게 그녀와 결합하지는 않는다. 궁금해 하는 그녀에게 정식으로 혼인하기 전에는 관계를 갖지 않을거라 얘기한다. 신분의 차이때문에 정실로 맞을수는 없지만, 자신에게 혼인은 단한번뿐이기때문에 후실이지만 정실같은 아내의 자리를 말하는거였다. 달은 감동했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즈음, 태자를 밀어내고 다른 왕손을 추대하려는 세력이 비밀 종교세력을 등에업고 무차별적인 납치와 살인을 해대서 민심은 흉흉해졌고, 달이 역시 그들이 종이를 뿌릴때 옆에 있었다는 이유로 금부에 잡혀갔다가 륜에 의해 풀려나는 일도 발생한다. 

  그러한때 달이 팔로를 따라 기생집에 화장품을 팔러갔다가 그 이상한 비밀세력의 모임에 참가하게 되었고, 비밀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위험한줄 알면서도 륜이 말리는 것도 뿌리치고 -태자가 신분의 상승을 약속했기에, 그렇게만 된다면 자신이 륜의 당당한 정실이 될수도 있기에- 위험한 종교세력의 근거지로 잠입한다. 무소와 함께 였지만 미친척하며 사람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다행히 종파의 단장은 달의 능력을 높이샀고 잠입에 성공 했지만, 륜과 약속했던 10일안에 탈출은 할수 없었다.  

  륜은 륜대로 밖에서 잔당들을 잡아들여 마침내 본거지를 찾아낼수 있었고, 이제 습격하는 일만 남았지만, 태자가 그를 막았다. 그들의 배후세력까지 알아내려면 달이 돌아올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륜이 사정했지만, 태자는 매몰차게 그를 가둬버렸다. 11일째 되는날. 태자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고 마침내 결심한 륜은 태자의 수하들을 헤치우고 탈출해서 사의서의 부하들만을 끌고 비밀종교단체의 본거지를 치러간다. 그 소식에 태자는 배신감에 치를 떨지만, 륜은 아슬아슬하게 죽음직전의 달을 구출해내고 본거지도 소탕함으로써 그의 능력을 세상에 알리게된다. 이제 륜은 본격적으로 어머니 송귀비와 주변사람들에게 달과 혼인할거라고 공표를 하고 다녔고 달 역시 륜과의 혼인으로 행복한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기에 이제부터 그들에게 커다란 시련이 닥칠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자신의 말을 어긴 륜을 괘씸하게 여긴 태자가 난데없이 각부서의 감사에 들어간것이다. 그 과정에서 륜의 오랜 수하인 오작노인-시체의 검시를 하는 노인-이 오래전 달을 겁탈하려다 가벼운 징계만 받고 풀려난 후 급살을 맞은 자의 서류에서 헛점을 발견한다. 그는 오직 상사의 오점을 감추기 위해 그것을 은닉하려다 하필 그때 들이닥친 감사장에게 들켰고, 그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져버렸다. 사실 그때 달을 겁탈하려던 놈을 소리없이 죽인자는 륜이었고,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무소와 륜밖에 없었다. 오작노인을 고신하기 시작했고, 끝내 입을 열지 않아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갈쯤 누군가 죽은자가 겁탈하려던 자를 보았다 했고 이제 달이 남장을 한채 사의서에 있었다는 사실까지 밝혀질 지경까지 왔다.  

  그때 주인을 대신해 무소가 자신이 범인임을 자백했고, 동시에 륜도 자백했다. 불길이 이상한데까지 번지자 태자는 당황했다. 그는 그저 자신의 믿음에 배신을 한 동복형의 세력을 조금 줄이려고 했을 뿐인 일에 륜이 살인죄로 사형을 당할 위기에 처하자 그를 구명하기 위해 백방으로 방법을 도모한다. 그러다 드디어 겁탈당하려던 궁수인이 남장을 한 달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주저없이 달에게 모든 사실을 알리고 륜을 살리라고 말한다. 그 말은 곧 달이 대신 살인죄를 쓰고 죽어야한다는 소리였다. 달은 즉각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감사하다고도 한다. 그리고 실제로 마비약으로 기절한 륜에게 다가가 그의 생각을 읽고 어떻게해서 그를 죽였는지 알아낸다. 그리고 천연덕스럽게 자신이 그를 죽였음을 인정하고 사형을 선도받는다. 이제 륜은 살수있다. 달은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 태자는 그런 둘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졌고, 그녀의 사형방법으로 수장을 택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물에 던져지던 순간에 태자 자신도 화살을 맞는 부상을 당했지만, 륜은 살려냈다. 거짓자백을 했다는 이유로 무소와 함께 국외로 추방형이 내려진 륜은  자기 대신 달이 사형을 당했다는 태자의 말에 극렬하게 항의하지만, 죄인의 신분으로 죽지않을만큼 맞은것이 다였다. 돌아서는 태자 역시 마음이 안좋았지만, 지금 륜의 입을 다물게 하는것이 더 급선무였으므로.  

  그렇게 수개월의 세월의 흐른뒤, 추방길에 따라와 몰래 그들의 보퉁이에 금가락지를 떨어뜨려준 소선 덕분에 집 한칸에 산을 일구어 밭을 경작하게된 륜과 무소. 경험없는 일이라 서툴러도 이제 웬만큼은 자리를 잡아 편안해져있었다. 다만, 가끔씩 륜의 가슴 한쪽이 아리도록 아픈것은 달을 잊지 말라는 신호인듯했고 륜은 그것이 고마웠다. 그러던 어느날 오랜만에 장에 나섰던 륜의 귓가에 야바위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나도 그립고, 너무나도 익숙한 그녀의 목소리…. 바로, 그녀였다. 귀신도 환영도 아닌. 바로 달이었다 
 

  태자는 사형 날 달을 살리기 위해 미리 물가에 자신의 사람들을 풀어놓았고, 자신이 화살에 맞음으로써 그녀의 시체를 확인해야할 사람들의 시선을 흩어놓았다. 그래서 그녀는 무사히 살아서 륜앞에 서게된것이다. 륜은 믿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그녀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원망의 마음만 가득했던 태자에게 죄스러웠다. 이제는 황제가 된 동복동생으로부터 통행증을 받은것은 그 얼마후. 달과 정식 부부가 되고 달이 임신까지 한 후였다. 륜과 무소와 함께 행복에 겨워 웃음지으면서도 고향과 양부모가 그리워 눈물짓는다는 걸 알고있던 륜은 그녀에게 별을 따주마 약속하고는 통행증을 보여준다. 륜에게 천방지축 그녀는 별이자 아주 환하게 빛나는 달이었다.  

  오후~~~~!!! 원더풀!!!! 너무 멋있고, 근사한 소설이었다. 스토리도, 내용도, 남주도 특이한 여주도, 또 전혀 끌리지 않았던 태자까지도.  륜은 태자도 아니고, 귀공자도 아니고 왕도 아니지만, 힘이 있는 정말 멋있는 남자다. 최은경님의 유명한 작품 <무휘의 비>보다  훨 나은 글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CSI 를 표방했으면 좀더 글 나중까지 남주의 길을 모색해줬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잘나가던 적임을 이렇게 한없이 초라하게 끝내놓고 여주와 만나게 하다니…
물론, 뭐… 여주의 신분과 맞춰놓고, 또 그동안 남주가 저지른 살생에 대한 책임이라고도 할수 있지만, 이 책이 화홍이나 무희의 비보다 히트를 못친 이유가 그것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다.  

  기란이나 무휘의 비나 청랑이나 연의 바다처럼 남주의 자리를 보존하면서 (프레지던트도 있네) 여주와 사랑을 이루는 글들이 더 히트를 치니까. <궁에는 개꽃이 산다>나 <2천년만의 프로포즈><가스라기>등과 같이 남주의 지위나 신분, 능력을 버리는 것등은 감동적이긴 하지만, 동시에 아쉽기도 하다. …이 책도 그렇다…에휴…  

그렇긴 해도 첫눈에 반해서 이해 안 갈 소유욕을 드러내는 남주보다 서서히 자신의 마음속에 스며드는 여주에대한 사랑을 입으로가 아닌 생각하는 독백형식으로 내뱉는 남주의 사랑이 은근히 감동적이고 멋있었다. 또 천방지축에 잔머리 대왕에 화장 지운 얼굴은 평범 그 자체이긴 해도 한결같이 남주만을 향한 일편단심에다 꾸밈없는 내숭 제로, 사랑을 위해 주저없이 목숨을 버리려는 여주의 캐릭터도 사랑스러웠다. (처음엔 좀 적응이 안되기도...) 

최은경님의 다른 소설들보다 확실히 차이나면서 은근히 기억에 남는 멋있는 남주, 귀여운 여주였다. ^^ 

"네가 꽃이라면 좋겠다. 조약돌이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꽃이라면 내 손안에 두고 나 아닌 다른 어떤 사람도 만지지 못하게 할 수 있을 테니까"....... 륜....

 

"죽을 수도 있다. 그래도 가겠느냐?" 

"한마디만 하거라. 그리하면 감출 테다.  

       누가 됐던지 네 머리털 하나 닿지 못하도록 그리......." 

 

"이러지 마소서! 제가 원하는 유일한 것을 강탈하지 마옵소서!" .....륜... 

 

"네가 없고 천제만 있는 곳은 내게 극락이 아니라 지옥이다. 부동명왕이 있고 영원히 꺼지지 않는 열화지옥이 있는 지옥도 너만 있으면 그곳이 바로 내 극락이니라!" ........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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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휴가
김경미 지음 / 로코코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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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만사 모든일에 이상할 정도로 무심하고 초연해서 자신을 내던지듯 사는 여자 스파이와 어려서부터 집안의 후계자로 훈련받으며 성장해서 이제 세계 시장을 아우르는 거대 그룹의 총수가 된 냉혹하지만 힘있고 소유욕강한 남자의 사랑이야기.

 

  중국에서 위험한 임무를 끝내고 휴식기에 들어간 대한민국 특무국 비밀 요원 하빈과 중국의 유명한 삼합회 중 가장 힘있는 가문인 류柳가문의 가주이자 화롄그룹의 총수 인 류산의 첫 만남은 어두침침한 지하실에서였다. 


  간덩이도 큰 납치범들은 의뢰한 자들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평소에는 감히 상상도 못할 '류가의 수장 납치'계획을 세웠고, 성공했다며 기뻐했다. 그것이 다 숨어있는 적을 뿌리채 뽑기위한 산의 계획이었다는 것도 모르고 앞으로 다가올 커다란 댓가만을 생각하며 행복해했다. 덤으로 자신의 약혼자의 혼을 뺏어갔다며 여자 하나를 납치해달라는 건도 같이 처리했다. 그 결과로 현재 의자에 묶여있는 산의 곁에는 정신을 잃고 아무렇게나 던져져있는 하빈이 있었다. 곧 자신의 수하들이 이곳을 급습할 거라는 걸 알고 있던 류는 태평하면서도, 쓰러져있는 여자의 얼굴을 알아보곤 묘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녀를 3개월전 처음으로 클럽에서 봤을때 뭇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 역시 그녀에게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뛰어난 미인이 아닌데도 작은키의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묘한 성적매력과 무심한듯한 눈동자는 사내들에게 최면을 걸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산은 결국 미련없이 돌아섰었다.그때 그녀는 한 남자의 무릎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낯뜨거운 애무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그녀가 자신의 잘 짜여진 계획 안으로 불쑥 들어와 버린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급습한 자신의 수하들에 의해 난자된 납치범 일당들의 처참한 모습과 그 험한 소란을 겪고도 그녀는 비명은 물론,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는 점이다. 그저 한 말이라곤 상황이 끝났으면 돌아가도 좋으냐는 것과 그렇치 않으면 원치 않는 목격자는 죽일거냐는 물음뿐이었다. 산 역시 중간에 깨어난 그녀가 비명을 지르거나 시끄럽게 굴까봐 잠깐이지만 그런 마음도 먹었었다. 하지만 막상 그녀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니 흥미가 생겼다. 쇼크인지, 이것도 일종의 쇼인지 몰라도 곁에 두고 싶어진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집으로 하빈을 데려간다. 

  그것이 두사람 인연의 출발이었다. 하빈은 평소와 다름없이 두려움이나 계획도 없이-어차피 휴가이니- 생판 낯선 그의 집에 머물게 된다. 자신의 일을 뒤에서 도와주는 보좌관 세진에게는 며칠 후 연락하면 되리라 생각하며. 오히려 신경을 바짝 쓰고 있는 것은 익숙한 자신의 집에 머물며 하빈의 행동을 살피는 산이었다.

그녀는 은근히 산의 신경을 붙잡았다. 그녀가 특별히 수다스럽거나 말썽을 부리거나 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나 조용하게 자신의 방에서 꼼짝을 하지 않아서.

그녀가 이 집에서 원한것은 단 두가지. 창이 보이는 방과 담배 뿐이었다. 식사도 챙겨주면 먹고, 그렇지 않으면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담배만 피웠다. 어떤날은 하루종일 창밖을 쳐다보며 바닥에 누워있기만 했다. 

  무료함,무심함,...그녀는 '비움'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산은 그녀의 감정없는 눈과 몸짓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고, 언제 돌아갈수 있냐는 그녀의 물음에 공연히 심술이 나서 안전을 핑계로 한달정도 자신의 집에 머물라고 말한다. 하빈은 실랑이를 하기 싫었다. 짙은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산의 눈빛이 여느 사내의 눈빛과 다르지 않다고 여기며 그 역시 자신에게 자연스레 흥미가 떨어질 기간을 주는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하빈의 섣부른 판단이었다. 그녀의 호텔에서 짐을 찾아오던날 약혼녀까지 있으면서도 하빈의 뒤를 쫒았던 남자가 하빈에게 달려드는것을 본 산의 분노는 어마어마했다. 그때부터 산은 자신에게도 세상에게도 하빈이 자신의 여자임을 말한다. 

  덕분에 그녀 주위를 흘끔대는 남자들과 그녀의 과거-조사결과 그녀는 대단한 플레이걸로 소문나 있었다.- 때문에 벌주듯이 시작한 강압적인 키스가 하빈의 잠자는 악몽을 깨웠고 산은 처음으로 하빈의 흐느낌을 보았다. 구석으로 파고드는 겁에 질린 몸짓과 허옇게 질린 얼굴, 텅빈 눈...부들부들 떠는 입술....이 반응은 뭐지?

산은 끝내 기절한 하빈을 안아들고 복잡한 심경이 되야했다.

  그리고 집으로 찾아온 하빈의 보좌관 세진을 통해서 그녀가 웬만한 수면제나 안정제가 들지 않는 체질이고, 불면증이 있으며 누군가 챙겨주지 않으면 먹는것도 자는것도 무감하다는걸 알게된다. 산은 그녀의 악몽의 원인을 듣고 싶었지만, 세진 역시 더 이상은 알지 못했고 안다해도 말해주지 않을 거란걸 알고있었다. 산은 자신과 그녀 사이에는 없는 익숙함과 편안함이 존재하는 세진이 못마땅했고, 세진 역시 4년 넘게 모셔온 상관이 원치않는 상황에 묶여버린 것이 불편했다. 그러면서도 미묘하게 평소와 다른 상관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모든것에 무심하고 반응하지 않으며 아무리 험한 상황에서도 감정의 동요는 커녕 죽으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무감해서 오히려 주변사람을 더 당황하게 하는 그녀가 몸을 빼려 하는것도, 미세하게 불안해 보이는것도 신경쓰였다. 이것이 공기를 밟고 사는 듯이 보이는 그녀를 땅 위로 끌어내릴수 있는 기회가 될수 있을까 생각하며 산을 바라보는 세진이었다.

  얼마 뒤,안전을 보장한다는 구실로 하빈을 데리고 있던 산의 곁에 있다가 어처구니 없게도 하빈이 총을 맞는 일이 발생한다. 다행히 빗나간 총상이었지만 그 밤 상처와 불면증으로 잠 못 이루던 두 사람은 마침내 서로의 품에 잠들게 된다. 그리고 두번째로 보게된 그녀의 악몽의 후유증. 그것은 인정하기 싫지만 성폭행의 후유증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상하이에서 유명한 플레이 걸이 아닌가... 매일밤 그녀는 온몸이 땀에 젖도록 신음을 하던가, 온밤 내내 조용히 흐느끼곤 했다. 산은 그녀의 과거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의 악몽을 없애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과거는 백지상태였다. 표면상으로 그녀는 서울에 사무실이 있는 수입상이었지만, 그뿐이었다. 답답했지만, 본인이 말을 하지 않는 이상 알수 없었다. 하빈 역시 속내가 시끄럽긴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내들과 마찬가지일거라 여겼던 산의 진심이 느껴지자 그녀는 당황하기 시작하지만 겉으로 내색하진 않는다.인정하기 시작하면 기대하게 된다는걸 알기에, 그럼 또 상처입게 될까봐. 

  한편, 자신의 여자를 향해서 겁도 없이 총구를 들이댄 자들이 바로 얼마전 자신을 납치할 계획을 세웠다가 실패했던 라이벌 가문인 리家와 진家라는걸 알게된 산은 철저하게 두 가문을 옥죄기 시작한다. 손대고 있는 모든 사업의 자금을 막아버린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자신의 앞에 두발로 용서를 구하러 오게끔. 덕분에 직접 그 일을 지시한 수장들의 핏줄이 제3자의 압력에 의해 영원히 가문에서 제명되는 모욕을 받게된다. 

  이즈음 계속해서 하빈의 과거를 알아보라는 산의 명령대로 그녀에 대한 정보를 추적하던 산의 비서 리강은 마침내 그녀가 대한민국에서 파견된 스파이라는걸 알게된다. 산에게 충성스런 리강은 스파이인 하빈이 불순한 목적을 갖고 산에게 접근을했거나, 그렇지 않다해도 그녀가 산 곁에 있어서 좋을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자신의 독단으로 그녀를 비행기표와 함께 공항에 내려준다. 

  하빈은 공항에 내려선 순간 평소와 다르게 머뭇거린다. 이렇게 떠나는것이 깔끔하고 오히려 잘 된 일이라 생각해야 했지만, 그가 있는 이곳을 떠나기가 싫어졌다. 그렇게 방심하는 사이 그녀는 남자들에게 붙잡히고 말았고, 납치를 당했다. 납치야 이런일을 하는 그녀로서는 드문일도 아니었지만, 중간에 또 납치를 당한경우는 처음이었다. 이번엔 제대로 걸렸다. 바로 그녀가 3개월전 감옥에 집어 넣었던 무기밀매상이 탈출을 했고 그녀에게 앙심을 품고 납치를 해간 것이었다. 

  리강의 독단에의해 하빈이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불같이 폭발했던 산은, 공항에서 짓밟힌 그녀의 여권과 항공권을 찾아냈을때 차갑게 식어가기 시작했다. 뒤이어 세진을 통해 하빈이 잔인한 무기밀매상에 의해 납치되었음을 알게되자 정보력을 총 동원해 행적을 뒤지기 시작한다. 그때서야 산은 유일하게 하빈의 과거를 알고있는 특무국의 국장을 만나게 되고, 직접 만나본 산이 하빈을 진심으로 사랑하고있음을 확인한 국장이 그녀의 얘기를 시작한다. 불행하고 끔찍한 그녀의 과거를....왜 그녀가 그렇게 밤마다 악몽을 꾸는지, 왜 그녀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바라는 것이 죽음이 됬는지.....

드디어 그녀의 위치가 파악된 산이 급하게 이동하는 도중 중국 대륙을 울리는 커다란 지진이 발생하고, 그 위치는 바로 지진의 진앙지. 쓰촨성.

바로 그녀가 납치되어 있는곳이었다.....

 

음....김경미님의 <화잠>을 얼마전에 읽었을때만 해도 기대가 아주 컸던 작품이다.

게다가 여주의 <대한민국 특무국 비밀 요원>이라는 직업도 내가 이책에 확~하고 흥미를 느꼈던 요인중의 하나였건만...
늘 그렇듯이 김경미님 여주들의 특징인 말없고, 차갑고, 약간은 몽환적이지만 <강한 여자>일거라 생각했다.  헌데....여태까지 나왔던 모든 여주들의 몽환과 무료함과 답답함을 한데 뭉친듯한 최고봉을 보여주시는 여주때문에 실망이 컸다.

대한민국 특무국의 비밀 요원 하빈의 주된 활동 방법이 '미인계'라니, 아무리 대의를 위한다고 해도 ....참....첩보물까지는 아니어도, 로설에 잘 짜여진 작전과 스릴이 첨가된 정도는 기대했었는데...이건 첩보물도 아니고,,...만난지 얼마나 됬다고 소유욕을 번뜩이며 무조건 여주만을 향하는 남주도 감정이입이 잘 안됬다.

첨부터 끝까지 일편단심인 소유욕 강한 남주를 좋아한다면 그거 하나로 참아낼 수 있을지도. 산의 하빈에 대한 사랑은 결혼후에 더 진해져서 그런 부분은 미소짓게 했으니까.

아, 물론 작가님도 후기에 첩보물이 아닌 휴가를 맞은 하빈의 심경변화와 산이라는 남자를 만나 치유되는 과정을 그렸다고 했지만, 그랬다면 책의 선전을 '첩보물'처럼 하면 안되는거 아닌가?

누구의 책임인가? 속은 나인가? 아님,<로코코>란 출판사의 책임인가? 


웅~~~~~~ 내 기대값을 돌리도~~~~~~!!!!


"제가 고른 제 사람입니다. 할아버지가 끝까지 반대하셔도 그녀와 헤어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할아버지는 어머니 때도 반대하셨죠. 하지만 아버지가 어머니와 헤어지셨던가요?"

"적어도 네 어머니는 창녀가 아니었다!"

"할아버지 손자인 저도 그녀만큼 많은 여자들을 만나고 다녔습니다. 그 여자들과 손만 잡고 말았을 것 같습니까? 숫자로 따진다면 제가 그녀보다 더 많을 겁니다."

"그건..... 남자와 여자가 같을 수야 없지."
 

*****그래, 뭐....류산이 .....멋있긴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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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발견
진양 지음 / 여우비(학산문화사)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29살 그리 유명하지 않은 조연 여배우와, 짧은 기간동안 허락되지 않을 사랑을 한 죄로 오랜시간 자책감과 외로움에 빠져 지내야했던 한남자의 덤덤한 만남이 결혼이 아닌 연애(?)로 이어지는 사랑이야기. ^^

 

차미연은 5년된 조연배우다. 그리 유명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무명도 아닌 잊혀질듯한 존재.
그녀가 연예인을 선택한 이유는 돈을 잘 벌수 있을것 같아서였다. 생각만큼 많이 벌지는 못했기에 그녀는 늘 뭔가 부족했다. 그래서였을까…대한민국 간판급스타인 현승오 관심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 재력이면 자신의 위기감을 채워줄것 같았다. 그래서 그가 그녀와의 짧지않은 1년의 연애기간동안 한눈을 몇번 팔았어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줬었다. 그의 따스함과 선함을 진심으로 좋아했기에. 그러다 말실수를 했다. 그를 처음 선택한 이유가 돈때문이었다고. 현승오는 상처를 받았고 홧김에 미연에게 보라는 듯이 재벌가의 손녀와 스캔들을 냈다. 아직 그녀와 정리도 하지 않은채.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는 그녀로서는 그를 완전히 포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을 봤다. 29살의 깨끗한 이미지의 그녀를 좋게 보신 상대 어른들의 주선으로 34살의 광고기획사의 실장이라는 남자를 만났다. 첫인상은 그의 별명인 몬스터처럼 무표정에, 이마에 흉한 상처만이 눈에 띄었다. 선을 처음 봤지만, 이렇게 서먹하고 황당할줄이야. 그는 삭막한 몇마디 후 바쁘다며 커피잔을 깨끗이 비우고는 일어서서 가버렸다. 약속은 물론, 인사 한마디도 없이. 그래서 미연은 그를 다시 볼일은 없을거라 생각했다. 일주일후 우연히 현승오와 함께 찍는 광고현장에 온 그를 본것도 순전히 우연이었고, 뒷풀이 장소에서 현승오와 말다툼끝에 <돈때문에 남자를 만나는 여자>라는 소리를 그 남자가 듣게 된것도 우연이었다. 하지만, 그 몇시간후 그 남자로부터 결혼하자는 프로포즈를 받은것도 우연일까. 그남자, 두번 본 여자에게, 것도 돈때문에 남자를 만나는 여자라는 소리를 듣고도 결혼하자는 이 남자의 이름은 이수한.  

그가 차미연이라는 여자에게 결혼을 신청한 이유는 그녀가 결혼을 거절할것 같지 않아서였고, 사랑이라는 복잡한 감정 놀음에 매달리지 않을것 같아서였다. 수한은 지금 자신을 제외한 가족들에게 자신이 평범하게 결혼해서 아이낳고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한가족처럼 20년을 같이 살아온 아버지 친구의 딸 지선에게. 그녀는 지금 자신때문에, 자신이 평범한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해 수녀원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기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그녀를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서라도 결혼을 서둘러야 했다.  

서지선. 그녀는 동생의 연인이었다.
딱 열흘. 동생이 군에 있는 동안 우연찮게 찾아왔던 열병같던 열흘. 그저 마음과 시선뿐이었는데, 그걸 동생이 알아버렸다. 그리고 술에 취한채 운전을 하다 자신은 즉사하고 뒤따라가던 수한은 이마에 큰상처를 입었다. 마치 죄를 잊지 말라는 징표처럼. 지선과 수한을 제외한 아무도 그 내막을 몰랐기에, 졸지에 작은 아들을 잃은 부모님의 슬픔은 고스란히 수한과 지선에게 씻을수 없는 죄책감과 고통을 주었다. 
 

그래서 이제는 수한이 감정없는 결혼이라도 해서 이 사슬을 풀려고 하는거였다. 어차피 돈이 목적인 여자라면, 부동산재벌인 부모님의 뒷배경도 있고, 자신의 능력도 있으니 충분히 채워줄 수 있으리란 생각에. 그렇게 시작된 차미연과 이수한의 결혼얘기. 이수한은 본래 자신의 목적대로 또 광고기획사의 유력한 실장답게 바로 다음날 연예신문 1면, 인터넷 포털사이트, TV방송 매체마다 그리 유명하지 않은 차미연의 결혼발표를 실었다. 다분히 자신의 식구와 지선에게 보이기 위함이었다. 사연을 알리없는 미연은 공인인 자신때문에 수한이 유명세를 타게 된줄알고 사과를 했고, 뜻하지 않게 되려 사과를 받게 된 수한은 처음으로 단아하면서도 명료한 그녀를 보게된다.  

그리고 이어진 그의 본가 방문. 수한의 부모님은 과수원 농사를 짓다가 땅 개발로인해 수백억대 부자가 된 사람들로 소탈하고 심성이 따스한 어른들이었고, 미연은 배우답게 수한의 부탁대로 첫눈에 운명처럼 서로에게 끌리기 시작한듯이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수한은 두번째로 눈에 담았다. 침착하고 담담한 그녀. 자신의 선택이 탁월했다는것을 또한번 느꼈다. 미연은 미연대로 그의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가족같다는 아주머니와 그 딸 지선의 존재도 알게된다. 그리고 사진속에만 존재하는 수한의 동생도.  

그때까지만해도 지선에대해, 또 그의 동생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미연은 시어머님 될 분의 심부름으로 수한의 집에 갔다가 지선을 보게되었고, 그녀의 당황한 표정을 보았고 동시에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지선을 쫒아나가는 를 보았다. 그리고 둘 사이에 뭔가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지만 어차피 사랑으로 하려는 결혼이 아니었고, 자신은 안정된 경제력만 있으면 된다고 스스로를 이해시킨다.

그러던 어느날, 동생의 기일을 보내고는 불쑥 자신을 찾아와 술한잔 하자는 수한을 미연은 따스하게 맞아준다. 그리고 그밤, 술에 약한 그녀가 역시 술취한 자신의 충동적인 키스중에 잠이 들어버리자 황당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그녀의 모습에 순간 설레인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더딘 연애는 시작되지만, 문득문득 나타나는 그의 어두운 얼굴에 어느날 미연이 시어머니에게서 죽은 시동생의 얘기를 듣게된다. 그녀는 그를 찾아가 말없이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고, 따스하게 안아줌으로써 수한에게 힘이 되어준다. 수한은  5년만에 처음으로 '내 안사람'의  작은어깨에 기대어 속울음을 운다. 아무도에게도 속을 내보일수 없었던 긴 세월동안의 자책감과 외로움 끝에 이제는 기댈 어깨가 생긴것이다.  

그렇게 서로에게 조금씩 기대고 마음을 열어갈무렵, 아직 그녀에게 미련이 남아있던 현승오가 미연의 주위를 맴돌다가 수한과 주먹싸움까지 하게 되고 파워있는 연애기획사 실장답게, 또 현승오의 공인이라는 입장 탓에 일이 크게 번지기 전에 사건은 잘 마무리가 됬지만 싸움중에 들은 '돈 때문에 결혼하는것' 이라는 말은 수한에게 다시 미연과의 첫 만남을 상기시켜주었다. 한편, 수한은 깨끗하고 단아한 이미지였던 미연이 이번일로 혹시나 상처를 입을까 걱정을 했고 미연은 미연대로 자신의 과거때문에 수한과 수한의 부모님이 상처를 받을까봐 노심초사한다. 이때쯤엔 미연 역시 지선이 수한의 동생과 연인사이였었다는걸 알게됬고, 그 일로 말다툼을 하기도 하지만, 이미 둘은 사소한 말다툼을 하면서도 극단적인 끝을 생각하지는 않는 '연애'를 하고있는 중이었고, 이제는 제법 서로를 향해 가슴이 설레는 단계까지 와있었다.  

그래서 사고 후 일부러 성형은 커녕 앞머리로 흉터를 가리는것조차 거부하던 그가 미연의 말대로 상처를 가리게까지 되었다. 실제로 수한은 이제 미연을 결혼상대가 아니라, 가슴 설레는 연애상대로 보고있었다. 오히려 이제는 처음과 달리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 '돈'때문에 결혼하려 했었다는 사실이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그녀는 사치하지 않았고, 돈으로 사람을 차별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그의 물음에 그녀는 <행복해지기>위해서 결혼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유별스럽지 않은 담담한 그 대답에 수한 역시 썩 만족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결혼하려는 그들 앞에 한번 더 시험대가 다가오지만.... 

 

..... 서로에 대해 좀더 더 많이 알게되고 수한은 다시 품에 안은 미연에게 결혼신청이 아니라, <연애신청>을 한다. 다시 연애를 시작한 그들은 진짜 연인이되어 부모님의 결혼하라는 성화에도 끗끗하게 버티며 오늘도 예쁜 연애중이다.  ^^
 

확실히 진양님의 글은 미소를 짓게 한다. 다른 글들보다는 훨씬 진지하고 어두운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안정된 문체와 지저분하지 않은 구성, 주인공들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까지 내 가슴인양 느껴져서 참 좋았다 .^^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두 주인공의 애정씬이 너~~무 소박하다는 것.
34살과 29살의 노총각, 노처녀가 너무 점잖은거 아닌가?.....쩝….
이번 글은 마지막 장면까지도 좀 약해서…약간 허탈(^^;;)하기까지 했었다.
그럼에도, 아직 집에 진양님의 글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조심해서 가세요."      

"미연 씨."  

차 문을 열고 내리는 미연의 뒷모습을 황망히 바라보던 수한은 조수석에 덜렁 놓여 있는 핸드백을 발견하고 집어 들었다.  


"미연 씨."  

황급히 차에서 내려 그녀를 붙잡았다. 그리고 핸드백을 손에 쥐여주려는 찰나,미연의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끈적끈적한 느낌에 눈을 크게 떴다. 손을 돌려 피가 흐르다 마른 상처를 본 수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다쳤어요?"  

"신경 쓰지 말아요."  

미연은 수한에게서 손을 빼내 꽉 움켜쥐었다.  

"미연 씨."  

"괜찮아요."  

수한은 상처를 다시 봐야겠다는 듯 그녀의 손을 움켜쥐고 손바닥을 펴게했다. 주먹을 쥔 탓에 다시 피가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미연은 손을 빼내려고 바동거렸다.  

"차미연 씨!"  

결국 미연은 수한의 손을 뿌리치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할 듯 어깨에 잔뜩 힘을 주었지만 이내 커다란 한숨만 토해냈다.  

"운전 조심해서 가세요."  

미연은 돌아서서 로비로 모습을 감춰버렸다. 그녀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수한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입속으로 욕설을 중얼거리며 돌아서서 차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차에 올라타려다 수한은 자신에 대한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주먹으로 보닛을 세게 내리쳤다. 그 힘이 어찌나 강한지 커다란 세단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훅, 숨을 몰아쉬며 수한은 돌아서서 미연의 오피스텔을 올려다보았다. 어둠에 휩싸여 있던 그곳에 잠시 후 환하게 불이 들어왔다. 
 

신경 쓰지 말라니, 신경이 쓰이지 않을 리 없다. 
 

( * 수한이 지선이 깨뜨린 사기 그릇에 미연이 다친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지선만을 살피다가 이제서야 미연의 상처를 보게된 장면.......어우, 난 이런 미묘하게 감정선이 엇갈리는 씬이 너무 좋더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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