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오른손 - 성립의 드로잉 에세이
성립 지음 / 쿵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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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꿈을 하나씩 안고 산다. 내가 말하는 꿈은 직업을 뜻하는 장래희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게 꿈은 크고 작은 소망을 뜻한다. 낮잠이나 늘어지게 자고 싶다든가 정열적인 사랑을 한다든가 취업, 대학 합격 같은 소망도 일종의 꿈이다. 우리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진다. 아마 소박한 꿈이라며 쉽게 이룰 수 있겠지만 좀 더 창대한 꿈이라면 이루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꿈을 향해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할까?

 

생각하는 오른손은 성립의 꿈을 이루어가며 그린 그림과 그가 했던 생각을 담은 글로 이루어졌다. 중학교 3학년 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예술가를 꿈꾼 성립은 2016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하고 2017년부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학과에 재학하며 꿈을 향해 다가가는 중이다. 한편으로 그는 2016년 졸업을 하며 그는 비전문가와 초보자를 대상으로 8주간의 드로잉 클래스를 열었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의 길을 걸어오며 했던 생각들이 그의 그림과 함께 생각하는 오른손에 담겼다.

 

생각하는 오른손의 표지는 단순한 구성이지만 눈길을 끈다. 성립이 그린 단순해 보이는 선을 활용해 완성한 그의 작품에 눈이 가는 것이다. 마치 한붓그리기처럼 거침없이 움직인 선이 돋보인다. 그의 선은 분명 거침없지만 그가 걸어온 길은 그가 쓰는 선과 달랐다. 그는 예술을 꿈꾸는 것 치고는 다소 늦은 중학교 3학년 때에야 그림을 시작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남들이 앞으로 치고나갈 때 걸음마를 배우던 그 열등감과 불안감, 자신의 스타일을,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지난한 과정을 그는 담백하게 담아냈다.

 

감정의 환절기를 겪어내며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우리는 여름이 온 줄 착각하기도 하고,

일교차에 하루에도 겨울인지 봄인지 헷갈려하며, 그렇게 늘 순간의 감정들이 진심인줄 착각하기도 한다.

봄은 지나고 여름은 온다. 착각과는 별개로, 순간들처럼.

우리는 오롯이 지금을 살면 된다. 미래에 살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 사람 저 사람에 묻혀서 그냥 지금을 살면 된다.

 

예술을 하고 싶은 성립이 보기에 현실은 차가웠다. 흔히들 말하는 대로 좋아하는 일이 생업이 되면 괴로울 수도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내가 잘하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재능이 중요한 예술가의 길은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다. 성립은 어떻게 해야 예술가가 될 수 있을지 묻고는 했다. 그는 예술가의 길을 걸으며 자신이 느낀 불안함을 솔직하게 그렸다. 그런 불안함 속에서 그는 스스로 해답을 찾아냈다. 예술가가 될 수 있을지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에 떨기 보다는 최선을 다해 현실을 사는 것이 그가 찾은 답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했던 그는 드로잉 클래스를 열었다.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꿈과 다양한 이유로 수업을 들으러 온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다. 수강생들이 자기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며 성립은 그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새로운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그 중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이야기는 <연체된 실패>였다.

 

글쎄, 어쩌면 누구나 겪어야 할 실패의 양이 정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중략

어차피 우리는 각오하고 재능이 이끌고 있는 암흑 속으로 들어왔고 그 어두컴컴한 곳에서

빛을 찾는 중일 거다.

 

'연체된 실패'는 한 수강생이 취업을 준비하며 이제까지 연체되었던 실패가 한번에 몰려왔다고 말한 것에서 나온 제목이다. 표현이 재밌기도 하지만 성립의 생각이 닿은 지점이 흥미롭다. 그는 실패를 예상하고 우리의 꿈을 찾아 암흑 속으로 들어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암흑 속에서 빛을 찾고 있다고 말이다. 우리는 꿈을 향해 가면서 종종 실패하고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꿈을 향한 길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들어왔으니 굳은 마음으로 꿈을 이룰 실마리를 찾아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고 이야기 해주는 것 같았다.

 

근래 들어 나름 오랫동안 생각해온 꿈에 대한 확신이 흔들렸다. 사람들은 내 꿈이 실현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며 다른 꿈을 찾아보라고 조언하기도 했고 그 꿈이 네가 가야할 길이 맞냐고 묻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에 부정하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많이 흔들렸다. 과연 내가 이 일이 내 적성에 맞는지, 내가 즐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서 꿈을 위해 하는 것들이 버거워지기도 했다. 더 이상 즐길 수 없어진 내 꿈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생각하는 오른손을 읽으며 내 꿈을 이렇게 포기하지 말자고 마음을 먹었다. 어렵더라도 이 꿈을 정말 해내고 싶어서 당장 하는 일들을 즐기며 최선을 다 해서 나를 갈고 닦자고 생각했다. 마치 이 드로잉 에세이의 작가가 열심히 현재를 살듯이 말이다.

 

그림에 관심이 있다면, 또 예술이 아니라도 어렵다고 여겨지는 길을 가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꿈과 그림에 대한 생각이 담긴 생각하는 오른손은 좋은 문장도 많지만 '드로잉 에세이'고 드로잉 클래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보니 중간 중간 그의 그림 그리는 과정과 꿀팁이 담겨 있다. 그림이라기 보다는 낙서에 취미가 있는 나에게는 꽤 좋게 여겨진 부분이었다. 작가의 드로잉 클래스를 맛본 느낌이다. 게다가 내용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좋다. '드로잉' 에세이답게 책의 레이아웃도 감각적이고 다채로운 색 사용이 눈에 띈다. 꿈을 향해 가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해주기도 딱 좋다

감정의 환절기를 겪어내며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우리는 여름이 온 줄 착각하기도 하고,

일교차에 하루에도 겨울인지 봄인지 헷갈려하며, 그렇게 늘 순간의 감정들이 진심인줄 착각하기도 한다.

봄은 지나고 여름은 온다. 착각과는 별개로, 순간들처럼.

우리는 오롯이 지금을 살면 된다. 미래에 살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 사람 저 사람에 묻혀서 그냥 지금을 살면 된다.

글쎄, 어쩌면 누구나 겪어야 할 실패의 양이 정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중략…

어차피 우리는 각오하고 재능이 이끌고 있는 암흑 속으로 들어왔고 그 어두컴컴한 곳에서

빛을 찾는 중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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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 (오리지널) 해결책
제임스 블런트 지음 / 쿵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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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일이 명쾌하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제 아무리 노력해도 답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머릿속이 생각으로 꽉 차서 나 스스로도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을 때도 있다. 그렇게 답답할 때 누군가가 나서서 '이렇게 하세요!'라고 딱 정해주면 얼마나 속이 시원할까. 마치 사주나 타로처럼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딱 알려주면 좋으련만.

내 마음속 질문의 정확한 답을 줄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명쾌한 답변을 주는 책은 있다. 바로, 제임스 블런트의 해결책이다. 처음 책을 집으면 약간 의아해진다. 책의 앞표지와 뒷표지가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책등을 보아도 앞, 뒤를 구분할 수 있는 글자나 표시가 없고 고풍스러운 열쇠문양이 트럼프 카드의 숫자처럼 찍혀있다. 이 책의 앞, 뒤라고 구분해주는 장치는 '해결책'의 사용법이 적힌 띠지 뿐이다! 책을 읽는데 사용법이 필요하다니! 책의 첫인상부터 흥미로웠다.

1. 책을 앞에 두고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인다.

2. 느껴지는 감정을 하나의 질문으로 정리하고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친다.

3. 책을 소리 내어 읽고감각적으로 전해지는 느낌을

가슴에 전달한다.

아마 눈치챘겠지만 이 책은 우리가 아는 책과는 다르다. 읽는 책이라기 보다는 보는 책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마치 타로카드로 점을 칠 때 마음이 닿는 카드를 선택하듯이 마음이 닿는 장을 펼쳐서 해결책을 찾아본다. 정말 별 거 아닐 수 있는 질문을 던질 수도,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하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해결책은 그것이 어떤 질문이든 한 문장만으로 대답해준다. 해결책에 담긴 글귀들은 위로와 공감을 주기도 하고, 부드러운 어조이지만 따끔한 조언을 주기도 한다.

 

내가 찾은 해결책

해결책이 내게 전해주는 말들은 내가 던진 질문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다. 내가 던진 질문과 해결책이 내게 준 해결책을 조합해보면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이 해결책을 저자가 의도한 바와는 전혀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해결책이 제시하는 사용법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간단한 글을 써보기를 추천한다. 나는 어떤 질문을 던졌고, 해결책은 어떤 대답을 내놓았는지. 이 대답이 내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고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간단하게라도 적어보면 내게 무엇이 문제인지, 혹은 나는 이 문제에 대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명확해진다. 크게 대단한 분석이나 해석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내가 던진 질문에 알맞게 이 해결책을 소화하는 과정을 일기나 낙서를 하듯이 간소하게 적어보는 것이다.

A. 타인의 견해는 가벼운 조언으로 여기세요.

- - -

요새는 나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무엇이 나다운, 나를 위한 삶일까?

보통 나의 삶을 살기 위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라고들 조언해주고는 한다. 그렇지만 남의 시선 즉, 남이 보는 나도 어느 정도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항상 나를 나의 입장에서 보기 때문에 나의 모든 면모를 완벽하게 깨닫기 어렵다. 남의 시선 혹은 남의 조언이 간혹 나도 몰랐던 (그것이 단점이든 장점이든) 나를 일깨워준다. 그렇다고 해서 남의 시선을 너무 신경써도 안된다. 그런 점에서 '타인의 견해를 가벼운 조언' 정도로 받아들이라는 이 해결책이 사뭇 와닿는다.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고 적당히 걸러가며 받아들여야 한다. 남들이 '보기에'만 훌륭하고 실질적인 알맹이는 없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나는 이런 식으로 내 생각을 정리해서 인스타그램에 그 날의 해결책 사진과 함께 올려보았다. 5분도 걸리지 않는 이 정리 덕분에 나를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내 마음을 복잡하게 하는 문제에서 벗어나는데 이런 정리가 꽤 큰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차곡차곡 모아보면 해결책을 바탕으로 한 내 마음, 내 생각 사전이 될 수 있다. 평소 일기에 무엇을 써야할 지 몰라 곧잘 포기했던 사람이라면 아마 해결책을 활용해 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책을 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해결책이 당신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하더라도 당장 복잡한 당신의 마음을 읽는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결책속 한 문장이 당신에게 하나의 느낌과 울림이 되어 당신의 문제를 풀어주는 열쇠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말이다.

이 책을 봄을 맞아 새로운 시작을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새로운 시작으로 조우한 새로운 일들을 해나가며 헷갈리고 복잡스러울 때, 이 책으로 자기 스스로를 알아가며 어느 정도 균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타인의 견해는 가벼운 조언으로 여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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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없는 하소연
김민준 지음 / 자화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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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식물을 무생물 정도로 여기는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길을 가다가 예쁜 벚꽃을 꺾거나 보도블럭 사이로 자라난 잡초를 무심히 밟는다거나 튼튼해 보이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기도 한다. 식물이 동물과는 다르게 자기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도 살아 있는 생명이라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식물이 인간이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식물은 그냥 무생물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가만히 숨죽이고 살아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식물도 사실은 생각을 가지고 있고 감정을 느낀다면 어떨까? 김민준의 쓸모 없는 하소연은 바로 그런 식물과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정오의 창가 앞에서 물끄러미 서로를 바라보는 그녀와 나, 둘의 마음이 스치듯 마주 닿으면 우리는 그 순간에 보란 듯이 존재해 있는 것이다. 어린 식물과 한 명의 인간은 시간 앞에 한낱 티끌에 불과하여 언젠가는 시들어 가고 말 것이다. 그렇다 할 지라도 분명 믿음은 단촐하게, 마음은 투명하게, 표현은 진솔하게, 한 시대를 전부 풍미할 순 없을 지라도 결단코 지금 이 순간을 홀연히 흘려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뤽 베송 감독이 제작한 영화 <레옹> 레옹이 들고 있는 식물로 익숙한 식물 아글라오네마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하소연이라는 여자의 하소연을 들어준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뼈대이다. 아글라오네마는 비록 하소연이 알아들을 수 있게 그녀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준다거나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해 줄 수는 없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그녀를 위로한다. 하소연이 아글라오네마에게 털어놓는 그녀의 일상은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이야기이다. 직장 상사와의 갈등, ()사랑, 자존감, 외로움, 상실, 추억 등의 소재는 약간 세부적인 내용은 다를 수 있지만 거의 비슷하게 경험하는 일상의 이야기이자 고민거리이다. 그런 일상을 하소연하는 여자가 주인공이 아니라 아글라오네마가 주인공이라는 것이 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어린 아글라오네마는 하소연의 이야기를 들으며 항상 자신의 의견을 덧붙인다. 물론 그것이 사람의 말의 형태로 전해지지는 못하지만 아글라오네마는 하소연의 고민을 같이 고민해준다. 하소연의 고민은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고민들이다. 직장 상사와의 갈등, 짝사랑과 연애, 상실과 같은 관계맺기에서 나온 고민들은 우리 주위에서 늘 맴돌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식물을 통해 보면서 우리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일상을 낯설게 보게 된다. 이런 식으로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여주는 것은 문학에서 종종 사용되는 낯설게 하기라는 방식이다. 사건을 그대로 제시하지 않고 플롯을 활용해서 비틀어서 제시하는 것이다. ‘낯설게 하기를 사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 틀에만 박혀서 문제를 보지 않도록 주의를 환기시켜 주는 것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내 영혼의 채도에 비례할 뿐 현실의 무게 속에 퇴색되지 않는다. 예컨대 나의 색깔을 지닌다는 것은 빛의 산란(散亂)이 곧이곧대로 선사하는 결과물은 아니다. 왜 노을은 붉고 정오의 하늘은 푸르며 장미꽃이 새빨간 것일까. 그것은 그 속에 고스란히 품고 있던 내면의 파장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나만의 색을 가진다는 것은 자연의 빛이 나의 가치를 인정했다는 뜻이다.”

 

식물의 관점에서 하소연의 고민거리들은 때로는 단순하게, 때로는 너무 쉽게 보인다. 아글라오네마의 입장에서 이 이야기를 읽고 있는 우리가 보아도 그렇다. 우리에게 익숙한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지가 아글라오네마의 눈으로 보자 명확하게 보인다. 우리는 이 식물의 관점에서 그렇게 위로를 받는다. 지금 내게 너무나 큰 고민이고 힘들게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별 것 아니라는 위로.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고민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아글라오네마는 당신의 고민이 하찮다고 하지 않는다. 별 것 아닌 문제에 소중한 자신을 메마르게 두지 말라고 토닥여주는 것이다.

 

대개 사람들은 꽃이 활짝 피어야 아름답다고 생각을 하겠지 그런데, 애정을 쏟고 있다면 말이야. 그게 전부는 아닌 거야. 들판에 이름 없는 잡초에게도 아름다움이 있어. 다 떨어지고 지르밟힌 꽃잎에게도 향기가 있는 법이니까. 구태여 남들의 시선에 자기 자신을 끼워 맞추려 하지 않아도 돼. 우리 비록, 지금은 활짝 핀 꽃이 아니더라도 고개 숙이지 말자.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곧 우리의 태도인거야.”

 

이 이야기 속에서 아글라오네마는 많은 생각을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나의 마음에 남아있는 것은 바로 아글라오네마만의 고민이다. 그의 고민은 온실에 살 때에 본 다른 식물들은 봄이 되자 꽃을 피우는데 자신은 꽃을 피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글라오네마의 고민에서 우리의 모습을 투영해서 볼 수 있다. 모두가 인생의 절정을 찍은 것 같을 때, 나는 아직 절정을 맞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우리의 모습 말이다. 이 절정은 취업에 성공해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일 수도 있고, 결혼에 골인한 연인의 모습,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모습일 수도 있다.

 

아글라오네마는 계속 자신이 꽃을 피우지 못하는 이유를 궁금해 한다. 하소연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억지로 꽃을 피워보려고도 하지만 그 노력은 그를 시들게만 한다. 이야기가 끝나갈 쯤, 아글라오네마의 고민을 듣기라도 한 듯이 하소연이 그를 토닥여준다. 누구나 꽃이 피지 않아도 아름답다고, 사회적인 시선을 기준으로 자신을 스스로 깎아내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자고, 또 그렇게 남을 보자고 하는 것이다. 이 마지막 문장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춰 무언가를 꼭 이룩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독여주면서 우리 스스로를 존재 자체로 소중히 여기고 남도 또 그렇게 대해주자는 이야기로 들렸다. 그렇게 모두가 자기 자신을, 또 남을 존중하며 살아간다면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않고 둥글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앞서 읽었던 같은 작가의 에세이집인상실의 끝 고독의 완결에서도 느꼈지만 작가의 섬세한 생각이 글에서 그대로 들어난다. 정말 이 일상 속에서 만난 문제들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한 것들을 글로 옮겨 쓰면서 의미가 변질되지 않게 한 단어 한 단어 조심스럽게 썼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아글라오네마와 한 여자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진한 마음의 위안을 얻어갈 수 있다.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삶 자체에서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얼어붙었던 땅에 내리는 봄비처럼 마음을 적셔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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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 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롭고 번뜩이는 이야기
다니에 꼬르네호 글.그림 / 쿵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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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많은 부조리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그런 부조리를 다들 겪으며 산다. 하지만 너무 많은 부조리에 취해 종종 그를 관습정도로 생각해서 당연하게 여기며 은근슬쩍 넘어가게 된다. 누구나 다 그런 일을 겪는다며 우리 스스로, 그리고 서로를 타이르며 사회에 순종하자고 이야기 한다. 이런 부조리는 누군가가 나서서 잘못되었다고 고함을 치듯 외쳐야만 간신히 수면 위로 올라올 자격이 생긴다. 그 고함은 간혹 사회 질서를 흐트러뜨린다는 비난과 야유에 묻히기도 한다.

요새 수면 위로 떠오른 미투(me too)운동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권력 체계하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끌어올렸으니 성공한 외침에 가깝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피해자들이 스스로 나서서 내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를 처절하게 알려야만이 사람들이 사회를 성찰한다는 점이 너무나 안타깝다. 우리는 눈을 감고 입을 닫고 부조리한 상황을 방관하며 수많은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방치했다. 왜 우리 스스로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을까. 그들이 당하는 것을 보고 잘못 되었다고 한마디도 못했을까. 이는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누군가 피해자와 연대해서 목소리를 내줄 수는 없었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번개가 번쩍여 어둠을 가른다. 덕분에 눈앞에 창이 보인다. 번개가 칠 때, 창 옆에 서 있는 무언가의 윤곽이 잠시 드러난다. 불길해 보인다. 나를 감시하고 있다. 번갯불 덕에 그들의 몸이 보인다. 나를 가둔 존재는 인간들이구나. 그들을 비춰준 번갯불이 고맙다. 이제 두렵지 않다.”

 

나의 이런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달래준 것은 스페인 사람인 작가 다니엘 꼬르네호의 그림에세이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롭고 번뜩이는 이야기 번개(이하번개로 표기)이다. 다니엘 꼬르네호의 그림에세이는 제목처럼 번개 같은 글들을 담고 있다. 짧은 분량이지만 짧은 한 편의 글마다 작가의 관찰력과 재치가 번뜩인다. 부조리로 가득 찬 세상에 대한 사회 비평을 어두컴컴한 가운데 내리꽂혀 세상을 순간적으로 밝히는 번개에 비유한 서문에서부터 독자들은 자연스레 다니엘 꼬르네호의 말에 끌려가게 된다. 스페인 사람이 직접 우리말로 글을 썼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다듬어진 날카로운 다니엘 꼬르네호의 글과 그가 생각한 이미지를 적절히 담아낸 그림이 조화를 이루어 마치 번개처럼 우리의 뇌리에 꽂힌다.

번개는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장에서는 노동 문제를, 두번째 장에서는 정치 문제, 세번째 장에서는 자본주의의 문제를, 네번째 장에서는 인권 문제, 다섯번째 장에서는 교육 문제, 여섯번째 장에서는 기술과 환경 문제를 주로 다룬다. 각각 다루는 문제는 다르지만 다니엘 꼬르네호는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의 배후로 자본주의와 상업주의, 권력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나는 백화점에 자주 가. 딱히 쇼핑이 좋아서 가는 게 아니라 나도 상품이니까 가는 걸지도 몰라.”

 

우리는 자본주의가 좋다고만 배워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며 자본주의 덕분에 우리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는다. 꼬르네호는 이런 생각에 반박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상품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가치를 매기며 자본과 권력에 선택받기 위해 그들의 입맛에 맞추어 우리를 바꾸고 우리끼리 경쟁한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패배'하면 도태되는 것을 규칙이라고 생각해서 자연스럽게 차별을 만들어낸다. 그들이 나눠주는 아주 작은 자본에 미혹되어 눈이 가려진 채로 우리끼리 아등바등 살고 있는 추악한 모습을 다니엘 꼬르네호는 선명하게 보여준다.

 

사람들 사이에서 위계와 지배, 억압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그 관계의 정당성을 묻습니다. 힘을 행사하는 자가 자신의 위치와 행동을 정당화하지 못하면 나는 그 관계를 없애기 위해 싸웁니다. 지배자는 지배관계의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덧붙여 지배당하는 자와 이를 목격하는 모든 이들은 그 지배관계를 의문시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정당성도 의문시해야 합니다.(중략)내가 발견하는 모든 지배관계에 같은 방식을 적용하여 분석합니다. 가족관계는 물론 정부들 사이의 관계까지요.”

 

꼬르네호는 우리 사회는 권력을 얻지 못하면 아무것도 제대로 누릴 수 없는 사회라는 점을 번개에서 통렬히 비판한다. 그러면서 사회 전반에서 권력 구조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도 놓치지 않았다. 정치와 경제에 따른 권력, 사회 문화적인 권력이 서로 연결되어 나타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다니엘 꼬르네호는 자신이 발견한 권력구조의 문제를 우리에게 친절히 그림에세이로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권력구조에 계속해서 우리가 스스로 물음을 던지며 권력구조에 대해 분석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번개'가 치지 않아도 우리 사회가 부조리하다는 것을 잊지 않고 우리 스스로 세상을 밝혀가는 것이야말로 세상이 더 좋아지는 방법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사회비평을 하는 그림에세이라니 처음 받아들었을 때에는 만평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만평이 특정 사건을 다룬다면 번개는 좀 더 굵직한 사회 문제들을 폭 넓게 다뤘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스페인 사람이 한국 생활을 하며 쓴 책이기 때문에 한국 사회의 문제를 담은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여기서 다루는 사회 문제들은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그는 오히려 자신이 스페인과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봤다는 경험을 토대로 하여 자본주의와 권력구조가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부정할 수 없는 사회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비평적인 관점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비판만 하지 말고 대안을 제시하라는 그들의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지만 이 책의 의도는 일단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편 다니엘 꼬르네호는 비판을 하면서도 은근히 사회 문제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비판한 문제 상황의 반대로 해보는 것이다. 권력구조에 순응하지 않고 반항해보고 우리 스스로 상품이 되지 않게 발버둥도 쳐보고, 사람을 차별 없이 보도록 노력해본다거나 하는 것들은 늘 제시 되어온 이야기지만 우리는 한 번도 실천해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그렇지 못했다는 부채감을 우리가 잃지 않게 한 번 시도해 볼 생각이라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이 책의 또다른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번 미투 운동으로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해 눈을 뜬 사람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해주고 싶다.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보고도 보지 못하는 불상사에서 벗어나 본 것을 보았다고 외칠 수 있는 마음 가짐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사회 문제가 만들어낸 피해자들인 우리가 서로 연대하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번개가 번쩍여 어둠을 가른다. 덕분에 눈앞에 창이 보인다. 번개가 칠 때, 창 옆에 서 있는 무언가의 윤곽이 잠시 드러난다. 불길해 보인다. 나를 감시하고 있다. 번갯불 덕에 그들의 몸이 보인다. 나를 가둔 존재는 인간들이구나. 그들을 비춰준 번갯불이 고맙다. 이제 두렵지 않다."

"나는 백화점에 자주 가. 딱히 쇼핑이 좋아서 가는 게 아니라 나도 상품이니까 가는 걸지도 몰라."

"사람들 사이에서 위계와 지배, 억압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그 관계의 정당성을 묻습니다. 힘을 행사하는 자가 자신의 위치와 행동을 정당화하지 못하면 나는 그 관계를 없애기 위해 싸웁니다. 지배자는 지배관계의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덧붙여 지배당하는 자와 이를 목격하는 모든 이들은 그 지배관계를 의문시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정당성도 의문시해야 합니다.(중략)내가 발견하는 모든 지배관계에 같은 방식을 적용하여 분석합니다. 가족관계는 물론 정부들 사이의 관계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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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뎌진다는 것
투에고 지음 / 자화상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우리는 사소한 일에도 상처받고 아파하기도 한다. 세상살이가 참 숨가쁘게 돌아가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상처를 보듬어 주지도 못한 채 묻어두고 산다. 계속 그렇게 상처를 받다보면 우리도 모르게 어느새 웬만한 상처에는 끄떡하지 않는 무딘 사람이 되어버린다. 투에고의 에세이집인 무뎌진다는 것은 세상의 때가 묻어서 무뎌져만 가는 우리들의 마음을 엿본 것처럼 상처받은 우리의 마음을 잘 보여준다.

 

돌이켜보면 나도 삶을 살아오면서 내 안에 쌓인 상처가 많다. 잠재되어 있는 상처를 꾹 눌러 담아 숨기려만 했을 뿐, 치유하는 과정이 없었다. 그것을 글로나마 풀고 싶었다.

 

상처받은 자아, 치유하는 자아.

내면에서 일어나는 이중주라 하여 필명을 '투에고'라 정했다.

 

- 무뎌진다는 것

 

작가의 내면에 상처받은 자아와 치유하는 자아가 공존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지은 필명이라는 '투에고'. <1. 잘 살고 있는 건지>, <2.누군가의 꿈>, <3. 무뎌진다는 것>, <4. 내가 나를 기억해>라는 네 개의 장을 읽으며 우리는 필명이 의미하는 두 자아의 대화를 볼 수 있다. 자신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받았던 상처를 담담하게 풀어낸 글과 그렇게 상처 받았던 자신에게 때로는 다정하게 위로를, 때로는 솔직하고 단호한 조언으로 치유하는 글이 마치 서로 이야기를 하듯이 나온다.

아마 상처를 받으면서 자신이 했던 솔직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 구조의 글이 나타났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구조에 독자는 작가에게 자신이 받은 상처를 토로하면서 작가에게 치유받는 기분이 든다. 투에고가 솔직히 드러낸 그가 상처를 받은 상황은 엄밀히 말하면 주관적인 상황이지만 그가 받은 상처는 보편적인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우리 자신을 떠올리며 투에고가 쓴 자신의 이야기에 우리를 몰입해가면 읽게 된다.

 

그러니 굳이 너무 완벽하게 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돼.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니까.

 

쉽게, 쉽게.

때로는 마음도 가볍게 만들 필요가 있어.

 

- 무뎌진다는 것

 

표지 한 구석에 들어간 '내가 기억하는 모든 나에게'라는 문구는 무뎌진다는 것을 잘 나타내준다. 그는 이 에세이에서 자신이 삶에서 받아온 상처를 하나 하나 토로하면서 그 자신의 약한 부분을 보여준다. 이렇게 자신의 상처 받은 모습까지 보여준다는 점은 그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그런 자신의 모든 부분을 다 끌어안고자 한다고 본다. '내가 기억하는 모든 나'는 괜찮은 나의 모습만이 아닌 나약한 자신의 모습까지도 포괄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여 가며 세상을 살아보고자 한다.

 

여기서 이 에세이의 매력은 그런 불완전한 자신의 모습을 대하는 투에고의 자세이다. 그는 우리가 완벽해질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좀 더 내려놓고 '쉽게, 쉽게' 살 필요도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불완전한 면모를 완전히 사랑하지는 못한다. 완전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후회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까지 보여주는 것이 이 에세이의 매력이다. 불완전해도 괜찮다고 다독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자신이 못내 아쉬운 그런 모습이 그가 얼마나 진실한 마음으로 이 글을 썼을지를 보여준다. 그렇기에 불완전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그의 이야기는 공허하게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 와 닿는다.

 

많은 사람들은 자발적 장애를 앓고 있다.

 

들을 수 있음에도 두 귀를 막고

볼 수 있음에도 두 눈을 감고

말할 수 있음에도 입을 닫는다.

 

가장 무서운 건,

무관심과 외면이다.

 

- 무뎌진다는 것

 

투에고는 무뎌진다는 것에서 단지 자기 자신의 내면으로만 파고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눈을 바깥으로 돌려서 타인까지 본다. 관계에서 내가 상처를 받지 않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 또 타인의 상처를 외면하는 것까지도 그는 고민한다. 그런 그의 생각은 좀 더 넓게 사회에 대한 생각으로 퍼지기도 한다. 완벽하지 않은 것은 자신만이 아니라는 깨달음에서 그는 불완전한 개인들이 모여있는 사회에서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상처 주는지까지 그린다. 그런 타인과 사회에 대한 성찰까지도 합해지면서 시처럼 짤막한 글에도 무게감이 실린다.

무뎌진다는 것은 시처럼 짧은 글로 이루어져있지만 상처받은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에는 충분했다. 오히려 짧은 글이기에 독자가 자신의 생각을 입혀가며 읽기 좋기도 했다. 자신의 불완전한 면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도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그의 글은 마치 달콤하면서도 쓴 초콜렛 같았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상처받은 나 스스로를 위해 이 책을 선물하기를 추천한다. 이 에세이집을 읽는 짧은 시간동안 불완전한 당신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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