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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참스승 선비 1
이용범 지음 / 바움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개인적으로 조선이라는 나라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걸핏하면 중국 황실의 눈치를 보았고 - 심지어 나라 이름도 명나라의 허가를 받지 않았던가 - 문과에만 집중하여 제 나라도 지킬힘이 없어 원군을 요청하지 않았는가? 그게 다 선비의 나라니 하면서 성리학에만 치중하고 실학을 무시한 탓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선비]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삼국시대에서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에 이르기까지 이토록 강직하고 청렴결백한 인물들이 많았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만 하다. 역사서를 통해 인물 개개인에 대한 평가보다 전체적인 흐름을 보다보니 누가 어떤 말을 남겼는지 헷갈리기 십상이었고 한 쪽으로만 치우칠 수 밖에 없었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는 역사적인 자료가 상대적으로 적어 많은 인물들이 소개되지 않았지만 강직한 선비들의 모습을 옅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역사책을 읽다보면 나쁜 짓을 많이 저지는 자들도 미화되기도 하고 또 책의 흐름상 어쩔 수 없이 소개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도 저 시대를 살았더라면 어쩔 수 없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학문하는 선비로서 끝까지 자신의 생각에 대해 굽히지 않고 왕에게 까지 충언을 아끼지 않은 분들이 많았기에 지금까지 위대한 유산들이 전해내려오는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인물들을 압축해서 소개하려니 많은 내용을 담지는 못하고 얽힌 주요한 이야기들 위주로 다루었음에도 인물들의 성품에 대해 옅보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역사란 녀석은 참으로 얄궃어서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기도 하고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통하기도 하나보다. 조선 초기에 수많은 위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정권을 좌지우지 했던 신숙주도 그 자신은 부귀영화와 권세를 누렸는지 몰라도 후대에 가서는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며 벌을 받기도 하였으니 말이다.
옛날에는 오늘날 처럼 정보가 발달하지않아 누가 언제 어디서 반란을 일의킬지 알 수가 없어 대역죄인인 경우 삼족에서 7족 심지어는 9족까지도 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가 자손이 원한을 품고 복수를 했다는 사실을 중국의 역사서를 통해 충분히 공부하였을 터이니 말이다. 선비들은 그 자손이나 부인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버지의 실수로 죄없는 자식들까지 모두 죽어야 했으니 아비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죽으면서도 얼마나 억울했겠는가? 게다가 연좌제가 있어 능력이 있더라도 그 자손들은 관직에 오르지 못했으니 얼마나 억울하였겠는가?
책에서 소개되었던 선비들을 개인적으로 모두 존경하는 것은 사실 아니다. 사육신이었던 성삼문과 박팽년을 보며 자신의 후대에까지 - 심지어 갓난 아기까지 - 화를 입혔으며 벽량 유응부의 말처럼 글이나 읽을 줄 아는 서생들이 판단을 제때 하지 못하여 대사를 망치지 않았는가? 물론 정창손과 김질이 배반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하지만 일을 미룬것이 화를 부르고 말았다. 게다가 단종이 원했는지는 모르지만 무리하게 어린 단종 복위를 시도하려다가 귀양지에서 단종도 숙부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를일이다. 그래서 나는 책에서 소개된 선비들의 모든 점을 극찬하고 싶지는 않다. 나라를 위해 대의를 바치는 것은 좋으나 최소한 자기 집안부터 돌봐야 하지 않았나 싶기도하다. 부인이나 자식까지 이유없이 죽어야 했던 사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물론 본받아야 할 점은 많다. 특히 요즘 정치하시는 분들 보면 자신의 잇속을 차리기에 급급한데 소개된 선비들 처럼 사리사욕만을 채우지 말고 국민을 위해 힘써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떤 선비들 처럼 녹봉을 모두 양민들에게 나누어주지는 않더라도 최소한의 양심만이라도 치키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