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듀본의 기도 - 아주 특별한 기다림을 만나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어제 7월 17일은 제헌절이다. 투니버스를 시청하는데 명탐정 코난을 하루 종일 방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열심히 챙겨보다보니 문든 유명한 탐정이 꼭 사건이 터진 후에야 그 범인을 밝힌다는 것을 알았다. 하긴 탐정의 존재이유이기도 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물론 자의적이지 않은 경로를 통했음을 스스로 알고 있다. 분명히 어디서 읽어서 앍고 있는 것 같은데 어제는 찾지 못하다가 이제서야 우연을 가장해서 이렇게 내 앞에 다가온다.

 " 어떤 사건이든 해결하는 명탐정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아십니까?"

 " 뭔가?"

 "내가 있어서 사건이 일어나는 건 아닌가?"

  이 구절이 새겨진 책은 이사카 코타로의 <오듀본의 기도>다. 오기시마 섬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 오기시마 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토, 직장에서 잘리고 편의점을 털다가 실패하고 시로야마에게 연행되어 가던 이토는 다리 도망치게 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오기시마'섬이다. 에도 시대 이래 사람이 살긴 했으나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섬이다. 단절은 집단성이 아닌 개별성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이토에게 섬을 안내하는 골든 리트리버를 닮은 안내인 '하비노' 무엇이든 반대로 말하는 화가 '소노야마' 섬의 법률로 살인이 허락된 남자 '사쿠라' 새와 바람과의 교류를 통해 '미래를 보는 허수아비 유고' 시장에서 장사하는 '토끼' 등 다양한 개별성들이 존재하는 섬이다.

 

  <이토 전설의 주인공이 되다>

 

  이토가 섬에 들어올 것은 허수아비 유고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고 한다. 유고가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유고는 미래를 알고 있어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 범인을 말해준다. 그러나 다른 일에 대해서는 미래를 말해주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유고의 일만은 알려주었던 것이다. 예전부터 섬에 내려오던 전설 '섬에 결여 된 것을 두고 갈 사람'이 이토이기 때문이었다.

   이토가 말을 하고 미래를 알고 있는 허수아비 '유고'와 새벽에 이야기하고 온 다음 날 , 유고는 처참하게 살해당한다. 사지를 구성하던 나무는 부서졌고 유독 머리만이 존재하지 않았다. '유고'를 죽인 범인은 알 수 없다. 미궁으로 빠진다.

 

  <유고의 죽음 우연이 만나 필연이 되다 >

 

  유고를 만든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정보를 받아들이고 조합하고 결론내리는 것 이다. 유고는 섬에서 일어나는 일 뿐만 아니라 섬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유고에게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새와 바람이다. 유고는 한 자리에서 150년을 보냈고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150년간.......

  사건의 종반부로 가면서 유고는 죽기 전에 섬 사람들에게 상관없어 보이는 일들을 하나씩 부탁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든 일은 순서가 있었고 순서는 시간을 만들고 시간은 사건을 만들었다.

  '인생이란 건 말이지 . 백화점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나 매 한가지야. 너는 제자리에 멈춰 서 있어도 어느 틈엔가 저 앞으로 나가 있지 그 위에 첫발을 디딘 순간부터 흘러가는 거야 도착하는 곳은 이미 정해져 있지 제 멋대로 그곳으로 향해 간다 이거야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몰라 자기가 있는장소만큼은 에스컬레이터가 아니라고 생각해"

  불가항력이다. 어떠한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이미 그 일이 시작된 순간부터 결과를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발버둥쳐봐도 약간의 변주만이 있을 뿐 흘러간다는 것이다. 유고는 죽음을 당하기 전 사람들에게 무엇을 부탁했을까? 그 결과는 무엇일까? 마을 사람들에게 한 가지 행동들은 하나의 변주다. 그러나 그 변주는 정해진 결과로 가는 필연이 되었다.

 

<유고의 섬을 나오면서 >

 

  이 책을 읽다가 보면 모든 일든은 우연을 가장하여 필연성을 이루는 것에 불과하며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지만 이미 모든 일은 정해져 있으며 그 결과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닫힌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열린 것은 우연성의 다양한 변주일 뿐이다. 과정이 똑바로 간냐 돌아가느냐의 차이일 뿐 결과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비관론적 세계관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것 같다.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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