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척 시작시인선 82
길상호 지음 / 천년의시작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시를 잊고 산 날이 제법 오래되었다. 시를 쓰는 것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절감하며 구겨버린 종이들이 얼마였는지 모른다. 나의 마른 언어들은 모래가 되어 흩어졌다. 나의 언어들은 길상호가 말하는 <이런 언어들 중 시라는 걸 쓰는 놈이 있는데 시라는 게 썩은 물고기 살점을 받아 먹으며 만들어 낸 것이라 기우뚱 바로 서기 힘들다>고 말하지만 나의 언어는 길상호의 언어 물고기의 썩은 살점보다 더욱 더 힘이 없었다.

 

     시라는 것은 언어로 마음을 매만지는 일이다. 마음을 매만지는 방법에는 벼락을 내리쳐 일순간 깨닫게 만드는 것이 있는가하면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는 말처럼 점점 깨닫게 하는 방법이 있다. 길상호가 선택한 방법은 벼락같은 깨달음이 아니라 가랑비에 젖는 관조의 방법을 택하고 있는 듯하다. 그가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 관조를 넘어서 애정을 쏟아내고 있다.그러나 격렬하지 않게 은은하게 풀어낸다.

 

    길상호의 시는 따뜻하다. 읽으면서 체감할 수 있는 서정성은 그가 얼마나 인간이 없는 세상에 - 인간은 그에게 그리 긍정적 이미지가 아닌 것 같다. 하물며 자기 존재 자체도 비관적이다. - 대한 찬미로 넘쳐난다. 서정성을 넘어선 경외에 가까운 언어의 육즙들이 베어나온다. 자고로 시의 언어는 깨물었을 때 육즙이라는 것이 한 움큼이라도 베어나와야 제 맛이다.

 

     시집을 읽고 평가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 나는 안다. 사실 나는 시집을읽고 뭐라 무러 생각하고 무엇인가를 써내려가는 내 자신이 무섭다. 쥐뿔도 아는 것도 없으면서 말이다 뭐라고 지껄이고 있는지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 무섭고 미안하다. 그냥 시를 못쓰는 사람의 질투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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