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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서른 산이 필요해 - 여자의 등산은 정복이 아닌 행복이다
이송이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2년 9월
평점 :
어릴적에 만화 책을 읽었는데 거기서 할아버지가 손자들에게 산에 오르면 호연지기를 길러주고 건강에도 좋으니 시간 날때마다 자주 산에 올라라고 이야기했던 것을 본적이 있다. 우리 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이라고 하는데 참으로 척박하고 않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웃나라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농사지을 땅이 전국토의 20~30% 정도 밖에 안된다고 하니...근데 비행기를 타고 미국을 여행하면 정말 장관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산이 있는게 아니라 평야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고 한다. 하긴 중국항해에서도 기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도 산을 구경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 집에서도 아주 가까운 곳에 산이 위치해있었다. 고개만 돌리면 산이 보이고 주말이면 가볍게 산을 오를 수 있었다. 이란에 파견나간 직원들은 공장때문에 공기가 좋지않아 주말이면 케이블카를 타고 산으로 오른다고 하는데 우리는 주위에 이런 산들이 많아 얼마나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얼마전에 게시판에서 한국으로 이민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말하기 능력 시험을 치렀는데 일등을 한 인도 출신 남성이 이런 말을 했다. '인도에서는 희말라야 산맥을 오를때에도 저렇게 비싼 등산복을 입지 않는데 한국에서는 천미터도 되지 않는 산을 오르면서 비싼 등산복에 장비까지 갖추고 게다가 산에서 내려올때는 다들 막걸리를 한잔씩 하고 내려오더라구요'. 이 글을 보며 빵 터졌다. 한편으로는 웃기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잘 먹고 잘 살아서 비싼 등산복입고 산행을 즐겼나 싶기도 하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새도 넘기 힘들다는 문경세재 고개를 짚신만 신고 넘었을 터인데 우리는 동네 야산에 오를때도 등산화에 등산복 게다가 스틱까지 갖추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하다. 복장이야 어떻든 등산을 한다는 것이 좋기는 하다. 지난달에 근처에 있는 설봉산에 갔었는데 두번째 등산이고 평소 축구와 수영으로 몸이 조금 단련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정상 부근까지 300미터 정도를 거의 뛰다시피해서 올라갔다. 물론 그만큼 등산로가 잘 닦여 있어 나처럼 강행군을 하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는 있었다. 그렇게 땀을 흘리며 정상까지 오르니 뭔가 해냈다는 희열감이 들었다. 이 맛에 마라톤도 하고 등산도 하는구나 싶었다.
결혼하고 처음에는 와이프랑 약속을 했다. 전국의 명산을 둘러보며 모두 정복해보기로. 근데 구상만 하고 9년이 지났어도 전국의 명산은 고사하고 지금가지 정복한 산이 열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말로만 떠들어대던 내 자신이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또 그때는 무릎이 좋지 않아서 하산을 할때 무릅 관절이 아파 제대로 내려올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운동으로 단련이 되고 자연치유가 되어 등산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책에서 소개된 사진을 보니 TV를 보며 자연의 대 장관에 대해 감상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산에 올라 탄성을 내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러닝화에서 트레킹화 까지 갖출 것은 대충 갖추었으니 이제 다시 등산을 제대로 시작해봐야겠다. 트레이닝 복보다 더 땀 배출이 되지 않고 불편한 복장을 하고도 희말라야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는 무엇이 두렵겠는가? 물론 책에서 말한대로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은 분명 존재한다. 남자인 나는 어떤 산을 가더라도 이왕 여기까지 오른것 정상을 꼭 밟아보자라고 강조하고 아내는 무리하지 말고 산행을 즐기자라고 한다. 산을 정복의 대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심신을 안정시켜주고 내 건강을 지켜주는 존재라 생각한다면 좀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즐기는 마음으로 산을 올라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