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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있다 - 고형욱의 영화음악 오디세이
고형욱 지음 / 사월의책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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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을 들을 때면, 영화를 볼 때의 감동, 그 느낌, 같이 본 사람과의 추억 등 부가적으로 딸려오는 기쁨이 커서인지 일반 음악을 듣는 것보다 기분이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이런 느낌은 나만이 갖는 것이 아니어서 이 책의 저자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하나의 음악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애틋함, 아련함, 기쁨, 행복 따위의 온갖 감정을 물어다 주니,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영화음악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되기 마련인 것 같다. 그 때문인지 언젠가부터 내 휴대폰 벨소리는 영화음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카사블랑카, 길 등의 고전 영화부터 화양연화, 맘마미아와 같은 1990년대 이후 영화까지 꽤 많은 수의 영화와 영화음악을 다루고 있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대략적인 느낌을 파악할 수 있도록 약간의 줄거리 소개와 느낌, 특징, 영화음악에 대한 해설이 나와 있고, 영화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몇 컷의 사진들이 함께 있다. 그리고, 부록으로 16곡의 영화음악이 담겨 있는 cd가 선물처럼 들어있다.

영화에서 영화음악을 뺀다는 가정조차 감히 상상하기가 싫다. 좋아하던 명작들이 갑자기 무미건조한 영화로 전락하는 것을 보기 싫어서다. 생각해보자. 록키 발보아가 시합을 앞두고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운동하던 순간에 그의 마음을 긴 대사보다 잘 나타내주었던 힘찬 음악과, 영화 '졸업'을 들었다 놨다 하며 요리해내던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를. 영화 라붐은 'reality' 없이 사춘기 소녀의 풋사랑과 여린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을까?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테마음악 없이 아프리카의 광활한 자연에 감동을 받으려면 러닝타임을 두 배는 늘려야 하지 않았을까? 'moon river' 없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얼마나 허전할까? 일반 영화도 이런데, 쉘부르의 우산, 플래시 댄스, 사랑은 비를 타고,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따위의 뮤지컬 영화는 말할 것도 없다.

한 편의 영화를 기억하면서 특징적인 장면, 대사와 함께 영화음악을 떠올리는 것은 공감각적인 영화라는 문화에 있어 당연한 코스인지도 모른다. 시각과 청각을 이용해 감상했던 기억이 그대로 저장되었다가 영화를 생각하는 순간에 함께 나타난다. 영화의 장면을 생각하면 노래가, 영화음악을 생각하면 그 순간의 장면과 느낌이 쌍으로 튀어나오는 내 인생의 보너스 같은 즐거움. 이것이 바로 영화음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같다.

이 책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많은 영화를 다루다보니 각 영화에 할애하는 지면이 길진 않다는 거다. 한정된 지면을 두고 욕심부리는 격이지만, 어쨌든 그런 탓에 각각의 영화에 대한 기억 속으로 깊이 빠지게 되기보다는 한번씩 좍 훑고 지나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영화의 감동을 이 책을 통해 최대한 끌어내려는 것은 욕심이겠고, 영화와 영화음악에 대해 몰랐던 정보나 사라졌던 기억을 되살리는 매개체로서 생각하면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cd를 듣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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