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위한 수학 - 민주주의를 애태운 수학의 정치적 패러독스!
조지 슈피로 지음, 차백만 옮김 / 살림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이과 출신이지만 유독 수학을 싫어했다. 삼각함수나 미분적분까지는 좋았는데 확률과 수열로 넘어가면서 수학 성적이 바닥을 기기 시작했고 급기야 가장 싫어하는 과목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삼각함수를 처음 배우면서 당구장에서 응용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흥미로웠지만 일상생활에서 도무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확률,수열로 넘어가면서 악몽이 시작된 것이다. 가끔식 지금도 꿈에 수학시험 준비하는 것이 나타나곤 하는데 남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군대 다시 가는 꿈만큼 무섭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이렇게 편안한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보다 먼저 태어나 고생을 한 위대한 수학자들 덕분이기도 하다. 원주율이 3.14라는 사실을 먼저 증명한 학자들이 있기에 우리는 물이 세지 않는 두레박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고 두루마리 화장지가 정확히 50미터인지 아닌지도 증명해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위대한 학문이고 역사가 오래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노벨 수학상은 없는 것일까? 물리학, 화학 심지어 평화상도 있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가장 기초가 되는 학문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근데 [대통령을 위한 수학]이라는 제목의 책이 짜~잔 나타났다. 대통령을 위한 것이라...그렇다면 대통령도 수학을 알아야 한다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고등교육을 받았으니 굳이 학문으로서의 수학은 필요 없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우리 나라에도 얼마전 대선이 치러졌다. 미국의 경우 민주당과 공화당 두개의 당만 존재하기에 양자대결이다. 우리는 여러 개의 군소정당과 무소속 후보까지 합하면 양자대결이 아니라 8~9자 대결이 된다. 하지만 유력한 후보는 항상 2~3명 정도되기 마련인데 투표 방식은 일정 나이 이상의 투표권을 가진 국민이면 누구가 참가할 수 있다. 즉 투표에 대한 제약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대통령 직선제로 바뀌어 직접 투표를 하는데 특정 평가 기준에 따라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한표씩 지지하는 후보를 찍는 것이다. 어떤 공약은 이 후보의 것이 마음에 들고 또 다른 공약은 저 후보의 것이 마음에 들더라도 무조건 한표씩만 행사해야 하며 가중치도 없이 누구나 동일한 효력을 가진 한표이다. 그래서 대선이 끝나고 나면 1주일 정도는 술렁거린다. 내가 지지한 후보가 당선이 되지 않았거나 절대로 당선되지 않았으면 하는 후보가 당선되었을때 분노에 가득차거나 며칠 잠 못이루는 사람들 혹은 투신자살까지 하는 사람도 생기기도 한다. 대통령이 수뇌부들을 임명하는데 나의 한표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모이고 모여 우리의 5년을 결정하기도 한다.

 

  학교 다닐적에는 반장 선거를 해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이 반장 그 다음이 부반장 이런식으로 내려갔는데 사람마다 자리가 있듯이 반장을 했을때 가장 잘할 만한 사람이 있고 부반장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 몇 표차이로 반장에 떨어졌다고 무조건 부반장을 하는 것도 사실 모순이라는 생각이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통령 선거는 어떨까? 역시나 많은 모순들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같은 양자 대결도 마찬가지 이고...하지만 미국이란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영국인들이 생각했을때 가장 이상적인 국가라고 건국한 나라 아닌가? 그래도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의료보험 민영화 등 많은 부분을 따라하려고 하지 않는가. 우리처럼 직접 선거가 아닌 대통령을 선출할 선거인단을 뽑되 주별로 과반수를 차지한 당이 다른 선거인단을 모조리 가져가는 승자독식의 구조때문에 실제로 표를 적게 얻고도 과반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모순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리스 시대부터 수천년 역사를 가진 선거방식이 아직도 미완성인 것이다. 어쩌면 가장 완벽한 선거방식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사상도 모든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가 아닌 것이다.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드는 자본주의와 함께 엄청난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책을 덮을때쯤 수학이란 학문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46개 숫자중 6개를 맞추면 대박이 터지지만 하나도 맞추지 못해도 쪽박차지 않고 담배값이나 커피값 정도로 며칠이나마 기분 좋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로또나 심리학에서나 등장할 만한 게임 이론 모두 수학이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투표나 선거 혹은 민주주주의에 대해서도 수학이론으로 얼마든지 설명도 가능하고 모순점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수학이 주는 묘한 매력이며 한 나라를 통치할 대통령이라면 수학은 필요한 학문이 아닐까싶다. 그렇다면 수학은 과학일까? 인문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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