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하는 벽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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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면서 유럽에 두가지를 가져다 주었다고 했다. 담배와 매독... 물론 그 외에도 금을 비롯하여 엄청난 부를 안겨다 주었지만 부정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해방과 6.25를 겪었지만 우리의 경제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였다. 도중에 군부 독제 체제가 있어 정치적으로는 많이 암울했지만 경제적으로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을 만큼 눈부신 성장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희생해야만 했다. 극심한 빈부격차를 겪어야 했으며 죄없는 사람들이 빨갱이로 몰려 사상범으로 취급되어 수십년간 감옥살이를 하거나 억울한 죽음을 맞이해야 하기도 했다. 처음 나오는 이야기인 비둘기이 주인공도 작가가 굳이 밝히지는 않았지만 무기수로 낙인 찍혀 도무지 탈출이라고는 꿈도 꿀 수 없는 바위로 만들어진 그런 감방에 평생 같히게 된 것이다. 그시절에는 그랬던 것이다. 경제를 살린다는 이유로 정치는 후퇴를 하고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밑거름삼아 발전했던 것이다. 엄밀히 말해 일부 부유층들의 배를 불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사회주의니 공산주의니 하는 것은 다 나쁜 것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암울했던 한국의 근 현대사는 유럽의 중세시대와 같은 시절이었던 것이다. 35년간 일제치하에서 벗어나서 자유가 오는가 싶더니 전쟁이 일어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과부와 홀애비 그리고 전쟁 고아가 생겨났던 것이다. 자칭 한민족이라고 자부하지만 원뿌리는 중국 흉노족에서 시작되었으며 수많은 왜란과 호란 그리고 식민지배와 전쟁을 겪으면서 알게 모르게 많은 피가 섞였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민족이나 다문화 가정에게는 관대하지 못한 것을 보면 아직도 폐쇄적인 면이 많이 남아 있나보다. 책의 주인공들은 아쉽게도 이 시대의 피해자들이다.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고아가 되었거나 혼혈아로 태어나 친구들에게 놀림받고 졸업후에도 받아주는 직장이 없어 백수 생활을 해야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헤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아 가슴에 더욱 여운이 많이 남았다. 내가 저 책속의 주인공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만 딱히 대안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그나마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미운오리새끼 편에서는 뭔가 희망을 찾아서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의 다소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소제목 하나하나 짤지만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도둑질도 계속 하면 실력이 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악덕업자달을 만나서 버림받으며 점차 어둠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고 급기야 살인 미수까지 저리르고 말지만 누가 그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가? 어쩌면 나도 그 시절에 태어나지 않은게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무작정 상경하여 동대문에서 옷장사로 시작해서 돈 모아서 자식들 공부 뒷바라지 하고 사업에 성공했다는 얘기도 듣지만 그런 부류가 과연 몇 %나 되겠는가?

 

 

  집집마다 전기가 들어오고 TV가 보급되면서 밤마다 마을 회관에 옹기종기 모여서 이야기하던 추억들은 사라져 갔고 점점 개인 사생활을 보장받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품앗이니 두레니 하는 것은 역사책에서나 봄직한 생소한 단어가 되어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제목이 [외면하는 벽]인가보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점점 관심이 멀어지고 층간소음으로 이웃간의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조금 더 편리한 곳에 주차를 하려고 다투기도 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대문부터 걸어잠그고 아무에게나 문열어주지 말라고 자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원한 삶인가? 대책은 없는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정답은 우리가 알고 있기에 외면하는 벽이 허물어 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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