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끝 고독의 완결
김민준 지음 / 자화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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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상실의 순간을 겪게 되고 또 고독한 순간을 맛보게 된다. 씁쓸하기 그지없는 상실과 고독의 순간을 곱씹어보는 것처럼 마음이 불편한 일이 있을까 싶다. 그런 상실과 고독의 시간과 그 마음을 기록한 글을 모아둔 책이 있다. 김민준의 잡문집인 상실의 끝 고독의 완결은 상실과 고독이 찾아왔던 그 때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글로 채워졌다.

 

에세이 부류의 책을 잘 읽지 않았던 나지만 김민준 작가의 잡문집인 상실의 끝 고독의 완결은 생각보다 재밌어서 계속 읽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상실과 고독의 감정을 다양하게 녹여냈다는 점이 큰 매력이기도 했지만 중간중간 들어간 사진들이 따뜻하고 잔잔한 것이 글과 어우러지며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 같아서 그렇기도 했다.

또다른 매력은 이 책이 말 그대로 잡문집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형식의 글이 들어가 있어서 매 장을 넘길 때 마다 신선하다. 편지나 일기 같은 글, , 소설과 같은 글들로 같은 상실과 고독이라는 제재를 잘 풀어내서 잡문집만이 줄 수 있는 작가의 생각을 잡다한 형식의 글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이 책은 상실과 고독 사이에서 먹먹하게 짙어지던 지난 시간들에 대한 은유입니다. 기승전결이 없고, 시간 순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세상에 어떤 감정도 덧없이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 서술한 문장들입니다.”

 

하루’, ‘이틀’, ‘사흘’, ……, ‘그믐

이렇게 쭉 번호를 매기듯이 매 글의 제목 아닌 제목을 지어 30일 주기로 1부와 2부를 구성해둔 것을 보면 마치 상실과 고독을 앓던 두 달간 꼬박꼬박 쓴 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책의 구성과는 다르게 전체 책의 내용은 시간 순으로 정렬되지 않다. 그의 이야기는 각각 상실과 고독의 농도를 달리하고 있다.

 

우리는 저기 저물어가는 노을처럼 붉게 포개어지고 싶었으나, 마음과 현실의 간격은 차마 새벽녘 안개와 한낮의 졸음처럼 움켜쥐어도 가질 수 없고 바라고 바라도 결코 좁혀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따금씩 나는 하염없는 지난날을 추모한다.”

 

창백한 밤의 공기가 허파에 텅 빈 울음을 심어놓자 시린 입김은 뜨거웠던 한때의 나를 그리워한다. 호시탐탐 나를 응시하는 허전함, 어느 아무개의 집 발코니에 피어난 겨울 꽃처럼, 잔뜩 파리해진 얼굴을 하고서, 가슴에 손을 얹은 나는 사뭇 뜨뜻미지근할 뿐이었다. 이를테면 미지근한 사람, 미련이 많은 사람.”

 

긴 실연과 상실의 끝에서 다시 사랑한 사람이 당신이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지난 한 해 긴 방황의 시간을 지나온 나는, 조금은 어른스러워졌다고 믿어왔는데, 아직은 더 걸어야 하나 봅니다. 마지막 순간에 나는 시시한 사람이라고 푸념을 늘어놓았을 때에도 결단코 그렇지 않다고 내 마음을 꼭 안아주어서 정말로 다행이었어요. 가끔 안부를 묻고 싶으면 혼자서, 함께 듣던 음악을 듣겠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뒤죽박죽 섞인 퍼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다양한 농도의 상실과 고독의 감정이 섞여있는 것이 오히려 그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우리의 감정이 숫자처럼 1로 시작해서 100으로 갈수록 더 커진다는 것 같은 규칙을 가지고 느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감정은 제멋대로라서 매일매일 일정한 양만큼 줄어들거나 늘어나거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는다. 그런 우리의 감정을 반영한 것처럼 여러 층위에서 상실과 고독을 다루었기 때문에 김민준 작가의 글 우리는 더욱 더 공감하고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

 

같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렇게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시계태엽처럼 맞물리며 서로의 일상 속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또한 그가 다룬 상실과 고독은 단순히 연인 간의 이별만이 아니라 인간관계라는 차원에서 단절과 실패가 가져오는 상실과 고독도 그렸다. 상실과 고독이라고 하면 흔히 이별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그렇지만 세상에 상실과 고독이란 이별에서만 찾아오지 않는다.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우리는 상실과 고독을 느끼게 된다. 김민준 작가가 상실과 고독을 제재로 하며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 무척 좋았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연대하게 된다는 것이 주는 충족감과 그것이 단절되었을 때 오는 상실감과 고독도 '이별' 못지 않게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듯이 다양한 상실과 고독의 순간과 감정을 기록하며 그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상실과 고독의 경험을 가진, 그리고 지금 그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을 조용히 위로해준다.

 

두 사람의 손이 기어코 서로의 피부에 마주 닿았을 때, 마음 깊숙이 전해지는 작은 압력, 그 미묘한 기척, 쉽게 잊을 수 없는 대화들이 철로의 마찰음과 뒤엉키며 상실의 끝 고독의 완결을 선언하고 있었다.”

 

상실의 끝 고독의 완결을 읽다보면 도대체 책의 제목인 상실의 끝과 고독의 완결은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궁금하게 된다. 책 속 이야기들은 대부분 상실의 끝과 고독의 완결이 이루어진 상태가 아니라 상실과 고독을 겪고 있는 상태에서 쓰인 글 같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들고 씁쓸한 상실과 고독의 끝은 그의 책 속 '소설 2'<상실의 끝 고독의 완결>에서 나온다. 서로 한번도 만난 적 없던 (어쩌면 고독했던) 사람들이 대화 끝에 악수하며 맞닿은 손, 그 악수에서 관계를 맺는 것이 가져다 주는 따스함이 상실과 고독의 끝을 가져온다. 작가는 그렇게 자신의 글로 독자들과 관계를 맺으며 독자들의 상실과 고독의 감정을 치유해주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 상실을 겪는 사람들, 고독을 느끼는 사람들, 혹은 지금은 아니더라도 그런 감정을 느꼈던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상실과 고독의 감정을 솔직하게 그려 낸 이 책이 당신의 마음을 잘 어루만져주고 다독여 줄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손이 기어코 서로의 피부에 마주 닿았을 때, 마음 깊숙이 전해지는 작은 압력, 그 미묘한 기척, 쉽게 잊을 수 없는 대화들이 철로의 마찰음과 뒤엉키며 상실의 끝 고독의 완결을 선언하고 있었다.

같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렇게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시계태엽처럼 맞물리며 서로의 일상 속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긴 실연과 상실의 끝에서 다시 사랑한 사람이 당신이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지난 한 해 긴 방황의 시간을 지나온 나는, 조금은 어른스러워졌다고 믿어왔는데, 아직은 더 걸어야 하나 봅니다. 마지막 순간에 나는 시시한 사람이라고 푸념을 늘어놓았을 때에도 결단코 그렇지 않다고 내 마음을 꼭 안아주어서 정말로 다행이었어요. 가끔 안부를 묻고 싶으면 혼자서, 함께 듣던 음악을 듣겠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창백한 밤의 공기가 허파에 텅 빈 울음을 심어놓자 시린 입김은 뜨거웠던 한때의 나를 그리워한다. 호시탐탐 나를 응시하는 허전함, 어느 아무개의 집 발코니에 피어난 겨울 꽃처럼, 잔뜩 파리해진 얼굴을 하고서, 가슴에 손을 얹은 나는 사뭇 뜨뜻미지근할 뿐이었다. 이를테면 미지근한 사람, 미련이 많은 사람.

우리는 저기 저물어가는 노을처럼 붉게 포개어지고 싶었으나, 마음과 현실의 간격은 차마 새벽녘 안개와 한낮의 졸음처럼 움켜쥐어도 가질 수 없고 바라고 바라도 결코 좁혀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따금씩 나는 하염없는 지난날을 추모한다.

이 책은 상실과 고독 사이에서 먹먹하게 짙어지던 지난 시간들에 대한 은유입니다. 기승전결이 없고, 시간 순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세상에 어떤 감정도 덧없이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 서술한 문장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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