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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더십 - 자본주의 4.0 시대의 새로운 리더십
닐스 플레깅 지음, 박규호 옮김, 유필화 감수 / 흐름출판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세계 유명 IT기업들의 조직도를 본적이 있다.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손꼽히는 구글과 애플 그리고 거대 공룡 기업 마이크로 소프트. 사실 마이크로 소프트는 창의적이라기 보다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많은 경쟁기업들을 고사시켰다는 오명을 쓰고 있지 않은가? 흥미로운 것은 회사의 조직도가 우리나라의 조직구조와 비슷한 수직관계라는 것이다. 구글과 애플은 전혀 다른 구조였다. 구글은 완전 수평적인 그물 구조인데 비해 애플은 완전한 중앙집중 구조였다. 즉, 사장으로 부터 모든 사원들이 지시를 받는 구조였기에 CEO 한 사람이 빠져버리면 조직은 곧 와해될 것 같았다. 반면 그물구조인 구글은 서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고 유연한 조직이므로 한두명 빠진다고 전혀 문제될 것 같지 않아보였다. 역시 구글이 우리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0순위, 창의적인 생각을 하도록 직원들에게 여가 시간도 할애해주고 CEO나 관리자가 존재하지만 결코 직원을 통제하거나 관리하지 않지만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이 아닌가? 그 이면에는 도대체 무엇이 숨겨져 있단 말인가?
[언리더십]에서 궁금증을 명쾌하게 풀어준다. 핵심은 직원들을 믿고 일을 맡기고 불필요하게 관리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 대기업에서는 불필요한 일들과 인원들이 많이 존재한다. 사람이 많다보니 팀으로 묶어 관리해야 하고 팀장이 모두 통솔하지 못하지 중간관리자가 필요하며 또한 팀장들이 임원들에게 직접 보고 하지 않고 중간 단계를 또 거치기도 해야 한다.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하기 위해 인사팀이나 인재개발팀이 존재하지만 수시로 일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때에 따라서는 불필요한 일들도 서슴없이 만들어 내야한다. 관리를 위한 관리가 되다보니 불필요한 조직들도 많이 생겨나고 낭비요인들이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직원들이 성과를 내도록 독려하기 위해 평가시스템을 도입하였고 고과에 따라 연봉에 차별을 두어야 하니 성과 지표도 매년 새롭게 만들어야 하며 연말에 평가를 받기 위해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또한 목표는 쉽게 달성할 수 없는 다소 높음 목표를 선정해야만하고 자신이 혹은 조직이 한 일을 잘 포장해야 한다. 수일간 걸쳐 지사에 방문하여 고충사항을 접수하고 문제점을 파악하고 나서 며칠에 걸쳐 야근을 하며 출장 보고서를 작성한다. 상사에게 5분~10분 정도 설명하기 위해 며칠을 작업해야 하는 것이다. 두둑한 보고서를 들고 한참을 설명한 다음 마무리는 '이러이러해서 OO지사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이다. 헉, 겨우 문제가 없다는 보고인데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화려한 색상을 가미해가며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가? 하지만 불행이도 이 시대의 경영자들은 이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모름지기 보고서란 두둑해야 보고 받는 맛도 나고 또 출장다녀온 다음 며칠씩 야근 하는 것은 큰 미덕이라고 말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도 보고를 중요시 하는 부서가 많다. 일이 많다고 불평하지 말고 문제점들을 모두 나열해서 상사들에게 충분히 어필하라고 강조한다. 그렇게 사소한 문제라도 잘 포장해서 남을 설득할 수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능력이라고 본다. 상사가 자신의 일에 관심가지기를 원한다면 묵묵히 본인의 일만 할 것이 아니라 이슈화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일을 하는 편이 회사차원에서 볼 때 훨씬 낳을 것인데 말이다. 두명의 엔지니어가 있다고 가정을 하자. 한명은 장비에 대한 예방점검을 철저히 해서 전혀 문제가 없도록 한다. 또 다른 엔지니어는 문제가 생겨도 그대로 방치해두었다가 막상 문제가 터지고 공론화되면 그때 나타나서 수리를 하여 공로를 인정받는다.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전자가 필요한 존재이지만 불행히도 회사에서는 후자가 더 좋은 대접을 받는다. 누가봐도 어필을 잘 했기 때문이다. 업무시간내에 처리할 수 있는 일도 시간을 끌고 불필요한 회의를 참석하느라 시간을 뺏기고 곧 잊혀져버릴 보고서의 폰트나 색깔 고민하느라 야근을 하고 주말 근무를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가 팽배한 회사들이 아직도 많다. 휴가를 반납하고 일하고 주말에도 회사에 출근해서 적당히 쉬엄쉬엄 일하며 수당 받아가고 휴가도 반납하고 회사 비용 까먹는 인재를 열심히 일한다고 두둔하는 멍청한 경영자나 상사들이 많다. 그러면서 이렇게 변명을 한다. '특/야근 하지 않고 업무시간에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회사는 국내기업이 아니다.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무조건 장시간 근무하는 것이 맞다.' 라고 말이다. 제발 정신 차리실 수 있도록 한 권씩 책상위에 올려두고 싶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 제발 분위기 파악 좀 하시고 직원을 일하는 기계가 아니라 본인이 보살피고 육성해야 하는 자원으로 생각하시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