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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 영화광 가네시로 가즈키의 열혈 액션 드라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하루가 끝나고 다시 하루가 시작되는 새벽 , 타인들은 잠에서 깨어날 무렵 나는 잠들지 못했다. 가만히 누워서 잠을 청해야하지만 몸을 움직일 기력도 없어서 그저 틀어놓은 텔레비전을 리모컨을 덜리는 리모컨 놀이를 했었던 적이 있었다. 설핏 스치고 지나가는 장면 중에 경호원이 흔히 하는 장면인 귀에 이어폰을 끼고 서로 교신하며 주위를 살피는 장면을 보았다. 일본 드라마의 한 장면이엇는데 < SP >의 한 장면이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여서 - 난 몸을 움직이는 액션물이 좋다. 드라마나 로맨스는 손발이 오그라들고 심장이 뛰어서 잘 못 본다. 아니 보지 않으려고 한다. 죽을 것 같아서 - 좀 볼까 했더니 금새 끝나버린다. 테러 용의자를 먼저 제압하는 경호원들이었다. 의아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테러를 일으키지 않은 용의자를 제압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한 사람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는 설정이라는 것을 알았다. 흥미로워졌지만 20여분 만에 끝나버렸고 새벽을 지세우면서 기다릴 효용성을 따졌을 때 별로 효용성이 없어 기억 속에서 지워져갔다.
우연한 기회에 다시 <SP>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 이것이 가네시로 가즈키의 저작인 것을 알았다. 게다가 시나리오였다. 가네시로 가즈키는 우리나라에 김수현처럼 시나리오를 전문으로 쓰는 작가가 아니라 <GO> <레볼루션 너머 3> <프라이 데디 플라이> <스피드> 등으로 알려진 소설가다. 취미가 액션 영화보기인데 이번에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할 기회가 있어서 <SP>를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지 수가 많았지만 시나리오 특성상 쉽게 읽혔다. 지문과 대사들의 조합이었다. 보이는 것과 글은 어떤 보이지 않는 간극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뛰어 넘을 수 없는 것이 분명했다. 글로 서술된 문장이 주는 무한한 상상력에 기반을 둔 이미지들은 보여지는 것이라는 시각적 한계성을 벗어날 수 없으며 결국 시각이라는 함계 범위 내에서 재탄생할 수 밖에 없다. 재탄생된 구현화된 이미지는 다시 원 이미지인 문장과 비교되면서 문장들은 시각적 이미지로 구현되었지만 상대적으로 비루한 문장이 될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함에 처하게 된다.
가네시로 가즈키는 스토리 텔링을 하면서 각주를 달아 놓았다. 깕끔하지 못한 각주 처러였다. 시나리오 진행과 제반적인 상황 혹은 관련 자료들에 대해서 서술된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감정들을 서술해두었다. 읽다가 보니 가네시로 가즈키가 자신의 팬들에게 사적인 감정을 내보이는 팬미팅에서나 나올 법한 대화들이 각주를 달고 있었다. 대한민국 김수현 선생이 가네시로 가즈키의 시나리오를 본다면 글쎄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진다.
시나리오와 소설은 같은 글로 이미질르 구현화하는 작업이지만 한 작가의 두 장르를 읽으면서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너무나도 보편적인 결론에 이른다. 가네시로 가즈키는 그냥 소설이나 썼으면 좋겠다. 소설은 장면을 묘사하여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동화하고 인물과 독자의 싱크로율을 높인는데 시나리오는 그렇지 못하다. 문장과 이미지들이 아니라 실체적으로 연기라는 구체화된 시각화를 통해 대사와 행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니 시나리오와 소설은 천양지차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