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판타지 - 스파이처럼 여행한 26가지 에피소드
오세아 지음 / 시공사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모스크바 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구소련 아니 러시아의 수도? 북극성과 가까이 있어 6월이면 백야 현상이 나타나며 침엽수림대와 활엽수림대의 경계에 위치한 곳. 과거에 공산국가였기에 우리에게는 아직도 위험한 나라내지는 도시로 알려져있다. 구소련이 붕괴된지 20년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식민사관이 무섭긴 무섭나보다. 사실 책 표지에 있는 인형는 ( 마뜨로슈카 )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러시아 여성들도 우리나라에 많이 진출해있다. 추운 지방에 살기에 동양의 남자들 못지않은 체격을 소유한 여자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이렇듯 나에게는 신비로운 도시인 모스크바를 간접적으로 나마 경험할 수 있게 해줄것 같아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모스크바를 여행하면서 적은 에세이라고 하지만 2~3주 정도 머무르면서 보고 느낀 점을 적은 책이 아니라 1년째 모스크바에서 생활한 저자의 작품이니 더욱 현실감이 느껴진다. 낯선 나라에 처음 도착했을때 가지는 불안감은 어땠을가? 우리도 정든 고향을 떠나 타지로 갈때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워서 행동 하나하나에 주의를 해야하는데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러시아의 모스크바라면 그 심정을 십분 해야린다. 여행지나 관광지로서의 모스크바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다지 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래도 책에 실린 수많은 아름다운 배경을 바탕으로한 그림들을 보면 꼭 한번 가보고 싶기는 하다. 비싼 물가와 그리워지는 한국 음식의 사이에서 이런 저럼 마음 고생을 했을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짠해지기도 한다. 특히나 모스크바에서 6개월 정도 되었을때 집에서 보내주신 고추장 두껑이 열리면서 스스로 당황했다는 대목을 읽을때 역시 타향살이는 힘들구나 생각했다.

 

 나는  책의 부류는 여행 관련 에세이로 분류한다.. 즉, 여행지를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오랜 역사를 지난 모스크바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를 소개하는 것도 아니다.  저자가 1년동안 러시아에 머물면서 직장에서의 승승장구를 멀리한채 모스크바에 무작정 정착하여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하는 26가지 에피소드를 담았지만 러시아에 대해 혹은 모스크바에 대해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은 책에 소개된 아름다운 사진들에 매료될지도 모르겠다. 아니 매료되고 끝인지도 모르겠다. 배경이 되는 호수와 같은 자연이나 한때 CIA를 농락했던 KGB 건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현지에 거주하는 모스크바 시민으로서 역사와 더불어 멋드러지게 소개를 해주기를 내심 기대했었다. 너무 무리일까? 1년 정도 생활하면서 여행을 다니고 이 정도 이야기를 들려줄 정도만 해도 대단한데 장구한 모스크바의 역사적 배경까지 가미하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수 있겠다. 그래도 지나치게 사진에 의존하였고 저자가 어떻게 모스크바에 서살게되었으며 현지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힘들었던 이야기와 더불어 즐거웠거나 다른 시민들의 이야기가 없는 점은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가장 주관적인 것이 가장 객관적일 수 있기에 저자의 눈을 빌려 눈과 머리로는 모스크바를 감상하였지만 아직 마음으로 이해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다. 저자의 이야기 즉 26가지 에피소드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였더라면 해외이민이나 주재원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막연하게 1년동안 생활하였는데 처음에는 아주 힘들고 답답했지만 어떻게 적응을 해나갔으며 책을 읽는 독자들도 똑같은 처지에 놓였을때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교훈을 삼을 수 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말그대로 모스크바에 대해 책으로 떠나는 여행을 다녀왔지만 눈만 즐거운 여행이 되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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