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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 신화에서 찾은 '다시 나를 찾는 힘'
구본형 지음 / 와이즈베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우리 주위에 보면 영어 단어 같은데 문명 생소한 말들이 많다. 그도 그럴것이 라틴어의 기원이 된 그리스어를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 이름도 그렇고 유명한 샴푸나 비누 브랜드 심지어 영화나 TV드라마의 제목도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이름을 본 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제 그리스나 로마 신화를 읽는다는 것은 고생한 취미가 아니라 상식을 터득하는 것에 가깝다. 하긴 그리스 신화가 얼마나 마음에 들었으면 그리스를 정복한 로마에서도 신들의 이름만 바꾸고 그대로 써먹었겠는가. 그게 수천년을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하기 한가보다. 하지만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나라들이 서양이기에 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인공이 유명한 것이지 서양의 신들만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특히 국수주의자의 물을 살짝 먹은 나로서도 우리의 금오신화나 동명왕전 같은 신화가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한다. 그만큼 관심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수천년이 지났어도 신화의 내용은 전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누군가가 각색을 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지금도 신화에 열광을 할까? 아마도 내용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들이 바뀌었고 각자의 입맛대로 재해석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OO박물관전을 찾아가 서양화를 감상하다보면 신화가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토록 유명한 예술가들이 열심히 홍보를 해주니 유명해질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네 신화도 열심히 만들었지만 마케팅에는 실패했기에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지도 모르겠다. 신화를 만든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재해석을 하다보니 신화라는 작품을 다루는 또 다른 작품들이 탄생에 탄생을 거듭하는 것이다. 수천년에 걸쳐 수많은 작품의 소재역할을 한는 셈이다.
변화경영 사상가의 해석답게 저자는 신화를 변화관리라는 시각에서 많이 접근을 하였다. 어떻게 변화를 추구해야 하고 우리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주고자 노력했다. 신 중에서 제일 신이라는 제우스도 전지전능한 신이지만 자기 계발에는 그다지 노력하지 않았던 것 같다. 미래를 예측한다거나 자신을 위해 신전에 제물을 바치고 제사를 지내는 인간들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지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이 연구를 하지 않은 것 같다. 로마가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중 하나는 그리스 신화를 비롯하여 수많은 다른 문명을 배척하지 않고 받아들였기에 가능했던 것 처럼 멸망한 이유는 인간에 대한 연구를 경시하고 신에 대한 연구에 더 많은 투자를 하여씩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도 신에 대한 연구를 빙자하여 인간에 대한 연구를 하고자하는 흑심(?)을 품고 신화를 읽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신화에서 소개하는 신들의 이야기보다 신들의 이야기를 해석하는 저자의 해석에 관심이 많이 갔다. 저자도 그런 독자들을 염두해 둔 것일까? 기존의 다른 신화에 대한 책들 처럼 신화에 얽힌 이야기는 페이지를 많이 할애하지 않고 나름의 해석에 주안점을 두었다. 다행히 나도 고 이윤기 선생님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먼저 접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무슨 내용을 소개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책을 집어 던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책 제목이 '신화를 읽어주는 시간'이 아니라 '신화 읽는 시간' 인가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