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덕혜옹주』(권비영 ,다산책방, 2010)에 대해서 말하기

잊혀진 이름 , 조선의 마지막 옹주 덕혜

나는 고백하건데‘덕혜 옹주를 알지 못한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덕혜옹주라는 키워드로 대대적인 방송을 본 기억은 있는데 그것이 어렸을 적이라는 기억뿐이다. 잊혀진 - 왕정이 무너진 지금 - 조선의 왕조와 대한제국의 왕정은 아련한 기억이다. 이제는 그 시대를 경험한 사람을 찾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덕혜 오주와 내가 겨우 만날 수 있는 순간은 어린 나이로 시간을 얽어맨 한 장의 사진뿐이었다.

덕혜옹주는 실존 인물이고 실존 인물은 개인의 역사를 가진다. 그것은 시간의 집적이고 우리는 그것을 인생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삶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보통 인생이든 삶이든 반추해보면 어느 사람이나 질곡이 있게 마련이고 희비가 있게 마련이다. 불운한 시대를 곁가지로 산 사람이 아니라 그 중심에서 살아야 했던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덕혜옹주의 삶이 아니라 눈물일지도 모른다.

태어났지만 오랫동안 존재를 묵살당했던 한 아이가 있다. 일국의 옹주로 태어난 것은 어쩌면 그 아이에게는 행운이 아니라 불운일지도 모른다. 기울어가는 국가의 옹주는 귀애받는 처지가 아니라 그저 정략적으로 소용이 있는 정치적 볼모에 불과했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그렇게 결정된 삶이었다.

풍파란 것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풍파가 도사리는 곳으로 유배 떠난다. 그리고 견딘다. 일국의 옹주이기 때문에 견뎌야 하는 고된 삶이다. 아이는 거부하지 않았다. 옹주로서의 삶 그것을 오롯하게 받아들였다.

자존심과 자존감만이 스스로를 위안했고 조선인이라는 정체성 하나로 힘든 세월을 견딘다. 보모이지만 부모이기를 거부당하는 삶이다. 그 순간이었을지 모른다. 그는 스스로 심하게 흔들린다. 견뎌내지 못하는 것이다. 내부로부터의 붕괴는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갔다.

돌아가려고 해도 돌아올 수 없는 삶 고단 한 삶은 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이 되엇야 겨우 자신이 태어나고 자랐던 강토를 밟는다. 영면에 드는 땅은 그나마 이국이 아니라 자신의 모태가 있는 곳이다. 그나마 한순간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는 행복했으리라.


실존 인물이 살았던 시간과 시간 사이 행간을 매우는 작업

권비영 장편소설 『덕혜옹주』는 소설이다. 아주 당연한 것을 다시 거론하는 것은 소설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기 위해서이다. 소설이므로 덕혜옹주의 삶은 허구다. 덕혜옹주라는 실존 인물이 있지만 소설은 허구다. 지극히 신파적이고 극적이어서 눈물을 잘 잘아내기에 적합한 비극성과 질곡을 새겨 넣은 삶이다.

소설가의 작업은 인물의 삶 속에서 사건과 사건의 틈을 , 시간과 시간의 간극을 문자로 매워넣어서 사람의 깨어진 한 순간을 복원하는 것이다. 허구의 인물이라면 모든 것이 작가가 재구성하면 그만이지만 역사의 남은 인물은 그렇게 할 수 없다. 개연성과 허구성이 적절히 조화되어 사건의 사실성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자칫 잘못 쓰여지거나 주체할 수 없는 상상력은 이미 살다간 한 사람의 생을 통째로 뒤집어 버리고 땅바닥으로 내던지는 것이다. 무덤에서 일어날 일이다.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는 소설로 읽어야 한다.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삶은 잃어버린 조각이 많은 퍼즐이다. 퍼즐은 완전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 빈 퍼즐을 재구성한 것이 소설이 된 덕혜옹주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소설은 소설일 뿐 오해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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