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보석같은 책이 어디에 숨어 있었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이다.
뾰족이 선생님은 아이들을 다루는 방법을 마치 본능적으로 잘 알고 계신듯이 보인다. '조커, 학교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에서의 노엘 선생님처럼,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아이들 편에서 그 마음을 이해해 주신다. 아이들의 반대편에 서서 무조건 이끌고 가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한 무리에 섞여 강한 리더십으로 지향점을 향해 가는 다정한 선생님.
선생님은 문제아로 낙인찍힌 아이조차 포기하지 않고 감싼다. 선생님의 권위를 무참하게도 짓밟아버리는 대럴같은 아이는 버릇없음의 경계를 넘어서 인내심의 끝장을 보게 만들었는데에도, 그 마음 속을 이미 파악하고 원인까지 해부하고 계셨다.
'대럴, 나는 네가 왜 그러는지 알아. 네 속의 고운 심성을 끌어내 어른이 되었을 때에는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도록 도와주겠어.'
라고 생각하고 계신 듯이.
이제 주인공 소녀 사하라 얘기를 해야겠다.
사하라는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자기가 쓴 글을 모아 도서관의 서고 구석에 몰래 보관해두는 꿈많은 소녀이다. '가슴아픈 인생이야기와 놀라운 모험'이란 제목을 정해두긴 했지만, 아직은 가슴아픈 인생이야기 외에는 쓸 것이 없는 사하라.
사하라의 아빠는 이혼을 한 후, 다시는 사하라를 찾지 않았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수많은 편지로 남겨 보관하던 사하라는 그 편지들이 서랍에서 쏟아져 내린 일 때문에 특별지도를 받는다. 사하라의 생활기록부에는 정상을 나타내는 줄에서 약간 벗어난 행동만으로 채워져 있다. 사하라의 전부가 아닌 일부만을 나타내는 그 기록들 때문에 특별수업을 받게 되자, 차라리 유급을 시켜 달라는 엄마의 탄원으로 다시 5학년으로 돌아가 동생들과 공부를 함께 하게 된다.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그것이 사하라에게 눈물을 흘릴 만한 치욕적인 일이었음은 누구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뾰족이 선생님이 사하라의 생활기록부를 보지 않고 초심으로 대한 점은 사하라를 위해서 정말 잘된 일이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가득찬 생활기록부는 사하라의 바른 면을 전혀 나타내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사하라의 글쓰기 재능을 발견한 선생님은 다정한 말로 재능을 북돋워 주시며, 반아이들 앞에 나가 쓴 글을 발표하게끔 기회와 용기를 주신다. 아이들은 사하라의 글쓰기 재능에 놀랐고, 칭찬받은 사하라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는다. 교실 복도에서 특별지도를 받아야 했던 '특별한 사하라'는 어느새 반아이들의 공간 속에 있었다.
선생님은 압수되었던 사하라의 편지들과 생활기록부 파일을 사하라에게 주신다. 이제 그것들은 더이상 사하라의 가치를 깍아내릴 수 없는 구태의연한 퇴물일 뿐, 더이상 아무 것도 아니다. 사하라는 아빠에게 썼던 과거의 편지들을 찢어 훌훌 날려버린다.
과거와의 단절이다. 과거는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거다. 마지막으로 아빠에게 편지를 쓰고 그것마저 찢어 마음과 함께 날린다.
사하라는 더이상 '가슴아픈 인생 이야기'를 쓰지 않는다. 새로 시작한 글은 선생님에 대한 놀라운 모험의 내용이다.
너무도 훌륭해서 '선생님'에 대한 기대심리를 한껏 높여준 뾰족이 선생님. 그리고 그 선생님의 지도하에 한껏 성장한 사하라.
이 둘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던 책읽기였다.
모든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이 책을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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