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기
안채윤 지음 / 자화상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제목인 소년기는 기간을 의미하는 소년기가 아닌 소년의 기록이라는 의미에서 소년기라는 제목을 가졌다. 한자를 같이 적긴 했지만 '소년기'라는 표현을 제목으로 삼은 것은 소년기를 겪는 중인 소년의 기록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소년기, 즉 사춘기하면 중학생이 주인공인가 싶겠지만 책의 주인공은 18살 청소년이다. 벽촌이라는 시골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주인공 준경. 모범생인 자신의 쌍둥이 형 준희와 다르게 삶 앞에서 무기력한, 죽고 싶기만 한 준경이 어떻게 19살로 성장해 가는지를 기록했다.

안채윤 작가가 자신의 괴로웠던 소년기 시절을 떠올리며 만들어졌다는 소년기는 그래서 소년(소녀)들이 그 시간 속에서 느꼈던 생각과 감성을 잘 담아냈다. 아무래도 청소년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역시 풋풋한 모습이 그려지지만 이 소설은 그냥 그런 귀여운 청소년 성장소설이 아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닌 일에도 심각했던 그 시절 우리들에게, 또는 그 시절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격려이자 앞으로 나아가며 또다시 시련을 겪을 모두 함께 힘내자는 작가의 생각이 담겼다.

그렇기에 우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시간만큼 정직하게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걸 축복이자 신의 선물이라 여기는 것에 대해 나는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저 생명을 가진 무언가로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여길 뿐이었다. 결국 다 부질없어질 것들을 위해 숨쉬는 내내 '열심히''최선'을 강요 받아야 하는 현실이라니.

그건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소년기는 한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담았다고 생각했다. 아이와 어른 사이에 걸쳐있는 소년은 죽고 싶어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자살하려는 청소년에게 기대하는 원인인 성적 비관, 교우 관계 문제 등이 원인이 아니다. 준경은 다만 죽고 싶어져서 죽고 싶어할 뿐이다. 다르게 말하면 준경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서 죽고 싶어한다. 왜 살아야하는지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삶의 무상함을 느끼는 준경의 모습은 확실히 더 이상 준경이 순진한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반면에 앞으로 이어질 생을 빠르게 포기하는 것이 '더 멋지게' 느껴진다는 준경의 모습은 그가 아직 다 자라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런 준경의 모습에서 나는 이 소설에 담긴 성장의 한 요소가 내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 보았다. 삶의 의미를 찾는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언젠가 죽는다는 현실을 깨달았을 때 포기하지 않고 그럼에도 내 삶을 살아야하는 이유를 찾는 것은 '진정한' 어른이 되려면 통과해야하는 통과의례나 다름 없다.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재는 것이기도 하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고 있던 '아이'가 자신이 꼭 존재해야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은 우리가 꼭 존재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에 만들어져 있던 자신의 세계관이 깨지는 것은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것도 자신이 생각보다 작은 존재라는 것이라면 더 그렇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는 한편 그럼에도 내 삶의 의미를 찾아서 나만의 가치를 받아들이면 그는 그 시련을 극복할 수 있다.

 

아무렴 어떤가?

그저 같은 공간에서 같은 밤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할 뿐, 다른 건 뭐 어떻든 그저 좋았다. 눈만 마주쳐도, 손끝만 스쳐도, 우리 사이엔 별빛이 무수히 쏟아져 내렸으니까. 훈이가 그동안 입버릇처럼 말했던 '살아 있으니까 이런 것도 해보는 거야'라는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매순간 꽃이 피어나는 날들이.”

 

준경은 한번 자신의 삶을 포기했지만 그의 쌍둥이 형인 준희 덕분에 살아난다. 그리고 반강제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준희와 그의 친구 훈이와 어울리며 사랑이라는 새로운 관계도 맺어보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점차 준경은 삶에 대한 의지를 찾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가 결정적으로 삶의 의지를 찾은 것은, 그리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기로 마음먹게 된 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쌍둥이 형인 준희의 죽음이다.

자신을 구해줬던 쌍둥이 형을 자신은 구하기는커녕 죽을 시간을 마련해줬다는 것, 그토록 죽고 싶었던 자신도 무서워서 할 수 없었던 스스로 목을 매는 행위를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해보였던 자신의 형이 성공했다는 것에 그는 충격을 받는다.

삶의 목표이자 의미가 사라졌을 때 사람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보여준 준희에 죽음에서 준경은 처음으로 삶과 죽음을 제대로 마주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죽고 싶어 했던 것은 사실 정말 죽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관심을 바랐던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똑바로 보게 된 준경은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서기로 마음먹게 된다. 그렇게 준경은 성장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멀리서 버스 한 대가 오는 것이 보인다.

우릴 집으로 데려다줄 버스.

우릴 열아홉 인생으로 데려다줄 버스.

그 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나는 머릿속으로 관찰 일기의 첫 문장을 써본다.

나는 곧잘 죽고 싶어졌었다.“

 

'나는 곧잘 죽고 싶어졌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해 '나는 곧잘 죽고 싶어졌었다.'라는 마지막 문장으로 끝맺음이 나는 것에서 우리는 준경이 한발짝 내딛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준경의 사계절과 하나의 계절이 더 담긴 이 소설이 매력적인 이유는 거기에 있다. 책을 펼치면서부터 준경의 관점을 쭉 따라가게 되서 책이 끝날 쯤에는 같이 성장해 있는 느낌. 그리고 비록 소설 속 인물에 불과하지만 한 사람이 성장하게 되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것이 주는 쾌감이 있다. 아마 준경과 같은 성장통을 앓아보았다면 아마 더욱 더 그런 감정이 크게 느껴질 것이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 속에 현재와 소년기 속 우리를 위한 충분한 격려와 위로가 담겨있으니 한번쯤은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그렇기에 우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시간만큼 정직하게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걸 축복이자 신의 선물이라 여기는 것에 대해 나는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저 생명을 가진 무언가로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여길 뿐이었다. 결국 다 부질없어질 것들을 위해 숨쉬는 내내 ‘열심히‘와 ‘최선‘을 강요 받아야 하는 현실이라니.
그건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아무렴 어떤가?
그저 같은 공간에서 같은 밤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할 뿐, 다른 건 뭐 어떻든 그저 좋았다. 눈만 마주쳐도, 손끝만 스쳐도, 우리 사이엔 별빛이 무수히 쏟아져 내렸으니까. 훈이가 그동안 입버릇처럼 말했던 ‘살아 있으니까 이런 것도 해보는 거야‘라는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매순간 꽃이 피어나는 날들이.

멀리서 버스 한 대가 오는 것이 보인다.
우릴 집으로 데려다줄 버스.
우릴 열아홉 인생으로 데려다줄 버스.
그 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나는 머릿속으로 관찰 일기의 첫 문장을 써본다.
나는 곧잘 죽고 싶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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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끝 고독의 완결
김민준 지음 / 자화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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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상실의 순간을 겪게 되고 또 고독한 순간을 맛보게 된다. 씁쓸하기 그지없는 상실과 고독의 순간을 곱씹어보는 것처럼 마음이 불편한 일이 있을까 싶다. 그런 상실과 고독의 시간과 그 마음을 기록한 글을 모아둔 책이 있다. 김민준의 잡문집인 상실의 끝 고독의 완결은 상실과 고독이 찾아왔던 그 때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글로 채워졌다.

 

에세이 부류의 책을 잘 읽지 않았던 나지만 김민준 작가의 잡문집인 상실의 끝 고독의 완결은 생각보다 재밌어서 계속 읽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상실과 고독의 감정을 다양하게 녹여냈다는 점이 큰 매력이기도 했지만 중간중간 들어간 사진들이 따뜻하고 잔잔한 것이 글과 어우러지며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 같아서 그렇기도 했다.

또다른 매력은 이 책이 말 그대로 잡문집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형식의 글이 들어가 있어서 매 장을 넘길 때 마다 신선하다. 편지나 일기 같은 글, , 소설과 같은 글들로 같은 상실과 고독이라는 제재를 잘 풀어내서 잡문집만이 줄 수 있는 작가의 생각을 잡다한 형식의 글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이 책은 상실과 고독 사이에서 먹먹하게 짙어지던 지난 시간들에 대한 은유입니다. 기승전결이 없고, 시간 순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세상에 어떤 감정도 덧없이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 서술한 문장들입니다.”

 

하루’, ‘이틀’, ‘사흘’, ……, ‘그믐

이렇게 쭉 번호를 매기듯이 매 글의 제목 아닌 제목을 지어 30일 주기로 1부와 2부를 구성해둔 것을 보면 마치 상실과 고독을 앓던 두 달간 꼬박꼬박 쓴 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책의 구성과는 다르게 전체 책의 내용은 시간 순으로 정렬되지 않다. 그의 이야기는 각각 상실과 고독의 농도를 달리하고 있다.

 

우리는 저기 저물어가는 노을처럼 붉게 포개어지고 싶었으나, 마음과 현실의 간격은 차마 새벽녘 안개와 한낮의 졸음처럼 움켜쥐어도 가질 수 없고 바라고 바라도 결코 좁혀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따금씩 나는 하염없는 지난날을 추모한다.”

 

창백한 밤의 공기가 허파에 텅 빈 울음을 심어놓자 시린 입김은 뜨거웠던 한때의 나를 그리워한다. 호시탐탐 나를 응시하는 허전함, 어느 아무개의 집 발코니에 피어난 겨울 꽃처럼, 잔뜩 파리해진 얼굴을 하고서, 가슴에 손을 얹은 나는 사뭇 뜨뜻미지근할 뿐이었다. 이를테면 미지근한 사람, 미련이 많은 사람.”

 

긴 실연과 상실의 끝에서 다시 사랑한 사람이 당신이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지난 한 해 긴 방황의 시간을 지나온 나는, 조금은 어른스러워졌다고 믿어왔는데, 아직은 더 걸어야 하나 봅니다. 마지막 순간에 나는 시시한 사람이라고 푸념을 늘어놓았을 때에도 결단코 그렇지 않다고 내 마음을 꼭 안아주어서 정말로 다행이었어요. 가끔 안부를 묻고 싶으면 혼자서, 함께 듣던 음악을 듣겠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뒤죽박죽 섞인 퍼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다양한 농도의 상실과 고독의 감정이 섞여있는 것이 오히려 그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우리의 감정이 숫자처럼 1로 시작해서 100으로 갈수록 더 커진다는 것 같은 규칙을 가지고 느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감정은 제멋대로라서 매일매일 일정한 양만큼 줄어들거나 늘어나거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는다. 그런 우리의 감정을 반영한 것처럼 여러 층위에서 상실과 고독을 다루었기 때문에 김민준 작가의 글 우리는 더욱 더 공감하고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

 

같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렇게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시계태엽처럼 맞물리며 서로의 일상 속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또한 그가 다룬 상실과 고독은 단순히 연인 간의 이별만이 아니라 인간관계라는 차원에서 단절과 실패가 가져오는 상실과 고독도 그렸다. 상실과 고독이라고 하면 흔히 이별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그렇지만 세상에 상실과 고독이란 이별에서만 찾아오지 않는다.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우리는 상실과 고독을 느끼게 된다. 김민준 작가가 상실과 고독을 제재로 하며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 무척 좋았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연대하게 된다는 것이 주는 충족감과 그것이 단절되었을 때 오는 상실감과 고독도 '이별' 못지 않게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듯이 다양한 상실과 고독의 순간과 감정을 기록하며 그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상실과 고독의 경험을 가진, 그리고 지금 그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을 조용히 위로해준다.

 

두 사람의 손이 기어코 서로의 피부에 마주 닿았을 때, 마음 깊숙이 전해지는 작은 압력, 그 미묘한 기척, 쉽게 잊을 수 없는 대화들이 철로의 마찰음과 뒤엉키며 상실의 끝 고독의 완결을 선언하고 있었다.”

 

상실의 끝 고독의 완결을 읽다보면 도대체 책의 제목인 상실의 끝과 고독의 완결은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궁금하게 된다. 책 속 이야기들은 대부분 상실의 끝과 고독의 완결이 이루어진 상태가 아니라 상실과 고독을 겪고 있는 상태에서 쓰인 글 같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들고 씁쓸한 상실과 고독의 끝은 그의 책 속 '소설 2'<상실의 끝 고독의 완결>에서 나온다. 서로 한번도 만난 적 없던 (어쩌면 고독했던) 사람들이 대화 끝에 악수하며 맞닿은 손, 그 악수에서 관계를 맺는 것이 가져다 주는 따스함이 상실과 고독의 끝을 가져온다. 작가는 그렇게 자신의 글로 독자들과 관계를 맺으며 독자들의 상실과 고독의 감정을 치유해주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 상실을 겪는 사람들, 고독을 느끼는 사람들, 혹은 지금은 아니더라도 그런 감정을 느꼈던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상실과 고독의 감정을 솔직하게 그려 낸 이 책이 당신의 마음을 잘 어루만져주고 다독여 줄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손이 기어코 서로의 피부에 마주 닿았을 때, 마음 깊숙이 전해지는 작은 압력, 그 미묘한 기척, 쉽게 잊을 수 없는 대화들이 철로의 마찰음과 뒤엉키며 상실의 끝 고독의 완결을 선언하고 있었다.

같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렇게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시계태엽처럼 맞물리며 서로의 일상 속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긴 실연과 상실의 끝에서 다시 사랑한 사람이 당신이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지난 한 해 긴 방황의 시간을 지나온 나는, 조금은 어른스러워졌다고 믿어왔는데, 아직은 더 걸어야 하나 봅니다. 마지막 순간에 나는 시시한 사람이라고 푸념을 늘어놓았을 때에도 결단코 그렇지 않다고 내 마음을 꼭 안아주어서 정말로 다행이었어요. 가끔 안부를 묻고 싶으면 혼자서, 함께 듣던 음악을 듣겠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창백한 밤의 공기가 허파에 텅 빈 울음을 심어놓자 시린 입김은 뜨거웠던 한때의 나를 그리워한다. 호시탐탐 나를 응시하는 허전함, 어느 아무개의 집 발코니에 피어난 겨울 꽃처럼, 잔뜩 파리해진 얼굴을 하고서, 가슴에 손을 얹은 나는 사뭇 뜨뜻미지근할 뿐이었다. 이를테면 미지근한 사람, 미련이 많은 사람.

우리는 저기 저물어가는 노을처럼 붉게 포개어지고 싶었으나, 마음과 현실의 간격은 차마 새벽녘 안개와 한낮의 졸음처럼 움켜쥐어도 가질 수 없고 바라고 바라도 결코 좁혀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따금씩 나는 하염없는 지난날을 추모한다.

이 책은 상실과 고독 사이에서 먹먹하게 짙어지던 지난 시간들에 대한 은유입니다. 기승전결이 없고, 시간 순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세상에 어떤 감정도 덧없이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 서술한 문장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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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리뉴얼판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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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에서 글쓰기는 떼어놓을 수 없는 행위이다. 우리는 자라면서 필기를 한다거나 일기 쓰기로 시작하는 다양한 과제를 하면서 글쓰기를 익혀왔다. 글쓰기는 어른이 된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회사에서 기획서나 보고서를 작성한다던가 이렇게 SNS나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처럼 우리는 일상에서 항상 글을 쓴다.

우리는 이렇게 글을 쓰는 것에 익숙해져 있지만 늘 글을 쓰려고 하며 어렵다고 생각한다. 당장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글을 쓰는 것에 영 자신이 없다. 우리는 왜 줄곧 글을 써왔으면서 글쓰기를 어려워할까? 아마 글을 '' 쓰는 것에 자신이 없다고 생각해서가 아닌가 싶다. 이런 나같은 사람들에게 정말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생겼다. 바로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이다.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킹! 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스티븐 킹의 이름을 모르기는 어렵다. 최근 개봉한 공포영화 <그것>을 비롯하여 <샤이닝>, <미저리> 와 같은 정말 유명한 영화들이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소설들은 단지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로도 제작되고 있다. 1974년 장편소설인 캐리로 데뷔한 이후 50여 편의 소설을 줄기차게 내온 작가인 스티븐 킹은 누가 뭐래도 정말 '잘 팔리는' 글을 쓰는 작가이다. 과연 그는 어떻게 글을 쓰길래 전세계 사람들을 매혹하는 소설들을 이렇게 세상에 많이 내놓을 수 있었을까? 스티븐 킹은 자신의 글쓰기 비법을 유혹하는 글쓰기를 통해 풀어놓는다.

유혹하는 글쓰기는 세 개의 <머리말><이력서>, <글쓰기란 무엇인가>, <연장통>, <창작론>, <인생론>, <그리고 한 걸음 더>, <그리고 두 걸음 더>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 차례를 보면 책의 제목인 '유혹하는 글쓰기'와는 다르게 생뚱맞은 내용이 있는 것 같아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스티븐 킹은 <이력서>를 통해 자신이 글을 쓰게 된 배경과 글을 써온 배경을 설명한다. 그의 이력서를 읽다보면 스티븐 킹이 얼마나 오랫동안 글을 써왔는지, 얼마나 간절히 글을 써왔는지, 어떤 생각으로 글을 써왔는지 알 수 있다. , 우리는 <이력서>를 읽으며 스티븐 킹이 글을 쓰는 것을 어떻게 익혀왔는지를 보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글을 쓰는 것은 밥을 먹는 것이나 다름 없는 행위였기 때문에 더 치열하게 글을 써왔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고 나는 믿는다.

 

-유혹하는 글쓰기

 

많은 독자들이 기대했을 글쓰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글쓰기란 무엇인가>, <연장통>, <창작론>이다. 이 세 가지 챕터 중에서도 <연장통>이 평범한 독자들에게 가장 도움이 많이 될 파트이다. '평이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쓸 것, '수동태는 한사코 피할 것', '부사는 여러분의 친구가 아니다' 와 같은 그의 조언은 사실 완전히 처음듣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스티븐 킹은 그 어떤 글쓰기 책보다도 통렬하게(부사 써서 죄송합니다 스티븐 킹 선생님) 자신의 '연장통' , 글쓰기의 기본인 어휘와 문법, 문단을 잘 손질해 둘 것을 이야기 한다. 이처럼 그 누구보다도 위트있지만 시니컬한 말투로 친절하게 글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이 책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스티븐 킹은 글쓰기의 기본을 '많이 읽고 많이 쓰기'라고 말한다. 많이 읽고 많이 본 만큼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말한 바를 증명하듯이 스티븐 킹은 창작론에서 굉장히 많은 작가와 그들의 책을 활용해 나쁜 예와 좋은 예를 들어 설명해준다. 이처럼 풍부한 예시도유혹하는 글쓰기의 매력이다. 단순히 말로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히 말한 글쓰기 규칙의 사례를 풍부하게 활용하여 설명해주기 때문에 독자들이 이를 이해하기 좀 더 쉬워진다.

<인생론>은 후기를 대신하여 들어간 장이다. <인생론>은 그가 이 책을 쓰는 와중에 당한 사고와 그 이후 이 책을 어떻게 썼는지를 담았다. 차에 치이는 과정을 마치 자신의 소설 속 내용인 것처럼 길게 묘사한 이 부분을 읽으며 스티븐 킹이 얼마나 힘든 상황이었을지 간접적으로나마 짐작해볼 수 있다. 어떻게 교통사고로 몸이 정말 박살난 상태에서도 원고를 마감할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후기로 자신의 고통스러운 기억일 교통사고 장면을 그렇게 상세하게 쓸 수 있었을까와 같은 생각으로 후기를 읽다보면 스티븐 킹이 얼마나 글을 쓰는 것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또한 항상 그의 곁에서 글 쓰는 작업을 도운 아내 태비사 킹과 가족들을 사랑하는지도. 후기를 읽고나면 스티븐 킹이라는 '사람'에 매료되고야 말 것이다.

이렇게 후기까지 읽었다고 끝이 아니다. 시니컬하지만 친절한 스티븐 킹 선생님은 부록으로 원고를 어떻게 수정해야 할 지를 잘 보여주는 자신의 원고와 교정지,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책을 읽었는지를 알려주는 도서목록까지 첨가해두었다. 상냥한 부록까지 모두 읽고 나면 우리는 단돈 만삼천 원에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의 강의를 듣는 엄청난 경험을 마치게 된다. 정말 좋은 점은 이 강의가 책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펼쳐보면 스티븐 킹의 인생을 담은 명강의가 거기에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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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와 마녀의 꽃 - 애니메이션 그림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각본.감독, 안혜은 옮김, 메리 스튜어트 원작, 사카구치 리코 각본 / 온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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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지브리의 덕후에게는 반가운 애니메이션이 지난 127일에 개봉했다. 그 애니메이션은 바로 다름 아닌 <메리와 마녀의 꽃>!

 

<메리와 마녀의 꽃>은 스튜디오지브리에서 활약했던 감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이 스튜디오지브리에서 나와 설립한 스튜디오 포녹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스튜디오지브리의 영화였던 <마루 밑 아리에티>를 본 관객이라면 어쩐지 알콩달콩하고 동글동글한 귀여운 그림체와 연출이 낯익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마루 밑 아리에티> 역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덕후라면 그림체를 보자마자 떠올렸겠지만 <추억의 마니>감독이시기도 함^^)

이처럼 <메리와 마녀의 꽃>은 아기자기한 그림체로 어린아이들뿐만 아니라 스튜디오지브리 애니메이션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개인적으로 스튜디오지브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이자 자칭 지브리 덕후인 내게 이 영화의 개봉은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런데 더 반가운 소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김영사에서 <메리와 마녀의 꽃> 애니메이션 그림책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소리벗고 팬티질러 야호오오오오~! 그래서 그렇게 이 그림책을 받아보게 되었다.

 

표지부터 지브리 덕후는 심쿵하라고 만든 것인지 지브리 감성이 보기만 해도 묻어나는 것 같은 귀엽지만 깔끔한 표지 디자인. 붉은 머리의 메리의 정면샷이 사랑스럽게 나왔다. 이건 책장에 꽂기에는 너무 아깝다... 액자처럼 세워두고 싶다.

 

표지를 펼치고 살구색 면지를 넘기니 보이는 속표지마저 귀엽다. 스틸컷은 메리와 티브가 함께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이다. 스튜디오지브리의 <마녀배달부 키키>에서 키키와 고양이 지지가 같이 빗자루를 타고 있던 장면이 떠오르는 스틸샷이다. 키키와 메리의 몇몇 장면이 비슷할지언정 스튜디오지브리의 <마녀배달부 키키>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 새롭다! 기존의 스튜디오지브리식 이야기와는 또다른 면이 보인다. 이 이야기는 잠시 미뤄두겠다.

 

등장인물을 소개해주는 페이지, 캐릭터마다 성격이 잘 드러나는 스틸컷이 눈에 들어온다.

속표지를 넘기면 나오는 등장인물 소개 페이지. 역시 이 책은 애니메이션 그림책이 아니라 덕후를 핵심독자로 설정하고 나온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각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샷과 손글씨 같은 귀여운 글씨체로 된 간단하면서도 친절한 소개글이 어우러져 입체적인 소개가 이루어지며 이야기에 기대감까지 키워준다. 사실 등장인물 소개로 나온 그림들은 다 스티커로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귀엽다. 등장인물까지만 보아도 벌써 그림책으로 이 책은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이야기에 대해 말해보자면, 확실히 스튜디오지브리와는 다른 전개이다. 물론 낯익은 스튜디오지브리(마녀배달부 키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천공의 성 라퓨타 등) 이야기들이 합쳐진 느낌이 없잖아 있기는 하지만 스튜디오지브리와는 다른 스튜디오포녹 스타일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설사 스튜디오지브리의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다고 해도 역시 스튜디오지브리에서 일했던 감독에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경우(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의 경우), 많은 작품들이 비교적 잔잔하게 진행되면서도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스튜디오포녹의 메리와 마녀의 꽃의 경우에는 좀 더 사건이 많이 일어나면서(역동적인 구성이라고 해야 하나)도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동화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금 내용이 촘촘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 주인공인 메리의 캐릭터가 이입을 하기에는 전형적인 '사랑스러운 사고뭉치'가 되었는지 의문이 드는 점이 있으나 그래도 아이들이 보는 동화로 보기에는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다. 권선징악도 잘 이루어졌고 아이의 눈에서 보기에는 충분히 흥미진진할 수 있을만 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그림책의 묘미는 역시 적절하게 삽입된 예쁜 애니메이션의 장면들이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역시 애니메이션의 예쁜 장면과 중요한 장면을 잘 섞어가면서 한 컷 한 컷 그림책에 잘 녹여냈다고 생각한다.

한 페이지 안에 어떻게 장면들을 구성해 넣을지 궁금하기도, 기대되기도 했는데 최대한 많은 장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려 노력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그림책에는 다 담을 수 없는 애니메이션의 역동성을 담으려는 노력도 보여서 읽으면서 재밌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덕후의 마음에 꽂히는 샷도 많아서 아주아주 좋았다. 특히 별것 아닐 수 있는 장면이지만 가방을 클로즈업한 것처럼 보여주어 디테일을 좋아하는 나 같은 덕후들의 가슴이 뛰게 한다. 지브리 감성이라던가 요새 유행하는 빈티지 감성에 맞아떨어지는 사랑스러운 똑딱이 가방도 좋고 그 안의 소품마저 사랑스럽다.

덕후의 감성으로 본 메리와 마녀의 꽃은 덕후의 취향을 저격하는 훌륭한 애니메이션 그림책이었다. 사실 덕후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재밌는 책이기도 하다. 아직 영화도 상영 중이고 책도 이제 막 나왔기 때문에 서평에서 줄거리를 자세히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스튜디오지브리의 잔향이라도 맡고 싶은 스튜디오지브리 작품에 목마른 나 같은 덕후들에게는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개인 소장할 만큼 예쁜 장면들이 잘 들어가 있다. 덕후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애니메이션을 영화관에서 재미있게 보았다면! 그 감동을 간직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메리와 마녀의 꽃>을 너무 좋아하며 본 아이들의 부모님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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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내가 본 미래 - 데이터 테크놀로지 시대의 새로운 도전과 기회
마윈 지음, 알리바바그룹 엮음, 최지희 옮김 / 김영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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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타오바오' 그리고 '마윈'을 한번이라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세계경제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해외 직구를 한번이라도 해보았다면, 아니 뉴스나 신문을 지나가다 한번씩 들여다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그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지난 몇 해 동안 전자상거래 시장의 판도를 뒤엎는 기업으로 세간의 화제가 된 알리바바 그룹과 마윈. 마윈은 '어느 날 갑자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우뚝 선 알리바바그룹의 창업자이자 회장이다. 그는 알리바바와 소비자 물품 거래 사이트로 우리에게도 이제는 잘 알려진 '타오바오'와 같은 사이트의 성공으로 단순히 한 기업의 회장일 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가클럽의 회장이자 UN 글로벌 교육재정위원회 위원, 영국 상업자문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이베이, 아마존을 뚫고 어떻게 중국 항저우 출신 기업이 이렇게 세계적으로 막강한 힘을 가진 기업으로 단시간에 뛰어오를 수 있었는가? 알리바바그룹의 성장과 마윈의 성공의 동력이 바로 이 책 속에 담겨져 있다. 이 책은 마윈이 (이 책이 중국에서 출판된 시점을 기준으로) 지난 3년 동안 여러 곳에서 했던 내부 담화를 알리바바 편집부가 다음과 같은 6개 장으로 정리해서 낸 책이다. '21세기의 세계화', '다음 10', '인터넷 세계관', '젊은 세대가 미래다', '우리에게는 책임이 있다', '세계와의 대화, 미래 지식과 지혜를 나누다' 로 구성된 이 책은 마윈의 내부 담화를 엮어서 낸 책인만큼 겹치는 이야기가 없잖아 있지만 내용 자체는 꽤 흥미롭다.

 

마윈은 자신의 이상주의를 현실화하려고 책임감을 가지고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늘 엄청난 '스펙''금수저'가 아닌 낙방하는 '패배자'의 인생을 살아왔다. 알리바바그룹이 성공하기 전까지, 그는 취업과 창업을 모조리 실패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의 '인터넷'과 관련된 사업을 하겠다는 야망과 더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이상을 늘 잊지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꾸준히 노력하여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고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늘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노력한다'라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는 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런 것을 실천해냈고 성공했다는 점에서 마윈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미래를 누구보다 먼저 읽어내고, 부지런히 노력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많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도 넘쳐난다. 왜 굳이 우리는 마윈의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 것일까? 나는 그 이유를 그가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고, 또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1999, 나는 친구 17명을 우리 집에 초대했다.

우리들은 다시 한 번 해보기로 하고 사이트 이름을

'alibaba.com'으로 정했다.

사람들은 이름이 왜 '알리바바'냐고 묻는다.

우리는 인터넷이 보물창고가 되고 소기업들이 이곳에서 '열려라, 참깨!'의 꿈을 이룰 수 있기를 희망했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이 바로 소기업을 돕는 것이었다. 또 이 이름을 쓰기도 좋고 입에도 착 달라붙었기 때문이다."

 

한 기업을 만들고 운영한다는 것은 결국 기업의 이윤이 목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책의 곳곳에서, 그러니까 그의 여러 담화에서 그가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우리' 기업의 이득을 위해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윈은 우리 시대는 더 이상 나만을 위해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세계화가 현실이 된 지금, 우리의 시대는 남과 더불어 살아가고 서로 도와서 상생하는 시대임을 매 담화마다 강조하고 있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세상에서 마윈은 더 이상 경제발전만을 목적으로 일부 기업에 자본을 몰아주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마윈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사회, 청년들이 창업을 해서 성공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게 도와주는 발판이 되는 인터넷 유통망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유통망은 실제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중이다. 그는 어떻게 보면 정치가들도 쉽게 해결하지 못한 문제인 자본의 재분배를 알리바바그룹을 운영하면서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사회가치를 창조하고 수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비로소 좋은 기술이다.

(중략)

기술에 생명력을 더하고 데이터에 영혼을 불어넣으며

데이터가 사회발전에 긍정적 역량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소박하면서도 단순한 초창기 마음이다."

 

마윈의 문제의식은 단순히 부의 재분배에서 그치지 않고 환경 문제와 같은 사회적 이슈에까지 닿아있다. 그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그의 기업 운영에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단순히 회사의 이익 중 얼마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생색내기용 기부가 아닌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자신이 가진 기업과 기술을 통해 해결하려한다는 점이 내가 생각하는 사업가의 마인드와는 달라서 흥미로웠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본 마윈은 그랬다.

모두 함께 잘 살아가는 미래를 기술로 현실화하고자 하는 사람.

그의 디테일한 가치관에는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겠다. 그렇지만 적어도 사회적인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이상으로 가진 사업가라는 점이 우리가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아직 사회에 나가기 전인 내 또래의 젊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해주고 싶다. 아니 이미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나보다 인생 선배인 분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나는 내 일을 함에 있어서 어떤 마음으로 임하는가 돌이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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