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들의 초대 - 그림 속 트릭과 미스터리 이야기, 청소년을 위한 교양 입문서
이일수 지음 / 구름서재(다빈치기프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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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때부터 미술을 배웠지만 가장 싫어하는 과목 중 하나였다. 우선 준비해야할 것들이 많으며 수업시간에 그림을 다 그리지 못하면 집에 가서 완성해와야 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넉넉치 못한 살림에 지금은 흔하디 흔한 포스트 칼라 하나 장만하는 것도 부담이 되곤했다. 중학교 2학년때 선생님께서 주말에 예술회관에 가서 그림을 감상하고 오라고 숙제를 내주셨다. 예술사진이 지금처럼 흔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TV브라운관이나 영화관을 통해 비주얼에 익숙해있던 우리에게 아무런 전후 설명이 없이 작가와 작품명만 나와있는 명작이 우리 눈에 들어올리 없었다. 간혹 보이는 누드화가 사춘기로 접어들기 시작한 우리들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림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혹은 어떤 내용을 암시하는지 알지도 못한채 '그림 잘 그렸구나' 라고 둘러보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수업시간에도 작품을 감상하고 왔는지 출석만 체크하고 일체의 설명이나 언급이 없었으니 우리에게 명화는 그저 암기해야하는 내용이 하나 더 추가된 것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수십년 후 우연히 서울에서 열리는 루브르 박물관 대전을 참석하게 되었다. 거금 3,000원을 들여 머리에 헤드셋을 쓰고 명화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마치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같은 작품은 아니겠지만 어째든 명화를 보더라도 이렇게 느낌이 확 달라질 수 있는지 새삼 놀라웠다. '최후의 심판 - 미켈란젤로, 최후의 만찬 -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렇게 헷갈리지 않게 억지로 암기했던 기악밖에 없었는데 작품에 대한 관전 포인트에 따라 기억속에 새겨지는 이미지가 달랐다. 화가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고 작품 속 숨겨진 이야기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같은 모델이지만 그림을 그린 화가에 따라 우리에게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주말에 고등학생들이 나오는 퀴즈 프로그램에서 한 학생이 고흐의 그림을 알아 맞추면서 '해바라기'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그림의 이미지가 서로 비슷한 점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때 마침 나도 [화가들의 초대]의 마지막 장을 넘긴 뒤라서 그런지 '아~하 그렇구나'라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역시 사람은 배우고 볼일인가 보다. 예술작품 전시전을 비싼 돈을 주고 관람하거나 유럽 배낭 여행을 가서 그 고생을 하면서 미술관에 들러 하루 종일 작품 감상을 한다는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누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던가? 예술 작품을 볼때 그 작품만을 보지 말고 화가의 관점에서 그리려고 했던 모습을 바라보라고. 그리고 그림속 주인공의 눈이 바라보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따라가보라고 말이다.

 

  지금은 화려한 조명에 의지하여 마구 셔터를 눌러대고 뽀샵질을 통해 아름다운 작품 사진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오직 자신의 상상력만으로 평면에 색을 입히고 3차원으로 표현한 화가를 왜 천재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다. [화가들의 초대] 덕분에 우리아이들의 기억속에 캔버스에 물감으로 사진보다 더 사실같은 작품을 수백년전에 표현하였던 위대한 화가들의 작품이 남을 것이다. 우리처럼 문장을 암기하지 않고 그림을 느끼고 감상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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