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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들의 책사 - 전3권 세트
신연우.신영란 지음 / 생각하는백성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중국의 삼국시대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있다. 아마도 나관중의 삼국지 덕분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삼국시대에 대해서는 어떤가? 신라, 백제, 고구려가 서로를 견제하였고 백제, 고구려, 신라 순으로 삼국시대의 패권을 장악하였고 신라가 결국은 삼국을 통일시킨다. 하지만 당나라를 끌어들여 통일을 시키고 고구려 땅은 모두 당나라에게 빼앗기고 마는 절반의 성공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때 고구려의 땅을 빼앗긴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하기도 한다. 역사에 만약이라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만약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하였더라면 우리의 역사는 훨씬 많이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 반대로 신라가 아니었더라면 자칫 중국의 수많은 소수민족으로 전략하였을 지도 모를일이다.
역사는 승리한 자의 것이라는 사실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으며 대부분 사람들이 공감을 한다. 김부식도 그런 점에 있어서는 아주 정석대로 잘 했다고 볼 수 있겠다. 자신의 조상인 경주 김씨들의 업적을 높이사고 잘 못한 점은 과감이 삭제해야하니 120년간 지속된 나제동맹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백제로부터 한강유역을 빼앗는 배신에 대해서도 상세히 기록할 수 없었던 것이다. 고구려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고 게다가 대부분은 지금 우리 땅도 아니어서 발굴 작업이 순조롭지가 않다. 그나마 구리시에 가면 고구려의 문화나 역사를 체험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지 모르겠다. 우리도 김부식의 사대주의 사상에 물든 교육을 받아 한족이 세운 중국의 왕조를 숭배하는 것이 옳았었다고 배웠고 전혀 어색하게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들어 우리 역사 바로 알기 운동(?)이 일면서 -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교과서 왜곡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까? - 우리가 배웠던 역사와는 조금 다르게 배운다. 역사를 단순한 암기과목이 아니라 논술과목으로 변경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삼국통일의 의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 만약이라는 가정을 둬서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고 학생들이 생각해보게끔 유도를 하기도 한다. 저자는 그런 선견지명이 있어서였을까? 단순한 주입식 역사과목이 아니라 독자가 생각하도록 만드는 역사책을 쓰려고 의도한 것 같다. 만약 연개소문이 10년 먼저 태어났거나 대막리지에 올랐더라면 고구려가 당나라에 어이없게 멸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조선처럼 중화를 거스르지 않고 신하의 나라로 전락하면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다가 자연스레 흡수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발해라는 나라가 세워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고구려는 우리의 역사에서 잊혀졌을지도 모를일이다.
아무튼 [제왕들의 책사]라는 책이 지금까지의 역사서와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분명존재한다. 학생들도 알기 쉽게 풀이하기도 하였고 동시대에 신라, 백제, 고구려 그리고 수나라 혹은 당나라가 어떤 생각을 품고 있었는지 각 나라의 입장에서 당시의 정세를 바라볼 수 있었다. 조금 아쉬운 점은 역사적 사실에 의존하다보니 지리적인 위치에 대해 설명이 누락되어 있어 머리속으로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해 그림을 그려보기가 상당히 어렵다. 지나치게 객관적으로 표현하다보니 백제와 고구려의 왕들만 폭정을 하거나 지혜가 모자라고 외적의 침입에 많이 시달렸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와 일연 스님께서 쓰신 삼국유사를 적절히 비교하고 이랬을 것이다라는 저자의 추측(막연한 추측이 아닌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을 추가하여 읽는 재미를 더했다. 삼국사기에 소개된 지역을 찾아 제대로 비평한 책들은 별도로 있으니 그런 책을 읽기 전에 배경지식을 쌓기에는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다. 책을 통해 느낀점은 중국의 삼국시대 못지 않게 이사부나 거칠부와 같은 훌륭한 지략가나 을지문덕이나 연개소문과 같은 훌륭한 장수들도 많았다는 점에 대해 우리도 잊지말고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