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궁 궁에도 꽃피는 봄이 온다 1
김혜연 지음 / 발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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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선왕조에 가상의 시대와 왕을 살짝 끼워 넣고, 그 속에 남주는 혼란스런 정세속에 어질지만 힘없는 왕을 아비로 둔 세자로, 여주는 그 세자를 지키기 위해 어려서부터 남장을 하고 세자의 호위무사가 된 무가의 딸로 그려냈다. 절대 이루어 질수 없는 그들의 사랑이 마침내 이루어지는 이야기.

현 조선의 왕권은 동인과 서인의 당파싸움으로 약해져있었고, 그 동인과 서인의 양대 산맥이 선왕의 계비였던 경성대비였고 한쪽은 현왕의 왕비 효영왕후였다. 후사가 없었던 경성대비는 어쩔수 없이 정비의 후생이었던 현왕의 등극을 막을수 없었고 왕비마저 동인 집안의 며느리를 얻자 경성대비는 급하게 손을 써서 세자빈이라도 자신의 사람으로 두었으나 원래 몸도 마음도 심약한 사람이라 6년째 병석에 누워 후사도 못잇고 있었다. 그러자 이제는 중전의 입에서 양제(세자의 후궁)를 들인다는 소리가 나왔다. 세손마저도 동인의 집안에서 나오면 자신의 세가 더 위축될것을 염려한 경성대비는 이미 스물이 된 세자 단의 마음을 휘어잡을 자기 사람을 심어놓을 계략을 세운다.  

한편 세자 은 서인 세력 모두의 저주와 미움 속에서도 명민하고 굳건하게 자라 훤칠한 헌헌장부가 되었고 그의 곁에는 항상 세자익위사들이 함께 했다. 그 중 정6품 우익찬 최무영도 있었다. 그는 세자 단이 특히 가까이 여기는 인물로서 궁술은 가히 따라올 사람이 없었고 검술 실력도 뛰어났다. 조선 최고의 충신 무가武家의 자식으로 그 아비도 현왕의 오랜 지기이자 당에 매이지 않은 진정한 무인이었다. 그런 무영에게 한가지 흠이라면 얼굴의 반이상을 덮고 있는 커다란 점이있다는 것과, 벙어리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특출한 무예실력때문에 아무도 그를 무시하지 못했고, 단 역시 말없이 충직한 그를 좋아했다. 요사이는 종종 표정없는 무영을 놀리기 위해 짓궂은 장난까지도 하는 단이었다. 오늘도 단에게 검술에서 밀리고 얼굴의 점때문에 놀림을 받은 무영은 얼굴을 붉히고 있다가 급하게 돌아서갔는데, 언뜻 눈물이 비친듯했다. 
 

그런 무영이 보름만에 찾은 사가에 들어서자 어려서 유모였던 예산댁이 아가씨라고 부르며 반겨준다. 사실 무영은 무가 최씨 집안의 고명딸이었는데, 조금 모자란 오빠대신 가문의 대를 물려받아 무인이 된것이었다. 또 현現 왕의 특별한 부탁도 있었다. 세자의 충직한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며 딸을 세자위에 넣어달라고 한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궁생활은 아영을 무영으로 바꿔놓았고, 이제 분첩이나 댕기머리보다는 검은 무복과 그을린 얼굴, 변장을 위한 커다란 점이 더 어울리게 되었다. 하지만 열여덟이 된 무영은 요사이 세자 단을 볼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걸 느꼈고, 동시에 그때마다 자신에게 친언니처럼 잘 대해주는 빈궁에게 죄스러움을 느꼈다. 빈궁은 궁에서 무영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있는 소수의 사람중 하나였고 원래 천성이 착하고 어진 빈궁은 무여을 여동생처럼 잘 대해주었다.  

한편 세자 단을 쥐고 흔들 여인을 양제보다 먼저 들인다는 경성대비의 계략이 성공해 옥여라는 나인이 단의 눈에 띄게 된다. 명민하고 똑똑하다해도 아직은 어린 세자단은 옥여를 욕심없고 이쁘기만한 궁녀로 보고 할마마마나 어마마마의 누구편도 아닌 자신의 대를 잇게 하기위한 여인으로 삼는다. 이에 빈궁은 말할것도 없고 무영 역시 크게 상심하지만, 이제 처음으로 여인에 눈을 뜬 단으로서는 그것이 경성대비의 계략인줄도 모르고 한동안 옥여에게 빠져산다. 하지만, 그렇다고 경성대비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동인도 서인도 아닌 여인에게서 자신의 후사를 잇게 하겠다는 뜻일뿐이었다.  

세자는 곧 궁안의 물갈이를 시작한다. 화강이라는 것을 이용해 옛 문헌들을 곧이 곧대로 해석함으로써 대신들의 숨통을 조여주는 것이다. 으레 수십년간 관례로 행해지던 것을 타파해버리는 것이다. 동인이든 서인이든 재물도 줄어들고, 사병도 줄어들고, 집안에 부리는 하인의 수도 줄일수 밖에 없게되었다. 그렇지않으면 반역죄나 충신이 아닌것이 되버렸으므로. 특히 경성대비의 서가쪽은 죽을맛이었고, 드디어는 역모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눈엣가시같은 세자 단을 죽이기로 계획을 세운것이다.  

서인 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은 알고 있었지만, 명백한 증거를 잡을수 없었던 무영이 역모가 있을거라는 사실을 사색이 된 얼굴로 알려준 빈궁마마와 자주 접촉을 하게 됬고, 확실한 증거를 찾기 전에 단에게 알리지 못했던 무영의 행적은 불행히도 빈궁을 독살하려 드나들던 옥여에게 알려지게된다. 자신에게 아무 해를 입히지도 않음에도 단지 빈궁이라는 자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녀를 독살하려던 옥여는 빈궁과 세자의 호위무사가 정을 통하는 사이라며 헛소문을 퍼뜨렸고, 빈궁은 처소에 감금되고 무영은 즉시 의금부에 갇히게되었다.  

이로인해 무영이 여자이며 벙어리가 아니라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빈궁과 정을 통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던 단은 그때만 해도 하필 빈궁을 마음에 두었을 무영의 마음만 짠했을 뿐이었지만, 뒤이어 듣게된 무영이 여자였으며 벙어리도 아니었다는 소리에 더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 오랜세월 그녀를 신하이자 지기로서 함께 했던  세월에 대한 배신감이 더 컸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를 살리기위해 방법을 찾다가 그녀가 여자라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감옥으로 찾아간다. 그리고는 자신의 후궁이 되라고 말한다. 무영 역시 여자라는게 밝혀진 마당에 은애하던 단의 옆에 있을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는걸 알면서도 자신을 위해 죄를 대신 받겠다던 빈궁의 얼굴이 떠오르자 도저히 수락할수 없었다. 그래서 차갑게 거절한다. 그가 남자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잔혹한 말로 그를 끊어낸다. 그말에 상처를 받은 단은 홧김에 무영에게 거칠게 입맞춤을 하지만 그 입맞춤은 오랜 세월 같이 하며 알게모르게 통했던 감정들을 확인하게 해주는 역할을한다. 오랜세월 남자로 알고 있었던 사람치고 단은 무영을 안는순간 너무나 황홀하고 행복했지만, 무영은 이를 악물고 다시한번 차갑게 단을 거절한다. 화가 난 단은 무영을 다시는 안볼것처럼 내치지만, 결국 반목하던 동인의 수장격인 어마마마께 부탁을 해서 무영을 사가로 내보낸다.  

이로써 무영은 다시 아영으로 살수 있게 되지만, 그것은 무영으로써는 죽음과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둘은 몸이 떨어졌지만, 결국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은 이길수 없어서 아픈 빈궁을 미끼로 단을 끌어내서 죽이려던 옥여와 일부 서인의 반란 속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무영은 최고의 궁술솜씨로 위험에 처한 단을 구하고, 단은 무영을 대신해 칼을 맞는다. 싸움은 뒤쫒아온 무영의 아비에 의해 종결되었고 얼마안가 단의 상처도 아물고 반란을 주도했던 서인세력에겐 피바람이 불었다. 그즈음 피바람을 피해간 옥여의 계략에 의해 독을 장복했던 빈궁이 죽자 옥여는 이제 세자의 씨앗을 품은 자신이 당연히 빈궁이 되리라 생각하지만 중전은 가례도감을 세워 다시 세자빈을 맞을 계획을 세운다.  

한편, 싸움터에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러 달려왔던 무영의 얼굴이 지워지지 않고 날마다 그리움만 쌓여가던 단은 밤마다 무영의 집앞까지 찾아가 나무에 댕기를 매어놓고 오지만  자신을 끝내 거부했던 무영이 떠올라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런때에 단의 호위무사의 동생으로서 이번 반란의 무리를 처단하는 일에 첩자로서 훌륭한 역할을 해주었던 홍길이란 자가 무영을 맘에 품고 그 역시 무영의 주변을 맴도는걸 보게된다. 그때까지 무영에게 거절당할까 전전긍긍하던 단은 연적이 생기자 급해졌고, 홍길을 불러 못을 박으려다가 오히려 사내들의 거짓 치기에 졸지에 무영은 두 사내 모두에게 안긴 여인이 되버렸다. 홍길이 거짓을 말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단은 오해의 씨앗을 가슴에 품고 말았고, 그것은 어느날 엇비슷하게 무영의 집에 도착한 홍길과 단을 구분 못하고 홍길에게 은애한다 고백하는 무영의 모습에 애증이 되어버린다. 그리고는 그때까지 애틋하던 모습을 버리고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남에게 주느니 억지로라도 자신의 곁에 두리라 결심하고, 어마마마가 어쩔수 없이 옥여보다는 충신인 무예도감의 딸인 무영을 며느리로 받아들일수 있도록 계략을 짠다. 이런 사정을 아무것도 모르는 무영은 그저 꿈에 그리던 단의 아내가 될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하기만 하다. 그리고 드디어 단과 무영은 꿈에 그리던 가례를 치르지만, 서로의 속마음과 달리 상처만 주고 단은 첫날밤에 무영을 소박 놓는다.  

그 후로도 단은 계속 마음에 없는 트집을 잡아 무영을 괴롭히고 무영은 무영대로 밤마다 사가에 찾아와 댕기를 매어놓고, 자신의 고백까지 다 들어놓고도 이렇게 변해버린 단이 야속하기만 하다. 하지만, 단은 단대로 감시하기 위해 자신의 호위대로 삼은 홍길이 얼씬거릴때마다 그와 무영이 안고 어울렸을거란 생각에 괴로워한다. 그러다 마침내, 아직까지 첫날밤도 치르지 못한 무영에게 전날 빈궁을 모셨던 한상궁이 옥여처럼 먼저 유혹해보라 충고를 하고, 간신히 용기를 내어 단에게 먼저 입맞춤을 하지만 단은 이것을 무영이 경험이 많은것으로 오해하고 분노에 치를 떨며 그녀를 실내도 아닌 대련을 했던 실외에서 거칠게 갖는다. 일부러 수치심을 느끼도록 처음인 그녀를 배려하지 않았고, 창녀라 칭하며 무섭게 대했다. 이유도 모르고 이 모든것을 당한 무영은 차갑게 일별하고 떠나버린 단을 기다리다 빗속에서 정신을 잃고 처소로 돌아와 그제서야 피묻은 자신의 몸을 보고 모든것이 오해였음을 깨닫게 된 단은 미친듯이 무영을 찾지만 그녀는 이미 생명이 위험할 지경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었다. 이 모든것을 알게된 왕은 크게 노해서 세자에게 태형을 명하고, 단은 후회와 자신을 향한 혐오스러움에 무영을 안고 오열한다.  

단의 지극정성의 간호로 무영의 몸은 완쾌가 되었지만, 한번 상처입은 가슴은 단을 향해 열리지 않는다. 그때부터 6개월 동안 단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궁안의 꽃이란 꽃이 다 마를때까지 무영에게 갖고온다. 몇개월동안 돌아보지 않던 무영이 궁안의 꽃이 씨가 마르고, 단이 왕이나 중전마마가 아끼는 귀한 꽃까지 꺽어 들고오자 기가막힌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조금씩 닫힌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데... 

 

9월에 읽고 뒤늦게 리뷰을 쓰느라 다시 한번 훑어보니 정말 재밌는 소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내용의 흐름이 이지환님의 <화홍>과 살짝 비슷한 듯도 하고, 여주의 설정만 보면 이혜경님의 <비단속옷>과도 느낌이 비슷하고... 

하지만, <화홍>처럼 말투가 맛깔스럽지 않다해도 질질 끌거나 질척이지 않고 2권으로 간결하게 끝나니 좋고, <비단속옷>처럼 마음이 찢어지는 감동은 없어도 사건이나 인물들이 너무 많이 나와 정신없는 것보다 주인공들의 행복한 장면이 많이 나와서 개인적으로 김혜연님의 <춘궁…궁에도 꽃피는 봄이 온다>가 맘에 들었다.  

9월에는 빌려서 본 거였는데, 이제 구입을 했더니 더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 
  

 

"저하가 사내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무영의 말에 무언가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단이었다. 기분이 나빴다. 내 어디가 사내로 안 느껴 진단 말인가. 그는 심히 불쾌하였다.  

"걱정마라. 너도 여인으로 안 느껴진다." 
 

되받아 치는 단의 말에 무영의 가슴에도 생채기가 나고 있었다. 알고 있음이다. 자신이 어디 여자로 보이겠는가. 이리 못난 여인은 자신도 본 적이 없음이다. 굳이 단이 지적해 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해주자 무영의 마음이 울컥하였다. 

'무영아……어디에 있느냐……제발……제발…. 무엇이든 해주마, 원하는 거 무엇이든 해주마…정말 잘못하였다. 정말……다시 웃어 줄것이지? 다시는…아니 그럴게…응? 제발 다시는 옹졸하게 굴지 않을게….내 목이라도 주마. 원한다면, 그것으로 상처받은 네 마음 풀어 줄 수만 있다면, 내 목숨도 줄 것이니.. 정말 내가 잘못하였으니…어디에 있느냐..' 
 
  

훗날 왕이 될 세자의 처소, 동궁. 그 동궁을 이르는 또 하나의 말.....  춘궁(春宮) 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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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정원 1
이리리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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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의 바다>이리리님의 작품. 단지 작가님의 이름만으로 선택했던 글이었다. 

지구의 인간들과 섞여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은채 세습되고 있는 마녀의 세계. 마녀의 후손인 여주와 평범한 -하지만 능력있고 잘생기고 집안까지 되는- 인간인 남주가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겪게되는 사건 얘기들.

 여주 세라는 격세유전으로 유전된 세습마녀다.  그녀의 집안에선 외조모와 두오빠 모두 혈통을 이어받았지만 오빠들은 거부했기에 평범한 인간 천재 내지는 수재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마녀로서의 능력은 주변을 따스하고 환하게 에너지를 충족시켜주는 힘이 가장 큰 특징이다. 물론, 손끝으로 물건을 조정한다든지, 불을 붙이거나 끄는것 정도는 기본이다.  

또 한사람 그녀의 주변엔 어려서부터의 소꿉친구이자 외조모의 단짝 친구이신 할머니의 손자 마법사 이진도 있다. 그는 잘생긴 외모와 능란한 말솜씨 좋은 머리등으로 희대의 카사노바이자 돈주앙임을 자처하고 있다. 물론, 두 할머니는 열렬히 세라와 이진이 부부로 맺어지길 원하지만 둘은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특히 이진은 한 여자에게 매이는걸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세라를 끔찍히 아끼고 위하면서도 결혼은 거부하고 있었다. 세라 역시 어려서는 몰래 좋아하기도 했었지만, 철들고 나서 머저리같은 교회신자와 -사탄아 물러가라 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능력을 미리 알고 자신의 사기에 이용하려고 했던 사기꾼을 만나고 나서는 이성과의 진지한 관계는 미리 피하는 편이었다.  

그런 그녀 앞에 자신의 여동생을 꼬여내 사이비 종교에 끌고 왔다며 얼굴을 굳히고 달려든 남자가 있었으니 수현이었다. 국내에서 판사로 있다가 다시  하버드 법대에 진학, 국제변호사 과정까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현재 IMB이나 WHO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아버지는 몇번의 국회의원을 역임한 의원이었고, 어머니 역시 부와 명예를 몇대째 이어오는 집안의 영양으로 여러 개의 회사와 병원,학교등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재단의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었다. 그런 어머니 밑에서 둘째 아들인 수현은 착하고 말 잘듣는 영특한 아이로 컸고, 여전히 어머니의 제일 큰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었다. 어느날, 어려서부터 제멋대로 였던 여동생이 마법이나 마녀에 빠져 또다시 사이비 종교집단에 빠져있는 줄 알고 잡으러 왔던 수현은 마녀의 정원이라는 홍차 전문 찻집을 운영하고 있는 세리를 만난것이다. 그리고 밝고 환한 거침없는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마녀 세리에게 첫눈에 반한것이다.  

그때부터 영특한 영재에 수재소리를 들으며 모두에게 떠받들어져서 오만함과 딱딱함만이 전부였던 수현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세리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세리의 주변을 맴도는 이진에게 질투를 느끼고, 엄청나게 권위적이던 여동생에게까지 세리에대한 정보를 위해 약한 모습을 보여가며 세리의 곁으로 다가선다.  

마침내 무뚝뚝하고 이기적이고 유머감각 제로인 수현은 절대 아니라고 장담하던 세리의 마음이 열리게 된데는 그가 익숙하지 않음에도 진심으로 노력하는것이 느껴졌고, 그녀를 자신의 세상에서 중심으로 두는것이 보였기에 그 마음을 받아들이게 된것이다. 그럼에도 둘이 사귄다는 사실이 알려졌을때 주변의 모든사람이 다 경악하고 놀라워했다.  

그중에 세리의 주변 사람들은 평소 그녀를 잘 알기에 의외였지만 대부분 축하해 주었고, 수현의 가족들중 특히 어머니는 목숨을 걸고 반대를 했다. 몇년전 큰아들이 데리고 왔던 여자를 억지로 떼어놨듯이 이번에도 할수 있으리라 그녀는 장담했지만, 그것은 그녀의 착각이었다. 큰아들 도현은 매번 반항했지만, 결국은 꺽이곤 했었다. 하지만, 작은아들 수현은 매번 순응하는듯 보였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결국은 다 이루어냈던 것이다.  

그렇게 서로의 집안 사람들에게 소개를 하던 어느날 마녀의 정원이 아주 처참하게 유린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그것은 세리에게 불안감을 안겨준다. 그 즈음 세리가 마녀라는 것을 수현이 우연히 알게되고 처음 당황스러워하던 수현은 이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리를 사랑하고 있었기에 마녀인 그녀를 감싸안게 된다. 하지만 원래부터 세리가 마녀임을 알고 있던 수현의 여동생 경림의 다급한 전화 한통으로 세리의 불안감은 현실이 된다. 경림과 함께 납치 감금을 당하게 된것이다.  

경림이 아무 의심없이 같이 마녀의 정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진혁의 전화를 받고 나갔다가 협박에 의해 세리를 불러내는 전화를 하게 된것. 그리고 그녀들은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 진혁 일행에 의해 납치를 당했고 밀폐된 방에 갇혀버린것이다. 사실 진혁 역시 변종으로 태어난 마법사였고, 그동안 일부러 세리의 곁을 맴돌면서 세리에게 마음을 사기위해 행동했던 것이었다. 그의 능력은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남의 생각과 마음을 조정하는 것. 하지만, 세습유전으로 이어진 힘이 아니라 특정한 장소에서만 그 힘이 증폭이 되었었는데, 우연히 알게된 세리라는 존재가 자신의 힘을 증폭시켜준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그래서 진혁은 그녀를 소유하려고 맴돌았지만, 세리가 수현과 사랑에 빠져버리자 화가난 그는 그녀를 납치한것이다.  

이제야 진혁의 본모습을 알게된 세리는 화가 났지만, 밀폐된 공간이었고, 더군다나 민간인인 경림과 함께 였기 때문에 탈출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편 수현과 이진은 평소의 라이벌 관계에서 휴전을 맺고 같이 세리를 찾아나섰다.  결국 수현의 뛰어난 두뇌와 판사시절의 추적실력으로 진혁이 세계
적으로 방대한 지역에 걸쳐있는 종교집단 교주의 아들이고 현재로서는 젤 영향력있는 후계자라는 걸 알게된다. 그런 그에게 붙잡혀 있는 세리를 구출하기 위해 수현과 이진은 진혁의 어머니를 찾았고 그가 세리를 반려자로 삼고자 함음을 알게된다. 하지만, 수현은 맹렬한 질투와 분노를 누르고 세리가 얼마만한 힘을 갖고 있는지,그래서 충분히 진혁과 그 주변을 망가뜨릴수 있음을 상기시켜주고 협박을 한다. 결국 교주의 부인인 진혁의 생모는 아들의 생명과 자신들 집단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아들의 행방을 알려주고 추격전이 벌어진다. 마지막 순간 결국 자신이 잡히고 세리를 빼앗길것을 안 순간 진혁은 세리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고 절대절명의 순간 뒤쫒아온 수현에 의해 녹신하게 두들게 맞는다. 물론, 주변의 수하들은 이진의 마법으로 묶여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렇게 구출된 세리와 경림은 병원 치료를 받았고, 정신감정까지 받게된 경림의 소문이 날까 두려워한 수현의 어머니는 결국 떨떠름한 표정으로 수현과 세리의 결혼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렇게 3년이 지난후. 이제 여우같은 색시 세리에 의해 길들여진 수현은 자기 손으로 양말로 못 꺼낸던 샌님이 아니라 쓰레기봉투까지 내다버릴정도로 다정다감한 인간 수현이 됬다.그리고 태어난 첫째 아들 덕에 시어머니의 태도도 많이 누그러져 세리는 걱정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다만 한가지, 격세 유전인줄 알았던 마법사의 기운이 세리의 아들에게서 그것도 백일이 조금 지난 아기에게서 나타난것만이 유일한 걱정이었지만.  

세리는 아들에게 아빠가 놀라실테니 숨기라고 얘기했지만, 수현은 벌써 알아버렸고, 다시 아들에게 자신이 안다는걸 엄마에게 알리지 말라고 얘기한다.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고 행복해한다. 비록 이 말썽쟁이 큰아들이 나중에 말도 못할정도로 사고를 치고 속을 썩힐거라는 걸 알면서도.
 

 음…줄거리는 간단하다. 그런데, 내용은 지루했다. 솔직히, 이제껏 이리리님의 작품들 중에서 제일 실망이다. 마녀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어서 조금은 빠르고 숨가쁘고 스펙타클한 면을 기대한 탓이었는지 너무나 느리고, 갑갑한 사건 전개, 여주인공은 그나마 나았지만, 남주인 수현의 덜카리스마적(?)인 모습이 좀 아쉬웠다. 게다가 중간중간 나와있는 홍차에 대한 마녀들의 일기 형식의 글들은 글의 흐름을 끊어놓기 일쑤라 나중에 가서는 거의 읽지 않았다. 나중에 시간나면 다시 그것만 읽을 지라도…음…혜잔의 향낭에서도 이런식으로 인형들의 테마전설을 올린글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은 처음엔 짜증이 났었지만, 나중엔 나름 재밌게 다가왔었는데…. 
 

어쨌든, 이리리 님의 필력은 어디 가지 않아서 감정의 변화라든가, 당위성 같은점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수긍이 갔다. 하지만, 타이틀에 비해 너무 평이한 줄거리와 약한 캐릭터 익숙치 않은 구성등이 다소 실망감이 들었다. 차라리 같은 마법사인 이진과의 사랑얘기였다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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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싱글과 아직 싱글
이새늘 지음 / 두레미디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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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늘 작가님의 글은 늘 그렇듯이 따뜻하다.

그래서 마음이 좀 춥고 빙그레 미소짓고 싶을때면 이작가님의 책을 편다.

 

 

돌아온 싱글, 유나영.

그녀는 한번의 결혼을 이혼으로 끝장내고 2년만에 다시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으로 복귀한 32살의 이혼녀다. 그녀의 꿈은 소박했다.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그를 위해 살림을 해주고 아이를 낳고 늙어서도 서로를 마주보며 의지가 되어주는것.

하지만, 3년을 연애하고 2년을 같이 산 남자는 어느날 갑자기 첫사랑이 나타나자 그녀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이미 자신에게서 몸도 마음도 다 떠나버린 그에게 매달리는게 구차스러워 선선히 이혼도장을 찍어준 것이다. 그렇게 빈집에 홀로 남겨져서야 담담한 척했던 겉모습은 무너졌고, 홀로 울고있을 외동딸이 걱정되 찾아온 부모님을 따라 결혼전처럼 부모님과 함께 살게된다. 나영의 아버지는 평생 교직에 몸담고 있다가 얼마전에 정년퇴직한 교육자라 딸의 이혼이 더 큰 충격이었지만, 사랑하는 딸의 마음을 헤아려 아무렇지않은듯 오히려 의기소침해 있을 딸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준다. 나영이 그런 부모님의 사랑에 더 가슴이 메어오는것은 당연했다.

 

 

아직 싱글, 최재우.

나영이 복직한 고등학교의 유일한 35살 노총각 영어선생님.

훤칠한 키와 준수한 외모, 서글서글하고 친절한 말씨등으로 미루어 그가 아직 결혼을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너무 눈이 높거나 아님 아직 생각이 없어서 '안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사실이 또 그랬다.

그는 아직 결혼까지, 즉 자신의 미래안에 들여놓고 싶은 여자를 만나지 못했고 그래서 가족들의 결혼하란 성화에도 느긋하기만 했다.

그런 그의 앞에 어느날부터인가 '이혼녀'란 타이틀이 붙었으면서도 잘 웃고 유쾌한 작은 여자가 나타났다.

처음엔 <이혼녀란 색안경>을 쓰고 보느라 유난히 잘웃고 밝은 그녀에게 호기심을 느꼈고, 나중엔 그것이 그녀를 향한 관심으로 변하다가, 마침내 색안경이 벗겨지자 가슴 가득 그녀가 들어와버렸다.

 

 

그녀는 어떤 타이틀이 필요없을정도로 사랑스럽고, 재밌고, 똑똑하고, 가슴 따뜻한 여자였다. 단 한가지, 아직은 이혼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주위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을뿐. 겉으로는 담담한척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자신이 초래하지 않은 이혼이라는 결과는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가에 상관없이 그녀를 괴롭혔다. 생각없이 그녀를 가벼이 대하는 대학동기부터, 언젠가부터인가 <이혼>이라는 금지어를 만들어 쉬쉬하는 학교 선생님들까지 그녀를 불편하게하는건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그녀를 웃게하고 힘내게 하면서 아무 편견없이 잘 따르는 제자들이있기에 그녀는 그만두었던 교편을 다시 잡게된걸 감사했다.

 

 

그러다 같은 동네로 이사온 재우와 우연히 부딪히게 되고, 한 두 번 대화도 하게 되고 식사도 하면서 참 괜찮은 남자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뿐이었다.

이혼4개월만에 첫사랑 그녀와 결혼식을 올린다며 청첩장을 보내온 전남편에대한 미움과 원망이 아직 삭지 않아서 재우가 자신을 따스한 시선으로 보고있다는걸 눈치채지 못한다. 하지만, 생전 처음 결혼이라는 그림속에 들여놓고 싶은 여자가 생긴 재우는 마침내 나영에게 고백을 하고 나영은 당황한 마음에 거절을 한다.

이미 각오했던 일이라 재우는 오히려 더 열의를 불태우지만.

그날, 친구를 찾은 나영은 재우를 거절했으면서도 그렇게 괜찮은 남자의 프로포즈를 편하게 웃으며 받아들일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다.

 

 

그렇게 어색한 며칠이 지나고 피하기만 하는 그녀에게 재우가 밤을 세워 쓴 편지를 전해주고, 그녀 역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흔들리는 그녀에게 그녀의 절친 명희가 용기를 북돋아 주고 마침내 그녀가 그의 손을 잡게된다. "우리 연애할래요?"라는 귀여운 물음과 함께 그의 품에 날아든 나영을 재우는 상처없이 꼭 자기의 곁으로 데려오리라 다짐한다.

 

 

이렇게 시작된 둘의 사랑은 친구 명희와 재우의 조카이자 나영의 제자이기도 한 민교에겐 충분히 축복을 받았지만 재우의 부모님과 형님 내외에게는 어려운 난관이었다. 먼저 <이혼녀>란 화려한 타이틀은 나영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생긴거였어도 책임져야할 이력이었으므로.

다행히, 먼저 형님 내외의 허락을 받아낸 나영과 재우는 한고비를 넘기고 그제서야 뒤로 미루었던 나영의 부모님께도 정식으로 재우를 소개할 수 있었다.

 

 

한편, 나영과 재우의 사랑이 차차 무르익어 갈무렵, 나영의 전남편 대윤의 결혼생활은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모든 여자가 나영처럼 가정적이고 모든것을 남편인 자신의 의견에 맞춰줄거라 착각했던 남자의 벌이었다. 2년여간 나영에게 길들여져 있던 대윤에게 첫사랑에 대한 콩꺼풀이 벗겨지자 하나하나 비교하게 되었고, 부부생활은 싸우는 일이 더 많아졌다. 문득 나영이 생각나 찾아간 명희에게서 나영이 결혼을 전제로 남자와 만나고 있다는 말을 듣자 자신이 한짓은 생각도 안하고 공연히 배신감까지 느끼는 대윤이었다.  

 

 

 

이제 재우와 나영에게 남겨진 아주 커다란 산은 재우의 부모님이었다. 아무리 35살 노총각이래도 우리 나라의 사회 통념상 이혼녀란 타이틀은 어르신들에겐 격노할 일어었고, 예상대로 소식을 들은 재우의 어머니가 제주도에서부터 쫒아올라왔다.

그 분들의 소망도 별다른것이 없었다.

대단한 집 규수를 바란것도 아니고, 그저 저 좋다는 참하고 얌전한 여자면 충분했다. 그런데 이혼녀라니. 다행히 얌전하고 교양있는 재우의 어머니는 나영에게 차분히 부모의 욕심이라 생각하고 재우를 단념해달라 말하지만, 이미 형님 내외에게 허락을 받는 과정에서 결코 그를 놓을 수 없을만큼 사랑한다는 걸 알게된 나영은 간절하게 부탁을 한다.

5번의 기회를 달라고. 이혼녀란 타이틀도 빼고, 아들과 결혼허락을 받으려는 여자라는 사실도 빼고 그냥 '유나영'이란 여자로만 5번을 봐달라고.

그렇게 해서 시작된 한달여간의 주말 제주도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것은 재우에게도 비밀이었다. 

왜냐하면 이것은 이혼녀라는 타이틀을 떼어내기 위한 나영만의 투쟁이었기에.

하루는 찻잎을 같이 따고, 하루는 관광을 했으며, 하루는 영화도 보며 나름대로 나영은 자신만의 모습을 보여주며 친해지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다섯번째 -이때쯤엔 재우도 알게되었다- 재우의 격려까지 받으며 갔지만 끝내 허락을 받지 못했다.

무너질려는 가슴을 안고 서울로 돌아와 이제는 어쩔수 없이 재우와 함께 매달려보리라 결심할때 마침내 그동안의 나영의 모습에 마음을 열었던 재우의 부모님으로부터 조금 늦게 진심이 담긴 편지가 도착한다. 결혼 허락이었다.

 

얼마전 결혼해서 아직도 깨소금 냄새가 솔솔나는 신혼부부 재우와 나영에게 아기라는 선물까지 찾아오고 비로서 나영은 자신이 소박하게 꿈꾸었던 행복이 이루어짐을 느낀다.

 

 

 

 

잔잔하면서도 이쁜 책이었다.

내용 줄거리상 나영이 학교의 소위 문제아라 불리는 여학생 한명에게 지극정성을 들여 결국 삐뚤어진 마음도 잡아주고 이혼한 그애의 부모대신 가정이라는 울타리도 만들어주는 과정도 가슴 따뜻했다.

그리고 평범한 고등학교 교사인 남주의 가슴 깊은 따스한 사랑법이 재력이니 카리스마니가 난무하는 여타 로맨스소설에선 보지 못했던 감동을 주었다. 또 그 사랑을 소중하게 지켜나가려고 노력하는 여주의 모습도 이뻤다.

 

끝으로 점점 이혼율이 높아지는 우리나라에서 다시한번 <이혼녀><이혼남>에 대한 시각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도 됬다. 



 

"그 사람이 나 좋다고 말하는 그 순간, 내 처지가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오더라. 아, 나 좋다는 사람 마음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다시 웃을 수 있을 만큼 내가 평범하지 않구나, 싶었어.

나는 결혼 전이나 지금이나, 이십 대 때나 삼십 대 때나 변함없이 유나영인데, 세상은 날 그렇게 봐주질 않아.

아, 얘는 이혼 했었지? 아, 얘 한 번 결혼했었지? 그렇게 밖에 안 본다고...."



 

"..그러니, 차라리 나한테 마음 열어봐요. 최선을 다해 당신 지켜주고, 사랑할 테니까. -재우. "   ---편지글

 



'그 순간 나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 나를 떠올렸다는 것 하나로 이렇게 들떠서 웃는 날 용서해줘요. 사랑에 빠져서 그래요. 바보가 되어서 그래요. 아이처럼 웅크려 있던 당신 모습에 또 한 번 생각햇어요. 이 사람, 내가 감싸야 할, 내가 안아 주어야 할, 내가 사랑해야 할 사람이구나.....유나영 씨, 당신도 이제 나에게 한 걸음 다가왔다고, 그렇게 착각해도 되겠습니까?'

 


 

'나는 평범한 서른다섯 살 노총각 교사일 뿐이야. 절대 네가 나보다 못한 건 없다는 거야. 내가 잘난 게 없기 때문에, 네가 주눅들 필요 전혀 없다는 말을하고 싶었어. 혹, 우리 부모님을 만나 무슨 말을 듣더라도 네가 못나서가 아니란 말을 해주고 싶었어. 상처 안 받게 잘 데리고 오겠다 약속했으니, 그리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상처 입힐까 봐 미리 보호막을 쳐놓고 싶어서...'
 

 

"유선생, 서른다섯 살 노총각한테 시집올래요? 좀 느린 거북이 같고, 간혹 느끼하기도 하고, 허풍도 세고, 좀 변태 같단 소리도 누구한테 듣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유나영 씨한테만큼은 잘하며 살 자신 있는데. 결혼삽시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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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몇가지 오해 1
서연 지음 / 청어람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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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연인들의 풋풋한 사랑속에 어느날 갑자기 방해꾼이 끼어들고 사랑에 미숙했던 연인들은 오해를 안고 헤어지지만, 8년후 조금은 단단해진 가슴과 눈을 갖고 정해진 운명처럼 다시 만난다.

1년전 다정은 그해 연합봉사동아리 '히스'에서 만나왔던 S대 경영학과의 유선호라는 남자를 알게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똑똑하고 친절하고 보기드물게 건실한 청년인 그를 마음에 들이게 되었다. 

같은 동아리 멤버인 성광과 희돈 역시 선호와 어려서부터 친구들이었고 모두들 선하고 착한 사람들이었다. 그즈음 친구인 예분과 회장인 두희는 어느정도 다정과 선호의 조심스런 감정의 교류도 알아채고 있었다. 한달에 두어번 정도 고아원과 양로원에 가서 목욕이나 빨래 봉사를 했고, 그 외에 아이들이나 어르신들을 모시고 야유회를 가기도 했다. 모두 즐겁고 따스한 나날들이었다. 그런 그들앞에 어느날 '소지혜'라는 여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만해도.  

첫눈에 사람같아 보이지 않을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답게 생긴 여자를 본 히스의 남자멤버들은 모두 얼이 빠져서 그녀의 추종자가 되지만, 믿었던 만큼 선호는 하루만에 지혜가 내면까지도 아름답지 않다는걸 파악하고 오히려 지혜때문에 토라진 다정을 달래면서  둘은 친구이상의 공감대를 갖게된다.  

한편, 얼마지나지 않아 두희는 지혜가 같은 동아리 멤버였던 성광과 희돈을  동시에 사귀고 육체관계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괴로워한다. 사실, 지혜는 두희와 절친의 사촌동생으로서 불우했던 과거를 겪은 사촌동생을 동정하는 마음으로 도와주다 지혜의 유혹에 넘어가 자신의 모든것을 버리고 그녀를 위해 막일을 해서라도  공부시킨것이었다. 결국 그녀가 대학교도 다니게되고, 연예인이 되기위해 오디션도 보게될 정도가 되자 두희의 절친은 그녀를 자유롭게 떠나보냈고, 두희에게 그녀를 부탁했던 것이다. 하지만, 두희는 그저 그녀가 사촌여동생인줄만 알았지, 화려한 화류계의 경력에 사촌오빠와 몇년간 동거까지 한 그녀인줄은 몰랐다가 성광과 희돈 뿐만이 아니라 학교의 웬만한 남자들하고는 다 관계를 하고 다니는 그녀를 알게되자  친구에게 알릴것인지 고민에 빠진것이다.  

하지만, 이 고민은 엉뚱하게도 그의 술주정을 들어주던 선호에게 그녀에대한 동정심과 커다란 사명감을 안겨주었고 차후 이것이 선호와 다정에게 치명적인 오류가 될줄 몰랐던 것이다. 

선호는 어려서부터 가풍처럼 배워온 도덕심과 인간에 대한 연민을 어쩌지 못하고 이때쯤은 벌써 깊은 연인이 되어버린 다정에게까지 숨기며 지혜를 감싸고 돌기 시작했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얼마만한 상처가 될지 어렸던 선호는 알지 못했고, 나이는 어렸지만 벌써 세상에서 닳고닳은 지혜는 그런 선호를 지능적으로 잘 구슬리며 다정과 약속을 어기게 했고, 다정을 오해하게 만들었으며, 다정을 서운하게 만들었다.  

결국 다정은 무조건 믿으라고만 하며 번번히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는 선호에게 분노를 터뜨리지만 그때까지도 선호는 지혜의 불우했던 과거를 털어놓으며 다정에게 여전히 이해만을 고집한다. 

선호를 사랑하는 다정으로서는 그런 선호를 이해하려 애쓰지만, 여우같은 지혜는 이제 본격적으로 선호를 차지할 음모를 꾸민다. 어느날 밤 다정을 찾아와 맥주를 마시자고 초대해놓고는 약을 먹여 그녀가 약에 취한 사이 다른 남자를 끌여들여 난폭한 성관계를 하며 자연스레 선호와 관계를 할때 가장 환상적이었다며 다정이 오해할만한 말을 듣게한다. 다정은 혼미한 정신에서도 지혜가 그 남자에게 맞으면서까지도 해대는 가증스런 말이 거짓이라고는 조금도 의심할수 없었다.  

그토록 자신을 사랑한다고 했던 그에게서 느낀 커다란 배신감에 이성을 잃은 다정은 선호를 찾아가 사실을 묻지 않고 두희를 찾아간다. 두희에 의해 세 친구들과 그 부모님들, 지혜까지 모두 동석하게 된 자리에서 자식놈들이 여자 하나와 돌려가며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에 기함을 했고, 선호는 영문도 모르고 끌려왔다가 그제서야 자신이 여태껏 지혜에게 -피해자인양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며 불쌍한척 했던- 속았다는 사실과 온마음과 온몸으로 사랑했던 여자친구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먼저 찾았다는 배신감에 그길로 부모님을 따라 학교를 휴학하고 그녀의 곁을 떠난다.

그것이 끝이었다. 그에게 다시 전화를 할 수도, 만날수도 없었다. 호되게 앓은 며칠 후 두희에게서 건네받은 그와의 교환 편지장.  
영원이 될수없다면 이게 끝일거라는 말…. 

그제서야 다정은 자신의 선택이 너무 경솔했던건가 후회가 됬지만, 이미 지난일이었다. 그일로 모두들 뿔뿔이 흩어져버렸고, 지혜는 학교에서 퇴학을 당했다. 

그후 8년. 미용그룹 신비요의 헤어디자이너 팀장 장다정.  

그녀 역시 그때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학교를 그만두고 일본으로 건너가 헤어디자이너 공부를 시작했고, 얼마전 미국유학까지 마치고 돌아온 뒤엔 당당히 신비요에 입사,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이제 28살이 된 다정은 순진하고 수수했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있었다. 그녀는 누가봐도 당당한 헤어디자이너로서의 세련된 의상과 화려한 장신구를 달았고, 짙은 화장을 했다. 그런 그녀가 이모의 소개로 만난 선자리에서 건너편에서 역시 선을 보던 선호와 만나게 된다.  

선호는 오히려 그녀를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걸어오는데 그녀는 잠시동안 낯설지만 않았을뿐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유선호'라는 이름 석자에 그녀의 가슴은 기억하듯 통증으로 아파온다. 그러고나선 서로의 변해버린 겉모습에 변해버린 내면에 상처를 받고 어색해하는 시간을 얼마간 보낸다. 처음 얼마간 너무나 차갑고 냉정해진 선호가 자신 탓인것만 같아 다정은 가슴이 아파와 그에게 연락을 하지만, 계속해서 자신을 밀어내며 빈정거리기만 하는 선호를 보며 마침내 분노를 터뜨린다.그리고 마치 그에게 협박하듯이 이제는 잘나가는 톱가수가 된 소지혜가 신비요와 전속 계약을 맺고 자신이 그녀의 담당 헤어디자이너가 될거라는 얘기도 한다.  

그제서야 선호는 다정을 만난후 계속해서 뛰어대는 심장에 처음으로 솔직해질때가 되었음을 인정한다. 그는 겁이 났던것이다. 예전에 자신의 치기어린 행동으로 무조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녀에게 말도 안돼게 믿어달라고 강요했던 행동들때문에 상처입었던 다정을 또 볼 자신이 없어서 또 한번 그녀에게 상처를 줄까봐 차갑게 밀어내려고만 했던 머리를 뜨겁게 뛰는 심장이 눌러 버렸다. 그리고 뛰쳐나가는 그녀를 붙잡아 사과한다.  

그제서야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쉰 다정은 그에게 장난스럽게 조건을 건다. 한달간만 연애를 하자고. 너무 갑작스런 이별을 해서 좋게 마무리가 안됬었으니, 이번엔 제대로 사랑하다가 제대로 근사하게 이별을 해보자고. 선호는 다정의 제안이 황당했지만, 한편으론 가슴이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비록 한달이라는 시한이 있었지만, 다정과 다시 '연애'를 할 수 있게된것이다.  

사실 그동안 선호는 많이 비틀려 있었다. 대학때의 사건후로 냉소적이고 차갑게 변해버린 선호때문에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조차도 다들 그를 걱정하고 어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정을 만난 후로 그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여전히 냉소적이고, 거칠게 표현했지만 그의 말속에는 따스함이 섞이기 시작했고 입가만이 아니라 얼굴전체에 미소가 떠올랐다. 비록 가족들은 선호가 다시 다정을 만난다는 말에 다정에게 또한번 상처를 줄까봐 만나지 말라고 했지만, 선호는 어차피 한달이라는 시한동안만 그녀를 진짜 열심히 사랑해보리라 결심한다.......

그리고 다정이 앙심을 품은 지혜에게 수모를 당해 감정적이 됬을때 그가 침착하고 당당하게 잘 해결되도록 지켜주자 다정은 선호에게 든든한 사랑을 느끼지만 동시에 그들에겐 한달이라는 시한이 있음에 괴로워한다.  불안하고 초조한것은 선호도 마찬가지여서 둘은 하루 여행을 가기로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는 마침내 8년만에 처음으로 사랑을 나누게된다.
마침내 선호와 다정이 아주 먼길을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것이다. 그런 두사람의 모습을 보며 다시 찾은 두희선배와 예분이-둘은 결혼을 했다- 성광과 희돈은 축복해주었고, 모든것을 다 갖었지만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얻지못한 지혜는 질투와 부러움을 느낀다. 그렇게 두사람은 여러사람들의 관심속에 결혼을 하고, 3년만에 아기도 갖게 된다. 여전히 선호는 삐딱한 말투를 쓰고, 다정은 그때마다 팩 성질을 내며 토라지지만 또 그때마다 둘은 다시 화해를 한다.  

서로가 서로를 가장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을 알기때문에.  

 

첫권은 정말 속터져서 읽다가 덮어버리기를 여러번했다.  무슨 이런 바보같은 남주가 다 있나...싶은 생각에. 하지만, 반듯하고 다정하고 온실속의 화초(?)같던 남주가 2권에 들어서면서 칼날같은 바람직한(^^;;) 성격이 되서 나오면서 맘에 들기 시작하더니, 책장을 덮으면서는 아주 괜찮아졌습니다....ㅋㅋㅋ... 이것도 서연님만의 skill인듯 합니다. 

멋있는 남주 만들기. 첨부터 멋있는 남주도 있지만, 가면 갈수록 멋있어 지는 남주도 괜찮습니다.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알려주면서, 동시에 아직은 사랑이 필요한 곳이라는것도 알려주어 미소지으며 책장을 덮었답니다.

 

이 책은 빌려본지 한참 된 책이라 리뷰를 쓰면서 컨닝을 많이 했네요... 

(이제부터 바로바로 해야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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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함께 채송화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백일도 되기전에 엄마를 잃은 채송화는 마치 신데렐라 처럼 계모와 두 자매를 얻었다.  

언니인 박양지는 새엄마의 전남편 소생이었고, 동생인 채장미는 아빠와 새엄마의 소생이었다.  

새엄마의 화려한 인물을 닮아서인지 송화를 뺀 나머지 두자매(언니인 양지는 변호사,동생인 장미는 국민요정이라 불리는 배우) 는 똑똑했고 아름다웠다.  

그에 반해 송화는 완전 친탁을 해서 기골이 장대하고, 얼굴은 보통이었으며, 건설현장에서 감독을 맡을만큼 씩씩하고 튼튼했다. 그런 송화가 어느날 현장에서 사고를 당할뻔한 사람을 기발한 순발력으로 구해내느라 발목을 접찔리게 된다. 그렇게해서 운명처럼 그녀는 <자양 한의원>의 원장인 윤상엽과 만나게 된다. 

너무나 씩씩하고 용감한 송화지만, 그녀는 뾰족하고 날카로운 것이 싫었다. 거기다 그렇잖아도 끔찍한 침을 놓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에게 반말을 찍찍해대는 동안의 잘생긴 한의사가 있어서 더 싫었다. 그래서 마침내 일주일간의 치료가 끝났을때 송화는 드디어 그 젊어보이는 한의사에게 한방을 먹인다. "야, 너 몇 살이야?" 라고. 황당해서 그가 대꾸할 말을 찾는 틈을 타서 그녀는 한번만 더 반말하면 '죽는다' 는 협박 아닌 협박을 남겨놓고 기분 좋게 한의원을 나선다.  

그런데, 그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얼마후에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의 집으로 한약상자가 배달되어 왔고, 그녀는 내내 찜찜한 마음에 결국 약상자를 들고 한의원을 찾아간다. 물론, 돌려주러. 그리고 그 자리에서 윤상엽에게 사귀자는 프로포즈를 받는다. 이번엔 송화가 기가막혔지만, 마지막 순간에 그가 한 말에 결국 송화는 은혜갚는 까치의 심정으로 그에게 밥을 한번 사기로 약속한다. 사연인즉, 공사마감이 도래하고 준공 즈음이 되서 술자리가 많아진 요근래, 아침이면 술냄새를 폴폴 풍기며 지하철을 타야했는데, 그때마다 전철안의 수면가스로 정신없이 졸아댔고 일주일전쯤 꿈속의 왕자님과 키스하기 바로 직전 누군가 '양재역' 이라면서 깨워준것이다. 바로 그것이 이 남자 윤상엽이란다. 그 남자는 더불어 자신의 비싼 아르마니 양복에 침까지 묻혀놨으니 책임을 져야한다고 했다. 책임감하면 채송화였으니, 어쩔수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한 저녁 약속에서 상엽은 그녀에게 분명한 바가지를 씌웠고, 더불어 다음 데이트까지 약속 받는다. 기습 키스 두번으로. 
 

어떻게? 당황한 송화가 손목을 잡힌채로 머리를 들이받아서 상엽의 입술이 찢어진 것이다. 그런 사연으로 다시 사죄의 의미로 두번째 약속을 잡고, 여지없이 졸면서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다시 만난 상엽은 여전히 송화에게 사귀자며 조른다. 송화는 자신에게 운명이라며 우겨대는 상엽을 보며 가위바위보를 하자고 제안한다. 자신이 이기면 바이바이 지면 사귀는 게임. 상엽은 처음엔 확률게임을 거부하지만, 운명이라면 받아들이라는 말에 가위바위보를 하고 정말 운명처럼 송화는 지고만다.  

그래서 정말 애들 장난처럼 둘은 공식적으로 사귀는 커플이 된다. 드디어 그들의  공식적인 첫 데이트날, 상엽은 예상치못한 복병을 만난다. 그것은 채송화의 동생인줄 아무도 모르는 채장미의 방문을 받은것. 사실 장미는 너무 타이트한 스케줄에 며칠 쉬고 싶어서 꾀병을 부리려 왔다가 집안빵빵하고 수재에 잘생긴 상엽을 보고는 유혹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주변에 널려있는 꽃처럼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수많은 여자들을 보면서 자란 상엽에게는 장미가 떨어대는 아양과 애교등등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물론, 입원도 거절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장미의 상엽에대한 도전의지는 한없이 더 커져버렸고 장미를 거절하고 첫데이트 약속에 늦게 온 상엽은 분홍과 흰색이 섞인 귀여운 느낌의 '키위장미'한다발을 선물했다. 순수 순진의 꽃말을 갖고있는 그 꽃은 송화에게 잘 어울렸고 그 날의 데이트도 다른 커플들과는 차별화된 '찜질방' 데이트였다.  

상엽도 자신이 왜 데이트 코스를 찜질방으로 했는지 의문스러웠지만, 가잔다고 순순히 오는 송화도 특이하긴 했다. 첫 데이트에 샤워에 맨얼굴을 다 보여야하는 여자로서는 피하고 싶은 코스임에 분명했지만 덕분에 상엽은 송화의 맨얼굴이 깨끗하고 맑고 나이보다 어려보이고 귀엽기까지 하다는걸 알게된다. 점점 그녀의 내면의 아름다움이 보이기 시작하자 상엽은 갈등하기 시작한다.  

사실 그는 대그룹 명성전자의 후계자 계열에 속해있는 사람이었지만, 정략결혼으로 -게다가 어머니의 일방적인 계략으로 맺어진- 불행한 부모님의 결혼생활에 상처받고 할퀴어져 겉보다는 속이 차가운 인물이었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즉흥적인 '앞으로 명성전자의 후임자는 제일 빨리 태어나는 증손주다' 라는 말에 온 집안이 들썩여도 동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는 사업에는 관심도 없었고, 한의사라는 직업도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오로지 명성전자의 안방이 목적으로 아버지를 유혹해 친구의 남자를 가로챈 어머니로서는 아들을 닥달하지 않을수 없었고, 그 귀찮음을 잠시나마-다른 사촌중에 누가 얼른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때까지- 미루기 위해 씩씩하고 무감한 여자가 필요했던 거였다. 그래서 선택한 여자가 송화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진면목을 보면 볼수록 너무나도 진실되고 바르기만한 그녀에비해 자신은 처음부터 거짓이었던 것이 양심에 걸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만나기 시작한 둘은 점점 서로에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중간에 동생 장미가 상엽을 유혹하기 위해 스캔들도 만들고 덕분에 마음고생도 하지만, 사랑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과정에서 상엽은 선물처럼 송화가 자신을 선택했다는것을 알게된다. 가위바위보라는 게임을 통해서 연인이된것이 운명이라 했지만, 사실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한번도 게임이라는 것에서 이겨보지 못했던 송화만의 선택이었던것. 장미의 스캔들 소동으로 몸과 마음이 다 힘들었던 둘은 약속대로 2박3일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사랑을 나누고 결혼을 약속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상엽은 송화의 집에 인사를 드리고, 자신의 집에는 통보를 한다. 예상대로 어머니의 반응은 거셌지만, 결정적으로 아버지가 손을 들어줘서 결국 상견례 날짜를 잡게되었다. 운명의 그날. 상견례 자리에서 상엽의 어머니는 송화에게서 남편의 첫사랑 얼굴을 보았고, 평생을 친구의 남자를 빼앗은 죄로 사랑받지 못하고 불행하게만 살아온 상엽의 어머니는 이제 죄책감이 아니라 분노만이 남아서 송화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송화의 부모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사자들인 상엽과 송화만이 이 상황에 당황했고, 억울했다. 그리고 상엽은 분노의 화살을 어머니에게 돌렸고 결국 그날밤 어머니는 치사량의 수면제를 먹은 채 병원으로 실려갔다. 마침내 상엽과 송화는 다시 만나 두번째 가위바위보로  이별을 결정한다. 운명이 아닌 선택. 사랑하면서도 헤어져야만 하는 두 연인은 마지막으로 이별여행을 떠나고 상엽은 그녀의 손에 커플반지를 선물한다.  'Always with me'란 글씨가 새겨져 있는 그 반지는 그후 송화의 손에서 빠지지 않는다. 그와 이별 여행을 다녀오고 한달 후. 그녀는 신문을 통해 상엽의 약혼소식을 알게되고 동시에 임신 사실을 알게된다.  

10개월후 그녀는 100일이 얼마 남지 않은 아기의 미혼모가 되어 있다. 그 아기의 100일을 축하하기 위해 장미가 온식구의 제주도여행을 제안했고 공항에서 10개월만에 상엽과 재회한다. 단10분. 그들에게 허용된 시간이었다. 여전히 서로를 향해 마음이 뜨거운 사람들. 여전히 서로의 반지를 끼고 있는 사람들. 하지만, 헤어졌고 여전히 그 상황은 변함이없었다.  

제주도에 도착해서도 송화는 밝지 못했고, 양지와 장미는 송화에게서 그와의 만남을 듣게된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콩이를 너무 이뻐하는 장미가 인터뷰를 하면서 슬쩍 자신에게 조카가 생겼으며 둘째언니의 아이라는 얘기를 흘린것이다. 꿈에도 자신에게 아이가 있는줄 몰랐던 상엽은 그제서야 이 세상에 자신이 꼭 지켜주어야만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음을 알게된다. 그리고는 송화를 찾아온다. 그녀의 입을 통해 자신의 아이임을 확인하고는 기쁨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끼며 드디어 결단을 내린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둘은 결혼에 골인할수 있게되었고, 아기는 아직 돌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 온식구들의 사랑을 흠뻑 받을수 있었다. 여전히 아무도 용서못하는 어머니때문에 상엽의 마음 한켠은 비어있지만, 그래도 이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 어깨를 붙이고 있을수 있다는 사실에 상엽은 행복했고 송화도 마찬가지였다. 
 

 역시…나의 사랑 현고운님이다. 어쩜 이렇게 글들을 맛있게, 입에 쩍쩍 달라붙게 잘 쓰시는지 너무 즐겁게 너무 감동적이게 너무 가슴졸이면서 재밌게 잘 봤다. 아~~~ 우리집에 내가 구입해서 소장한 책이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 사야지.
이 글속에 나온 송화도 예쁘고, 남주인 상엽도 너무 좋다. 말도 재밌게 하고 성격도 좋고, 음… 다분히 현실적이다.
멋있긴 하지만, 너무 카리스마적인 남주들은 현실적이지 않은데, 상엽은 충분히 현실적이면서도 충분히 멋있다. 그래서 좋다. 귀엽고, 다정하고, 유머있고, 능력있고, 사랑스럽고. ㅋㅋㅋ
(그래봤자 남의 남자지만! ) 


"그렇게 성격이 까칠한 거 몸이 허해서 그럴 수 있어요."
상엽의 느긋한 진단에 송화는 대놓고 혀를 찼다.
"까칠한 성격은 약 먹으면 낫는다 치고, 그 밥맛없는 성격은 뭘 먹어야 고친대요?"
"다들 나더러 성격 좋다고 하던데."
성격이 좋긴. 개뿔. 성격 좋은 사람이 다 죽었다.
"관두죠"
"우리 사귑시다."


"가만, 잠깐만요. 그럼 일주일 내내 당신이 날 쫓아다녔단 말이에요, 지금?"
"설마. 비싼 아르마니에 침 묻히고 자는 여자를 쫓아다닐 만큼 한가하진 않다고. "
"누가 침을 묻혀요?"
"누가 하는 여자가."
혹시나 하는 두려움으로 잔뜩 긴장한 그녀의 얼굴을 바라 보며 상엽은 피식 웃고는 미소를 지었다.


"미치게 귀여운 정도는 아니고."
"그럼 왜 네가 그렇게 목을 매고 사귀자고 사정을 하는 건데? 여자가 없는 것도 아니잖아."
"아마 이런 여자는 또 없을 거 같아서.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대기실에서 소리 지르면 원장실까지 다 들린다. 주먹도 세고. 아니,주먹질은 아니고 머리뼈가 정말 튼튼하더라."
"침 흘리고 자던 여자가 대기실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주먹을 휘두르니까 막 애정이 샘솟는다면, 그건 네가 변태라는 뜻인데."  (난, 이 친구의 논리정연함이 너무 웃겨서 죽을 뻔 했다. ^^)
"변태가 아니라 여자 보는 눈이 높은거지" 
 

"그여자, 전철 안에서 졸기는 해도 아마 지각은 안할거야. 매 시간 칼같이 같은 시각에 지하철을 타는 걸 보면. 매일같이 숱을 마신다는 건, 술 마실 친구가 충분하다는 뜻이고. 강제로 키스한 남자, 상처까지 걱정하는걸 보면 정도 많은거고."  ............윤상엽


"나한테는 충분히 매력적이야. 귀여워 죽겠어."  ..............윤상엽


"미치겠구만." ..............상엽의 친구


"내가 왜 필요한지는 몰라도 너무 애쓰지는 말아요. 사람 일은 진심이 통하지 않으면 아무리 애를 쓰고 무리를 해도 소용없는 짓이니까."       ..............채송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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