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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 사람들
심윤경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안녕하십니까 유랑인입니다. 다들 잘들 지내고 계씬지요? 대책없이 덥기만 찔레꽃머리의 전야가 아닌지요. 설익은 여름이 이정도이면 농익은 여름의 더위는 생각만 해도 아찔해지는 요즘입니다. 그저 햇볕 사이로 생기는 근르을 찾아 디뎌야 겨우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날들이 계쏙되고 있습니다. 이럴 땐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말입니다. 잠시 쉬어가도 조흘것 같더란 말입니다 유랑인이야 길이 있으면 그 길을 더디게라도 걸어가는 것을 업으로 살아왔던 자이긴 합니다만 덥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잠시 자리 깔고 앉아 어기적거려도 누구 한 사람 뭐라고 할 사람은 업습니다만 엉덩이를 붙일 때에는 그만큼의 댓가를 지불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이번 자리값으로다가 길 위에서 읽어왔던 <서라벌 사람들>에 대한 잡스러운 소회를 밝혀볼까 합니다.
여러분들은 경주에 가본 적이 있으신지요? 유랑인은 중학교 수학여행 때부터 곧잘 다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첨성대며 , 보문단지며 경주의 곳곳을 돌아다녔던 기억은 있습니다만 무엇을 기억하고 있지는 못하는 어린 시절의 경주입니다만 , 다행히 최근에 다녀온 경주에 대한 기억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더란 말입니다. 아 그러니까 말이지요. 옛 사람들의 정취를 느끼거나 문화재를 볼 수 있어서 좋앗다는 것이 아니라 경주 박물관 옆에 보시면 연꽃밭이 있는데 시기를 잘 맞춰가면 흐드러진 연꽃을 볼 수 있지요. 그 꽃이 만개한 경주가 좋았더란 말입닏. 그리고 사금갑 어귀에서 마셨던 차의 기억도 좋게 가지고 있더란 말입니다.
심윤경이란 작가가 <서라벌 사람들>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 <달의 제단> <이현의 연애>를 이어 네번 째 소설집입니다. 연작 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연작 소설이라고 하니 좀 생소한가요? <원미동 사람들> 혹은 <우리동네>를 기억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심윤경 작가의 책들 중에서 백미로 꼽는 것은 < 달의 제단>인데 말입니다. 대부분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최고로 꼽으시더라고요. 뭐 글을 읽는 사람의 취향 차이니까요. 그렇다고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동구가 싫다는 것은 아니랍니다.
<서라벌 사람들>은 광고 문구에 썬데이 서라벌이라고 씌여져 있습니다만 , 흔히 기억하는 썬데이 ** 류가 보여주었던 외설성과 에로티즘과는 거리가 좀 있어보입니다. 교합례 장면이 몇차례 나옵니다만 , 교합례는 이미 외설성을 뛰어 넘어 종교 제의로 자리잡고 있어서 경외적인 것이 되어 있습니다.
교합례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기는 합니다만 , 교합례가 등장할 때마다. 전통적인 것이 무엇인지 전통이 옛것이라고 하여 경멸되고 파괴되고 잘못된 것으로 낙인 박혀야하는 것인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문화라는 것은 고유한 것이니까 말이에요 자생적 문화는 지켜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유랑인은 일련의 글들 '연재태후'라던지 '변신'이라던지 '혜썽가'에서 보여지는 일련의 편린들에서 슬픈 역사의 한 단면을 보아야 했다면 비약이 심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불교와 신교의 첨예한 대립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결과로 순행합니다.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랑인이 제법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변신'입니다. 심윤경 작가가 <서라벌 사람들>이란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 내세운 설정이 골품 중에서 성골을 거인족으로 설정한 것인데 , 변신의 주인공은 성골이 아닌 진골로 왕이된 자 김 춘추공입니다. 신화에서 인세로 내려 앉은 것이지요. 거인족이라는 설정은 필멸의 결말이긴 합니다만 생각해보시길 제우스 이전의 신들도 거인족이었으나 제우스로 넘어오면서 필멸의 길로 들어서지 않습니까 불멸의 존재가 필멸의 존재로 들어서는 뒷모습은 어떻겠느냔 말입니다 . 어쩔 수 없는 뒷모습은 슲픔니다만 승리를 쟁취해낸 사람의 최후도 그리 즐거운 것이 아님을 변신을 통해서 알아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춘추공의 죽음의 순간에 얽힌 이야기인데 말입니다. 슬픈 인간의 모습이라고 할까요? 인간으로써 어쩔 수 없는 한계마저도 뛰어넘고자 했던 인간 춘추의 서글픈 모습입니다. 열패감이라고 해야하나요. 열등감이라고 해야할까요? 알 수 없는 감정들로 점혈된 모습으로 그려낸 심윤경의 춘추공은 역사에서 기록하고 있는 영웅적 면모는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영웅의 신화 속에 살지 못하고 인간의 열패감 속에서 살아야 했던 작은 한 인간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슬픕니다.
<서라벌 사람들>을 읽을 기회는 예전에 한 번 있었습니다만 아직 완전한 인연이 아니었는지 <준랑의 혼인>까지만 읽다가 다른 이에게로 떠났지요. 그러다가 최근 다시 제 품 속으로 찾아들었습니다. 아 '준랑의 혼인'도 읽어볼만 하고 천관사 이야기도 읽어볼만 합니다. 엄숙한 역사의 한 편린을 떼어 먼지를 털어내고 새로 옷을 입히는 작업을 심윤경 작가는 재미있게 해낸 것입니다.
<서라벌 사람들>을 읽고 난 후 문득 <삼국유사>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서라벌 사람들>의 모티브가 된 것들이 <삼국유사>안에 다 있거든요. 여러분도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하지만 유랑인도 언제 그것을 다 읽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완유세설령에서 유랑인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