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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모아 G+ 중간고사 대비 단원평가 예상문제 5-2 - 2011
에듀모아 초등연구회 엮음 / 이야기(주)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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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주문하면<내일수령가능>은장식인가요?주문한지3일이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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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풀하우스 소설 풀 하우스 1
원수연 원작, 서유미 지음 / 북하우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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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싸가지에 제멋대로인 듯 하지만 알게모르게 마음 따뜻한 남자와 오직 <풀하우스> 하나만 덩그러니 남겨진 채 홀로서기 해야할 여자가 만나 싸우다 정들어 사랑까지 하게되는 이야기.


  채은수 그녀는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으로 어려서 엄마를 잃고 얼마전 아버지마저 돌아가셔서 완벽하게 혼자였다. 하지만, 그녀에겐 아버지가 설계하시고 엄마가 만들어주신 집, <풀하우스>가 있다.


  이진후 그는 요새 한창 뜨고있는 잘나가는 영화배우다.

본명은 민지훈. 대대로 사업가 집안에 뚱딴지 처럼 '딴따라'가 되겠다고 나선 놈이 맘에 안들어서 눈만 마주치면 버럭거리는 아버지가 있고, 본처의 아들이 있는 대기업 오너의 두번째 부인이 되서 낮이나 밤이나 아들이 눈밖에 나지 않도록 동동거리는 어머니에, 생모를 잃고 계모와 냉정한 아버지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혹시나 배다른 동생에게 사랑을 뺏길까 전전긍긍하는 형까지 둔 조금은 자기 멋대로에 까칠한 성격까지 덤으로 가지고 있는, 아 그리고 서울 변두리에 몇년전 보아둔 괜찮은 <집>도 한 채 가지고 있는 남자다.

  그와 그녀가 처음으로 만난것은 호텔 화장실이었다.
그날도 은수는 친구를 쫒아다니는 귀찮은 남자를 떼어주는 '꽃미남 애인'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남장 차림이었고, 진후는 사촌의 결혼식에 의무적으로 참석한 상태였다. 생각없이 여자화장실에 들어섰다가 남장차림임을 자각해 얼른 후다닥 일을 보고 나오리라 뛰어든 남자화장실에서 마침 펜들을 피해 화장실에 숨어있던 진후와 맞닥뜨렸고 순간적으로 또 남장을 망각한 은수의 '변태' 외침과 얼결에 맞은 뺨...그리고 화가나서 잡아챈 멱살 밑으로 느껴지는 이물감....

  "트렌스....젠더?"

후다닥 도망친 은수를 뒤쫒기엔 너무 피곤했다. 하지만, 이 만남이 둘의 앞날에 아주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줄이야.

  바로 그 둘의 소동을 카메라에 찍은자가 있었고, 악의적으로 진후를 매장시키려고 그를 "동성애자"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여태껏 남성적 카리스마를 표면에 내걸었던 그로서는 커다란 타격이었고, 예정됬던 계약이 파기되기 시작했으며 한동안은 숨어서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질 날만 기다리는것이 좋겠다는 결론이났다. 그래서 찾은 곳이 바로 그가 예전에 사 놓았던 집, <풀하우스>였다.

  진후의 매니저와 기획사 사람들에 의해 자신의 집을 앉은 자리에서 빼앗긴 은수는 한동안 억울하고 분했지만, 돌아가시기 전 아버지의 필체와 인감으로 된 계약서엔 어쩔수 없이 두 손들고 빈 몸으로 쫒겨날 수 밖에 없었다. 풀하우스 안의 내부 가구까지 모두 통째로 소유권이 넘어가 버렸기때문에 그녀에겐 극히 개인적인 옷가지와 코펠, 텐트만이 남았다. 하지만, 갈곳이 없었고 아직은 집주인 '민지훈'을 만나지 못한 상태라 한번이라도 따져보기위해 그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와의 첫만남은 결코 당당하지 못하게 한쪽은 도둑으로, 또 한쪽은 속옷차림의 민망함으로 이루어졌다. 마침 그가 새 집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 아직 꺼내오지 못한 트렁크의 옷을 꺼내기 위해 현관을 나섰을때 은수는 쫒겨날 때 미처 챙기 못했던 오이피클등 밑반찬등을 꺼내가기 위해 부엌 창문으로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들어서던 그와 나가려던 그녀가 현관에서 맞닥뜨렸고 순간적으로 그녀는 이집의 소유권이 이제 없음을 망각하고 그를 쫒아내고 말았다. 황당하고 화가난 진후가 경찰에 신고한다는 협박에 어쩔수 문을 연 은수. 둘의 첫 만남이었다. 

  자신에게 집을 팔았던 남자의 딸. 어디선가 본 듯도 한... 여자치곤 큰 키에 바락바락 소리치며 죽어도 잘못했다는 말은 안하는 피곤한 여자였다. 물론, 하루아침에 쫒겨났으니 억울하기도 하겠지만, 지난 몇년간 세도 없이 이만큼 사정을 봐주었으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자가 오이피클같은 짐들을 챙겨서 코가 빨개진채 문을 나설때도 오만한 인상을 펴지 않았다. 그 여자가 '새 집' 담벼락에 쓰러질듯 기대있던 텐트를 열고 들어섰을 때까지도. 그래서 그날 밤 비가 억수같이 퍼붓지만 않았어도 결코 그녀를 자신의 집에 들이지 않았을 거였다. 그렇게 그 둘의 기묘한 동거는 시작되었다.

  그녀한테 남겨진 단 하나 <풀하우스>를 차지한 왕싸가지 남자 민지훈. 그녀가 좋아하는 영화배우 이진후와 닮은 남자. 호텔 화장실에서 만났던 '변태'.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자신을 못 알아보는 기억력 나쁜 남자가 첫 인상만큼 아주 나쁜 인간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건, 폭우속에서 떨고 있는 그녀에게 퉁명스럽지만 손을 내밀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연히 보게된 그의 아픈 짝사랑도. 

  고열로 앓고 있는 그를 위해 약을 사갖고 왔을때 그녀는 그의 '형수가 될 여자' 세린을 보았고, 진후의 눈빛에서 그녀가 단순히 미래의 형수가 아님을 알수 있었다. 그 둘은 과거에 연인이었지만, 어느 순간 세린은 그를 떠났다.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채 그를 피하던 그녀는 어느순간 형의 약혼녀로 나타난것이다. 소리지르며 묻고 싶었지만, 행복해하는 형을 보며 그냥 자신의 감정을 죽이는 것으로 대신할뿐이었다. 

  이때쯤 매니저로부터 집주인 '민지훈'이 영화배우 '이진후'의 본명임을 알게되었고, 잘 나가던 그가 이렇게 시외의 집에 은둔하면서 시간을 죽이게 된것도, 줄줄이 계약이 파기된 것도 모두 자신과의 본의 아닌 '소동'때문이었음을 알게된 은수는 죄책감에 당분간 <풀하우스>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악착같이 돈을 벌어 다시 되찾기로. 그래서 마지막으로 그에게 따스한 밥을 차려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을 해준다. 실제로 그의 연기를 볼때면 느끼곤 하던 거지만, 그는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그 <인물>자체가 된듯했고, 충분히 그가 바라는 시나리오의 역을 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기에. 

  그래서였을까? 진후는 따스한 눈빛으로 자신에게 '잘 될거라' 말하고 동시에 '잘 있으라'고 말하는 그녀를 떠나보내기 싫어졌다.그녀가 이 집에서 나가는것이 당연한 일이고 잘 된 일임에도 이젠 그녀를 보내기 싫어진 것이다. 

  떼를 쓰듯이 어이없는 이유로 그녀를 붙잡고 있을때 진후의 기획사에서 <동성애자>란 오명을 벗기기 위해 퍼뜨린 <이성과 연애중>이란 스캔들을 확인하기위해 무서운 진후의 아버지가 나타난 것도 그때. 똑같은 성질과 닮은 얼굴로 버럭대던 부자간의 싸움에 얼떨결에 '온전한 정신을 가진 채' 그의 곁에 서게 된 '여자'가 되버린 은수는 지기 싫어하는 진후의 순간적인 치기로 <결혼할 여자>까지 되버렸다. 물론, 똑똑한 은수는 풀하우스의 공간중에 서재랑, 베란다랑, 정원, 자신이 쓰던 방까지 돌려받기로 하고. 

  이제 은수는 싫어도 진후의 약혼녀 역할을 해야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진후를 바라보는 것이 습관처럼 되버렸다. 왕싸가지에 제멋대로에 형의 여자가 될 여자를 아직 못잊어서 사랑을 거부하는 남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수 없이 나타나는 그의 선善함이, 연기에 대한 천부적인 열정이, 자신을 향한 이따금씩 반짝거리는 미소가 그를 사랑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보이면 안되는 위험한 감정임 또한 알아서 은수는 자신의 그런 감정을 숨기고 진후의 형과 세린의 약혼파티에 참석한다. 

  그 파티에서 은수가 입은 옷도 진후의 선물이었는데, 세린이 지나가는 말처럼 '내가 좋아하는 색'이란 말을 하고 그 말은 곧 은수의 가슴에 생채기를 냈다. 그리고 그날밤 진후와 세린의 대화를 듣게된다. 형을 사랑하느냐는 말에 편해서 좋다는 그녀. 왜 떠났냐는 진후의 물음에 그의 너무 커다란 사랑과 열정에 자신이 너무 초라해보여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거란 생각에 편안한 규하의 사랑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진후는 허탈하고 기가막혀하고 오히려 뒤에 서서 듣던 은수가 세린에게 화를 낸다. 너무 아파하고 힘들어했던 그를 대신해서, 이 순간까지도 그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죽이는 그가 불쌍해서. 또,아직까지 그녀를 잊지못해 자신에게 그녀가 좋아한다는 색깔의 옷을 선물한 그가 미워서...

  하지만, 곧 진후의 무시무시한 표정과 억센 손아귀에 끌려 나오게 되었고, 창백한 표정의 세린을 숨은 그늘에서 부들부들 떨며 지켜보는 한 남자, 규하가 있었다....그리고 얼마안가 상처받은 표정의 은수를 보고 또 자신의 손에 의해 보랗빛으로 물든 그녀의 손목을 보고 심장이 쿵 떨어지는 진후가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억울한 것은 있었다. 오늘의 이 옷은 그녀, 은수만을 위해서 그가 고른것이었는데...이렇게 잘 어울리는데, 왜 그녀는 이 옷이 맘에 안든다는 것일까?

  항상 진후가 주목을 받았다. 자신이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동생이 아무리 말썽을 피워도 자신은 늘 두번째였다. 아버지의 사랑을 뺏기지 않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새어머니한테 구박받지 않기위해 착하게 행동했지만, 규하의 마음은 항상 허전했다. 그런 허전함을 달래주던 세린의 미소가 자신을 선택했다는 것만이 유일하게 잘난동생을 제친것이었는데, 동생의 여자였다니....

  그래서 규하는 복수를 결심한다. 마침 그때 그에겐 진후를 따라다니던 악질 기자의 수첩까지 들어온 터라 아주 손쉽게 <동거>라는 치명적인 스캔들을 낼 수 있었다...이제 겨우 진후가 그토록 원하던 배역을 맡아 한창 그 인물 속에 빠져 살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자신 때문에 그 배역을 못하게 될거란 생각이 들자 은수는 결심을 한다. 기획사 사람들과 매니저에게 끌려나가는 그에게 "그 영화를 꼭 멋지게 성공시키라'는 말과함께. 그리고 곧 기자들이 떼거지로 <풀하우스>로 모여든다.,,,,
 

  사실...책을 반납해서 줄거리도 아쉽고, 대사들도 아쉽다. ...ㅠㅠ;;

비와 송혜교가 나와서 대박을 터뜨린 만화 원작의 소설. 하지만, 이것은 흔히 드라마로 각색되어진 것들이 그러하듯이 내용이 많이 다르다. 드라마에선 배다른 형제도 아니었고, 세린(드라마상에서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이 어려서부터 좋아하던 사람은 형인 규하였으며, 나중에 진호가 계약결혼을 하자 그때부터 마음을 내보였던 걸로 아는데,...


  드라마를 (유일하게) 먼저 보고 원작을 본 경우인데 내 경우엔 둘 다 느낌이 괜찮았다. 드라마는 유쾌했고, 책은 <소녀틱>했다. 드라마와 원작은 '다른것'일뿐 '달라서 틀린것'은 아니었으므로. 


  아, 각각 아쉬운 점은 있었다. 드라마에서 내가 비보다 더 좋아하고 맘에 들어했던 '사촌형'의 존재가 원작에선 너무 미미하고 소심한 존재로 나오는것이 마음 아팠고, 책에선 세린에대한 지난 사랑보단 같이 커온 배다른 형에대한 배려심이 더 나타났는데 드라마에선 설정상 그게 안됬었기에 송혜교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었다는 것. 

(아무래도 지난 사랑에 대한 감정을 오래 갖고 있는 남주는 별로이니까)


  어쨌든, 드라마가 됬었던 책을 찾아 읽어보는것도 재밌었다. 하지만, 먼저 영상물을 보면 책을 읽을때 영상들이 오버랩이 되서 상상의 나래를 방해하는 경우가 있어서 역시 난....아직은 영상보단 활자가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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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 - 상
지영 지음 / 아름다운날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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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400여년전 왜국의 장수와 조선에서 전쟁포로로 끌려온 여인이 만난다. 그들의 사랑은 너무 힘들고 어렵고 고달프다. 하지만, 절대 잊혀지지 않는 가슴의 아릿함으로 남아 오래전 읽은 책장의 표지만 보아도 손끝으로 한번 쓰다듬어 주게 된다.

  임진왜란의 끝무렵. 본국으로 도망가던 왜병들은 닥치는 대로 조선양민들을 관선(船:배)에 싣고 노비로 끌고 갔다. 그 속에 요양차 강릉에 머물다 붙잡혀온 모녀가 있었으니, 윤이규 도지사영감의 처와 그의 무남독녀 딸 윤설연(렌)이었다. 당시 11살이었던 그녀는 병든 노모를 구환하며 일본에서 말그대로 천비의 신세로 연명하게 된다.  

  그러다 강릉 산사에 있을때 인연이 닿아 목숨을 구해주었던 일본의 무사 신겐을 만나 그의 양딸이 된다. 어머니는 결국 지병으로 돌아가셨지만, 렌 어머니의 단아하고 고운 모습에 반했던 신겐은 렌에게라도 아비노릇을 하고 싶었던것이다. 하지만 덕분에 렌의 나이 18세때 그가 주군으로 모시고 있던 가토 당주(지방수령정도)의 눈에 띄게 되어 정략적 목적으로 히타치의 다이묘(수령) 키타가와 류타카 측실로 바쳐지게 된다.  가토 당주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간자 역할이었고 그녀의 거부할 수 없는 족쇄는 일본에 같이 끌려왔던 사촌오빠의 목숨이었다. 

  키타가와 류타카는 당시 일본내의 실세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하나뿐인 조카로서 어린 나이에 생모가 히타치성에 침입한 원수 가문인 아시카가家의 장손에게 처참하게 유린당하고 죽은것을 목격한다. 그 때 이미 그의 마음은 정이라곤 발 붙일수 없이 말라버렸고, 오직 살의와 공격만이 남게되었다.  

  폭력은 분노를 낳고 분노는 복수를 잉태한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류타카의 부친은 복수를 다짐하고 도쿠가와의 힘을 빌어 아시카가를 친 후 두 딸을 데려와 하나는 자신의 측실로 하나는 아들 류타카의 정실로 삼는다. 그녀들 역시 피해자였지만 이미 감정이 말라버린 두 부자에게서 받을 수 있는건 냉대와 멸시 뿐이었다. 이제 세월이 흘러 히타치의 다이묘는 류타카가 되었지만 아시카가에서 온 두 자매는 각각 죽은 전 다이묘의 측실로 하나는 현 다이묘의 정실로 남게되었다.  

  1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끌려와 분풀이 상대밖에 되지 못했던 전 다이묘의 측실, 즉 류타카의 서모인 마사코는 이제 34살이 되었다. 비참함에 자살하려던 그녀를 살게 해준건 뜻하지 않게 생긴 전 당주의 아들 요시노와 다시 자신을 찾아와 준 어린 시절의 정혼자였다. 언젠가부터 그녀는 이를 갈며 복수를 꿈꾼다. 그 복수엔 저보단 나은 편에 속했던 여동생도 포함되어 있어서 정략적인 목적으로 받아들인 류타카의 측실 6명을 선동해 아기를 갖은 여동생에게 독을 먹이는 짓도 서슴치 않았다. 단지 정실이라는 이유만으로. 결국 동생은 시기보다 앞당긴 난산으로 아기는 어렵게 낳았지만 끝내 죽어버리고  이 사실을 알게된 류타카는 정실에 대한 정때문이 아니라 여자들이란 존재에 질려서 차마 그녀들의 친정을 생각해 죽이지는 못하고 측실들 모두 북쪽 동실에 유폐해 버린다. 그것이 4년전의 일이었다.

  이제 그 아이, 세이쥰은 4살이 되었다. 하지만, 어미도 없이 잔정없는 아비 속에서 자란 아이는 타고난 영민함을 밖에 보이기도 전에 말을 더듬게 되었고, 점점 포악해지기만 했다. 렌과 류타카가 첫만남도 렌이 가토 당주의 문사로서 히타치를 방문했을때 세이쥰이 죽은 생모가 연못에 있다는 요시노의 거짓말을 믿고 뛰어든것을 마침 곁에 있던 렌이 구해주면서 이루어졌다. 그때 렌은 맑고 담담하게 "히타치의 다이묘는 군자가 아닌 소인배"란 말을 함으로써 류타카에게 날카로운 첫인상을 남긴다.

  첫만남부터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 그녀는 일본의 전열도를 호령하는 도쿠가와의 앞에서도 당당하고 명민했다. 처음 가토 당주가 뇌물처럼 내민 계집을 받을 마음이 추호도 없던 류타카였지만 그녀에게로 향하는 호기심과 외숙부의 명을 어길수 없어 그녀를 히타치의 사람으로 받아들인다. 히타치에 혼자 남겨진 렌은 두번의 자살(?)시도를 막았다는 이유로 세이쥰에게 미움을 받지만 차츰  아이의 숨겨진 외로움과 영민함을 알아본 렌의 노력으로 친해지게 되자 그의 메노토(아이를 교육시키고 돌봐주는 사람)가 된다. 말도 안하고 포악하기만 하던 아이가 렌을 만나면서 보통의 아이처럼 웃고 떠들기 시작하자 다들 신기해했고 그 가운데 류타카도 있었다.

   류타카가 처음 본 렌은 사람을 잡아끄는 맑음과 탄복할 만한 영민함, 아무나 무시할 수 없는 당당함을 지닌 어린 계집애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너무나 따스하고 보드라워서 어려서 그를 떠난 어미의 품속을 떠올리게 했다. 언젠가 부터 그녀를 쫒는 자신이 낯설어 처음엔 일부러 밀어내려 하지만, 시나브로 렌을 가슴에 품게된다. 그리고 그녀를 일곱번째 측실로 삼는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짙고 깊은 그의 눈빛에서 진심을 읽을 수 있었던 렌. 하지만, 조선인 포로로 끌려온 렌의 입장으로선 어머니를 병들어 죽게하고 조국을 침략한 왜장을 받아들일수 없었다. 그녀의 혼란은 그녀 자신뿐만이 아니라, 류타카도 힘들게 하였지만, 류타카의 끊임없는 구애에 그녀 역시 류타카를 어느새 가슴 깊이 받아들이고 만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기에 류타카는 항상 그녀의 사랑에 목마르고 애타했다. 그녀가 떠나버릴 것 같아서.

  이런 와중에 히타치의 비어있는 정실 자리에 다시 정략적인 이유로 혼인을 강요하는 도쿠가와. 완강하게 거부하려는 류타카를 렌이 아픈 마음으로 설득한다. 아무리 아끼는 조카일지라도 열도의 엄격한 쇼군 체계에서 주인의 뜻을 거슬려서 그에게 불이익이 올까 두려운 마음에서였지만 류타카는 렌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라 생각하고 서운한 마음에 울분을 터뜨린다.결국 모두에겐 좋은일이고 두 사람에겐 악몽같은 그의 두번째 혼인식이 도쿠가와의 성에서 거행된다. 

  혼례가 있고 이레 동안만 정실곁에 머물던 그는 다시 렌에게 아무일 없다는 듯 돌아오고, 정실 하루는 철저히 무시된다. 너무나도 감출 줄 모르는 그의 '애첩사랑'은 하루의 대단한 가문을 불편하게 했고, 결국 렌은 도쿠가와의 호통에 무릎끓은채 하루낮하루밤을 정실 하루의 전각 앞마당에서 석고대죄를 해야했다. 류타카는 이를 갈며 온밤을 지새운다. 자신의 성으로 돌아온 류타카는 하루가 우레(신부가 처음으로 시댁의 문을 넘는것)를 하기도 전에 문앞에서 렌만 말에 태우고는 보름간의 휴식을 찾아 떠난다. 산속 깊은 온천지역에 렌을 데려온 류타카는 그동안의 미안함에서 나온 어색함을 풀고, 렌 역시 그 순간만은 모든것을 다 잊고 그를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한숨이 나올 정도로 행복하고 서글픈 밀월여행이었다.

   그들이 아쉬운 보름을 보내고 돌아온 날 하루의 회임소식을 듣게된다. 모든것이 두쪽으로 쫙 갈라졌다. 하늘도 땅도. 온세상은 암흑으로 변했지만 렌은 소리칠 수 없었다. 류타카 역시 한발 다가온 렌이 이제 자신 때문에 다시 두발 물러날 것을 생각하니 미칠듯 했다. 또한 텅빈듯한 눈빛으로 자신을 원망하는 말 한마디, 속을 내비치는 울음하나 보이지 않는 렌에게 괜스레 화가 났다. 그 순간 칼을 들어 모든것을 끝내리라 결심하는 류타카에게 울음을 터뜨리며 렌이 매달린다. 사랑에 빠진 류타카는 울부짖는 렌을 보듬어 안으며 사과 대신 고맙다는 말을 한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마음을 내보이는 렌이 마냥 고마워서. 하지만, 끝내 무슨 말인가를 해주려던 그는 하지 못하고 삼켜 버린다.   

  다케 가문의 장녀 하루는 사실 사랑하는 정혼자가 있었다. 지난 전쟁터에서 죽지만 않았다면 그녀도 이런 취급을 받으며 히타치에 머물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혼자의 아기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 자리를 지켜야했다. 그러기 위해선 류타카의 마음을 다 차지하고 있는 렌을 치워야했다. 그래서 하루는 렌에게 제발 아이에게서 아버지를 뺏지 말아달라며 그의 곁을 떠나 달라고 말한다. 렌은 순간 갈등한다. 그때즈음 그녀는 이미 자신의 지병 '궐심통'-흔히들, 사랑을 하면 죽게된다는 심장병-을 알고 있었기에 절대 그녀의 자리를 뺏을 수 없음을 알고 있었으므로 사실대로 말하고 매달려 볼까... 그냥 그의 곁에 이렇게 머무르게만 해달라고...하지만, 그녀는 차갑고 담담하게 소도(刀칼)까지 꺼내보이며 자해까지 언급하는 하루를 엄하게 나무라며 생각할 말미를 달라고 말한다. 물러나오는 길에 그녀는 속울음을 울수 밖에 없었다. 자신은 죽어도 갖을 수 없는 류타카의 아기를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려고 한다는것이 화가나면서 서글펐다.. 

그리고 마침내 어렵게 자신을 찾아와 준 사촌오빠와 함께 탈출을 결심한다. 떠날날이 잡히자 그녀는 하루하루가 애틋했다. 류타카는 전에 없이 애정을 표현해주고 먼저 손 내밀어 주는 렌을 보며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여 준것에 한없이 기쁘고 행복하기만 했다. 그러다 마지막 밤. 

  잠든 류타카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슬픔에 눈물짓던 렌의 눈물방울이 그의 잠을 깨우지만, 잠든 줄 알고 빠져나가는 렌의 뒷모습에 배신감과 분노에 치를 떨면서도 그녀를 이렇게 놓칠까 두려워 한다. 결국 탈출은 실패를 하게 되고 같이 잡힌 남자가 사촌 오라비라는 걸 알게 되지만 류타카는 더 화가 난다.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고 그대로 떠나려 한 그녀에게. 하지만, 오라비와 같이 며칠을 감금된 채 물한모금 안 넘기던 렌이 쓰러지자 류타카는 심장이 무너짐을 느낀다. 그리고 그제서야 렌의 병명을 제대로 알게된다. 류타카는 오라비를 조선으로 돌려보내는 대신 렌은 그의 곁에 남아야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욕심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를 보낼 자신이 없었다. 렌은 류타카에게 자신의 결정으로 그의 곁에 남는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자신이 떠나려 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이성을 잃은 그의 모습에 더 가슴이 아파서, 죽더라도 가족과 조국을 버리더라도 그의 곁을 지키고 싶을만큼 그를 사랑한다는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얼마 후, 키타가와家에 전쟁의 희생물로 시집와 복수의 칼날을 갈던 류타카의 서모는 자신의 친정과 내통하여 히타치의 성을 기습 공격하고 불에 휩싸인 곳에서 렌은 임신한 하루를 위해 호위무사를 양보하고 자객과 불에 맞서야했다. 불기둥과 연기가 그녀를 덮치는 순간 그녀의 가장 큰 후회는 류타카에게 자신의 사랑을 한번도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 

류타카 역시 쏟아져 들어온 기름과 불방망이, 숨어들어온 자객과 싸우다가 부상을 입고 간신히 렌을 찾지만, 어디에서도 그녀가 보이지 않자 불타는 집으로 뛰어들려한다. 말리는 수하들의 손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오열하는 그의 맘속엔 그녀에게 사랑한단  말을 하지 못했다는 후회만이 가득했다.....

 

 

참, 눈물겹도록 아름답고 슬프고, 그러면서도 멋있는 얘기다. 명성만큼이나 짜임새있고, 인물들의 캐릭터들도 확실하고, 곱고, 멋있다. 임진왜란 때의 일본이란 배경도 그렇고 자칫, 일본이란 나라의 선입관 때문에 남주의 이미지가 참 조심스러울법도 한데, 전혀 거부감이 없이 너무나 멋있다.  

현실적으로 봐서는 처,첩이 일곱이나 있는 사내의 두번째 부인자리. 그게 여주의 자리라니, 기막힐것 같은데도 이 이야기 속에서는 아름답게만 비쳐지니. 

나도 류타카처럼 '렌'에게 홀렸나보다...^^  

아니, 난 사실 투박한 무장 류타카의 짧고 기교없는 문장 속 '밀어'들에 홀렸다... 

반복되는 말…'피식' 웃었다. 라는 말이 '싱긋'이라는 서양식 웃음보다 정서에 맞아서 더 좋았다. 그리고, 이 소설의 시점이 여주도, 남주도 전지전능도 아닌 다소 복합적이라는 것이  참, 읽는 내내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로맨스소설에선 흔치않은 남주와 여주의  죽음.

물론,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으로 같이 죽어 해피엔딩이라고 주장하듯이 이 글 역시 둘이 미워해서 헤어진것이 아니니 새드엔딩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슴이 짠하고, 그렇게 서로를 사랑했는데, 사랑하는 여자를 먼저 보내고 남은 세월동안 어떻게 살았을지....류타카가 너무 가엾었다.   

이제 같이 있는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다행이다 싶고 기분이 좋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이면 연못을 바라보며 렌을 그리워하는 류타카가 떠오를것 같다.

-------------------------------------------------- 

바람과 는개 가득한 靑山 아래 홀로 핀 매화꽃이 

햇귀 드리운 못가에 곤히 잠든 연꽃을 보고는 

꽃송이째 물위로 떨어진다. 

볕 아래 꽃 피우는 계절이 다르기에 서로 닿을 연이 아니건만, 

精은 그보다 깊은지라 꽃으로 하여금 제 철을 잊게 하니, 

보는 이의 애를 긋는다. 

하늘의 飛雪은 두 꽃의 설움인 양 눈물인 양 물위로 젖어들고 

희미한 달빛 아래 남겨진 것은 닷오는 마음뿐이라. 

사람의 한뉘 덧없다지만, 이내 눈물 드리워 기다린다. 

빗속의 잘패향이 운무처럼 멀리 퍼져 아련해지면 오시는 님이여, 

그대 닷오는가, 진정 닷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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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흰눈이 나리면 내 가슴이 두근거릴 것 같다. 

400년전 렌과 류타카를 볼 수 있을것 같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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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만들기 - 전2권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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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자랐지만 엄격한 토종 한국인 아버지로부터 교육받아서 뼛속까지 한국인인 아름답고 똑똑한 <진짜 날라리 여우>와 비정한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어머니의 영향으로 사랑을 비웃고 믿지않는 <칼날같은 바람둥이 호랑이>의 자석같은 사랑이야기.

 

 

언니 상은이 아버지의 계획대로 한국에 가서 한국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뒤 이제는 자신을 보내려 한다는 걸 이미 뻔히 알고 있던 효은. 그녀는 경제학과 마케팅분야를 전공했으며 영어,불어등 4개국어에 능통할 정도로 똑똑한데다가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번씩은 뒤돌아볼만큼 늘씬하고 아름다웠다. 언니인 상은이 평범한 얼굴에 지적이고 선한 맑음이 매력이었다면, 효은은 반짝거리는 영리함과 한마디의 말과 미소만으로도 상대를 끌어들일 수 있는 화려함이 매력이었다. 게다가 그런 자신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있고 그것을 적절하게 이용할 줄 알기때문에 그녀는 <진짜 날라리>가 될수 있었다.

 

아버지는 연극을 해서 보냈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효은이 한국에 온것은 순전히 자신의 '귀소본능'에 의한 것이었고 지금이 제자리로 돌아올 적당한 때란 판단때문이었다. 그리고 만나게 된다. 칼날같이 날카롭고 인정사정 없는 사업수완에 여자를 만날때조차도 앞과 뒤를 계산하며 만나는 바람둥이 사장, 김대운.

 

첫만남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대운과 효은. 효은이 형부와 통화하면서 장난 친 말들을 우연히 듣게된 대운은 그녀가 유부남을 꼬시는 행실이 나쁜 여자라 판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시선이 가고 자석처럼 끌리는 신경을 막을수가 없었다. 결국 멀리 두느니 자신과 가까이 두기로 결심한 대운은 그녀의 경력으론 어림도 없는 사장 비서실에 그녀를 배치하게된다. 하지만, 그것이 더 그를 괴롭히게 되는 결과가 될 줄이야.

 

영리한 여우인 효은은 대운과 자신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전류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고, 대운이 자신을 일부러 멀리하고 냉정하게 대할때도 자신한테 몸이 달아 있다는 걸 알고있었다. 그녀 자신 만큼이나 그 역시도 자신을 피할 수 없음을. 하지만 곧 넘어 올 듯 하면서도 한 고집하는 대운은 일부러 효은을 화나게 하려는 듯 정상적인 남녀사이의 절차를 무시하고 '거래'하듯이 그녀를 설득한다.

"얼마가 필요한 거야. 금액을 말하라고." 그 말에 효은은 운명이라 점찍었던 그를 포기해야 하나 얼마간 망설이지만, 곧 악당 하나 인간 만들어 같이 잘 살아보자는 좀 전의 계획을 고수하기로 한다. 그러고는 자신을 모욕한 그에게 형부와 사둔총각과 형부의 친구-'인연찾기'에서 여준의 잘생기고 매너있는 바람둥이 친구로 나오는 신후였다-까지 동원해가며 그의 속을 태움으로써 확실하게 복수를 해준다.

 

이제 인내력의 끝을 달리던 대운은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하면서도 효은에게 "같이 살자"고 말한다. 곧 자신의 철저한 독립생활을 포기한다는 뜻이었지만, 더이상 이 여자를 혼자 둘 수 없다는 생각에 던진 카드였다. 하지만, 이 여자. 감사히 받지는 못할망정 결혼신청을 하란다. 대운은 기가막혔다.

 

아버지란 인간에게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먼 이국땅에서 버려져 끝내 쓸쓸히 돌아가신 어머니...그 어머니의 유언같은 말은 "사랑은 불같은 감정"이라 영원토록 지속될수 없고, 오히려 "그 감정을 악용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또 "사랑이란 이름으로 다가오는 여자를 믿지 말라"는 것도. 당연히 그는 어머니의 말을 믿는다. 혼자 남겨진 그에게 세상은 너무나 외롭고 힘든곳이었고, 단 한번 어머니의 말씀을 어겼을때 어김없이 배신이라는 부메랑이 돌아왔기때문에.

 

하지만, 고민하는 대운을 대신해 이번엔 효은이 대운의 손을 들어주어 그의 곁으로 다가간다. '손 끝 하나 안 건드리는' 동거에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곧 자신의 비서로 곁에 두었을때처럼 이번에도 대운은 또 자신의 결정에 발등을 찍어야했다. 곁에 데려다놓으면 감시하기가 훨씬 쉬울줄 알았던 자신의 생각이 철저하게 오판이었기에. 그녀는 너무나도 자신의 사생활을 잘 즐겼고, 너무나 쉽게 자신을 무시했으며, 편안해 보이는데 비해 자신은 하루종일 그녀에게서 헤어나질 못했으므로. 

 

그렇게 서로에 대해 신경만 곤두세우다가 기회처럼 찾아온 대운의 생일을 기점으로 둘은 감추고 있던 서로의 감정에 대해서 알게되었고, 그로 인해 대운이 십여일만의 출장에서 돌아왔을때 마침내 둘은 사랑을 나누게 된다. 사랑의 감정이 충만해 진 두 연인....이때쯤 태어난 언니 상은의 아기를 안고있는 효은을 본 순간 대운은 자신의 아이를 안고 있는 그녀를 상상하게 되고, 마침내 결혼을 결심하게된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하고 여전히 '사랑'이라는 감정을 거부하고 비웃으며 무작정 결혼을 졸라대는 대운에게 효은은 딱 잘라 거절한다. 이런 상황에서 만삭의 몸을 한 여인이 효은을 찾아와 대운의 아이라며 물러나 줄것을 애원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모든일에 대범하고 이미 그에대해서는 모든것을 포용할수 있다 생각했던 효은은 충격에 빠진다.....

 

 

 

.....비정한 아버지에게 멋지게 복수를 하는 동시에 원수처럼 대하던 이복형제와는 감추었던 동질의 아픔을 느낌으로써 '가족'을 찾게되는 대운과 그의 곁에서 유일하게 가족이라 인정하는 '사랑하는 아내'가 된 효은.

 

이제 두 사람은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며 '사랑해'란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다...

 

 

 

뭐.....그렇게 나쁘진 않다.

끝으로 갈수록 괜찮아 지기는 하지만, 앞선 시리즈인 <인연찾기-인연만들기1>의 기대치를 갖고 보면 이 작품의 주인공들의 매력이 좀 떨어진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건 내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지만 너무 강한 악당 이미지의 남주도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아름답고 화려하고 멋지기만 하다는 여주도 어쩐지 거부감이 든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끌어들이기 위해 너무 육체적 끌림을 강조한 것도 내심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또, 시리즈물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는 앞선 시리즈의 인물 얘기가 '간간히'가 아니라 너무 '자주' 나오는것도 두명의 주인공이 아니라 네명의 -물론, 앞선 시리즈를 읽은 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감정이겠지만- 주인공이 나오는 듯한 기분이 들어 산만했던것도 사실이다. 

 

하하하하....이건 뭐....^^;; 성토하는 분위기가 되버렸지만, 그래도 현고운님의 작품이니 일단 용서가 되고, 뭐니뭐니 해도 시리즈에 약한 나로서는 안 읽었어도 궁금해서 발뻗고 못 잤을테니 작품을 써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히 읽어야지...^^;;

 

다만 마지막으로, 제발 '멋지고 잘생기고 잰틀하기까지 하다'고 구구절절히 두권의 책 모두에 소개해주시고 그를 주인공으로 삼지 않으시는 이유를 알고 싶을 뿐이고! 어서 이번 드라마를 기회로 잊어버리셨던 여준의 친구 <민신후>도 짝을 찾아주십사 소망하는 것 뿐이고! ~~~~~~ ^^


 

 

 

"처형도 효은이 같은가요?"

 

내키지도 않는 녹차를 입에 가져가며 대운이 물었다.

 

"물론 아니지. 내 와이프가 훨씬 매력적이네."

 

긍정 비슷한 그 말은 효은이보다 고집도 덜 부리고 심술도 없으며 덜 뻔뻔하다는 이야기일까.

 

"처제보다 조금은 순종적이라는 얘기지."

 

이번에도 그의 눈빛을 읽어내며 여준이라는 남자가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기가 막힌다는 듯 한 마디를 더 붙였다.

 

"순종이라니. 정말 어울리지 않는 말이군. 그나마 말이네. 무튼 대충 그렇네."

 

"좋으시겠습니다."

 

대운이 부러운 눈빛으로 여준을 바라봤다. ...아주 조금만 더 순종적이 돼준다면 매일 업고 다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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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하듯 중얼거리던 그는 마지막 말은 아주 작게 속삭였다.

 

"아무한테도 보여주기 싫어. 혹시라도 당신이 항상 원하는 남자가 나타날까봐. 그러면 어떡해?"

 

"어떤 남자요?"

 

"좋은 남자. 제대로 된 가정에서 바르게 자란 건전한 상식을 가진, 내가 결

코 될 수 없는 남자."

 

그는 그녀가 한 말을 가슴에 담고 있었나 보다. 흔들림 없이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아픈 눈빛에 효은의 가슴속에는 멍울이 지는 듯하다.

 

"난 처음부터 좋은 남자가 아니야. 하지만 내게 여자는 언제나 너뿐이야. 난 변하지 않아. 그것밖에는 해줄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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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찾기 - 단편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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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한민국의 능력있고 준수하고 게다가 부유하기까지 한 신체건강한 남자와 캐나다에서 자라고 변호사까지 된 유능하고 사랑스러운 여자가 부모님들의 계략으로 만나 사랑을 하고 인연을 맺게되는 이야기.

 여준은 갑작스런 아버지-대한그룹 회장-의 이야기에 황당함을 넘어서 분노를 느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웬 갑자기 나타난 약혼녀라니… 한번도 본적없는 여자와 결혼을 하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이 어렵게 지켜내고 본 궤도에 올려놓은 회사를 자신이 극도로 싫어하는 매형에게 넘긴다는 협박까지 하는 아버지. 마지못해 마중나간 공항엔 그다지 예쁘지도 않고 매력적이지 않은 '날라리'에 '볼것 없는'여자가 와있었다. 얼마나 매력이 없으면, 캐나다에 살면서 여기까지 남자를 찾아서 올까 싶었다.  

  그 날라리라고 소개 받았던 여자는 변호사 과정을 1년 남겨둔 수재였으며 고집과 당돌함과 다정함과 사랑스러움을 동시에 갖춘 여자, 한상은이었다. 그녀 역시 미국으로 유학가서 공부 잘 하다가 -완벽한 왕자님 알렉스라는 변호사 남자친구에게 청혼까지 받았다 - 아버지로부터 뚱딴지같이 약혼자가 있다며 자신이 죽기전에-물론, 연극이었다- 1년만 한국에 가서 머물러 있다 오라는 부탁같은 협박을 받고 귀국한 상태였다. 그 약혼자라는 남자가 바람둥이에 여자 보는 눈은 없다는 평과 함께.   

  그렇게 처음 만난 둘은 개와 고양이 처럼 으르렁 거리지만, 둘다 결혼에 부정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고는 작전을 짠다. 두 아버지의 말대로 '생날라리'에 '바람둥이'가 되어서 양가부모님들을 실망시켜서 파혼을 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말그대로 둘은 "오월동주"였기에.그날부터 상은은 야한 옷차림과 양아치같은 머리스타일로 변신을 했고, 여준은 완벽한 바람둥이처럼 여자들을 몰고다녔다.

  하지만 첫날 작전을 위해 변신한 상은을 보고 여준은 그 여자가 공항에서 만난 심심한 여자와 동일인인지 뜨끔한다. 그리고 그녀가 보이는 눈웃음과 당당함과 명석함에 매료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그녀와의 결혼을 생각하게되고 상은 역시 처음에 툴툴대고 고압적으로만 보이던 여준의 다정함과 속깊은 마음씀을 알게되자 그를 향해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여준 가족들의 열화와 같은 하지만 결코 들켜서는 안되는 피나는 노력들이 있었다. 질투작전부터, 데이트 작전 , 반협박까지...^^

  이때 즈음, 늘 그렇듯이 방해하는 경쟁자들이 나타난다. 상은이 오기전 여준이 만나던 혜림이라는 여자가 둘 사이에서 방해를 하지만, 현명하고 당당한 상은은 지혜롭게 그 여자를 물리치고 동시에 자신을 찾아 한국에 온 알렉스와도 정리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알렉스와 마지막 작별인사로 포옹하는 장면을 보게된 여준은 상은을 오해하고 불같은 성질에 떠나버리라고 말한다.  

  상은 역시 해명의 기회도 주지 않는 여준에게 화를 내고 다시 자기를 찾아올땐 싹싹 빌어야 할거라고 예언같은 말을 하고 진짜로 떠나버린다. 사랑하지만, 너무 불같은 그의 성질을 한번은 눌러주리라 결심하며. 그리고 진짜로 여준은 일주일만에 그녀를 찾아 지구를 반 바퀴 돌아 미국을 거쳐 캐나다로 간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와 만나 사랑을 이룬다. 결혼 후에도 상은의 남은 공부때문에 떨어져 있어야 했지만, 여준은 그녀를 넓은 마음으로 사랑한다는 맹세를 지키며 미국과 한국을 오간다. 2세를 꿈꾸며… 
 

ㅋㅋㅋ… 이것도  재밌었다.  현고운님은 정말 사람을 한번도 실망을 시키지 않는다. 

내용이 간결하고 뻔하면서도 같이 흥분되어지고 웃음짓게된다.  얼핏 느낌은 내가 현고운님의 작품중 제일 좋아하는 <1%의 어떤것>과 비슷하다. 여주와 남주의 대화도 스토리 전개도.  

다만, 이 작품은 제목이 너무 밋밋하다고 생각했다.  내용에 미치지 못 할 정도로.  그래서 히트를 못친것이 아닐까라고.  그런데, 요새 이 작품이 시리즈물인 <운명사랑하기>와 세트로 같이 묶여 드라마화 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인연만들기1,2> 제목은 별반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드라마는 안봐서 모르겠지만 아마도 재밌으리라.  

어쨌든, 이 책속에 나오는 여러 조연들 중에 시리즈물인 <운명 사랑하기=인연만들기 2>의 등장인물들도 나오는데, 여주의 여동생 효은은 주인공으로, 남주의 친구 신후는 여전히 조연으로 나온다. 음...개인적으로 난 이 둘이 엮였다면 더 재밌는 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하나 더 동생 효은의 운명적 사랑 얘기 보다 상은의 인연을 찾는 얘기가 더 깔끔하고 재밌었다. <운명사랑하기>의 주인공이 갖은 부와 아름다움과 화려함등이 이글 속 주인공인 여준의 다정다감함과 상은의 똘똘한 사랑스러움을 넘어서질 못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눈이 가만히 마주치고 상은이 여준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자, 그는 그동안 자신이 이 여자의 얼굴을 보고 싶어 했다는 걸 깨달았다.  둘의 눈빛을 가만히 바라보던 김 회장과 박여사도 슬쩍 미소를 지었다. 이래서 어른이 필요한 법이다.  

"흠." 

김회장의 낮은 기침 소리에 여준과 상은은 얼른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버지의 얼굴이 못마땅하게 그들을 향하고 있다. 

"죄송합니다. 뭐라고 그러셨어요?" 

여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직 뭐라고 안 그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가야지요?" 

벌써11시가 넘고있다.  현관으로 향하던 여준이 갑자기 뒤돌아 그녀에게 다가왔다. 

"뭐 하는 거예요?" 

그가 멀뚱히 서 있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아왔다. 

"인사." 

여준은 빙긋 웃으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거실 벽에 몸을 밀어붙였다. 

"이봐, 눈 감아야지." 

..............시간이 멈추어진 듯하다. 

"상은아, 난 캐나다식 인사가 마음에 들어." 

"이게 인사라고?" 

사람 정신을 홀딱 빼놓고 정작 본인은 저렇게 만족한 눈빛으로 환하게 웃으며 집을 나서고 있다. 어쩌면 아버지 말씀이 옳을지도 몰랐다. 대책 없는 바람둥이가 아니라면 이렇게 키스를 할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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