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만들기 - 전2권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캐나다에서 자랐지만 엄격한 토종 한국인 아버지로부터 교육받아서 뼛속까지 한국인인 아름답고 똑똑한 <진짜 날라리 여우>와 비정한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어머니의 영향으로 사랑을 비웃고 믿지않는 <칼날같은 바람둥이 호랑이>의 자석같은 사랑이야기.

 

 

언니 상은이 아버지의 계획대로 한국에 가서 한국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뒤 이제는 자신을 보내려 한다는 걸 이미 뻔히 알고 있던 효은. 그녀는 경제학과 마케팅분야를 전공했으며 영어,불어등 4개국어에 능통할 정도로 똑똑한데다가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번씩은 뒤돌아볼만큼 늘씬하고 아름다웠다. 언니인 상은이 평범한 얼굴에 지적이고 선한 맑음이 매력이었다면, 효은은 반짝거리는 영리함과 한마디의 말과 미소만으로도 상대를 끌어들일 수 있는 화려함이 매력이었다. 게다가 그런 자신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있고 그것을 적절하게 이용할 줄 알기때문에 그녀는 <진짜 날라리>가 될수 있었다.

 

아버지는 연극을 해서 보냈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효은이 한국에 온것은 순전히 자신의 '귀소본능'에 의한 것이었고 지금이 제자리로 돌아올 적당한 때란 판단때문이었다. 그리고 만나게 된다. 칼날같이 날카롭고 인정사정 없는 사업수완에 여자를 만날때조차도 앞과 뒤를 계산하며 만나는 바람둥이 사장, 김대운.

 

첫만남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대운과 효은. 효은이 형부와 통화하면서 장난 친 말들을 우연히 듣게된 대운은 그녀가 유부남을 꼬시는 행실이 나쁜 여자라 판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시선이 가고 자석처럼 끌리는 신경을 막을수가 없었다. 결국 멀리 두느니 자신과 가까이 두기로 결심한 대운은 그녀의 경력으론 어림도 없는 사장 비서실에 그녀를 배치하게된다. 하지만, 그것이 더 그를 괴롭히게 되는 결과가 될 줄이야.

 

영리한 여우인 효은은 대운과 자신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전류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고, 대운이 자신을 일부러 멀리하고 냉정하게 대할때도 자신한테 몸이 달아 있다는 걸 알고있었다. 그녀 자신 만큼이나 그 역시도 자신을 피할 수 없음을. 하지만 곧 넘어 올 듯 하면서도 한 고집하는 대운은 일부러 효은을 화나게 하려는 듯 정상적인 남녀사이의 절차를 무시하고 '거래'하듯이 그녀를 설득한다.

"얼마가 필요한 거야. 금액을 말하라고." 그 말에 효은은 운명이라 점찍었던 그를 포기해야 하나 얼마간 망설이지만, 곧 악당 하나 인간 만들어 같이 잘 살아보자는 좀 전의 계획을 고수하기로 한다. 그러고는 자신을 모욕한 그에게 형부와 사둔총각과 형부의 친구-'인연찾기'에서 여준의 잘생기고 매너있는 바람둥이 친구로 나오는 신후였다-까지 동원해가며 그의 속을 태움으로써 확실하게 복수를 해준다.

 

이제 인내력의 끝을 달리던 대운은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하면서도 효은에게 "같이 살자"고 말한다. 곧 자신의 철저한 독립생활을 포기한다는 뜻이었지만, 더이상 이 여자를 혼자 둘 수 없다는 생각에 던진 카드였다. 하지만, 이 여자. 감사히 받지는 못할망정 결혼신청을 하란다. 대운은 기가막혔다.

 

아버지란 인간에게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먼 이국땅에서 버려져 끝내 쓸쓸히 돌아가신 어머니...그 어머니의 유언같은 말은 "사랑은 불같은 감정"이라 영원토록 지속될수 없고, 오히려 "그 감정을 악용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또 "사랑이란 이름으로 다가오는 여자를 믿지 말라"는 것도. 당연히 그는 어머니의 말을 믿는다. 혼자 남겨진 그에게 세상은 너무나 외롭고 힘든곳이었고, 단 한번 어머니의 말씀을 어겼을때 어김없이 배신이라는 부메랑이 돌아왔기때문에.

 

하지만, 고민하는 대운을 대신해 이번엔 효은이 대운의 손을 들어주어 그의 곁으로 다가간다. '손 끝 하나 안 건드리는' 동거에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곧 자신의 비서로 곁에 두었을때처럼 이번에도 대운은 또 자신의 결정에 발등을 찍어야했다. 곁에 데려다놓으면 감시하기가 훨씬 쉬울줄 알았던 자신의 생각이 철저하게 오판이었기에. 그녀는 너무나도 자신의 사생활을 잘 즐겼고, 너무나 쉽게 자신을 무시했으며, 편안해 보이는데 비해 자신은 하루종일 그녀에게서 헤어나질 못했으므로. 

 

그렇게 서로에 대해 신경만 곤두세우다가 기회처럼 찾아온 대운의 생일을 기점으로 둘은 감추고 있던 서로의 감정에 대해서 알게되었고, 그로 인해 대운이 십여일만의 출장에서 돌아왔을때 마침내 둘은 사랑을 나누게 된다. 사랑의 감정이 충만해 진 두 연인....이때쯤 태어난 언니 상은의 아기를 안고있는 효은을 본 순간 대운은 자신의 아이를 안고 있는 그녀를 상상하게 되고, 마침내 결혼을 결심하게된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하고 여전히 '사랑'이라는 감정을 거부하고 비웃으며 무작정 결혼을 졸라대는 대운에게 효은은 딱 잘라 거절한다. 이런 상황에서 만삭의 몸을 한 여인이 효은을 찾아와 대운의 아이라며 물러나 줄것을 애원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모든일에 대범하고 이미 그에대해서는 모든것을 포용할수 있다 생각했던 효은은 충격에 빠진다.....

 

 

 

.....비정한 아버지에게 멋지게 복수를 하는 동시에 원수처럼 대하던 이복형제와는 감추었던 동질의 아픔을 느낌으로써 '가족'을 찾게되는 대운과 그의 곁에서 유일하게 가족이라 인정하는 '사랑하는 아내'가 된 효은.

 

이제 두 사람은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며 '사랑해'란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다...

 

 

 

뭐.....그렇게 나쁘진 않다.

끝으로 갈수록 괜찮아 지기는 하지만, 앞선 시리즈인 <인연찾기-인연만들기1>의 기대치를 갖고 보면 이 작품의 주인공들의 매력이 좀 떨어진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건 내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지만 너무 강한 악당 이미지의 남주도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아름답고 화려하고 멋지기만 하다는 여주도 어쩐지 거부감이 든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끌어들이기 위해 너무 육체적 끌림을 강조한 것도 내심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또, 시리즈물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는 앞선 시리즈의 인물 얘기가 '간간히'가 아니라 너무 '자주' 나오는것도 두명의 주인공이 아니라 네명의 -물론, 앞선 시리즈를 읽은 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감정이겠지만- 주인공이 나오는 듯한 기분이 들어 산만했던것도 사실이다. 

 

하하하하....이건 뭐....^^;; 성토하는 분위기가 되버렸지만, 그래도 현고운님의 작품이니 일단 용서가 되고, 뭐니뭐니 해도 시리즈에 약한 나로서는 안 읽었어도 궁금해서 발뻗고 못 잤을테니 작품을 써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히 읽어야지...^^;;

 

다만 마지막으로, 제발 '멋지고 잘생기고 잰틀하기까지 하다'고 구구절절히 두권의 책 모두에 소개해주시고 그를 주인공으로 삼지 않으시는 이유를 알고 싶을 뿐이고! 어서 이번 드라마를 기회로 잊어버리셨던 여준의 친구 <민신후>도 짝을 찾아주십사 소망하는 것 뿐이고! ~~~~~~ ^^


 

 

 

"처형도 효은이 같은가요?"

 

내키지도 않는 녹차를 입에 가져가며 대운이 물었다.

 

"물론 아니지. 내 와이프가 훨씬 매력적이네."

 

긍정 비슷한 그 말은 효은이보다 고집도 덜 부리고 심술도 없으며 덜 뻔뻔하다는 이야기일까.

 

"처제보다 조금은 순종적이라는 얘기지."

 

이번에도 그의 눈빛을 읽어내며 여준이라는 남자가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기가 막힌다는 듯 한 마디를 더 붙였다.

 

"순종이라니. 정말 어울리지 않는 말이군. 그나마 말이네. 무튼 대충 그렇네."

 

"좋으시겠습니다."

 

대운이 부러운 눈빛으로 여준을 바라봤다. ...아주 조금만 더 순종적이 돼준다면 매일 업고 다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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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하듯 중얼거리던 그는 마지막 말은 아주 작게 속삭였다.

 

"아무한테도 보여주기 싫어. 혹시라도 당신이 항상 원하는 남자가 나타날까봐. 그러면 어떡해?"

 

"어떤 남자요?"

 

"좋은 남자. 제대로 된 가정에서 바르게 자란 건전한 상식을 가진, 내가 결

코 될 수 없는 남자."

 

그는 그녀가 한 말을 가슴에 담고 있었나 보다. 흔들림 없이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아픈 눈빛에 효은의 가슴속에는 멍울이 지는 듯하다.

 

"난 처음부터 좋은 남자가 아니야. 하지만 내게 여자는 언제나 너뿐이야. 난 변하지 않아. 그것밖에는 해줄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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