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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이야기 2 ㅣ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송태욱 옮김, 차용구 감수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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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에게도 그 평범함을 돌파하는 길이 있다. 자기 능력의 한계를 냉철하게 따져보고, 자기 혼자 모든 일을 하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했을 때 그 길이 열린다.
세상에는 다른 사람에게 권해야 할지 권하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게 되는 일이 세가지 있다. 첫째가 결혼, 둘째가 전쟁, 그리고 셋째는 성지순례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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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이야기 1권에 이어 2권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프로젝트 지원하느라 야근에 시달리는 나에게 재미를 주었다. 소설도 아니면서 더 흥미롭고 나를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우리는 십자군 원정이 처음에는 성지 예루 살렘을 회복하였지만 점차 타락되어 갔고 원래의 취지를 잃었다고 배웠다. 그 이상은 알 필요도 없었다. 십자군과 이슬람군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든 공격하는 십자가를 초생달이 어떻게 반격을 했는지 궁금해하는 것은 사치였으니 말이다.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힘의 균형은 항상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느꼈다. 간혹 영웅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한쪽이 너무 강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져버리기도 했다. 십자군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나보다. 1차 원정때에는 애송이라고 불리던 인물들까지도 빼어난 기량을 발휘했기에 쉽사리 예수살렘을 해방시키고 십자군 국가를 건설할 수 있었지만 1권에 나왔던 인물들이 사라져갈 무렵 이슬람 세계 쪽으로 힘의 균형이 서서히 기울어져가고 있었다. 누레딘과 살라딘이라는 영웅이 등장하였음에도 지도를 원상태로 돌리지는 못했다. 오리엔트 세계의 특징이었는지 아니면 겉으로 보기에는 이슬람교라는 같은 종교이지만 수니파와 시아파로 서로 대립하고 있었기에 반드시 이슬람과 그리스도의 전쟁만은 아니었다. 이슬람과 그리스도교 그리고 유대교도 따지고 보면 그 뿌리는 하나이지 않는가?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을 유일신으로 모신다는 것. 하지만 그 해석에 있어 각기 다르기에 서로 이교도로고 부르고 있는 것이니...우리 인류도 원래 조상은 하나인데 여러 인종과 민족으로 나뉜것과 같은 이치인지도 모르겠다.
뛰어난 인물들도 사라지고 Home을 떠나 Away에서 만성적인 병력 부족으로 수세에 몰렸음에도 꿋꿋이 버틴 것을 보면 참 대단하다. 아무리 중무장한 기병을 보유하였다고 하지만 인해전술로 밀어 붙이는 이슬람을 소수 정예로 잘 막아낸 것을 보면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나보다. 중학교 영어 시간에 배웠던 마라톤의 기원에서도 대규모로 몰려오는 페르시아군을 소수의 그리스 군이 막아내었고 알렉산더 대왕도 많지 않은 병력으로 오리엔트를 정복하지 않았던가? 로마를 쑥대 밭으로 만들었던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이나 후세의 나폴레옹의 경우 처럼 전쟁을 밥 먹듯이 해와서인지 그런 전략 전술에 강한가 보다. 그와 달리 오리엔트 세계는 주로 집안 싸움이나 반역등에 강했기에 근대에 들어와서는 서양에 밀려 식민통치를 받는 신세로 전략하였던 것일까?
현재는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영토이지만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어 왔다. 이슬람교, 유대교, 그리스도교 모두에게 중요한 곳인데 로마인 이야기에서 저자가 말했듯이 유일신을 믿는 이 세 종파는 다른 신을 인정하지 않기에 대립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리스나 로마 신화에는 여러 신들이 등장하는데 유일신을 믿지 않고 신화처럼 다신교를 믿었더라면 이런 전쟁이 발발하였을까 상상도 해보았다. 그런데 아마 어떤 형태로도 전쟁은 일어났을 것 같다. 인간이란 원래 욕심이 많아 하나라도 더 갖고 싶고 그래서 남을 것을 빼앗지 않은가? 그것도 하늘의 뜻이라거나 신이 바라시다라는 것으로 그럴싸하게 포장을 잘해서 말이다. 많은 사료들을 참고하고 박식한 저자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서슴없이 풀어나가는데 어떤 대목에서는 분명히 역사적 사실을 밝히기도 하고 작가의 상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독자들도 소설과 같은 흥미를 느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역사적 사실 뿐 아니라 인간의 심리까지 정확하게 묘사하였기에 2권을 덮음과 동시에 3권을 다시 펼칠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십자군 시대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