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멜 표류기 ㅣ 1218 보물창고 19
헨드릭 하멜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7년 1월
평점 :
조선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다보면 의문이 가는 부분이 많다. 삼국시대나 고려 시대 역사를 보면 외국과 상당히 무역을 활발히 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크로드를 이용하여 이란의 대상과도 거래를 하였다는 것을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그에 비해 조선은 중국 외에는 거의 무역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심지어는 가까이 있는 일본과도 거래를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신무기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지만 여전히 사대주의니 성리학의 이념에 따라 오랑캐와는 무역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 병자호란이 끝나는 시점에 서양에서는 이미 많은 변화가 일고 있었다. 신대륙을 발견하였고 식민지로 뻗어나가기 위해 신무기를 개발하였고 배를 타고 전 세계를 휘젓고 있었다. 하지만 조선이라는 나라에서는 변화는 커녕 고리타분한 생각만 계속 하고 있었다. 역사에 있어 만약이란 있을 수 없지만 그시절 만약 하멜과 같은 이방인들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일본은 섬나라라는 특성상 거의 모든 문물을 여과없이 받아들기는데 조선이라는 나라는 그렇지 못했다. 더군다나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사회 진출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런 조선의 모습이 네델란드의 회계사이자 서기였던 하멜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졌을까?
조선이 일본으 식민지가 된 배경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조선 후기에 청나라에 많은 사신들이 다녀오면서 선진 문물을 체험하였지만 청나라 역시 적극적으로 외교를 하지 않아 한계가 분명있었다. 유교의 이념을 내세우며 어쩌면 성리학을 잘못 해석하여 지나치게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진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그런 조선이 이방인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 당시 유럽에서도 여자들의 외부 활동이 그렇게 활발하지는 않았겠지만 직업에 따라 신분이 나뉘는 그런 사회는 아니었을것 같다. 우리의 역사이므로 어쩌면 다소 과장되게 혹은 미화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고 본다. 그런 우리의 역사를 10여년간 표류하면서 기록한 이방인의 보고서인지라 예상했던대로 다소 낯설기는 하다. 물론 번역본이라 하멜이 쓴 용어를 적절히 우리말로 찾아서 번역하였기에 원문이 주는 신비감이랄까 그런 것은 전혀 느낄 수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당시에 종이는 있었겠지만 지금처럼 볼펜으로 수첩에 적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기록을 남기더라도 요즘 하는 말로 소위 키워드 위주로 기록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낯선 땅에서 보낸 10여년의 세월이 쉽사리 뇌리에서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런 기록과 기억을 바탕으로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동인도 회사에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하는데 다소 과장되거나 사실에 맞지 않게 적어도 누가 증명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본 것을 사실대로 기록하였기에 훌륭한 고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나도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그때 있었던 일들을 기록으로 남기면서 가끔씩 꺼내어 들쳐보곤 한다. 하지만 외국에 머무른 기간이 짧아서 일까? 아니면 이미 책이나 다른 매스컴을 통해 그 나라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일까? 하멜 표류기와 같은 작품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을터인데 이방인이라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그런 것을 습관적으로 기록해둔 덕분은 아니었을까? 시대는 많이 변화고 있다. 그 시절보다 지금은 훨씬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것 같다. 저자는 우리가 하멜과 같은 인물에 대해 제대로 관찰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지금 우리 주변에 있을 하멜에 대해 간과하면 안된다고 하지만 나는 반대로 우리가 하멜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방인의 시각으로 한 나라에 대해 소상히 기록을 남기면서 우리는 어떤 점을 고치면 좋을지 알려줄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