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오른손 - 성립의 드로잉 에세이
성립 지음 / 쿵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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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꿈을 하나씩 안고 산다. 내가 말하는 꿈은 직업을 뜻하는 장래희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게 꿈은 크고 작은 소망을 뜻한다. 낮잠이나 늘어지게 자고 싶다든가 정열적인 사랑을 한다든가 취업, 대학 합격 같은 소망도 일종의 꿈이다. 우리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진다. 아마 소박한 꿈이라며 쉽게 이룰 수 있겠지만 좀 더 창대한 꿈이라면 이루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꿈을 향해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할까?

 

생각하는 오른손은 성립의 꿈을 이루어가며 그린 그림과 그가 했던 생각을 담은 글로 이루어졌다. 중학교 3학년 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예술가를 꿈꾼 성립은 2016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하고 2017년부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학과에 재학하며 꿈을 향해 다가가는 중이다. 한편으로 그는 2016년 졸업을 하며 그는 비전문가와 초보자를 대상으로 8주간의 드로잉 클래스를 열었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의 길을 걸어오며 했던 생각들이 그의 그림과 함께 생각하는 오른손에 담겼다.

 

생각하는 오른손의 표지는 단순한 구성이지만 눈길을 끈다. 성립이 그린 단순해 보이는 선을 활용해 완성한 그의 작품에 눈이 가는 것이다. 마치 한붓그리기처럼 거침없이 움직인 선이 돋보인다. 그의 선은 분명 거침없지만 그가 걸어온 길은 그가 쓰는 선과 달랐다. 그는 예술을 꿈꾸는 것 치고는 다소 늦은 중학교 3학년 때에야 그림을 시작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남들이 앞으로 치고나갈 때 걸음마를 배우던 그 열등감과 불안감, 자신의 스타일을,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지난한 과정을 그는 담백하게 담아냈다.

 

감정의 환절기를 겪어내며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우리는 여름이 온 줄 착각하기도 하고,

일교차에 하루에도 겨울인지 봄인지 헷갈려하며, 그렇게 늘 순간의 감정들이 진심인줄 착각하기도 한다.

봄은 지나고 여름은 온다. 착각과는 별개로, 순간들처럼.

우리는 오롯이 지금을 살면 된다. 미래에 살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 사람 저 사람에 묻혀서 그냥 지금을 살면 된다.

 

예술을 하고 싶은 성립이 보기에 현실은 차가웠다. 흔히들 말하는 대로 좋아하는 일이 생업이 되면 괴로울 수도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내가 잘하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재능이 중요한 예술가의 길은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다. 성립은 어떻게 해야 예술가가 될 수 있을지 묻고는 했다. 그는 예술가의 길을 걸으며 자신이 느낀 불안함을 솔직하게 그렸다. 그런 불안함 속에서 그는 스스로 해답을 찾아냈다. 예술가가 될 수 있을지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에 떨기 보다는 최선을 다해 현실을 사는 것이 그가 찾은 답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했던 그는 드로잉 클래스를 열었다.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꿈과 다양한 이유로 수업을 들으러 온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다. 수강생들이 자기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며 성립은 그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새로운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그 중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이야기는 <연체된 실패>였다.

 

글쎄, 어쩌면 누구나 겪어야 할 실패의 양이 정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중략

어차피 우리는 각오하고 재능이 이끌고 있는 암흑 속으로 들어왔고 그 어두컴컴한 곳에서

빛을 찾는 중일 거다.

 

'연체된 실패'는 한 수강생이 취업을 준비하며 이제까지 연체되었던 실패가 한번에 몰려왔다고 말한 것에서 나온 제목이다. 표현이 재밌기도 하지만 성립의 생각이 닿은 지점이 흥미롭다. 그는 실패를 예상하고 우리의 꿈을 찾아 암흑 속으로 들어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암흑 속에서 빛을 찾고 있다고 말이다. 우리는 꿈을 향해 가면서 종종 실패하고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꿈을 향한 길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들어왔으니 굳은 마음으로 꿈을 이룰 실마리를 찾아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고 이야기 해주는 것 같았다.

 

근래 들어 나름 오랫동안 생각해온 꿈에 대한 확신이 흔들렸다. 사람들은 내 꿈이 실현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며 다른 꿈을 찾아보라고 조언하기도 했고 그 꿈이 네가 가야할 길이 맞냐고 묻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에 부정하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많이 흔들렸다. 과연 내가 이 일이 내 적성에 맞는지, 내가 즐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서 꿈을 위해 하는 것들이 버거워지기도 했다. 더 이상 즐길 수 없어진 내 꿈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생각하는 오른손을 읽으며 내 꿈을 이렇게 포기하지 말자고 마음을 먹었다. 어렵더라도 이 꿈을 정말 해내고 싶어서 당장 하는 일들을 즐기며 최선을 다 해서 나를 갈고 닦자고 생각했다. 마치 이 드로잉 에세이의 작가가 열심히 현재를 살듯이 말이다.

 

그림에 관심이 있다면, 또 예술이 아니라도 어렵다고 여겨지는 길을 가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꿈과 그림에 대한 생각이 담긴 생각하는 오른손은 좋은 문장도 많지만 '드로잉 에세이'고 드로잉 클래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보니 중간 중간 그의 그림 그리는 과정과 꿀팁이 담겨 있다. 그림이라기 보다는 낙서에 취미가 있는 나에게는 꽤 좋게 여겨진 부분이었다. 작가의 드로잉 클래스를 맛본 느낌이다. 게다가 내용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좋다. '드로잉' 에세이답게 책의 레이아웃도 감각적이고 다채로운 색 사용이 눈에 띈다. 꿈을 향해 가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해주기도 딱 좋다

감정의 환절기를 겪어내며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우리는 여름이 온 줄 착각하기도 하고,

일교차에 하루에도 겨울인지 봄인지 헷갈려하며, 그렇게 늘 순간의 감정들이 진심인줄 착각하기도 한다.

봄은 지나고 여름은 온다. 착각과는 별개로, 순간들처럼.

우리는 오롯이 지금을 살면 된다. 미래에 살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 사람 저 사람에 묻혀서 그냥 지금을 살면 된다.

글쎄, 어쩌면 누구나 겪어야 할 실패의 양이 정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중략…

어차피 우리는 각오하고 재능이 이끌고 있는 암흑 속으로 들어왔고 그 어두컴컴한 곳에서

빛을 찾는 중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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