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거 푸시 작가정신 소설향 20
이명랑 지음 / 작가정신 / 200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가을의 관통해서 겨울로 접어드는 모양입니다. 병원 뒷길을 걸었습니다. 이름없는 무성한 나무들이 푸르기도하고 일 년을 살아온 흔적인냥 떨궈내는 낙엽들 사이에 난 오솔길을 걸으며 한 여인의 삶의 전환을 이야기하는 <슈거 푸시>를 읽습니다. 떨어지는 낙엽은 밟혀서 바스라지고 사라져버릴테지만 그 낙엽은 또 다른 나무의 양분이 되겠지요
 

  <슈거 푸시>는 무엇일까요. 책에서 본 바로는 라틴 댄스의 베이직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책에도 잘 설명되어있으니 그 문장을 한 번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슈거 푸시(suger push) 오늘 라틴 댄스 시간에 배운 동작이다. 내 앞에 서 있는 누군가의 손바닥과 나의 손바닥을 맞댄 상태에서 그래로 팔을 쭉 뻗는다. 서로의 몸이 뒤로 밀려나간다. 이제 손바닥은 여전히 서로 맞댄 채로 팔만 가슴 옆으로 벌린다. 그러며서 서로 멀어졌던 두 사람의 몸이 다시 하나로 겹쳐진다 "(89)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화자인 소희는 "지금까지 배운 동작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작이다"고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화자인 나(소희)는 아이가 하나 있는 평범한 가정의 주부다. 정해진 생활비에서 빠듯하게 한 달 생활을 꾸려나가야 하는 일상적인 주부입니다. 아이에 치이고 가정에 치이던 나는 어느날 백화점에서 문화강좌 '라틴 댄스'를 수강합니다. 이것이 사건의 시작입니다. 소극적인 일탈이 시작된 것입니다.. 꽉 짜여진 일상에서 일주일에 한 번 마법에 걸리듯이 일상을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어머니와 나는 대립점에 서 있습니다. 어머니는 할머니에게서 양육되었다는 것에서부터 마음에 들지 않아하며 나의 행동에 대한 불신과 억측으로 나에 대한 생을 지배합니다. 믿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계모보다도 더 한 , 혹은 당연히 그러하다는 듯이 딸을 믿지 않습니다. 내가 찬이라는 소위 집안 좋은 남자와 사귈 때도 보통 부모면 딸의 행복을 빌어주기 위해서라도 과거를 덮어주는 것이라고 합니다만 어머니는 과거를 찬에게 까발림으로써 나와 찬의 결혼을 일순간에 허물어트려버립니다.  어머니의 뜻에 따라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하긴 하지만 그리 재미난 결혼 생활을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장모님에게 예쁜 옷을 고르는 행동 , 목욕탕을 당연히 고쳐야 한다는 말을 할 때의 이유모를 미소 등은 어머니와 남편이 어쩌면 동류의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도 가지게 만듭니다.

 

    나는 '어떤 소유'를 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어떤 소유도 소유 나름이어서 내가 필요로 하는 '어떤 소유'에는 토악질이라는 댓가가 따르지만 '내게 필요없는 소유는'토악질'이라는 결과물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떤 소유'란 도벽을 말하는 것입니다. 나의 도벽은 " 나는 그 허름한 구멍가게에서 호빵 대신 허기를 달래는 데는 아무 쓸모도 없는 풍선껌을 훔쳤다. 배고픔은 여전했지만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한 통의 풍선껌을 만지작거릴 때마다 손바닥을 타고 짜릿한 전율이 전해져 왔다. 추위와 배고픔에 떨면서도 나는 그 생생하고 이상한 쾌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밤이 이슥하도록 동네를 배회하고 다녔다. 내 생에 최초의 자회전이었다"이라고 고백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어떤 소유'는 심리학자들이 흔히들 이야기하는 '결여 결핍에 대한 충족'을 바라는 심리적 욕구의 물화로 읽었다면 너무 과장된 해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필요했던 찐빵이 아니라 껌을 소유하게 되면서 느끼는 아짤한 쾌감은 배고픔 즉 허기 결여의 고통까지도 잊게 만들기에 충분하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이러한 부도덕한 충족 현상은 그 이후로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이러한 결여를 채워 줄 수 있는 온전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은 존재하는 것일까요?

 

  채울 수 없는 존재의 일 부분을 채워 온 것이 담배였을까요? 책의 한 부분을 담배가 차지하고 있긴 합니다. 나는 매번 화장실이나 집에서 담배를 피우더라도 집 밖 멀리 있는 휴지통에 담배꽁초를 가져다 버립니다. 하지만 오롯하게 혼자일 수 있고 개인적이고 내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담배를 두 세 개피를 피울 때 뿐인 것 같습니다.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이혼을 한 친구의 이야기며 , 맞담배를 피울 수 있을 것 같아 조건을 무시하고 결혼한 친구이야기가 나옵니다. 담배는 그저 기호 식품을 넘어서서 상징으로 전이를 치릅니다. 담배를 피우는 행위가 자존감과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으로 세상에 존재하게 하는 상징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유일한 자존의 방법도 남편과 일련의 남성들에 의해서 무참하게 중지 당하게 됩니다.

 

  춤을 추면서 나는 앞에서 가르치는 강사를 나비 같다고 표현합니다. 어느 순간이라도 날개를 접는 일이 없는 나비의 춤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나비 선생님은 아름다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춤의 기초를 마치면서 나비 선생님은 이런 말을 합니다.

  " 춤은 내가 나 스스로에게 거는 마법이에요  (중략) 이제부터 집에서도 스텝을 밟는 것처럼 흥겹게 ! 아름답게! 그렇게 생활해보세요 나도 즐겁고 나를 바라보는 주위 사람도 즐거워져요.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까지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거 그게 바로 아름다움의 파워가 아닐까요?"(212)라고 말입니다.

  이러한 말은 있으면서도 부재하고 있는나의 어머니의 결핍을 채워주는 어머니와 같은 멘토의 역할을 하는 말을 하는 것 같아서 나는 어쩌면 어머니의 결여를 강사에게서 찾아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춤을 추는 시간은 오롯하게 혼자일 수 있고 일상에서 벗어나와 정해진 사회의 틀을 벗어나는 시간입니다만 댄스를 배우는 그 공간에서조차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서로에게 가면을 쓰고 생활하고 제 1열을 향한 암투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작용들을 볼 때 나는 일탈에서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또 다른 형태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가정이나 라틴 댄스 시간이나 다를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난 어설픈 프로는 실헝 진짜 프로가 될꺼야 그때까진 이 속에 숨죽이고 들어앉아서 내 삶의 베이직을 충실하겠어 뒤꿈치로 음흉스럽게! 발끝으로 조심스럽게!"라고 말입니다. 나는 이제 달라질 것입니다. 배추애벌레가 고치가 되고 번데기가 되어 나비가 되듯이 나는 변해갈 것입니다. 변화 중에서 가장 무서운 변화는 하루 아침에 벼락 같이 이루어지는 변화가 아니라 가랑비처럼 젖어들어가는 점진적인 변화입니다. 나는 그런 변화를 자신의 마음 한 구석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점진적인 변화는 아주 쉽습니다 자 따라해보세요

  토우 , 힐 , 볼의 순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