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테의 수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문현미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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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이 얼마나 여성적이며 아름다운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이름인가’라고 쓴 것을 해설 첫 머리에서 발견했다. 나만이 ‘라이너 마리아 릴케’라는 이름에서 여성성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에 안도했다. 어렸을 적 스쳤던 ‘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詩)에서남성성을 전혀 찾을 수 없었던 점이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사진을 보기 전까지 여성의 이미지로 남겨 두었다. 남자의 사진 아래에 선명하게 쓰인 이름을 확인했을 때 느낀 당혹스러움은 지금도 그대로 남아서 등허리가 서늘하다.




  릴케는 내 기억 속에서 지워져가고 있다가 다시 선명하게 드러난 것은 세계 유명인들의 죽음의 순간을 쓴 『죽음을 그리다』에서 그의 묘비명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였다. 그의 생애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덤 속에서 끌려나와 태아를 사산한 임산부의 하열처럼 널부러졌다.




  『죽음을 그리다』에서 - 내 기억이 맞다면 - 언급된 책이 두 권이었다. 『말테의 수기』와 『두아노의 비가』였고 때마침 구할 수 있었던 것이 『말테의 수기』이다. 시의 영혼을 품은 사람의 시집인줄 알았다가 낭패였다. 소설이었다. 시인은 소설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사람들은 살기 위해 여기로 몰려드는데 , 나느 오히려 사람들이 여기서 죽을 것 같다.”로 시작하는 『말테의 수기』는 “죽음을 생각하며 출근을  한다.”고 시작하는 이지민의 『나와 마를린』의 첫 문장을 생각나게 했다. 죽음과 관련된 이미지는 언제나 나의 촉각을 흥분시킨다. 죽음이라는 거대한 침묵을 담아낸 언어로 시작된 이야기는 음울함이 바닥에 깔린 그로테스크함마저 느껴지게도 한다. 햇빛 한 줌도 들지 않는 곳에서 자생하는 균류가 엄지발가락을 타고 온 몸 곳곳을 휘감아 올라 숨통을 죄어온다. 절망과 혼돈 속에서 절명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다행히 『말테의 수기』를 읽고 죽음을 직면했다는 풍문을 듣지 못했다. 부끄러울 것은 없으나 아직 절명하기에 나는 아직 남세스러운 나이다. 너무 늙어버렸다.




『말테의 수기·』를 읽으면서 『최초의 인간』을 더듬었다. 비교적 근래에 읽은 글이라 아직 잔상이 남은 탓이다. 『최초의 인간』에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의 소설에서 카뮈의 경험이 고스란히 소설 속에서 녹아내렸는데 『말테의 수기』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경우에도 카뮈의 경우처럼 경험이 녹아 있는 부분들이 제법 보이는데 어머니와 이야기할 때 말테가 아니라 소피가 되어야 했던 어린시절 , 성인이 된 후에 아벨로비와 연인관계의 발전 등이 그것이다. 소설을 작가의 창작물이며 작가의 경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릴케가 쓴 자신의 경험은 안개 도시 무거운 안개 같다. 그로테스크함은 이미 어린 릴케의 한 켠에서 자리잡은 어쩌면 여성성 속에 감추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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