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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평점 :
2011년 9월 월스트리트에서 사람들이 모여 시위를 시작했다. 일명 Occupy Wall Street. 월가를 점령하라. 생활의 어려움, 취업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금융 자본가들은 고액연봉을 받는 현실. 점점 커져가는 소득불균형에 대한 위기의식과 변화 요구에 의한 일어난 자발적인 운동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더라도 일명 SKY에 들어가기 어려운 현실, 죽기 살기로 명문대에 들어가더라도 더 좁아진 취업문턱에서 다시 한번 좌절한다. 대학만 졸업하면 꽃길만 있을 것 같았던 고등학생 때의 멋모르던 꿈은 허상이라는 게 들어난다.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차이, 소득차이극복의 정답이라고 배워왔던 ‘노력’이라는 글자가 얼마나 허망한지 피부로 느끼게 한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조금씩 인식은 변해가고 있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의 차이보다는 사회 구조적 문제가 지금과 같은 극심한 소득 갈등을 불러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지금 당장은 눈에 띄는 변화는 없지만, 집단지성의 차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다.
생뚱맞지만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을 읽고 떠오르는 첫 단어가 2016년 ‘촛불혁명’, 그리고 집단지성이었다. 지은이는 반복적으로 이야기한다. 스마트 폰에서 손을 때지 못하는 나, 업무집중력이 떨어진 나, 친구와 가족과의 관계가 예전 같이 않은 나, 긴 글보다는 짧은 글을 읽게 되고, 숏트에 몰입하는 나. 절대로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개선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특별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지금 같은 현실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말한다.
안심된다. 이전까지는 ‘나 개인’의 문제였다. 히지만 2011년에 일어난 운동처럼 이것은 사회적 문제이다. 지은이는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아 가는 6가지 정도의 이유를 제시한다.
1. 기업: “기업들이 우리를 일부러 산만하게 만들고 우리가 원하는 수준보다 더 오래 온라인에 머물게 하는 수많은 기능 앱과 웹사이트에서 하룻밤 사이에.......(p.249)”
사람들의 최신 경향을 파악한 연관 검색어는 시간 잡아먹는 도둑이다. 잠깐 검색하려고 띄운 유튜브는 어느새 나를 안드로메다로 인도하며 내가 왜 접속을 했는지 이유조차 잊은 채 계속 빠져든다. 그 와중에 기업은 나의 취향을 수집해 맞춤 광고를 내보냄으로서 돈을 번다. 그 와중에 남는 것은 기업성장(?)에 이바지했다는 자부심(?)정도이다.
2. 스트레스: 뇌는 생존력을 디폴트값으로 장착하고 있다. 집값보다는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가, 먹는 문제보다는 숲 속에서 만난 눈앞의 ‘곰’ 이 더 큰 문제이다. 모든 집중력은 당장의 위험 요인에 쏠리게 된다.
“과각성은 본질적으로 가는 곳마다 곰을 찾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초점은 잠재적 위험의 단서에 맞춰져 있어요. 현재 일어나는 일을 느끼거나, 배워야 할 수업을 듣거나, 해야 할 일을 하는데 집중하는 게 아니고요. 그러한 상태에 빠진 사람이 집중을 안 하는게 아닙니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위험의 단서나 증거를 찾는데 집중하고 있는 거죠. 초점이 거기에 가 있는 거예요. p.274 ”
주거문제, 식사문제, 가정문제 등 당장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초점은 당연히 생존의 문제로 이동한다. 기본소득문제 또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다. 몇 년 전 실제로 행해진 기본소득 실험의 에를 들어 돈 문제가 어떻게 우리의 집중력을 흩뜨리는지를 보여준다.
“올라비는 집중력 면에서 차이가 매우 뚜렷했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을 받자 사람들의 집중력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시그네는 그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돈과 관련된 문제가 집중에 매우 나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제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면....뇌가 가진 능력의 상당부분이 거기에 쓰입니다. 걱정할 필요가 없으면 다른 것들을 생각할 능력이 생기죠’ p.284”
3. 노동시간: 내가 어릴 때는 주6일 근무가 사회적 분위기였다. 빠른 시간 내에 더 많은 일을 더 오랫동안 해야 생산성과 성공이 보장된다는 사회적 분위기여서 주 5일제가 도입될 당시에 사회적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경제 위기설이 대두되기까지 한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것은 허구임이 드러났다. 오히려 여가활동과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정신적 안정감 뿐 만아니라 삶의 만족도도 높였다고 생각한다.
2020년 코로나는 거의 모든 사회적 분야를 인터넷으로 연결되도록 만들었다.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사라져 사람들 간의 완전한 연결이 가능하게 되었다. 개인 간의 연결 뿐 만아니라 회사 동료와 상사간의 연결도 제약이 없어져 공적 일과 사적 일의 경계가 무너지게 된 것이다. 결국, SNS, 메일 등을 통한 연결은 어렵게 이루어진 주 5일 근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 메일이 우리의 노동 생활을 장악하면서 노동자가 낮 밤 할 것 없이 어느 때든 응답해야 한다는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 연구는 프랑스 전문직 종사자의 3분의 1이 응답해야 하는 이 메일을 놓칠까 봐 무서워서 전자기기를 내려놓을 수 없다고 느낀다는 것을 발견했다......근무시간 개념은 사실상 사라졌으며 우리 모두는 늘 대기 중이다. p. 304”
아무리 탄력성이 좋은 고무줄이라도 계속 잡아당기면 결국 끊어지기 마련이다. 쉼 없는 지속적인 긴장감은 결국 회복불능의 집중력 상태를 만들어 업무 능력을 오히려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야기시킬 수 있다.
4. 식단: “ ‘만약 당신이 자동차 엔진에 샴푸를 넣는다면 엔진이 고장 났을 때 고개를 꺄우뚱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서구 전역에서는 ’인간의 연료로 쓰였던 것과는 매우 동떨어진‘물질을 매일 자기 몸에 밀어 넣고 있다.....그러므로 (몸에 필요한 영야을 주지 않거나 오염 물질을 몸에 잔뜩 밀어 넣음으로써) 몸에 지장을 준다면 집중력도 영향받을 것이다. p.311”
5. ADHD: 스트레스를 야기시키는 주변 환경이 주의력 결핍장애의 주범이라고 한다.
“출생 당시의 신경계 상태는 어떤 아이가 심각한 집중력 문제를 겪을지 예측하는 데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주변 환경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발견했고, 결정적인 요인은 ’환경이 얼마나 혼란한가‘ 였다. 스트레스가 심한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집중력 문제를 겪고 ADHD를 진단 받을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 대체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부모들이 받는 큰 스트레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p.353“
그 이유를 요약하자면, 어릴 때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달래주고 보살펴 줄 어른이 필요하다. 그들의 도움으로 안심과 이완을 내면화해 스스로를 달래는 방법을 익힌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쌓인 부모는 본인이 흥분한 상태이고 감정적으로 상처받은 상태여서 자녀들의 감정을 돌봐줄 여력이 없다. 이럴 경우 자녀는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화를 내거나 괴로워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게 되고 이는 다시 아이들의 집중력을 망가뜨린다. (p.353)
가족과 식사할 시간조차 부족한 현실, 학원과 시험에 쫓겨 인간관계 속에서 감정적 대처법을 배우지 못하는 현대 가정의 모습이 집중력 파괴의 주범일 수 있다.
6.놀이: 지금의 교육은 놀이를 통해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기 보다는 교과서에서 배우는, 그래서 시험에 나오는 내용들만 학습된다. 그 이외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고 터부시 하며 점수로 아이들의 능력을 판단해, 특정 점수에 도달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무능하다고 낙인찍는다. 아이들의 개성과 욕구는 완전히 무시된다. 그런 심리적 욕구 박탈은 무기력증으로 이어진다.
“덴마크 오르후스의 심리학 교수인 얀 퇴네스방은 내게 본인이 ‘통달’이라고 칭하는 감각, 즉 자신이 무언가에 능숙하다는 감각이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감각은 기본적인 심리 욕구다. 자신이 무언가를 잘한다고 느낄 대는 그 일에 집중하기가 훨씬 수월하고, 자신이 무능하다고 느낄 때는 집중력이 소금에 전 달팽이처럼 쪼그라든다.....아이들의 학교 경험은 무능하다는 느낌으로 점철된다. p.391”
“우리의 학교들은 전만큼 아이들에게 운동을 시키지 않는다. 전만큼 놀게 하지도 않는다. 미친 듯이 시험을 쳐서 불안을 가중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내재적 동기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에게 통달감, 즉 자신이 무언가를 잘한다는 감각을 기를 기회를 주지 않는다, p.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