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 위의 식사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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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 위의 식사 (전경린 , 문학동네 ,2010)




사랑 , 그 끝나지 않을 이야기




세상에 태어나 정해진 것은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죽음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소멸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했다. 정해진 것은 죽음뿐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몇 몇의 사람을 만나고 책을 읽으면서 죽음과 마찬가지로 피할 수 없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 『풀밭 위의 식사』를 읽으면서 더욱더 명징해졌다.




노래방을 가본 사람은 안다. ‘ㅅ’ 중에 가장 많은 노래 제목이 ‘사랑’이고 다른 노래 내용도 다 사랑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 어쩌겠는가 이 많은 사랑들을 전경린은 『풀밭 위의 식사』에서 사랑의 한 편린에 대한 이야기를 자아냈다.




기현 , 서강주 ,하이힐, 치마 누경 , 사랑은 유리 같은 것




『풀밭 위의 식사』는 기현과 누경의 사랑 이야기면서 강주와 누경의 사랑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누경과 인서의 사랑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랑이라는 것은 거대한 자루 같아서 그 자루 안에는 많고 많은 자잘한 사랑들이 모여 있다.




자고로 지탄을 받을만한 사랑이 더 애틋하던가? 세상의 잣대라는 것은 참 우습게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잣대도 들이대지 못한다. 강주와 누경의 사랑이 그러하다. 절절한 사랑이라고 말하면 조금 질펀해지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마른 사랑이다.




이들의 사랑은 하이힐 , 그날의 하이힐 한 쪽이 부러지면서 시작되었다. 시작되어서는 안되는 그런 사랑 따위는 상관없는 일이다. 강주와 누경의 사랑의 정점에서 베를린으로 떠나는 강주에게 치마 선물을 해달라고 한다. 중년의 남자가 치마를 산다는 것은 참 그렇다. 부인에게가 아니면 그다지 선물할 곳도 마땅하지 않다. 강주가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부인이 아니라 누경임을 확인하고 싶었던 누경이 아니었을까? 균열된 사랑의 끝은 어쩌면 자명한 것일지도 몰랐다. 누경의 일방적인 통보 ‘앞으로는 사적으로 만나지 않겠다’는 말로 관계는 끝이다.




기현과 누경은 섬으로 여행을 가고 위에서 누경의 자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누경에게서 밀려난다. 이 도한 사적으로는 만나지 않겠다는 완고한 문자 메시지 한 통으로 끝나는 사랑이다. 하지만 기현은 포기하지 않고 누경의 곁을 지키기로 한다. 안 될 사랑 외사랑이다. 누경의 사랑은 인서에게로 향한다. 불꽃이 튀기면 아무도 말릴 수 없는 것이 사랑이지 않던가? 기현은 인서와 누경을 담담히 지켜본다. 지켜보는 사랑은 매우 힘들지만 견딘다.




“깨어지지 않는 게 사랑이야 어떤 균열이든 두 팔로 끌어안고 지속하는 그것이 , 사랑의 일이야”라고 푸른 병이 사랑에 대해서 말했다. 사랑은 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어떤 것이어야 했다. 누경은 깨어진 유리병을 다시 만든다.




이후의 누경의 사랑이 어디로 향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글을 맛있게 읽은 사람은 그 방향을 알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보게 되는데 그것은 읽는 사람의 몫으로 남겨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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