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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트라우마
다니엘 D. 엑케르트 지음, 배진아 옮김 / 위츠(Wits)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사실은 경제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달러의 위신이 말이 아니다. 추락한다는 말도 나돌고 금이 대체할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중동지역에서 원유 대금을 결제할 때 위안화나 엔화를 사용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수년전에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를 공격한 것도 사실 대량 살상무기 때문이 아니라 원유를 달러로 결제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 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명분없이 일의켰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달러를 지키려는 최선의 노력이었는지 모른다. 물론 그 덕분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고 엄청난 부채를 짊어져야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강한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 외에도 군사력에서 세계 최강국이기 때문에 그런 엄청난 전쟁을 치르고도 건재한지 모르겠다. 중국이 외환보유고 세계 1위이며 그 대부분이 미국 국채인데 팔 수도 없고 자국의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계속 보유해야만 하는 것 뿐 아니라 계속해서 매집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만약 중국이 그 엄청난 국채를 다 팔아버린다면? 아니면 미국이 디폴트를 선언해버린다거나 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어쩌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이 될 수 없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에서 누차 강조한 대로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인 중국을 무시할 수는 없으며 중국의 역할이 중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80년대 초만해도 미국을 곧 따라잡을 것 처럼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미국의 엄청난 부채를 떠안고 대신 침몰하고 말았다. 이제 다음 희생양이 중국이 될지 유럽이 될지는 알 수가 없다.
요즘 그리스를 비롯한 PIIGS국가들의 채무 때문에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경제 신문을 유심히 읽었다면 왜 유로화가 문제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쉽사리 이해할 수 없다. 저자의 말대로 유로화는 태생부터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아무리 유럽 공동체가 결성된다고 하지만 서로의 경제력이 틀리며 서로 다른 국가들이며 개인주의가 발달하였고 지극히 합리적인 유럽국가에서 통일된 화폐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그릇된 판단이었는지도 모른다. 세계 1,2차 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설명을 덧붙였기에 경제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문제점이 있었음에도 유로화가 탄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EU에 가입되어 있으면서도 파운드화를 고집하는 영국의 선택은 과연 옳바른 것일까? 비록 10년이 넘는 장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지만 엔화 역시 무시할 수는 없다. 현재의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각 국가들이 어떤 정책을 펼지는 알 수 없으며 저자가 시키는대로 따라할리도 만무하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가지 시나리오에 맞게 적절히 대처는 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IMF사태를 다시 맞을 수도 있고 일본처럼 장기 침체로 빠져들지도 모른다.
매년 3,4월이 되면 임금 협상을 하고 인상율을 정하는 회사들이 많다. 국가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물가가 오를 수 밖에 없고 세금을 징수하고 국채를 발행하는 입장에서는 엄청난 이득이라는 사실은쉽게 알 수 있다. 매년 연봉이 올랐다고 좋아하지만 그만큼 물가도 따라서 오르기에 사실 좋아할 이유만은 없다. 그래서 금 본위제는 모순인지도 모르겠다. 로마시대에는 수십년동안 물가가 거의 일정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 역시 쉽게 납득이 된다. 그럼에도 비주류인 금은 귀금속으로서의 가치는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전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최고의 실물자산이기 때문이다. 종이조각에 불과한 달러를 실물자산인 금이 100%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제 명백해졌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를 책임질 기축통화는 무엇이 될 것이가? 이빨빠진 호랑이라고 생각하기에는 큰 오산이며 여전히 건재한 달러화 아니면 새로이 급부상하는 위안화 그것도 아니면 유로화... 그 해답은 독자들 스스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책에서 충분히 힌트를 주고 설명을 하였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