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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채소는 그렇게 푸르지 않다 - 우리가 미처 몰랐던 채소의 진실
가와나 히데오 지음, 전선영 옮김 / 판미동 / 2012년 7월
평점 :
요즘 바른 먹거리에 대한 책들이 많이 쏟아지는 것 같다. 20년쯤 전인가 TV에서 육식을 먹지말자고 모 박사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이제 예전과 달리 끼니 걱정을 하지 않게 되니 점점 옳바른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과거에는 그냥 밭에서 나는 채소들 씻어서 먹고 벌레 먹은 상품 가치가 없는 과일이 더 맛있다고 하며 칼로 벌레 먹은 부분은 도려내고 먹었었다. 과일 모양도 천차만별이고 수박의 경우 항상 반을 가르거나 세모 모양으로 잘라내어 잘 익었나 확인을 하였다. 지금은 그럴 필요가 거의 없어졌다. 왠만한 수박은 다 잘 익었고 당도 또한 뛰어나다. 또한 딸기도 그다지 달지 않아 설탕에 찍어 먹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설탕보다 더 달다고 생각이 들 정도이니...게다가 딸기는 제철이 초봄이었는데 하우스 재배 덕분에 1~2월 겨울이 제철이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문명의 발달 덕분에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게 옳은 선택일까? 하우스 재배 덕분에 사시사철 푸른 채소와 과일을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농약과 비료(혹은 성장촉진제)로 재배된 식물이 건강할리 있겠는가? 아토피 피부염이 증가한 것도 공기가 많이 오염된 원인도 있지만 이러한 먹거리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나도 자그마한 주말농장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남들이 관리해주는 그런 주말 농장이 아니라 전원주택지인데 당장은 놀고 있는 땅이라 주인 허락을 받아 채소와 옥수수와 같은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는 산에 있던 흙으로 땅을 메꾼 상태라 정말 잡초 한포기 자라지 않는 황무지였다. 그런 땅에 콩과 옥수수를 심고 주말마다 물을 주며 우리는 유기농으로 키운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쌀뜨물을 발효시켜 만든 거름을 주며 키웠는데 처음에는 무척이나 성장하는 속도가 더뎠다. 그런 황무지같은 땅 주위에 강아지풀들이 자라기 시작하더니 장마가 지나고나니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역시 풀의 생명력은 대단하다. 내년에는 풀이 자란 땅에 다시 다른 채소를 심어보리라 마음먹었다. 그렇게 우리의 유기농 옥수수, 콩, 호박은 익어가고 있는데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인풋은 [진짜 채소는 그렇게 푸르지 않다]라는 책이었다. 종묘사에 가서 옥수수와 호박 모종을 사고 발아시킬 콩을 샀는데 이미 종자부터 유기농이 아니었던 것이다. 모종은 그렇다 치더라도 콩은 하얀 콩이라고 샀는데 붉으스레한 색을 띄고 있어 물어보니 소독을 해서 싹아 잘 틀거라고 한다. 왜 소독을 하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 '그래야 병충해에도 강하고 잘 자란다'는 대답을 하였다. 100% 나의 노력이 없이는 진정한 유기농 아니 진짜 채소는 만날 수 없는 것이다. 유기농 비료라고 구입하였지만 동물성 비료이므로 이미 농약과 비료로 자란 풀과 채소를 먹고 자란 동물들의 배설물과 사체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순도 100% 유기농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포기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 책에서 말한대로 우리가 심어놓은 농작물 옆에 자란 풀들을 베어서 일정기간 지나면(보통 6개월 정도 걸린다고 한다) 훌륭한 유기농 거름이 될 것이다. 이렇게 밭을 만들고 우리가 키운 콩과 옥수수를 발아시킬 것이다. 물론 올해보다 어려울 수도 있고 쉬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진짜 채소에 가까워질 것이다. 풀한포기 자라지 않는 황무지땅에 석달도 되지 않아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벌레들이 모여들고 또 이를 잡아 먹기 위해 잠자리도 날아드는 것을 보았다. 인간이 간섭하지 않는다면 자연은 스스로 정제하고 복원시킬 능력이 있는 것이다. 벌레가 날아드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하기보다 내년에는 보다 나은 결실을 맺기위한 초석이라 생각하고 겸허히 받아들여야겠다. 문명의 발달에 따른 영향으로 빠른 성장, 많은 결실을 기대하기 보다 양은 작고 성장 속도는 느리지만 진짜 채소를 기다리는 여유를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