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녀의 탄생 돌베개 한국학총서 11
강명관 지음 / 돌베개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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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녀의 탄생』을 다 읽었다. 쉬이 읽을 수 없을 것을 알았지만 생각보다 오래 잡고 있었다. 사이에 다른 책을 안 읽은 것은 아니니 몰입해서 읽었다고는 말할 수 없고 몰입이 그리 쉽게 되는 책도 아니다. 두꺼운 책을 한 권 읽었으니 쉴 생각이었고 그렇게 했다고 생각했다.


  『열녀의 탄생』은  총 8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은 ‘교양서’라기보다는 ‘논문’같다. 1장에서 문제 제기를 하고 8장에서 마무리한다. 그 사이는 담론의 발생과 전파 의식화 과정을 좆는다. 그 궤적을 좇아 보면 이렇다.


  고려와 조선의 국가 교체기 조선의 권력을 잡은 남성들이 유교적으로 이상화된 여성상을 설정하고 유포하게 된다. 열부 , 열녀 , 절부의 개념인데 모두 여성의 희생을 강조하는 - 성적 억압과 성적 종속- 모델을 선전한다. 국가가 개입한 이런 모델은 포상과 벌을 동반하는데 벌은 애매하게도 여성에게 가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아들들에게 가해진다. 지금으로 말하면 권력 내부로의 진입 자체를 완전히 막아버리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하게 시행된 것은 아니었고 관례화되기까지 - 저자의 어조를 빌려 여성의 대뇌에 세뇌하듯이 남성들의 자기합리화 및 자기세뇌라고 하고 싶었지만 참는다. -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이루어진다.


  공포되고 내면화되고 의식화되기까지 국가(권력)에 의한 규제와 상만으로는 될 수 없었고 교화의 방법으로 서적 반포와 교육을 실시한다. 『소학』『삼강행실도』열녀편 『내훈』이 교재로 쓰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 권 모두 하나의 책이 온전한 책이 아니라 발췌하고 모아서 만든 책이라는 사실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 편집한 책은 편집자의 의도가 암암리에 깔려있다. 세 권 모두 유교적 여성 이상형을 언급하는데 수절 신체 훼손 종사(따라 죽음)의 형태로 진행된다. 약을 먹으면 내성이 생기는데 열녀도 그러했다. 처음에는 수절로 열녀가 될 수 있었으나 그 시기가 지나자 신체를 훼손 즉 단지와 할고 - 단지는 손가락 자르기 , 할고는 살 베어 구워 먹이거나 뼈가루 피 먹이기 - 더 독해져야 열녀가 될 수 있었고 종국에는 죽음이라는 극단적 방법 말고는 열녀가 될 수 없었다.


  임병 양란이 있으면서 교육에 의해 내면화된 여성관을 시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여성들은 교육에 힘입어 강요 없는 자살을 선택한다. 책에서 읽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겁탈을 당하기도 전에 겁탈을 염려해서 자진한다. 남성에 의해서 만들어진 성적 종속성의 기제가 여성에 의해서 가시화되어 발현된다.


  양란 이후 국가 주도로 의식화 내면화가 진행되지 않는다. 이미 국가 권력의 손에서 넘어와 개인 혹은 집안의 자기학습의 단계에 들어서고 여성이 여성을 교육하는 단계에 이른다. 양란 이후 여성의 성적 종속은 가부장제에 따르는 것으로 변모하는데 시집살이에서 여성은 절대 종속을 교육 받는다. 이러한 교육은 문학 작품에 반영되는데 규방가사가 대표적이다.

규방 가사 외에도 전의 형태로 침투되었는데 『숙향전 숙영낭자전』 등이 대표적이다. 소설의 주 소비층은 여성이었고 그 소설의 내용이 열녀 혹은 가부장제 종속 혹은 유교 남성상의 구현이라면 당연히 여성은 그것을 받아들인다. 권력에 봉사하는 문학이다.


  열녀의 개념이 신체 훼손과 신체 포기로 나가면서 남성 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이는데 의도한 것 보다 여성들이 더 나아가버린 것이었다. 목숨의 포기는 유교적 이념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근대에 이르기까지 그 잔재는 남아 있어서 나는 작금을 살아가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도 자신들도 모르게 유교적 세계관이 내제한다고 생각한다. 생체 정보만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정보다 유전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해두자. 열녀는 만들어진 것이다. 탄생은 했고 거의 절멸의 순간에 들어섰으나 - 현상적으로는 완전히 사라졌으나 문화 유전자 속에는 아직까지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닌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권력과 윤리 교육 책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국가 권력은 윤리를 지키는 것인지 아니면 윤리를 탄생 시키는 것인지 윤리와 권력은 별개인지 상호 관련성이 있다면 어떻게 전개되는지 교육은 권력에 봉사할 때 어떻게 되는 것인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책에 쓰인 문자는 그대로 진실이 되어 이념화 되고 내면화 되었을 때 그 책의 문자들은 정말 다 믿을만 한 것인지 누군가의 기호에 따라 유도되고 편향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다. 텍스트는 하나였는데 풀리지 않는 많은 문제들이다. 굶주림을 해갈하듯 다른 텍스트들을 살펴야 할 것이지만 지금은 쉬어야 할 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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