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의 만감일기 - 나, 너, 우리, 그리고 경계를 넘어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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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감일기라 ......

 

박노자의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이안(異眼)의 외국인이 바라본 한국에 대한 단상을 적어 놓은 글이었다. 한국 사람으로 한국에 대한 단상을 외부에서 타자의 시선으로 풀어낸 신선한 책이었다. 그를 <만감 일기>에서 다시 만났다. 10년의 시간이 지났다. 다시 박노자가 말을 걸어왔다. 만가지 기묘막측한 느낌이 언어를 통해 틈입한다.

 

<만감일기>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글은 개인의 의견이 강한 일기이다. 일기는 자신의 감정이 어쩔 수 없이 베어나오므로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게다가 이 일기들이 실린 곳은 박노자의 종이로 된 노트 깊숙한 부분이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개방된 노트에 쓰여졌다. 자신의 생각을 묻어두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슬쩍 까발리는 통로다. 읽는이가 동의하든 하지 않든 간에

 

박노자는 나를 넘고 우리를 넘고 민족을 넘고 경계를 넘는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넘는다는 말보다 지운다는 낱말이 더 적절한 단어다. 박노자의 관심은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에 존재하면서 모든것에 존재한다. 박노자의 감각의 촉수는 기민하게 모든 것에 반응하는데 이 기민함은 국내에 사는 일반 대중이거나 혹은 교양인의 촉각 범위를 아우르고 있다. 한국이라는 조직이 돌아가는 것을 한 발 떨어져서 직시하고 있다.

 

박노자를 읽으면서 개인적이지만 몇 개의 키워드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양심적 병역거부 , 폭력 반대 , 불교적 사유관 정도가 아닐까 하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감각의 결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밝혀둔다.

 

박노자가 세상을 보는 것은 폭력의 세상이다. 모든 것이 폭력적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폭력이라는 것은 물리적 폭력의 협소한 의미를 벗어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거대권력과 개인의 관계에서 폭력은 난무한다. 폭력을 넘어서 폭압의 시대다. 개인은 집단의 광기 앞에 무력하다.

 

박노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한다. 한국은 군대에 복무하는 것을 의무로 정하고 있어 거부할 수 없다. 강제 징집이다. 대한미국은 자유민주주의국가라고 알고 있는데 대한민국에 태어난 남성은 군대에 가지 않을 자유는 없는 모양이다. 대한민국의 군대는 방위의 개념봐 살상용으로 수출된 것은 아닐까? 국가에 대한 허울 좋은 위기의식과 애국심을 이용하는 것이 국가라는 권력이 아닐까? 군대가서 뭘 배울까 총쏘고 수류탄 던지고 사람 죽이는 기술만 배우는 것이 아닐까? 아니 타인을 죽이지 못해 자기를 죽이는지도 모르겠다. 군대에서 총을 들기 싫고 살상무기를 들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에게 꼭 징집을 해야할까? 다른 방법은 정녕 없을까?

 

박노자를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불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을 것 같은 느낌 아니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불교에 대한 사상적 심취가 돋보인다. 고등학교 때부터 읽었다는 법구경이 어떤 책인지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불교적 사유관에서 인간을 사랑하는 대자대비한 시선을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사상적 토대가 되었다고 해도 비판의 범주에서 성역이 아니어서 박노자가 아름답다.

 

박노자의 글들을 읽으면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우리'라는 대명사다 . 박노자는 한국인이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있고 노르웨이에 머물고 있지만 한국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너희들의 나라가 아니라 당신들의 나라가 아니라 우리의 나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타자가 아니라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는 심정이지 않았을까? 개인을 집단에 귀속시켜서 박노자가 싫어할지도 모르겠다. 이미 한국인이면서 외부 타자의 시선을 유지한다. 긴장성을 늘이지 않는다. 잘 쟁여진 가야금의 활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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