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 증보판
라인홀드 니버 지음, 이한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읽으려고 했는지 모른다. 그저 읽지 않은 책들의 무덤 속에 있었으면 그만이었던 책이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여전히 기억나지 않는다. 추측해 볼 수 있는 이유는 내 오른 손이 가장 잘 닿는 곳에 책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저 부유하는 것만이 존재하는 이유인 움직임을 극도로 귀찮아하는 내게 그저 가까이 있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그렇게 책을 또 한 권의 책을 읽었다.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라는 책이었다. 내 오른손에 잡힌 것, 그리고 직감했다. 읽으면 오래 걸릴 것이고 이해도 잘 못할 것 같다는 찰나의 직감이었다. 그리고 틀리지 않았다. 나는 라인홀드 니버의 사유 세계에서 길을 잃었다. 오르페우스의 실을 가지지 못한 머리카락 한 줌을 뿌려두고서야 겨우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처음 니버 씨의 세계로 접어들 때에 조심했어야 하는데 글로 쓴 사탕발림에 현혹되어 언젠가 읽은 적인 있던 소설이자 산문이었던 책에서 읽었던 '누가 괴물의 입에서 공주를 구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이미 개인과 대중 혹은 개인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는 개인은 도덕적 즉 순수할 순 있어도 사회 속의 개인은 순수할 수 없다는 - 조금 더 말해보자면 사회 속의 개인은 순순할 수 있지만 순순한 개인들이 모인 사회는 순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 점을 읽어서 알고 있었으니 왜?라는 답을 찾았으면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개인의 비이기성은 국가의 이기성으로 전환된다는 니버 옹의 명제를 설명한 책이었다. 결국 니버 옹도 저 대중이라는 괴물의 아가리에서 개인이라는 공주를 구해내지 못했다.

니버 옹의 이야기는 지루하다. 초반부는 개인과 사회에 있어서 도덕에 대한 논의는 재미가 있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비도덕적 사회라든지 도덕적 개인에 대한 논의라기 보다는 사회의 다른 모습인 국가에 대한 비도덕성의 획득이라는 주제로 옮아가는 듯해서 개인의 양심과 이성과 이기심과 이타성에 대한 깊은 논의가 결여되어 있어서 아쉬웠다.

역자 이한우 씨는 자기 나름의 제목을 '20세기에 도덕과 이성은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만일 가능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해야하는가"라고 하고 싶다고 썼다. 내가 보기에는 몇 단어 빠진 것 같아 보여서 조금 첨언해 본다면 "20세기 사회 혹은 국가 안에서 개인의 도덕과 이성은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만일 가능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해야하는가?" 정도가 좋을 듯 하다.

개인이 그 집단의 지도자일 경우에는 자신의 이익을 얻으려는 야심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이기적 태도를 버린 지도자는 전체 집단의 사기를 크게 고양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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