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
유홍준 지음 / 창비 / 199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부제목인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을 했었다. 사람도 아닌 산이 어찌 강을 넘는다는 말인가? 아니면 강이 산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뜻인지...그런데 책을 절반 정도 읽으면서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파악을 할 수 있었다. 강이란 산을 가로지를 수는 없으며 산과 산 사이를 자연스레 흘러야 하는 것이다. 강물의 깊이가 있기에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강을 넘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어린 시절 방학이 되면 사촌들과 함께 뛰어놀던 경호강도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지만 산이 있기에 더욱 아름답고 산을 끼고 있기에 강으로서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만약, 산이 없었다면 강이 아니라 그냥 하천에 불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산이 흙을 모아주고 비가 많이와도 나무들이 있기에 흙이 쓸려내려가지 않으므로 강의 모습이 흐뜨러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어릴적에는 몰랐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차를 타고 달리면서 산과 어울어진 강을 보면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고 눈이 즐거워진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산청과 함양은 대전-통영간 고속도로가 뚫려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접근하기에 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발전이 덜 되어 자연파괴가 덜 하다. 강원도 평창에 버금간다면 서러워할 정도의 청정지역이다. 그래서 저자도 산청과 함양에 사는 사람들을 복받은 사람이라고 극찬을 하였다. 나도 어린시절은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배산임수의 자연경관을 마음껏 누리며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살았던 것이 참 다행이다 생각된다. 이토록 자랑스러운 나의 고향을 책으로 옮겨주고 홍보를 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1권에 이어 2권에도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지역이 여럿 있었으니 그중 하나가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지리산이다. 백두산이나 한라산보다 높지는 않고 설악산이나 오대산처럼 화려한 단풍구경을 할 수 있는 산도 아니고 화왕산처럼 억새풀이 장관을 이루는 곳도 아니다. 나에게 있어 지리산이란 고등학교대 소풍을 가게 했던 대원사를 끼고 있는 산, 고3때 전교생이 극기훈련으로 천왕봉까지 1박2일에 걸쳐 완주했던 고된 기억을 간직하게 해준 산 혹은 산세가 험하여 수많은 전설이 존재하고 빨치산들의 근거지였던 곳이다. 그러나, 내가 가진 기억보다 훨씬 더 웅장하다.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에 걸쳐 있으며 수많은 작품(소설이나 영화 혹은 만화)들의 배경이 된 장소이기도 하다. 여태껏 등산하기 힘든 산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이랑 함께 꼭 한번 더 올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에는 DSLR 카메라로 기가막힌 장소에서 각도를 잘 잡아서 누가봐도 꼭 한번 들르고 싶게 만드는 묘한 기술이 있지만 저자는 이미 10여년 전에 똑딱이 카메라보다 못한 필름 카메라를 들고서 사진을 찍었기에 화려한 디지털 기술이 반영되지는 안았으나 사진보다 더 생생한 정보를 글로서 전달해준다. 국사시간에 일본인들이 석굴암의 비밀을 파헤치고자 모두 분해했다가 재조립했으나 습기가 차는 것을 해결하지 못해 기계의 힘을 빌리고 있다고 들었는데 신라시대에는 어떻게 그런 기술이 있었는지 혹은 우리에게 어떤 자부심을 안겨주는지 따위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석굴암은 그저 수학여행때 책에서 본 내용 복습하는 것 외에는 상징하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수십페이지나 되는 분량을 할당하면서까지 석굴암의 비밀(?)과 선조들의 기술력에 대해 소개한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한 민족이라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뿌듯해졌다.

 

  1권에 이어 2권을 읽어가면서 그동안 토지보상이나 재개발 등으로 한몫 잡았으면 하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훼손한 것을 우리는 안타가워하면서 나 스스로도 그런 짓을 저지르지는 않았나 반성했다. 박물관을 찾고 불국사와 같은 절을 보면서 단순히 그 크기에 감탄하고 중국의 자금성은 9,999개나 되는 방이 있는데 우리의 궁전은 왜이리 초라한가라고 불평만 하였지만 정작 숨겨진 역사적 진실에 대해서는 무지했거나 알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자부심을 갖고 역사에 대해 제대로된 인식을 갖고 가족들과 함께 제대로된 유적지 답사도 하고 의미도 파악해야겠다. 물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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