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발견
진양 지음 / 여우비(학산문화사)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29살 그리 유명하지 않은 조연 여배우와, 짧은 기간동안 허락되지 않을 사랑을 한 죄로 오랜시간 자책감과 외로움에 빠져 지내야했던 한남자의 덤덤한 만남이 결혼이 아닌 연애(?)로 이어지는 사랑이야기. ^^

 

차미연은 5년된 조연배우다. 그리 유명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무명도 아닌 잊혀질듯한 존재.
그녀가 연예인을 선택한 이유는 돈을 잘 벌수 있을것 같아서였다. 생각만큼 많이 벌지는 못했기에 그녀는 늘 뭔가 부족했다. 그래서였을까…대한민국 간판급스타인 현승오 관심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 재력이면 자신의 위기감을 채워줄것 같았다. 그래서 그가 그녀와의 짧지않은 1년의 연애기간동안 한눈을 몇번 팔았어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줬었다. 그의 따스함과 선함을 진심으로 좋아했기에. 그러다 말실수를 했다. 그를 처음 선택한 이유가 돈때문이었다고. 현승오는 상처를 받았고 홧김에 미연에게 보라는 듯이 재벌가의 손녀와 스캔들을 냈다. 아직 그녀와 정리도 하지 않은채.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는 그녀로서는 그를 완전히 포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을 봤다. 29살의 깨끗한 이미지의 그녀를 좋게 보신 상대 어른들의 주선으로 34살의 광고기획사의 실장이라는 남자를 만났다. 첫인상은 그의 별명인 몬스터처럼 무표정에, 이마에 흉한 상처만이 눈에 띄었다. 선을 처음 봤지만, 이렇게 서먹하고 황당할줄이야. 그는 삭막한 몇마디 후 바쁘다며 커피잔을 깨끗이 비우고는 일어서서 가버렸다. 약속은 물론, 인사 한마디도 없이. 그래서 미연은 그를 다시 볼일은 없을거라 생각했다. 일주일후 우연히 현승오와 함께 찍는 광고현장에 온 그를 본것도 순전히 우연이었고, 뒷풀이 장소에서 현승오와 말다툼끝에 <돈때문에 남자를 만나는 여자>라는 소리를 그 남자가 듣게 된것도 우연이었다. 하지만, 그 몇시간후 그 남자로부터 결혼하자는 프로포즈를 받은것도 우연일까. 그남자, 두번 본 여자에게, 것도 돈때문에 남자를 만나는 여자라는 소리를 듣고도 결혼하자는 이 남자의 이름은 이수한.  

그가 차미연이라는 여자에게 결혼을 신청한 이유는 그녀가 결혼을 거절할것 같지 않아서였고, 사랑이라는 복잡한 감정 놀음에 매달리지 않을것 같아서였다. 수한은 지금 자신을 제외한 가족들에게 자신이 평범하게 결혼해서 아이낳고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한가족처럼 20년을 같이 살아온 아버지 친구의 딸 지선에게. 그녀는 지금 자신때문에, 자신이 평범한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해 수녀원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기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그녀를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서라도 결혼을 서둘러야 했다.  

서지선. 그녀는 동생의 연인이었다.
딱 열흘. 동생이 군에 있는 동안 우연찮게 찾아왔던 열병같던 열흘. 그저 마음과 시선뿐이었는데, 그걸 동생이 알아버렸다. 그리고 술에 취한채 운전을 하다 자신은 즉사하고 뒤따라가던 수한은 이마에 큰상처를 입었다. 마치 죄를 잊지 말라는 징표처럼. 지선과 수한을 제외한 아무도 그 내막을 몰랐기에, 졸지에 작은 아들을 잃은 부모님의 슬픔은 고스란히 수한과 지선에게 씻을수 없는 죄책감과 고통을 주었다. 
 

그래서 이제는 수한이 감정없는 결혼이라도 해서 이 사슬을 풀려고 하는거였다. 어차피 돈이 목적인 여자라면, 부동산재벌인 부모님의 뒷배경도 있고, 자신의 능력도 있으니 충분히 채워줄 수 있으리란 생각에. 그렇게 시작된 차미연과 이수한의 결혼얘기. 이수한은 본래 자신의 목적대로 또 광고기획사의 유력한 실장답게 바로 다음날 연예신문 1면, 인터넷 포털사이트, TV방송 매체마다 그리 유명하지 않은 차미연의 결혼발표를 실었다. 다분히 자신의 식구와 지선에게 보이기 위함이었다. 사연을 알리없는 미연은 공인인 자신때문에 수한이 유명세를 타게 된줄알고 사과를 했고, 뜻하지 않게 되려 사과를 받게 된 수한은 처음으로 단아하면서도 명료한 그녀를 보게된다.  

그리고 이어진 그의 본가 방문. 수한의 부모님은 과수원 농사를 짓다가 땅 개발로인해 수백억대 부자가 된 사람들로 소탈하고 심성이 따스한 어른들이었고, 미연은 배우답게 수한의 부탁대로 첫눈에 운명처럼 서로에게 끌리기 시작한듯이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수한은 두번째로 눈에 담았다. 침착하고 담담한 그녀. 자신의 선택이 탁월했다는것을 또한번 느꼈다. 미연은 미연대로 그의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가족같다는 아주머니와 그 딸 지선의 존재도 알게된다. 그리고 사진속에만 존재하는 수한의 동생도.  

그때까지만해도 지선에대해, 또 그의 동생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미연은 시어머님 될 분의 심부름으로 수한의 집에 갔다가 지선을 보게되었고, 그녀의 당황한 표정을 보았고 동시에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지선을 쫒아나가는 를 보았다. 그리고 둘 사이에 뭔가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지만 어차피 사랑으로 하려는 결혼이 아니었고, 자신은 안정된 경제력만 있으면 된다고 스스로를 이해시킨다.

그러던 어느날, 동생의 기일을 보내고는 불쑥 자신을 찾아와 술한잔 하자는 수한을 미연은 따스하게 맞아준다. 그리고 그밤, 술에 약한 그녀가 역시 술취한 자신의 충동적인 키스중에 잠이 들어버리자 황당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그녀의 모습에 순간 설레인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더딘 연애는 시작되지만, 문득문득 나타나는 그의 어두운 얼굴에 어느날 미연이 시어머니에게서 죽은 시동생의 얘기를 듣게된다. 그녀는 그를 찾아가 말없이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고, 따스하게 안아줌으로써 수한에게 힘이 되어준다. 수한은  5년만에 처음으로 '내 안사람'의  작은어깨에 기대어 속울음을 운다. 아무도에게도 속을 내보일수 없었던 긴 세월동안의 자책감과 외로움 끝에 이제는 기댈 어깨가 생긴것이다.  

그렇게 서로에게 조금씩 기대고 마음을 열어갈무렵, 아직 그녀에게 미련이 남아있던 현승오가 미연의 주위를 맴돌다가 수한과 주먹싸움까지 하게 되고 파워있는 연애기획사 실장답게, 또 현승오의 공인이라는 입장 탓에 일이 크게 번지기 전에 사건은 잘 마무리가 됬지만 싸움중에 들은 '돈 때문에 결혼하는것' 이라는 말은 수한에게 다시 미연과의 첫 만남을 상기시켜주었다. 한편, 수한은 깨끗하고 단아한 이미지였던 미연이 이번일로 혹시나 상처를 입을까 걱정을 했고 미연은 미연대로 자신의 과거때문에 수한과 수한의 부모님이 상처를 받을까봐 노심초사한다. 이때쯤엔 미연 역시 지선이 수한의 동생과 연인사이였었다는걸 알게됬고, 그 일로 말다툼을 하기도 하지만, 이미 둘은 사소한 말다툼을 하면서도 극단적인 끝을 생각하지는 않는 '연애'를 하고있는 중이었고, 이제는 제법 서로를 향해 가슴이 설레는 단계까지 와있었다.  

그래서 사고 후 일부러 성형은 커녕 앞머리로 흉터를 가리는것조차 거부하던 그가 미연의 말대로 상처를 가리게까지 되었다. 실제로 수한은 이제 미연을 결혼상대가 아니라, 가슴 설레는 연애상대로 보고있었다. 오히려 이제는 처음과 달리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 '돈'때문에 결혼하려 했었다는 사실이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그녀는 사치하지 않았고, 돈으로 사람을 차별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그의 물음에 그녀는 <행복해지기>위해서 결혼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유별스럽지 않은 담담한 그 대답에 수한 역시 썩 만족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결혼하려는 그들 앞에 한번 더 시험대가 다가오지만.... 

 

..... 서로에 대해 좀더 더 많이 알게되고 수한은 다시 품에 안은 미연에게 결혼신청이 아니라, <연애신청>을 한다. 다시 연애를 시작한 그들은 진짜 연인이되어 부모님의 결혼하라는 성화에도 끗끗하게 버티며 오늘도 예쁜 연애중이다.  ^^
 

확실히 진양님의 글은 미소를 짓게 한다. 다른 글들보다는 훨씬 진지하고 어두운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안정된 문체와 지저분하지 않은 구성, 주인공들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까지 내 가슴인양 느껴져서 참 좋았다 .^^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두 주인공의 애정씬이 너~~무 소박하다는 것.
34살과 29살의 노총각, 노처녀가 너무 점잖은거 아닌가?.....쩝….
이번 글은 마지막 장면까지도 좀 약해서…약간 허탈(^^;;)하기까지 했었다.
그럼에도, 아직 집에 진양님의 글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조심해서 가세요."      

"미연 씨."  

차 문을 열고 내리는 미연의 뒷모습을 황망히 바라보던 수한은 조수석에 덜렁 놓여 있는 핸드백을 발견하고 집어 들었다.  


"미연 씨."  

황급히 차에서 내려 그녀를 붙잡았다. 그리고 핸드백을 손에 쥐여주려는 찰나,미연의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끈적끈적한 느낌에 눈을 크게 떴다. 손을 돌려 피가 흐르다 마른 상처를 본 수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다쳤어요?"  

"신경 쓰지 말아요."  

미연은 수한에게서 손을 빼내 꽉 움켜쥐었다.  

"미연 씨."  

"괜찮아요."  

수한은 상처를 다시 봐야겠다는 듯 그녀의 손을 움켜쥐고 손바닥을 펴게했다. 주먹을 쥔 탓에 다시 피가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미연은 손을 빼내려고 바동거렸다.  

"차미연 씨!"  

결국 미연은 수한의 손을 뿌리치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할 듯 어깨에 잔뜩 힘을 주었지만 이내 커다란 한숨만 토해냈다.  

"운전 조심해서 가세요."  

미연은 돌아서서 로비로 모습을 감춰버렸다. 그녀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수한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입속으로 욕설을 중얼거리며 돌아서서 차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차에 올라타려다 수한은 자신에 대한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주먹으로 보닛을 세게 내리쳤다. 그 힘이 어찌나 강한지 커다란 세단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훅, 숨을 몰아쉬며 수한은 돌아서서 미연의 오피스텔을 올려다보았다. 어둠에 휩싸여 있던 그곳에 잠시 후 환하게 불이 들어왔다. 
 

신경 쓰지 말라니, 신경이 쓰이지 않을 리 없다. 
 

( * 수한이 지선이 깨뜨린 사기 그릇에 미연이 다친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지선만을 살피다가 이제서야 미연의 상처를 보게된 장면.......어우, 난 이런 미묘하게 감정선이 엇갈리는 씬이 너무 좋더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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