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교회에 다니며 신앙에 대해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끝까지 계속하지 못한 건 내 믿음의 기반이 튼튼하지 못해서였을 거다. 그러면서도 마음 속에선 '언젠간 다시 교회에 다닐거야, 하나님을 영접할 거야'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슬슬 교회가 싫어졌다. 기독교가 아닌 교회가 말이다. 하나님의 말씀대로라면 소박한 모습으로 가난하고 힘든 이를 위해 일해야 할 교회가 덩치를 키우며 권력집단화 되어가는 것이 보기 싫었다. 결국 신앙은 내 마음 속에 있다는 생각으로 집에서 신앙생활을 하자고 생각했지만, 그 역시도 잘 되지 않는다. 그저 삶 속에서 죄를 짓지 않고 살기 위해 노력하고, 남을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마음을 버리려 애쓸 뿐이다. 열렬한 기독교인이 하나님의 말씀과 반대 되는 행동을 하고 다니는 것을 많이 봐서인지 참된 기독교인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생각하곤 한다. 책에서 만난 안수현은 진심으로 하나님과 세상 사람들을 대한 몇 안되는 사람들 중의 한 명이다. 그를 처음 만나면 그의 신앙이 아무리 부담스럽게 느껴지더라도 진실된 품성에 마음을 열게 된다고 한다. 나도 이런 사람을 만났더라면 약하기만 한 믿음의 불씨가 살아날 수 있었을까? 책의 제목에는 '바보의사'라고 나와 있지만, 내가 본 안수현은 아름다운 의사다. 모르는 환자에게 그토록 적극적으로 다가가 쾌유를 빌어주는 의사는 흔치 않다. 어느 정도의 엘리트 의식과 기계적인 답변이 보통의 의사들에 대한 느낌이라면, 고 안수현 씨가 환자를 대했던 정성스러운 마음은 분명 흔한 것이 아니어서 희소가치가 큰 만큼 더욱 값지게 다가왔다. 아무리 바쁜 와중에도 철저하게 주일을 지키던 안수현 씨는 주변 사람들을 하나님의 품으로 많이 이끌었다. 그의 사람됨을 익히 아는 사람들이라면 전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기독교인의 훌륭한 본보기인 안수현 씨의 존재야말로 비뚤어지지 않은 기독교의 본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는 있었으니 말이다. 클래식과 CCM에도 조예가 깊었던 안수현 씨는 허무하게도 유행성 출혈열이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착한 사람들이 이렇듯 짧은 생을 마감할 땐 너무도 아쉽다. 세상을 밝게 바꿀 줄 알았던 사람, 참된 의사이자 기독교인이었던 그의 죽음이 참으로 안타깝다. 참된 신앙인의 삶과 생각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이 책을 통해 기독교에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빼꼼 열고픈데, 그는 이제 가고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