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의 수수께끼 1
주강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유행하는 코미디 프로에서 우리의 잃어버린 유산을 찾아서라는 코너가 있다. 인기 개그맨이 나와서 '이거 다 어디갔어?' 하며 10여년 전에 유행하던 학생들의 놀이 문화를 보여준다. '손가락으로 책 돌리기' 라든지 간단한 게임들을 보며 상당부분 동감이 되었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되어 잠시라도 심심할 틈이 없다. 이런 디지털 문명이 발달하지 않던 시기에 우리들은 친구들끼리 모이면 시간을 떼우기 위해 혹은 친목도모를 위해 많은 게임들을 했었다.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카톡하고 트윗질하느라 그런 것을 할 시간이 없다. 불과 10여년의 문화가 이처럼 소리소문없이 사라져가는데 수백년전의 문화는 어떻겠는가? 어릴적 시골에서는 집집마다 돼지나 소를 키웠는데 할아버지께서 직접 돼지 새끼를 받으셨다. 돼지가 소중한 자산이므로 새끼를 낳자마자 새끼줄을 꼬아서 소나무 가지를 묶어 입구에 걸어두셨다. 그리고 절에서 시주하라고 해도 삼칠일 동안은 집안의 물건이 밖으로 나가는 것은 금기시 하였으므로 정중히 사절하였다. 집에서 기르는 돼지에게도 이토록 애지중지한데 집안의 대를 이을 자손들의 탄생에 대해서는 어떻겠는가? 나도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 손수 정성스레 새끼를 꼬아서 금줄을 매달아 놓지 않았겠는가?

 

  책의 제목은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인데 내용은 잊혀져가는 우리의 문화유산이 아닐까 싶다. 남근이나 여근에 대한 풍속도 박물관 등을 방문해야 접할 수 있고 백의 민족이라는 말도 들어본지가 한참된 것 같다. 유행하는 사극을 보더라도 흰색 옷 입은 서민들보다 화려한 색깔의 옷을 입은 임금이나 문무백관들이나 궁녀들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우리 민족이 흰색을 입었다는 사실은 어릴적부터 들어왔지만 잊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양반문화때문에 거추장스러운 한복을 입고 명절을 보내던 풍습을 지키고자 하나 개량한복을 선호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거추장스러운 옷을 굳이 입어야 했던 것도 수수께끼인지도 모르겠다. 술을 따를때 항상 두손으로 그리고 한쪽 손은 다른쪽 손 팔을 지지하는 것도 양반들이 입던 옷의 소매가 길어서 음식에 닿지 않도록 한데서 유래했다고 들었다. 소주를 마실때 흔히 '기리'라 부르며 조금 흩뿌리는 것에 대해서도 젊은 시절 객기였다고 생각했는데 -  왜냐면 직장다니면서 그런 사람을 못 본것 같다 - 그것도 우리의 문화라니 놀랍기도 했다.

 

  그 외에도 궁금했던 서낭당(또는 성황당)이나 우리가 좋아하는 숫자 3의 의미와 숨겨진 의미. 서양사람들이 야만족이라며 손가락질하던 개고기 문화 등등에 대해 속시원하게 그리고 과학적인 근거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사실 개고기 문화에 대해서 서양인들은 반발을 한다지만 그들은 말도 먹고 달팽이나 거위간 요리도 먹지 않는가? 서양인들만 백인 우월주의에 빠진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들 중에서도 그런 분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랍지는 않다. 예전에 영어 수업을 들을때 지나치게 우리의 문화에 대해 - 예를 들면 식사하다가 소금이나 티슈 집어달라고 하지 않고 팔을 쑥 뻗어 가져간다거나 실수로 남을 발을 밟으면 웃으며 사과한다거나 - 지나치게 홀대하는 것을 보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생각을 많이 했었다. 교육 문제이거나 식민지 잔재가 남아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나부터라도 우리 문화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자랑거리에 대해 전파하여야 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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