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동의 아버지를 기억하라

대무신왕기 1 - 부여왕 대소를 제거하라
김상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5월

무휼이라는 고구려 왕이 있었다. 한참 송일국이 주몽으로 나오던 드라마가 있었는데 주몽의 손자 되시는 분이란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분이다. 나름 주몽과 유리왕이 너무 잘 알려져 있으니까 빛을 못 본 사람이라고 보면 적당하다. 그러나 그의 업적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그 숨겨진 이야기가 김상현 작가의 소설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다. <대무신왕>기로 태어난 것이다.
 

  책은 유리왕이 왕이 되는 순간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무휼이 왕이 되고 나서 정복 전쟁이 시작되고 그의 아들 호동과 선랑 등이 등장한다. 삼국사기에 전하는 솥이야기라던지 검은 까마귀 이야기를 토대로 살을 붙이고 재구성한다. 자명고에 대한 해석은 기발하기까지 하며 호동과 낙랑의 사랑을 풀어낸 것 또한 소설적 재미를 더해준다.

 

  작가 김상현은 소설을 쓰면서 대중적 소설을 지향했다고 했다. 소설적 상상력을 가득 입혀서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을 만들고자 했다고 했다. 성공했다. 역사에 일부분만이 나와 있는 것을 현실적 감각으로 심플하게 풀어냈다고 해야겠다. 왜 우리가 무협물을 통독하다보면 말도  안되는 장면들이 등장하고 말도 안돼는 병사들의 숫자가 종종 올라오게 되는데 그것을 확실히 뒤집어서 부풀리는 것을 배제함으로써 새로운 묘미를 가져다 준다. 역사서에 남긴 기록을 상징과 과장으로 읽어낸 것이 현대인의 계측화되고 단위화된 뇌구조에 맞게 재구성되었다고 하면 좀 무리가 있을래나?

 

  자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것을 말해보겠다. 이 글에는 사실 대무신왕은 조연이다. 대무신왕의 주변 이야기가 더 많다. 호동이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중심에 있고 괴유도 을두지도 그러하다. 물휼이라거나 대무신왕이 전면에 등장하여 영웅적인 모양새를 보여주는 장면은 거의 없다. 소탈한 왕이라고 해야하나 그저 전쟁을 좋아하는 왕정도로 비춰진다. 아들을 사랑하는 왕으로 말이다. 괴유도 잠시 등장하고 마지막에 등장한다. 나름 괴유라면 대소의 목을 날려버린 장군으로 기록된 사람인데 말이다.

 

  결국 하고싶은 말은 이것이다. 돌려말하기에 능하지 않으니 알아서들 보시라 이건 대무신왕대에 있었던 권력 투쟁에 대한 기록이다. 그러므로 대무신왕기가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비운의 왕자 호동 이건 너무 센티멘탈하다. 그렇다고 호동과 낙랑공주 이렇게 하면 너무 로맨틱한 것 같고 결국 나름 고육지책으로 만들어낸 이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엑스트라급을 제목으로 내세우다니 왜 그런 영화가 있지 않는가 특별출연하는 사람을 전면에 내세워 영화제목 정하는 영화들  꼭 그런 영화를 본 느낌이다. 그러나 책은 소설적 상상력이 제법 잘 갖추어져 있어서 읽을만 하다는 것은 변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