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사하라
에스메이 라지 코델 지음, 박영민 옮김 / 세용출판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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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보석같은 책이 어디에 숨어 있었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이다.
뾰족이 선생님은 아이들을 다루는 방법을 마치 본능적으로 잘 알고 계신듯이 보인다. '조커, 학교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에서의 노엘 선생님처럼,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아이들 편에서 그 마음을 이해해 주신다. 아이들의 반대편에 서서 무조건 이끌고 가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한 무리에 섞여 강한 리더십으로 지향점을 향해 가는 다정한 선생님. 

선생님은 문제아로 낙인찍힌 아이조차 포기하지 않고 감싼다. 선생님의 권위를 무참하게도 짓밟아버리는 대럴같은 아이는 버릇없음의 경계를 넘어서 인내심의 끝장을 보게 만들었는데에도, 그 마음 속을 이미 파악하고 원인까지 해부하고 계셨다.
'대럴, 나는 네가 왜 그러는지 알아. 네 속의 고운 심성을 끌어내 어른이 되었을 때에는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도록 도와주겠어.'
라고 생각하고 계신 듯이.

이제 주인공 소녀 사하라 얘기를 해야겠다.
사하라는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자기가 쓴 글을 모아 도서관의 서고 구석에 몰래 보관해두는 꿈많은 소녀이다.  '가슴아픈 인생이야기와 놀라운 모험'이란 제목을 정해두긴 했지만, 아직은 가슴아픈 인생이야기 외에는 쓸 것이 없는 사하라.

사하라의 아빠는 이혼을 한 후, 다시는 사하라를 찾지 않았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수많은 편지로 남겨 보관하던 사하라는 그 편지들이 서랍에서 쏟아져 내린 일 때문에 특별지도를 받는다. 사하라의 생활기록부에는 정상을 나타내는 줄에서 약간 벗어난 행동만으로 채워져 있다. 사하라의 전부가 아닌 일부만을 나타내는 그 기록들 때문에 특별수업을 받게 되자, 차라리 유급을 시켜 달라는 엄마의 탄원으로 다시 5학년으로 돌아가 동생들과 공부를 함께 하게 된다.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그것이 사하라에게 눈물을 흘릴 만한 치욕적인 일이었음은 누구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뾰족이 선생님이 사하라의 생활기록부를 보지 않고 초심으로 대한 점은 사하라를 위해서 정말 잘된 일이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가득찬 생활기록부는 사하라의 바른 면을 전혀 나타내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사하라의 글쓰기 재능을 발견한 선생님은 다정한 말로 재능을 북돋워 주시며, 반아이들 앞에 나가 쓴 글을 발표하게끔 기회와 용기를 주신다. 아이들은 사하라의 글쓰기 재능에 놀랐고, 칭찬받은 사하라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는다. 교실 복도에서 특별지도를 받아야 했던 '특별한 사하라'는 어느새 반아이들의 공간 속에 있었다.

선생님은 압수되었던 사하라의 편지들과 생활기록부 파일을 사하라에게 주신다. 이제 그것들은 더이상 사하라의 가치를 깍아내릴 수 없는 구태의연한 퇴물일 뿐, 더이상 아무 것도 아니다. 사하라는 아빠에게 썼던 과거의 편지들을 찢어 훌훌 날려버린다.
과거와의 단절이다. 과거는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거다. 마지막으로 아빠에게 편지를 쓰고 그것마저 찢어 마음과 함께 날린다.
사하라는 더이상 '가슴아픈 인생 이야기'를 쓰지 않는다. 새로 시작한 글은 선생님에 대한 놀라운 모험의 내용이다.

너무도 훌륭해서 '선생님'에 대한 기대심리를 한껏 높여준 뾰족이 선생님. 그리고 그 선생님의 지도하에 한껏 성장한 사하라.
이 둘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던 책읽기였다.
모든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이 책을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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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보는 서양미술사
장 라쿠튀르.질 플라지 지음, 이봉순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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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보는 서양미술사'는 제목 그대로 미술작품의 사진들이 책의 공간을 빽빽하게 메운다. 연대에 따라 의미깊은 미술 작품들의 사진을 시대별로 보여주고 있어, 여러 가지 이유로 실제의 작품을 보기 힘든 사람들에게 인간이 남긴 아름다운 문화의 가치를 확인하며 감상하는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한 권의 책에 방대한 미술사를 담기란 어려운 작업이다. 또한 그러한 책들은 가격도 상당히 부담스러운데, 이번에 마로니에북스에서는 이미지를 우선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미술사를 엮어내는 것에 중점을 두어 15,000원의 가격에 발간하였다. 작품 선정시에 회화에만 치중하지 않았으며, 건축과 조각에도 많은 비중을 할애했음을 볼 수 있다. 

미술사 역시 인간의 역사를 따라 전개된다. 선사시대부터 이집트, 그리스, 로마, 그리스도교 미술, 고딕,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변천하는 역사를 따라 미술사도 확연한 변화의 과정을 보이며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스톤헨지나 바르네네즈 돌방부덤과 같은 경이로운 건축물은 기원전에 세워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웅장하다. 또한, 이집트의 독특한 문화와 고대 그리스의 서정적 미술작품들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일부가 파손된 점이 아쉽긴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발달된 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
로마와 그리스의 문화의 차이점을 알 수 있었던 것도 이 책을 통해서이다. 로마는 그리스의 문화를 받아들이며 이성과 사실주의를 부여했으며, 예술가보다는 엔지니어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로마인들은 도로와 수로, 공동목욕탕에서 보여지듯이 여러 공공건물로 건축예술을 발달시킨 점이 특색있다.
기독교의 영향을 받은 미술품들이 선보이는 중세시대에서 인간 본위로 관심의 대상을 바꾼 르네상스 시대로 접어들면서는 미술 작품이 그려낸 대상도 변화하며 보다 자유로워지는 표현의 세계를 보여준다.

20세기에 접어들며 비디오 미술, 신체미술, 대지미술 등 넓어진 개념의 미술은 전총적인 예술과 맞서다가 결국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인정을 받게 된다.
--다다이즘은 모든 것은 미술이라고 주장한다.  혹은 아무것도 미술이 아니라고 규정하는데, 이것은 결국 똑같은 말이다.(p156)--

 미술작품 감상과 동시에 인류의 역사를 훑으며 현재로 오니, 더이상 고딕풍의 웅장하고도 화려한 건축물은 자취를 감춘다. 건축연수를 줄이면서 기능에 중점을 둔 건물의 등장은 개성을 잃어버린 획일적인 모습으로 가는 것같아 조금은 섭섭하다. 가끔은 가우디의 건물처럼 실험적이고도 독특한 건물들이 희소가치를 발휘하며 건축양식에 한계란 없음을 과시하고는 있지만 말이다. 건물 하나 지으면서 몇십년을 투자할 수 없는 오늘날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니, 인류의 생활양식과 문화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밀접한 관계임을 느낀다. 
앞으로 미래사회의 미술은 인류의 역사를 반영하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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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앵거스 - 사랑과 꿈을 나르는 켈트의 신 세계신화총서 7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 지음, 이수현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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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거스는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켈트신화에 나오는 신으로서, 최고의 신 다아다와 강의 여신 보안 사이에서 태어났다. 켈트신화라는 명칭 자체가 낯설게 다가왔지만, 알고 보면 반지의 제왕이나 아서왕 이야기도 켈트 신화에서 온 이야기라고 한다. 아직 방문해 보지 못한 흥미로운 신들의 세계가 켈트 신화 속에 무궁무진하게 펼쳐져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각자 독특한 개성들을 가지고 있는데, 앵거스는 꿈을 주는 낭만과 사랑의 신이라는 점에서 그리스 신화의 에로스와 비교가 되곤 한다. 에로스가 그렇듯이 앵거스도 켈트신화에 있어서 그다지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다.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가 켈트 신화의 신들 중에서 더 유명한 신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앵거스를 택한 것은 신들의 권위와 힘보다는 사랑과 꿈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그는 오랜 켈트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몇 작품의 단편을 탄생시켜 이 책에 담았다. 신화 이야기와 교대로 전개되는 단편들 속에서도 앵거스의 분신들은 등장인물들의 꿈과 사랑 이루기에 한몫을 담당한다.

신화보다 더 재미있게 다가오는 현대의 이야기들 중, '우리 형'이란 작품은 두 형제간의 우애에 대하여 말하고 있으며, 소박한 옛 정취와 함께 진한 가족애를 느끼게 한다. 바닷가에 위치하여 먹을 것은 풍부하지만 물자는 모자라 옷을 기워입고 뚫어진 신발을 그대로 신는 생활상이 이야기 속에서 그대로 엿보인다. 물자가 넘쳐나 쓸만한 물건도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세상이라서 그런지 이러한 묘사는 검소함의 미덕으로 다가와 아련한 향수까지 불러 일으켰다.
동생 제이미에게 있어 형 데이비는 좋은 형을 넘어선 닮고 싶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평화로운 일상을 깨고 온 한 통의 편지가 제이미에겐 이별을 가져다 주는 역할을 하고야 만다. 친척의 초대로 형 데이비가 캐나다로 가게 된 것이다. 앵거스가 꿈을 가져다 줄 거라는 형의 말에 슬퍼하던 제이미는 조용히 눈을 감고 캐나다의 꿈을 꾼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꿈은 두 형제를 연결시켜주는 끈끈한 매개체의 역할을 해냈을 것이며, 그 후면에는 미소짓는 앵거스가 있었을 것이란 상상을 해본다.

또 한 편의 인상적인 작품 '저기엔 돼지들이 살 곳이 있을까?'에서는 인간의 유전물질 일부가 DNA에 함유되어 이식용 피부 제공을 담당하게 될 20번 돼지가 등장한다. 똑똑한 머리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아무런 욕심없이 살아가는 사육사는 곧 죽을 목숨이 될 20번 돼지를 불쌍히 여겨 몰래 집으로 데리고 간다. 사람들 사이에서 약간은 모자르다는 평을 듣기까지 하는 그에게 연구소의 비서는 관심을 기울이는데, 반복적으로 꾸게 되는 그에 대한 꿈 때문에 그를 볼 때마다 얼굴을 붉히게 된다. 돼지를 감춘 것이 그라는 것을 알게 된 비서는 돼지에게 연민을 느끼는 사육사의 온화함에 빠져든다. 그 사랑의 결실에는 물론 꿈이 작용했다. 

작가는 욕심을 버리고 순수 가치를 지향하는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를 하고 싶은 듯하다. 그래서 그의 모든 이야기들은 친아버지가 아님을 알게 된 어떤 소년의 이야기에서처럼 위협을 가해서라도 평안한 사랑의 결말로 유도된다. 그러나, 불편하지 않다. 한눈을 판 남편때문에 영원히 등을 돌리게 될 뻔했던 부부도 그 마음 속에는 상대방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자존심을 버리고 그리움을 표현한 건 역시 앵거스의 조화이다.

꿈과 사랑의 신 앵거스는 낯선 켈트신화 속에서나 존재했었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기분좋은 사랑의 꿈, 또는 현실을 조정하는 꿈을 꿀 때마다 앵거스의 존재를 찾아 두리번거리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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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머리 앤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그림책 사람들 엮음, 김경희 외 그림 / 은행나무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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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수다쟁이 앤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빨간머리 앤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뭔가 허전함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나의 뒤를 이어 딸아이도 앤의 골수 팬이다. 초등 4학년때부터 동서문화사의 빨간머리 앤 10권 시리즈를 읽어대자 담임선생님께서 조숙하단 말씀을 하실 정도였다. 몇 번을 반복해 읽은 탓에 일부는 외우기도 하는 친구같은 책.

이번에는 양장판에 너무도 예쁜 삽화가 함께 한 이 책을 건네자 역시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한다. 단, 책의 이야기들은 동서문화사의 ANNE 10권 시리즈 안에 있는 내용이란다. 만약 동서문화사의 ANNE 10권 시리즈를 가지고 있다면 내용이 겹친다는 것은 미리 알아두어야겠다. 그러나, 앤의 팬이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동화풍의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이 안성맞춤일 것이다.

책에는 루시 몽고메리가 쓴 10편의 단편이 소개되어 있다. 모두 크리스마스와 관련이 있는 내용이며, 그 중에서 두 편에는 빨간머리 앤이 등장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잘 알려진 이야기로 매슈 아저씨가 마릴라 아줌마 몰래 소매가 부풀어져 있는 드레스를 준비해 앤에게 선물하고, 그 드레스를 입은 앤이 크리스마스 학예회에서 멋들어지게 시 낭송을 마친다는 이야기이다. 아마도 이 부분에서 앤의 팬들은 말없고 과묵하지만 유행하는 옷모양에까지 신경을 써주시는 매슈 아저씨에게 뜨거운 찬사를 보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앤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동서문화사의 10권 세트 중 4권에 등장하는 내용이며, 따라서 시공사의 3권 세트에도 나오지 않는 이야기이다. 앤은 건방지고 차가워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캐서린의 뒤에 숨은 외로운 면을 발견하고, 초록지붕의 집으로 초대하여 크리스마스 기간을 함께 보낸다. 역시 상당히 재미있으며, 앤과 함께 하는 며칠간의 생활 속에서 인생의 행복감을 처음으로 느끼는 캐서린의 변화가 전혀 어색하지 않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나머지 여덟 편의 이야기는 주로 화해와 사랑, 나눔의 미학을 다루고 있어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이다. 크리스마스와 아주 잘 어울리며, 어린 아이들이 등장하는 내용이 많으므로 아이와 함께 읽기에도 더없이 좋다. 문체도 다른 책과 비교했을 때 아이들이 읽기 쉽게 다듬어진 느낌이며, 가끔씩 나오는 따스한 느낌의 삽화는 감성을 풍부하게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이 책을 함께 읽는다면, 크리스마스란 날이 선물받는 것이 다가 아닌 사랑의 날임을 아이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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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의 요정
칼리나 스테파노바 지음, 조병준 옮김 / 가야북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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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의 그림을 보면 그 자그마하면서도 천사같은 모습에 앙증맞은 날개까지 모든 면이 사랑스럽다. 아니, 어쩌면 겉모습보다는 거기에 더해진 환상적인 면에 더 기대를 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정령으로서 지켜주고 보호해 주고 때로는 멋진 마법으로 소원도 들어줄 것 같은...
요정이 나타난다면 예쁜 상자 속에 이불을 깔아 침대로 만들어 주고 아무도 없을 때 불러내어 대화하며 놀고 싶다는 상상은 어렸을 때면 한번씩은 해보는 과정이 아닐까? 아마도, 여자아이들의 경우엔 말이다.

그런 상상이 소설화되어 나타났다. 비밀스럽게 꿈꾸던 요정은 무려 한 사람당 일곱 명씩이나 배정이 되어 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여러 측면을 요정 하나하나가 나누어 가지고 있어 요정들마다의 개성이 뚜렷하다.
그 옛날 아이들은 자신의 요정을 볼 수 있었지만, 어른이 되면서 허영과 탐욕에 물들며 요정의 존재 자체를 잊게 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요정들은 앤과 앤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자기들의 존재를 받아들일 만한 사람에게는 모습을 나타낸다.

요정들은 곧 우리 마음과 같다. 요정들은 마음 먹기에 따라 눈에 보일 수도 안보일 수도 있다. 마음은 그 어느 곳이든 제한받지 않고 갈 수 있다. 앤이 어머니를 떠올리면 앤의 요정 중 몇 명은 먼 대륙을 건너 순식간에 어머니 곁으로 간다. 어머니가 내 곁에 있는 것처럼 가까이 느껴졌던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니.
앤이 병이 나자, 요정들은 태양까지 날아가 그 따뜻한 기운을 가지고 와 앤의 병든 세포를 치유해 준다. 아프다가도 한바탕 땀을 내면 몸이 가벼워지곤 하던 기분좋은 느낌이 바로 요정들의 치료 과정을 거친 후의 느낌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정들이 좋아하는 것은 커피에 넣는 작은 커피크림, 휴대용 작은 비누, 싹양배추 등 미니 사이즈의 물건들이다. 브로컬리는 그들에게 바오밥 나무와 같다고. 그들은 심지어 욕조에서 수영시합을 벌이는 귀여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이 신념과 희망, 사랑을 잃으면 요정도 잃게 된다. 그 요정은 집없는 요정이 되어 투명해진 몸으로 떠돌게 된다. 앤과 앤의 어머니는 정성스레 음식 장만을 하고 집없는 요정들을 초대해서 용기를 준다.

요정들은 곧 나의 마음.
나만의 소중한 마음세계를 잊고 살아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주는 예쁜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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