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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한민국 트렌드 - 한국 소비자, 15년간의 변화를 읽다
최인수 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10월
평점 :
마이크밀 엠브레인이라는 사이트에 가입하여 약간의 보상을 받고 설문조사에 종종 참여한다. 내가 참여하는 설문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한번도 결과를 본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설문을 해야겠다는 일념하에 나의 의견을 적극 개진하였다. 그렇게 무심결에 참여했던 설문 결과가 이렇게 책으로 나온 것을 보고 한편으로는 신기했다. 특히 작년에 참여했던 설문을 보면서 나의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보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16년이 넘어가면서 신입 사원때와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물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내가 있었다. 권위적인 직장 상사의 모습이 싫어서 내가 차장, 부장 되면 저렇게 안해야지 라고 생각했던게 이제 현실이 되어서 탈권위로 바뀌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2017년 대한민국의 트렌드는 뭐니뭐니해도 서구화가 아닐까 싶다.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책을 처음 읽었을때 유럽인들의 사고 방식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였다. 부모가 아이에게 냉장고에 있는 맥주 좀 꺼내달라고 할때도 지시가 아닌 정당한 이유를 들어 설명을 해야 하고 부모의 말에 왜 이 일을 본인이 해야 하는지 당당하게 물어보는 아이의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한국적인 사고 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우리도 점점 변하고 있다. 숙제 안하거나 시험 잘 못본 아이에게 종아리를 때리는 부모대신 주말에 아이들 손잡고 놀이동산 가는 다정한 아빠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서구화의 영향으로 개인적인 혹은 가족 단위의 활동도 눈에 띈다. 우리가 어린 시절 아빠는 직장 동료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가족들끼리 놀러를 가는 경우가 많았었다. 요즘의 추세는 가족 단위로 펜션을 가거나 캠핑을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잔치가 있거나 이사를 오게 되면 이웃집에 떡을 돌리고 인사를 했는데 아파트에 살면서도 앞 집이나 윗 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 전화 통화보다 카톡이나 문자를 주고 받는 것을 더 좋아하고 다이어리에 쓰는 일기보다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이 일상화 되었다. 혼자서 밥을 먹으면 왠지 서글프다는 생각들을 했는데 지금은 혼밥이니 혼술이 유행처럼 퍼져있다. 굳이 밥을 먹으면서 직장 동료들과 얘기를 나눌 수도 있지만 밥 먹는 속도도 다른데 보조를 맞춰가며 먹을 필요 없이 혼자서 편안하게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밥을 먹는 것이 나쁠 것은 없다고 본다. 운동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수영이나 조깅, 등산 같은 경우도 예전보다 참여 인구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이러한 추세가 어떤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심하게 남을 의식하는 것보다 차라니 편하게 내 삶을 즐기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닌가 싶다. 심지어 잠을 자는 것도 혼자 자는게 건강에는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 않은가?
책에서는 혼자 놀기 혹은 생활하기 이런추세에 대해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렇게 변화고 있구나 내지는 내가 오래전부터 생활해왔던 패턴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넘어가는 책의 페이지가 늘어갈수록 우리 시대의 문제점에 대해 조금씩 실감을 하게 된다. 누구나 공감하는 청년실업이니 N포 세대 문제를 보면서 다들 공감은 하지만 마땅히 대책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답답하다.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트렌드에 대해 논하는 책이므로 해결안에 대해 제시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자괴감만을 안겨주는 것은 아닌가 싶다. 흔히 말하는 헬조선과 무능한 정치인들 대해 우리는 어떤 대안을 세워야 할까? 국정을 잘 운영하겠지라고 생각하고 소중한 한표를 찍었는데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입신양명 만을 생각하고 정작 정책에는 관심이 없는 국민들. 이런 현실에 대해 절망만 하기에는 우리의 남은 인생이 너무나 길다. 대한민국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불안하고 보다 여유있는 삶을 위해 이민을 생각해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제 곧 대선이 다가올 것이고 또 총선도 있을 것이다. 후보들의 공약이나 정책에 대해서는 살펴보지 않고 인물만 보고 한표를 던진다는 것은 나 스스로 헬조선을 만드는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해야 한다. 이제 신 개인이 탄생하고 탈권위가 현실화 되어 가는데 긍정적인 신호와 더불어 여전히 불안한 모습도 남아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내가 있어 왔고 앞으로 변화를 주도할 사람이 나라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자. 해결책을 책이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