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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도쿄 - 책으로 떠나는 도쿄 미술관 기행
박현정.최재혁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가 낯선 곳에 여행을 하거나 출장을 가게 되었을 때 의무적으로 혹은 반 강제적으로 가는 곳이 어디일까?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아닐까 싶다. 이유는 딱히 모르겠지만...아무래도 실내에 있고 이정표가 잘 갖춰져있고 그 지역 혹은 그 나라에 대해 가장 잘 알 수 있다고 생각의 들기 때문이 아닐까? 나도 예외는 아니기에 중국여행이나 출장을 가게되면 박물관을 꼭 들르곤 했다. 외국이 아니라 서울이나 경주를 가더라도 국립박물관은 들르게 마련이다. 우리와 가까이에 일본이라는 나라가 위치해 있지만 아직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 우리가 일본이 식민지 지배를 받았다는 이유때문일까? 아니면 중화사상이나 사대주의 영향때문일까? 중국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기껏해야 일본하면 온천이나 사무라이 정도밖에는. 그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와 문화를 먼저 알아야 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림하나 혹은 탑이나 성을 보더라도 단지 규모나 아름다움에 감탄하지 말고 그 숨겨진 의미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미술시간에도 서양화나 동양화 - 동양화는 우리나라나 중국의 작품외에는 접할 기회가 없었다 - 말고는 배우는 것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런 그림을 보면 한눈에 일본 작품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대놓고 알지는 못하지만 은연중에 우리의 뇌리에 기억되어 있는 것일까.?

일본 영화를 보면 [링]처럼 귀신이 등장하는 영화를 생각하고 일본인이 배경으로 나온다면 사무라이나 - 혹은 야쿠자 - 기모노를 입은 여인을 생각한다. 작품에도 소름이 오싹끼치는 작품이 등장한다. 261페이지에 소개된 이야기속 괴물과 그림의 만남을 보면 사실 꿈에 나타날까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형이지만 사람보다 더 실감나게 그리고 사탄보다 더 무섭게 표현하다보니 심약한 사람이나 아이들이 보게 된다면 기겁할 만하기도 하겠다.
한번도 일본에 가본적도 없고 - 심지어는 부산에서 제주도보다도 가까운 대마도 조차도 -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도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기에 그다지 아는봐도 없이 펼쳐든 [아트도쿄]는 나에게 처음에는 도쿄 미술관 관람기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서 나도 모르는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림과 예술가가 구도를 잘 잡아서 찍은 미술관 배경과 문학가로서의 능력을 맘껏 선보인 적절한 표현의 삼위일체가 잘 혼합되어 도쿄 미술관 24곳 못지 않은 훌륭한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일본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일본 문화에 대해 설명하기 보다 자연스레 저자의 눈으로 예술작품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고 눈으로만 감상하는 작품이 아니라 오감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경지로까지 승화시킨 것 같다. 3차원 입체 공간에 놓여있는 작품을 책이라는 2차원 매체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구도를 잘 잡은 사지과 적절한 작품에 대한 저자의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한 적절한 설명이 있었기에 점차 나도 모르게 도쿄 미술관 속으로 빠져들었나보다.
집사람이 이 책을 보면 당장 도쿄 미술관으로 가자고 할지도 모르겠다. 별책부록으로 도쿄 미술관 갤러리 가이드까지 딸려왔으니 뭘 망설이냐며 닥달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나는 당당하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책으로도 미술관 여행을 떠날 수 있는데 왜 굳이 비싼 비행기 표를 지불하며 떠나느냐' 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