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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글리코
아오사키 유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본 소설은 묘한 스릴이 있어 언제부터인지 빠져들기 시작하였다. 소설이란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서 만들어지는 작품인데 우리가 흔히 하는 게임을 대상으로 치열한 두뇌 게임을 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근데 게임이 우리가 어렸을 적에 한 번쯤은 해봤던 그런 게임인데 약간 변형을 하였다. 주로 연인들끼리 혹은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계단을 올라가는 게임은 관광지에서 그냥 계단 오르기에는 재미없어 심심풀이로 하였다. 실제로 이런 게임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혹은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책을 읽다 보니 흥미가 생겼다. 단순히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인공이 되어 마치 게임을 하듯이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며 책을 읽게 되었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가? 혹은 주인공은 어떤 생각으로 저런 전략을 펼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레 몰입이 되었다.
처음에는 가볍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계단 오르기 게임이었는데 두 번째는 다시 난이도가 있어 보이는 보드게임이었다. 알바 중에서도 최상의 난이도가 보드게임 카페 알바라는 말이 있다. 모든 보드게임을 할 줄 알아야 손님이 와서 물어봤을 때 설명을 해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소개한 스님 쇠약이라는 게임도 말을 쉬워 보이지만 제대로 알고 즐기려면 제대로 설명을 듣고 몇 번 게임을 해봐야 한다. 단순히 머리를 쓰고 상대의 심리를 이용하는 차원을 벗어나 속임수를 쓰는 상대를 속이는 전략이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타짜라는 만화(혹은 영화)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상대가 속임수를 쓴다는 것을 알고 이를 역이용하는 방법은 이미 알려진 다소 케케묵은 전략일 수도 있지만 저자는 나름의 상상력으로 해결했다.
자유 규칙 가위바위보는 더 황당(?) 하다. 가장 간단히 승부를 가릴 수 있는 방법이 가위바위 보인데 이를 변형한 것이다. 흔히 우리가 해봤던 양손을 이용한 것을 떠나 새로운 손가락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얼핏 쉬워 보이지만 마지막에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주인공의 전략을 보면 놀랍다. 어떻게 상대방의 전략을 무효화시키는지는 단순해 보이지만 교묘한 심리전술이 따라왔다. 자연스럽게 한 손으로 음료를 쥐고 다른 손으로 게임을 한다는 복선을 눈치채지 못한 나를 한탄하기도 했다. 소설을 쓰는 작가라면 이런 점에도 신경을 써야 하나보다.
[달마 인형이 셈했습니다] 편을 보면서 당연히 주인공이 승리할 것은 예상했다. 어떻게 승리를 가져갈 것인지가 궁금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정석이 아닌 방법으로 공원을 돌아서 간다는 전략을 보면 고정관념을 가진 우리를 탓할만하다. 일본은 다소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상상력을 동원하여 흥미로운 소설을 만든 것도 나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 같다. 마지막 편에서는 처음으로 다소 긴장을 하였다. 항상 어이없게(?) 역전을 하였기에 마지막에도 이길 것을 예상은 하였지만 역시 의외의 방식이었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1인칭 주인공이 누구인지 가끔씩 헷갈릴 정도였다. 이 역시 저자가 독자를 상대로 심리전을 펼친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에 해피엔딩으로 끝나 일반 스릴러 소설과 다른 느낌은 들었지만 다음 편을 예고하는 마지막 장면을 보며 기대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