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습함과 더움이 켜켜이 쌓여서 사람들의 호흡들을 옭아매는 시간들의 시간이 연속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전설의 고향처럼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해줄 납량특집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책 한 권 가지고 물에 발 담그고 수박 한 쪽 물 수 있으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습니다.그런 생각이 점점 자라기 시작할 무렵 만난 것이 오츠이치의 <zoo>입니다.
 

  오츠이치는 필명이라고 하는데 乙一을 우리식으로 읽으면 긔되는 모양입니다. 처음 대하는 작가라 잘 알지 못했으므로 섣부른 기대도 외면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책은 보통 50~100페이지안에 해결을 보게 됩니다. 계속 읽을 것인지 그만 둘 것인지가 결정이 납니다. 어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지 않습니까 초반에 손님을 끌지 못하면 그 장사는 볼장 다 본 것이지요. 그래서 시장에서 골라골라 아저씨도 목소리 높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츠이치의 첫 인상은 어떻게 다가 올 것인가? 여러분도 같이 들어가 보시겠어요 동물원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있지요. 다양한 이야기들이 방마다 가득하니까요. 골라 골라 보세요  제목이 처음에 seven rooms 입니다. 일곱개의 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좀 생뚱맞지만 저는 여기서 대의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도 생각해봤습니다. 역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입니다.

 

  총 10개의 단편들로 책은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이에게 부모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 so-far , 계속되는 일상성의 이야기를 풀어두었던 표제작 <zoo> 지독한 외로움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양지의 시 , 요즘 제가 천착하고 있는 말 (言語)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신의 말 , 극과 극의 생활을 하는 쌍둥이 이야기인 카자리와 요코 , 과거의 한 사건이 현재에 어떤식의 엔트로피 현상을 일으키는지에 대해 보여준 closet , 사람은 겉보기와는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혈액을 찾아라 ,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던 차가운 숲의 하얀집 , 사기 당해서 사람들을 구하는 여자가 등장하는 떨어지는 비행기 안에서라는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오츠이치의 글들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느낄 명징하게 잠재된 공포 혹은 경악이라는 것을 생각해봤습니다. 검은 오츠이치를 관통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공포와 경악의 대상은 바로인간입니다. 인간이란 나약한 존재가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를 광폭하게 피를 튀겨가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을 통해서 말해나갑니다. 절제하여 보여주기라고 해야할까요 적당한 용어로 말을 하기에는 의미를 한정 짓기가 쉬운게 아닙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로맹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라는 작품집을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책에서 읽었던 생각의 기발함이 오츠이치의 책 속에서 그대로 살아났기 때문이라고 말해두는 것이좋겠다. 상황들이 독특하다. 독특한 만큼 머릿 속에서 명징하게 그려진다. 오츠이치도 로맹가리의 필명 에밀 아자르와 같다. 현실에는 두 사람이지만 한 사람인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오츠이치는 로맹가리처럼 폭발적이지는않다.

 

  여러분들은 이 책을 읽고 나서 혹시 이럴지도 모르겠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온정이 가득한 눈빛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시고 주위의 사람들을 찬찬히 뜯어보고 판단해서 주위를 돌아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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