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말을 걸다 - 밥상에서 건져 올린 맛있는 인생찬가
권순이 지음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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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말을 걸어오면 어떤 느낌일까? 사실 음식이 말을 걸어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생각해보자 말이라는 것이 의사소통을 하려면 서로 동종이어야하지 않을까 음식과 인간은 동종이 될 수 없으니 사실 말을 걸수도 들을 수도 없다. 뭐 굳이 말을 걸고 들으려고 노력한다면 보편성을 잃어버렸다고 사람들이 말을 할 것이다. 자 그렇다면 말을 뛰어넘은 어떤 것이 필요하겠지 동류감응이라고도 하고 뭐 교감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시도해보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교감을 시도하는 책이 바로 권순이의 < 음식이 말을 걸다>다.

 

권순이는 음식을 매개로 얽힌 이야기나 기억들 혹은 추억들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그 음식들이 가진 성향과 잘 버무려낸다. 추억이라 부르면서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잡아두기에 적당한 사진을 추억이라며 보는데 사실 사진도 음식과 같다. 사진이 추억이 아니라 사진이 붙잡고 있는 시간과 공간이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매개가 된다. 그렇다면 음식은 어떤 식으로 추억을 불러낼까?

 

음식을 만들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음식이라는 것은 하나의 재료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라면을 생각해보자. 면도 있어야 하고 물도 있어야하고 스프도 있어야 한다. 기본 세 가지가 버무려져야 하는 것인데 스프 속을 들여다보면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이게 어떤 의미가 있냐고? 글쎄 굳이 의미를 붙여보자면 식재료가 서로 만나서 한바탕 구르고 나서야 한 가지의 음식이 되는 것처럼 인생만사 다 그렇게 이렇게 저렇게 다양한 사람과 감정들이 만나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권순이는 음식을 하면서 알아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이라는 것이 혼자 있을 때는 개인으로 존재하지만 그것이 여럿이 함께 만나면 융화되어 그 집단과 어울리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무우- 본문에 이런 글이 있다. 그런데 무라는 것이 된장찌개에 들어가면 된장찌개 맛이 베고 고기짐에 들어가면 고기 찜 맛이 베고 생선짐에 들어가면 생선찜 맛이 베서 그럴 수 없이 맛있는 음식이 되더군요 그렇게 자기 색이 없는 듯하면서 다른 어떤 것과도 잘 어울리는 무의 성질이 참 배울만하지 싶습니다 -  같은 인생이되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권순이의 음식은 인간의 희노애락의 감성을 아우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마음 상태에 따른 음식들을 소개한다. 그렇다고 뭐 어떤 감정일 때 이런 음식을 만들어 먹어라는 식의 막돼먹은 안내는 아니다. 그러한 것들을 풀어내는 맛을 이야기한 책이다. 바로 이것이 이 책이 주는 좋은 영향이라고 할까? 단순히 음식 이야기가 아니라 그것을 넘어선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식이라는 것이 재료를 하나씩 집어 먹는게 아니라 한움큼 집어 먹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실 권순이의 음식 이야기는 사모곡이다. 모든 음식들은 어머니에게서 배운 것이다. 지금은 계시지 않은 어머님에 대한 기억이 음식에 고스란히 베어서 나온다. 진한 육즙처럼 어머니에 대한 많은 그리움들이 음식을 버무리는 맛나는 (?) 양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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