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시방 위험한 로봇이다 살림지식총서 364
오은 지음 / 살림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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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원 씨의 <인문학 고전 강의>와 막스 베버 씨의 <직업으로서의 정치> 읽기까지 숨가쁘다면 숨가쁘게 읽어온 읽으면서 고통스러웠고 고통스러웠음으로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강유원 씨의 <책과 세계>를 만난 것은 어쩌면 우연 같은 필연이었겠습니다만 <책과 세계>를 읽기 전에 읽어보고 싶었던 일련의 책들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쉬어가는 읽기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제가 선택한 책은 오은 씨의 <너는 시방 위험한 로봇이다>입니다 (오은 , 살림) 오은 씨는 - 이런 표현이 그다지 정겹지는 않지만 - 제 블로그 이웃의 이웃이라고 들었습니다. 한 다리 건너라는 말입니다. 물론 오은 씨가 제 블로그에 실수로라도 놀러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 오은 씨는 시인이라고 들었습니다. 저자 소개에도 시인이라고 되어 있는데 제가 읽은 인쇄물에 오은 씨의 형이 오은 씨의 글을 출판사에 보내 등단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시인 오은 씨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 이것은 편견입니다. 편협하지요. 서로 연관성이 그다지 없어보이는 소재인 듯하여 그러합니다. - 로봇을 주제로 이제껏 영화에서 이루어진 로봇의 서사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뭐 자세한 내용이야 아주 얇은 100 쪽도 넘지 않는 문고판이니 마음만 있다면 몇 시간 안에 독파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자 지금 이 순간부터 지극히 개인적인 독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아시모프라는 사람을 여기서 처음 만났습니다. 과학자인줄 알았습니다만 소설가더군요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를리 없는 SF계의 서태지 - 빅뱅이라고 해야 좀 어려보이려나 뭐 저는 로봇이 아니니 늙어서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구태여 로봇처럼 늙지 않는 것을 염원하진 않겠습니다 - 정도인가 봅니다. 아시모프가 로봇의 원칙을 이야기 했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1 2 3 원칙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 1 원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되며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음으러써 인간이 위험에 빠지도록 방치해서도 안 된다.

 

제 2 원칙

 

 로봇은 제 1원칙을 위배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간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제 3 원칙

 

 로봇은 제 1원칙과 제 2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한다

 

이 세가지 원칙을 가지고 변주하면서 로봇의 서사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위반은 카타르시스를 동반하는데 이것은 유토피아적이든 , 디스토피아적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만 유토피아적 미래보다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관한 서사가 무한하게 꿈틀거립니다.

 

  제목을 한 번 보겠습니다. '너는 시방 위험한 로봇이다'입니다. 이 구절은 김춘수 시인의 '꽃을 위한 서시'를 패러디 한 것이라고 지인 고냥씨가 알려주었습니다. 원문을 찾아보니 '너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로 시작하는 시입니다. 기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볼 것입니다만 시방 위험한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방이라는 말은 지금이라는 말과 바꾸어 쓸 수 있긴 합니다만 맛이 떨어집니다.

 

  로봇으로 어떤 서사를 보여줄 것인가는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금지된 세계> <로보캅> <메트릭스> <바이센테니얼 맨> <블레이드 러너> <스트리머스> <스타워즈> <아이, 로봇> <아이언 맨> <엑스맨> 시리즈 <에이 아이> <월 -E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이티> <터미네이터 1,2> <트렌스 포머> 등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고 이 영화들을 아시모프의 3원칙과 맞춰서 생각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입니다.

 

  로봇이 지향하는 것은 인간입니다만 이런 생각을 한 번 해봅니다. 어쩌면 인간이 아주 잘 조직된 로봇일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것은 인간만을 중심에 두고 사유하는 인간이란 종의 오만함에 대한 제 나름의 반성입니다. 한창 로봇 기술이 발달하고 있지요 가시화되고 있고 연구 결과물들이 로봇의 진화를 보여줍니다 다시 로봇의 궁극적 결과가 인간과 유사한 - 별 차이 없는 , 분간이 가지 않는 - 것이라면 우리 지구 상에 살아가는 인간들이 모두 잘 조직된 개별화된 로봇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것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지구가 컴퓨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 와 <메트릭스> - 가상 세계 속에서의 삶 - 혹은 <트루먼쇼> - 한 사람의 생활이 방영되는 - 의 세계관에 영향을 받은 결과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모든 것을 사유할 수 있지만 인간이 지닌 아주 잘 조직된 컴퓨터 뇌는 인간이 로봇일것이라는 생각을 차단하는 유전적 프로그램이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뇌의 프로그램 오만함입니다. 생각해보십시요 인간만이 최상위에 두는 인식체계를 누가 만들었을까요? 저는 아직도 의문이고 앞으로도 의문일 듯합니다.

 

  서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번 생각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책에서는 영화의 서사구조를 다루고 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서사라고 하면 단연 소설의 서사를 생각하게 됩니다. 여기서 생기는 문제가 있습니다. 소설의 서사와 영화의 서사는 비슷한 듯 보이긴 합니다만 좀 다르지 않나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뭐 별달리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만 언어의 추상성에 기대어 써보자면 이렇습니다. 소설에서의 서사 핵심은 이미지의 생성이고 , 영화에서의 서사 핵심은 장면의 고착화 즉 이미지의 시각화 현실화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 다시 제목으로 한 번 돌아가 보겠습니다. 시방 위험한 로봇이라고 씁니다. 시방 위험한 로봇일까요? 로봇뿐일까요? 가만 생각해보십시요. 로봇 이거 누가 만드느냐하면 인간이 만듭니다. 저는 감히 단언컨데 시방 위험한 것은 인간입니다. 언론매체를 보십시오. 연일 보도되는 말도 되지 않는 살인과 강간사건들이 흘러 넘쳐나고 점점 엽기적이 - 언론매체의 보도통제와 선정보도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 수 있겠습니다만 이것은 이 번 주제와는 거리가 있으므로 다음 기회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 되어갑니다. 로봇에게 윤리를 논하기 이전에 인간에게 윤리라는 것이 있는 것일지를 먼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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