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자서전
체 게바라 지음, 박지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몇 해 전인가 낮선 외국인의 얼굴이 외딴 곳 한국 땅에서 티셔츠에 찍혀서 불티나게 팔렸던 적이 있다. 긴 흑발에 콧수염 베레모와 시가를 문 모습으로 이미지화 되었던 인물이었다. 그의 이름은 에르네스토였다. 흔히 세계인들이 체 게바라라고 부르는 쿠바 혁명을 이야기할 때 항상 이야기되는 인물 영원한 혁명가였다. 유행처럼 번지던 체의 유령이 사라지고나서야 그의 자서전이란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온 책을 읽었다.

 

  체 게바라 (이하 체씨 아저씨)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단다. 아르헨티나라고 축구 잘하는 나라가 아니었던가? 방 한 쪽 벽에 붙어 있는 세계지도를 찾아봤다. 의도적으로 가려둔 아메리카 대륙 아래 라틴 아메리카에 속한 나라여서 가려둔 것을 잠시 치웠다. 멕시코 쿠바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페루까지 체씨 아저씨 책 전반부를 차지하고 있는 젊은 체씨 아저씨의 기록에서 등장한 나라들이 모여있다. 라틴아메리카 연합을 꿈꾸던 체씨 아저씨의 대륙이었다.

 

  26살에 과테말라에서 무장봉기에 참가하는 것을 시작으로 28세에 카스트로와 쿠바 독립을 위한 무장 봉기에 참가해서 쿠바 혁명을 성공시켰다. 그는 그 곳에 머물렀다면 사실 아무것도 아닌 혁명군의 총 사령관이라는 직책으로 쿠바 역사의 한 줄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체씨 아저씨는 다시 총을 들었다. 볼리비아로 볼리비아의 혁명 속으로 뛰어들었다. 볼리비아 밀림 속에서 서른 아홉의 나이로 생을 마침으므로서 살아낸 시간 보다 오랜 시간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자서전을 읽어보면 , 사실 이 책은 자서전이라고 하기에는 무엇인가 미흡하다. 연대기적 서술도 아니고 편지와 여행기 일기 등을 모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거들에서 그 때의 상황을 유추해 낼 수 는 없지만 다른 것들을 알 수는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겠지만 , 이 글을 읽으면서 체씨 아저씨의 시선은 과장되거나 감정적이지 않다는 것에 놀란다. 지극히 사실적인 문장을 구사한다. 사실을 기반으로 그 때의 모습이나 심리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실패한 시인이라고 말하는 체씨 아저씨의 문학적 글쓰기의 성과를 찾아볼 수 있다. 체씨 아저씨는 스스로 사회주의 리얼리스트가 아니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 언저리에 있다. 이제 한 발만 더 밟으면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기수가 될 것 같다.

 

  음 이 책의 축복은 문학가 체씨 아저씨를 만나는 것 외에도 체씨 아저씨의 사진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다. 사실 남자가 봐도 엄청난 미남자다. 이렇게 말해볼까? 어린 소년 체는 꽃미남이자 미소년이었고 장년의 체씨 아저씨는 카리스마 가득한 멋진 아저씨다. 내가 본 사람들 중에 정말 멋진 장형 (장동건) 다음으로 멋진 사람이다. 마치 사랑고백 같다. 나는 체를 보면서 갑자기 체코 프라하를 사랑하고 프라하에서 많은 작품을 남겼던 카프카가 생각났다. 카프카도 정말 꽃미남이다. 그러고 보니 카프카와 체씨 아저씨는 절명했구나 미남자 박명이구나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은 어떤 것을 보고 어떤 것을 겪는가에 따라 변하는 모양이다. 의대를 마치고 의사의 길을 가려던 청년 체씨는 여행을 하면서 현실을 보고 스스로를 각성시키고 스스로 투사가 되었다. 나는 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 친구를 생각했다. 내 친구는 학생 운동을 하는 친구였다. 그렇다고 겉멋만 들어서 투사입네 뭐내하던 친구가 아니었다. 나는 학생운동가들을 좋아하진 않지만 내 친구의 운동은 참 좋았다. 구호만이 가득한 운동이 아닌 생활에 베인 운동가였다. 낮은 목소리였으나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생활 속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나의 친구가 나는 지금 그립다. 나에게 사실 체씨 아저씨는 체씨 아저씨가 아니라 내 친구 섭군이다. 이렇게 체씨 아저씨는 내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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